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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레 May 03. 2023

카지노 가입 쿠폰 도착하기까지

14. Lazio

여행을 시작한 지 2주, 남편에게 몸살 기운이 있었다. 우리는 전날 아침 일찍 라치오 주로 들어와서 볼세나 호숫가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하루 쉰 후, 오늘은 2500년 전 암석 위에 세워진 도시 치비타 디 바뇨레조(Civita di Bagnoregio)를 보러 갔다가 이제 카지노 가입 쿠폰를 향해 내려가는 중이었다.


아래 암석의 성분이 점토인 탓에 오랜 세월 동안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 거주의 위험성 때문에 주민들도 떠나 텅 비게 된 후로는 죽음의 도시라고 불리는 치비타 디 바뇨레조는 정말이지 멋졌다. 다만 이곳도 역시나 카지노 가입 쿠폰를 세워 둘 수 있는 주차장이 마을에서 떨어져 있어 차를 주차해 두고 꽤 걸어야 해서 힘들었는데, 한참을 걸은 끝에 맞이한 풍경은 정말 고생한 게 아깝지 않을 정도로 멋졌다. 광대한 분화구 같은 지형 가운데 혼자 높게 솟아 있는 도시의 비현실적인 풍경에 2500년의 세월이 더해져 경이로움 그 자체. 도시 안에 들어가 볼 수도 있지만 입장료도 싸지 않고 입구까지 가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죽을 것 같아 그 앞에서 발길을 돌려 카지노 가입 쿠폰로 돌아왔다.


벌써 6월 중순인 데다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는 탓에 점점 뜨거워지는 햇볕과 습한 공기가 우리를 지치게 하고 있었다. 이런 날씨에 그냥 걷는 것도 힘든데 남편은 마을에서 2L짜리 생수 여섯 병 묶음을 사서 들고 카지노 가입 쿠폰까지 걸었다. 무겁고 거리도 머니까 일단 한두 병만 사자고 했는데도 여러 병 사는 게 싸다고 굳이 고집을 부리더니 결국 몸이 상한 것이다.


볼세나 호수에서 쉬고 다시 출발한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몸살이라니. 아무래도 피로가 워낙 누적되어 잠깐 쉬어서는 풀리지 않는 것 같아 이번에는 이틀을 이어서 쉬기로 했다. 좀 시원하게 쉬기 위해서 바다도 있고 나무도 많은 곳을 골랐다. 그렇게 고른 오토캠핑장은 해변의 카라반 빌리지 옆 숲속에 있었는데 아직 비수기라 다른 카지노 가입 쿠폰는 한 대밖에 없어 넓은 숲속을 전세 낸 것 같아 좋았다.


그날은 그대로 쉬다가 자고 다음 날, 자전거를 타고 카라반 빌리지에 들어가 보니 규모가 상상 이상으로 커서 놀랐다. 카라반이 너무 많아 이름처럼 하나의 마을 같았다. 그 안에는 길이 나 있고 마트도 있고 코인세탁소와 샤워실도 있었다. 마침 빨랫감이 쌓여 있어 얼른 차로 돌아가 가져왔다. 코인세탁소의 코인은 하나에 3유로(4000원 정도)였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이용하려고 동전을 코인으로 바꿔 주는 기계에 6유로를 넣었다. 그런데 화면에는 5유로만 넣었다고 뜨는 거였다. 어쩔 수 없이 1유로를 더 넣었는데도 코인이 하나밖에 나오지 않았다. 7유로를 넣고 코인을 하나 받았으니 이 기계가 4유로를 먹은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돈을 아끼면서 여행하고 있는데 그냥 넘어갈 수 없지.


남편이 자전거를 타고 사무실까지 가서 직원을 불러 왔다. 직원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남편의 이야기를 들으며 기계의 버튼을 몇 번 눌러 보다가 안 되겠는지 엔지니어를 보낼 테니 기다리라고 하고 갔다. 다행이다 엔지니어가 있구나! 내심 직원이 못 미더웠는데 엔지니어가 있다는 사실에 안심이 됐다. 10분 정도 기다렸을까, 드디어 엔지니어가 왔다. 느긋한 얼굴의 배 나온 이탈리아 아저씨였지만 엔지니어들이 입는 옷을 입고 있어 믿음이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 카지노 가입 쿠폰 설명을 들은 아저씨는 그저 기계를 두 번 쾅쾅 내리쳐 보더니 어깨를 으쓱하며 못 고치겠다는 것이다.(정말이다!) 카지노 가입 쿠폰가 당황스러움에 말을 잇지 못하자 인심 쓰듯 주머니에서 코인을 두 개 꺼내 내밀며 자, 됐지? 하는데...


당황스러웠지만 별 수 없고 어쨌든 4유로에 코인이 두 개 생기는 거니 손해는 아니다 생각하고 받았다. 다른 곳에서도 건조기는 한 번으로 부족할 때가 종종 있었으니까 건조기를 두 번 돌리면 되겠다고 생각하며.. 그런데 세탁을 마친 빨래를 건조기에 옮기고 코인을 넣었더니 이번에는 건조기가 작동이 되질 않았다. 남편이 엔지니어 아저씨를 다시 불러 왔다. 그런데 이 아저씨가 이번에는 고치려는 시늉조차 하지 않고, 아~ 이건 못 고친다며 A/S를 불러야겠단다. 아니 엔지니어라면서.. 도대체 고칠 수 카지노 가입 쿠폰 게 뭔가요 아저씨.. 차마 입밖으로 내뱉진 못했지만 표정에 드러났던 것인지 아저씨는 미안하다며 앞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코인을 또 하나 꺼냈다. 쓰지도 못할 코인은 왜 자꾸 줘요..


코인이 아니라 돈을 환불받았어야 했는데 소심한 우리는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얌전히 코인을 또 받았다. 그렇게 엔지니어 아저씨는 떠나고 세탁을 마친 한 무더기의 젖은 옷가지와 세탁만 가능한 코인 세 개를 가지게 된 우리. 다음 날 떠날 거라서 건조기가 수리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고 날씨가 흐려 자연 건조도 어려워 정말로 난감했다. 이 젖은 옷가지 한 무더기를 어떡한담. 일단 카지노 가입 쿠폰 주변 나무에 빨랫줄을 묶고 널어 봤지만 흐리고 습한 날씨에 마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낭패다.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오후가 되자 천만다행으로 하늘이 조금 맑아지고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거였다. 빨래가 마르기 시작했다! 옳다구나 싶어 몇 번 안 입은 옷과 에코백과 이불까지 싹 다 빨고, 운동화까지 빨아서 널었다.(그랬는데도 다 쓰지 못한 코인..)



남편의 몸살 기운은 주말 동안 이곳에서 넷플릭스를 보면서 잘 쉬고 잘 먹었더니 다행히 좋아졌다. 카지노 가입 쿠폰 여행이 이렇게 체력을 먹는 일인 줄 해 보기 전엔 몰랐다. 매일매일 피로가 누적돼 점점 더 힘겨워지는 느낌이다. 중간중간 쉰다고 쉬는데도 우리 둘 다 체력이 바닥났는지, 피곤해 죽겠다 싶은 간격이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


다음 날, 다행히 빨래도 다 마르고 체력도 회복이 되어서 오토캠핑장을 떠나 고대 에트루리아인의 공동묘지인 ‘네크로폴리스 반디타차’(Necropolis Banditaccia)로 갔다. 카지노 가입 쿠폰에 가기 전에 역사적인 유적지도 볼 겸 거기 있는 넓은 무료 주차장에서 잘 겸해서 간 건데, 막상 가 보니 수천 개의 무덤들이 유료 입장 구역 안에 있는 일부 외에는 잡초가 무성한 채 허물어져 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쓸쓸해 더 구경하고 싶지도 않고 그곳에서 자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게다가 아직 한낮이고 카지노 가입 쿠폰가 한 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있는데 굳이 무료주차장에서 자기 위해 반나절을 낭비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돈도 돈이지만 시간도 시간인데, 게다가 우리는 이미 이틀이나 허비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남편은 그래도 무료로 하루 자는 게 낫다는 입장을 강경하게 고수했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설득이 되질 않았다. 운전을 하는 것은 남편이니 애초에 남편 마음대로인 것이다. 나는 별 수 없어 포기하고 불만 가득한 마음으로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사실 책 내용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저 남편과 말을 섞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한 시간쯤 지났을까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조심스레 창밖을 내다 보니 차를 타고 몰려온 십대 남자애들이 우리 카지노 가입 쿠폰 바로 근처에 모여 있었다. 주차장은 풀이 나 있는 너른 공터였다. 웬만한 운동장보다 넓고 남아 있는 차라고는 우리 차밖에 없었는데 굳이 우리 차 바로 옆에 차를 세우고 모여 노는 이유가 뭘까? 잠시 궁금했다가 그러나 저러나 무슨 상관인가 싶었는데, 남편은 계속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밖을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이상한 냄새가 차 안으로 스며들었다. 담배 냄새와는 다른, 잔디를 베고 난 후의 비릿한 풀 냄새 같은, 젖은 풀을 태우는 것 같은 묘한 냄새였다. 이게 뭔 냄새지 하다가 퍼뜩 기억해 냈다. 대마초 냄새다! 이탈리아 거리나 해변에서 가끔 코끝을 스쳤던 냄새, 남편이 이게 대마초 냄새라고 알려 줬던 게 기억났다. 약 기운이 올랐는지 주변은 점점 더 소란스러워졌다.


“이거 대마초 카지노 가입 쿠폰지?”

“응.. 안 되겠다. 가자.”


그렇게 남편은 운전대를 잡았고, 석양이 번지는 도로를 달려 9시쯤, 해가 거의 저물었을 때 우리는 카지노 가입 쿠폰에 도착할 수 있었다. 피렌체는 두 번째였지만 카지노 가입 쿠폰는 처음이어서 카지노 가입 쿠폰라고 쓰여 있는 표지판만 봐도 마음이 설렜다. 우리는 카지노 가입 쿠폰 외곽에 있는 주차장에 카지노 가입 쿠폰를 세우고 카지노 가입 쿠폰에 도착한 기념으로 아끼고 있던 좋은 걸 다 꺼내서 늦은 저녁을 만들어 먹었다. 산지미냐노에서 산 작은 기념품 와인, 피렌체에서 산 꼬꼬면과 무려 종갓집 김치가 들어간 김치전 믹스를 이날 다 털었다. 드디어 카지노 가입 쿠폰까지 내려온 데다 맛있는 음식에 와인까지, 뿌듯하고 즐거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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