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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레 May 12. 2023

카지노 게임 길

23. Toscana, Emilia Romagna

7월 11일, 어느새 돌아갈 날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이제 어떻게 돌아가야 잘 카지노 게임 걸까 하는 고민만 남았다. 하루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았던 우리는 고민 끝에 토스카나와 에밀리아로마냐 주를 거쳐 카지노 게임 경로를 잡았다. 토스카나에서는 와인으로 유명한 몬테풀차노(Montepulciano)와 페코리노 치즈가 유명한 피엔차(Pienza)를 거쳐 시에나(Siena)로.


시에나는 세월이 그대로 느껴지는 진하고 어두운 색의 벽과 바닥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도시였다. 카지노 게임 막바지라고 보통의 카지노 게임자들처럼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도 사 먹고 바에서 커피도 마셨다.

이제서야 토스카나를 원 없이 카지노 게임봤다 싶어 떠나려다가 혹시나 해서 까라라(Carrara)에 사는 S에게 연락해 봤다. 조금 둘러가면 되는 거리라 만나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흔쾌히 만나자는 답이 카지노 게임왔다. 남편의 친한 동생으로 알게 된 인연이지만 내가 더 좋아하게 된 그녀는 중요한 시험 준비로 바쁜 와중에 일부러 시간을 내 주었다. 우리는 반가운 마음으로 까라라로 달려갔다. 가는 길에는 멀찍이 피사의 사탑을 스쳐 지나갔지만 이번에는 피사를 건너뛰는 것이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


대리석 채석장으로 유명한 까라라에 가까워지자 저 멀리 하얗게 빛나는 산들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하얀 부분이 다 대리석으로, 멀리서 보기에도 새하얘서 마치 만년설이 덮인 것처럼 보였다. 그 광경이 참 아름답고, 로마시대부터 대리석을 파냈는데도 아직도 저렇게나 남아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로마에 들어간 대리석만 해도 산 몇 개는 될 것 같은데.


우리는 하얗게 대리석이 드러난 산들이 멀리 병풍처럼 펼쳐진 마리나 디 까라라의 해변에서 만났다. 함께 우리 캠핑카를 타고 S가 사는 동네로 가서 차를 세워 두고, 그녀의 단골 바에서 즐겁게 수다를 떨었다. S는 풍성하게 음식이 나오는 아페리티보(Aperitivo; 간단한 음식과 술을 함께 즐기는 이탈리아의 식전주 문화) 메뉴를 주문해 줬고, 우리는 살짝 취하고 기분 좋게 부른 배로 나와 함께 거리를 걸었다. 한국인이지만 어렸을 때 이민 와 줄곧 살아온 터라 그녀의 이야기에는 이 도시에 대한 애정이 물씬 묻어났다. S와 시간을 보내면서, 우리가 둘러보고 지나쳐 온 장소들이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유년의 추억이 있는 곳이자 오늘의 삶을 영위하는 터전이라는 실감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껏 거쳐온 모든 장소가 특별하게 느껴지고, 언젠가 나도 그녀처럼 어느 한 곳에 정착해 그곳에 애정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시간이 부족해 에밀리아로마냐 주에서는 볼로냐(Bologna)에만 들르기로 했다. 외곽 마을의 캠핑장에 차를 두고, 자전거를 타고 역으로 갔다. 기차역에 도착해 자전거를 세우는데 잠금장치가 걸려 있는 타이어 한 짝을 발견하고 간담이 서늘해졌다. 우리 자전거는 우리 캠핑카만큼이나 낡은 자전거라 도둑맞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혹시라도 카지노 게임왔을 때 자전거가 없으면 최소 한 시간은 걸어야 캠핑장으로 카지노 게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도둑이 우리 자전거는 가져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기차역에 들어섰다.


그런데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기차가 연착됐다. 12시 5분 기차를 꼭 타려고 일부러 여유를 두고 20분 전에 도착했는데, 표를 끊고 승강장에 들어가서 전광판을 확인하니 10분 지연이 떠 있었다. 그래, 10분 정도는 기다릴 수 있지. 그런데 10분이 지나니 5분이 추가되고 또 5분이 추가되어 기차는 12시 25분이 되어서야 도착했다. 일찍 온 바람에 40분이나 기다린 우리는 얼른 탔는데, 이 기차가 출발할 생각을 안 하는 거다.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제서야 방송이 나온다. 아직 도착 안 한 다른 열차를 먼저 보내야 한단다. 볼로냐까지는 30분이 걸리는데, 늦어도 4시에는 카지노 게임오는 기차를 타야 하는 우리는 속이 타들어 갔다. 도대체 언제 출발하는 거야.. 기차는 한참을 우리 속을 끓이다가 12시 40분에야 출발했다.


볼로냐에 한 시 넘어 도착하고 만 카지노 게임 서둘러 점심을 먹으러 갔다. 웃픈 것은, 볼로냐에 왔으니 진짜 볼로네제 파스타를 먹겠다고 남편이 구글맵에서 골라 둔 식당을 일부러 찾아갔는데 웬걸, 중국인이 하는 식당이었다. 종업원이 중국 사람이어서 쎄했는데 차마 도로 나올 수가 없어 주문하고 보니 주방의 요리사도 중국 사람이었다. 볼로네제의 본고장 볼로냐에서 우리에게 허락된 딱 한 끼였는데! 싼 것만 찾다간 이렇게 되는 거라며 남편에게 핀잔을 줬지만 이미 날려 버린 기회는 되돌릴 수 없었다.


시간이 부족했던 카지노 게임 점심을 서둘러 먹고 나와 열심히 거리를 걸었다. 볼로냐는 아름다운 도시였다. 대학의 도시답게 고전적이고 학구적인 분위기가 가득했고, 구시가지의 넓은 거리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회랑(아케이드)도 아름다웠다. 세계에서 가장 긴 회랑이라고 한다. 보기에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뜨거운 여름 해를 가려 줘 걸어 다니기가 훨씬 쾌적했다.


마조레 광장(Piazza Maggiore)에는 야외 영화관이 설치되어 있었다. 너무 낭만적이잖아! 영화를 볼 여유도 없으면서 괜히 상영표를 읽어 봤다. 느긋하게 구경하다가 밤에 광장에서 상영해 주는 영화도 보고 그럴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것은 캠핑카로 여행하자면 포기해야 하는 종류의 여행이다. 아쉬움을 삼키며 카지노 게임섰다.


우리는 서둘러 기차를 타고 캠핑장이 있는 마을로 돌아왔다. 다행히 그대로 있었던 자전거를 타고 캠핑장으로 돌아와 바로 출발해서 고속도로를 타고 달렸다. 그날은 7월 14일이었다. 어머니와 피노가 다음 날 아침 일찍 출발하시기 때문에 우리는 이날 안에 꼭 카지노 게임야 했다. 그렇게 급하게 집으로 카지노 게임면서 든 감정은 의외로 아쉬움보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 그동안 생긴 온갖 문제에도 첫 번째 장기 여행을 무사히 마무리했다는 안도감이었다.


그때까지 우리 캠핑카에 생긴 문제들은 다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다. 잠금장치가 낡고 헐거워 이동 중에 쉽게 열려 버리는 수납장, 물이 새는 모터, 흔들리는 변기, 경첩이 빠져 버린 옷장 문, 너덜너덜 엉망이 된 방충망(벨크로를 이용해 직접 만든 건데 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접착면이 녹아내려 버렸다.) 또 뭐가 있나.. 무거운 창고 덮개를 들어올리는 손잡이가 빠져 버렸고, 조수석 서랍은 잠금장치가 부러져 닫히지 않고, 며칠 전부터는 엔진 오일이 새고 있었다. 설상가상 카지노 게임오는 고속도로에서는 코끼리 귀처럼 커다란 운전석 사이드 미러가 힘없이 접혀 버렸다. 맞바람에 계속 접히는 바람에 남편이 운전하면서 몇 분에 한 번씩 몸을 어깨까지 밖으로 내밀어 펴고 또 펴야 했다. 고속도로를 타는 세 시간 동안 계속해서. 그 상태로 밤 10시를 훌쩍 넘겨 시어머니 댁에 도착했으니 안도감이 들지 않을 리가 없다. 이렇게, 우리의 첫 번째 장기 여행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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