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바보는 그 후 어떻게 되었나
내 친구 Y가 세 살 아래 무료 카지노 게임 양을 좋아하는 걸 나는 눈치채고 있었다. (앞서 쓴 [친구를 고를 때는]에 나오는 Y가 바로 이놈이다.) OO의 집은 대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담배가게였다. 담배가게 아가씨는 예뻐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는 걸까, 송창식의 노래 가사처럼 그녀는 상당한 미인이었다. (Y는 예쁘면 무조건 좋아한다.) Y는 담배가 떨어지면 꼭 그녀의 집으로 가서 담배를 샀다. 그때마다 굳이 왜 나를 데리고 갔는지는 모르겠다.
나이는 어렸지만 한 학년 위였던 OO는 골초였다. 가게에 갈 때면 그녀가 집 모퉁이에서 무료 카지노 게임를 빠는 모습을 종종 목격했다. 그 폼이 제법 어색하지 않은 게 흡연의 역사가 꽤 오래된 것 같았다. 그녀 부모님은 가게의 최애 고객이 딸이라는 걸 알았을까. 아무튼 너무 예뻐서 그녀가 애연가라는 것을 Y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기말고사를 치고 있을 때였다. 시험실에 OO가 보이지 않자 친구 놈이 가게로 가보자고 했다. 역시나 그녀는 손님 없는 가게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왜 학교에 오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녀가 침을 찍 뱉으며 정치가 어떻고 학내 민주화의 위기가 어떻고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았다. 그러면서 이런 시국에 어떻게 편히 시험을 보겠냐며, 자신은 시험을 치지 않는 것으로 민주화 운동에 동참하겠노라 했다. 뭐라고 했는지 지금은 전혀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다만 꽤 설득력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하다.
그녀가 담벼락에 무료 카지노 게임를 비벼 끄며 자신의 소리 없는 아우성에 동참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그녀를 좋아하는 Y는 망설임 없이 자신도 남은 시험을 치지 않겠다고 했다. (Y는 그녀가 원하면 자퇴도 했을 놈이다.) 둘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얼떨결에 나도 뜻을 같이 하겠노라 비장하게 말했다. 말은 그리 했지만 막상 다음날이 되면 마음이 약해지지 않을까, 그래서 약속을 지키지 못할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Y에게 돈을 뜯어 버스를 타고 집으로 내려갔다.
부산에 도착해 집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탔는데 맨 뒷좌석에 몰골이 꾀죄죄한 남매가 앉아 았었다. 머리는 언제 감았는지 부스스했고, 옷과 얼굴은 무척 더러웠다. 12살쯤 되어 보이는 누나는 깊이 잠들어 흔들리고 있었고, 7살가량의 남동생은 누나의 손을 꼭 잡고 졸았다 깼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어린 남동생이었지만 누나를 보호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보였다.
순간 부끄러워졌다. 저 거지 같은 아이는 누나를 지키기 위해 잠을 이기고 있는데 무료 카지노 게임의 어쭙잖은 논리에 시험을 포기한 나, 내가 지키려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자문에 대한 답은 없었다. 다행히 F학점은 면했지만 그렇게 1학기 성적은 바닥을 쳤다.
Y 이놈이 시험에 다 응시했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비겁하다. 나만 삽질했다. 그는 미안하다며 비싼 밥을 살 테니 OO에게는 비밀로 해 달라고 했다. 두 번 밥을 얻어먹고 나는 그를 용서했다. 그 후 Y가 아무리 졸라도 나는 무료 카지노 게임에 따라가지 않았다. 무료 카지노 게임 아가씨는 담배보다 더 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