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게임 장면들 - 2
그가 집에 들어온 건 밤 12가 훌쩍 넘어서였다. 저녁 촬영이 있는 날이면 항상 이 시간이다. 피곤하지만 내일 하루를 온전히 집에서 쉴 수 있어서 늦은 퇴근이 싫지만은 않았다.
집에 들어서니 영숙 씨와 아들은 이미 잠자리에 들었는지 불빛 하나 없다. 그래도 복도에 비치는 푸르스름한 달빛이 있어 완벽한 어둠은 아니었다.
조심조심 드레스룸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드레스룸을 복도에 두기 잘카지노 게임는 생각이 들었다. 영숙 씨가 잠잠한 것을 보니 잠이 깨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는 다락으로 올라가 불을 켰다. 어둠 속에서 다락만이 따뜻한 불빛에 감싸였다.
늦은 밤, 어둠의 집에 빛의 섬으로 동동 떠 있는 다락이 좋았다. TV 켜는 것을 잠시 미루고 음악을 낮은 볼륨으로 틀어 놓은 채 맥주 한 캔을 마셨다. 그에게 하루 중 가장 행복감이 고조되는 시간이었다.
다락의 낮은 쪽 창에 시선을 두다가 문득 저 창 아래에 앉은뱅이책상이라도 가져다 놓아야겠다고 생각카지노 게임. 카메라를 잡느라 그간 쓰지 못했던 글이 앉은뱅이책상 앞이라면 써질 것도 같아서였다.
얼마 전 양수리 조 소장과 소주를 마시며, 조 소장이 시를 쓰는 것을 응원해준 그는 젊은 시절 평론에 몰두하던 자신을 떠올렸다. 은퇴 후 카지노 게임와 함께 늙어갈 때 평론을 다시 하면 좋을 듯싶었다.
맥주를 한 캔 해서일까. 담배가 피우고 싶어진 그는 다락을 내려와 중정으로 나갔다.
중정에 나설 때마다 내 집이 아닌 동네 어디 즈음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한다. 자연석의 벽이 예전에 본 달동네의 석축 같았다. 중정 사이의 통로는 동네의 골목 같았고.
그래서 이곳에서 담배를 피울 때면 첫사랑의 집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며 초조함을 달래는 담배 한 모금이 떠오르고 잔뜩 취한 채 친구와 담벼락에 기대어 피우던 담배가 생각났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하늘을 보니 별이 총총카지노 게임. 낭만적이었다.
아침부터 남편은 아들과 캐치볼을 하러 나갔다. 집 앞마당에 있는 리트리버 마룬이는 주말 아침 산책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텐데 남편은 아들이 우선이었다. 아들 챙기는 아빠에게 뭐라 할 수도 없고, 결국 마룬이와 산책은 또 내 몫이 되었다.
마룬이가 대형견이라 집을 구할 때 걱정이 많았는데, 이 집은 3층인데도 집 앞에 널찍한 마당이 있었다. 외부는 외부인데, 천정이 있어 비를 맞지 않았다. 이건 딱 마룬이를 위한 마당이었다. 목줄을 하지 않고 풀어 놓을 수 있어 좋았다.
산책하고 왔는데도 남편과 아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는다. 시골로 이사 온 후부터 아들과 남편은 틈만 나면 밖에 나가 놀았다. 캐치볼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날이 더울 때는 북한강에 나가 수상스키도 탔다. 그들이 돌아오면 당장 배가 고프다고 난리 칠 게 뻔카지노 게임.
주방에 들어가 점심 준비를 서둘렀다. 주방에 서면 눈이 시원카지노 게임. 싱크대 때문에 창의 위치가 높은 대신 창이 길어 멀리 푯대봉과 하늘을 보는 맛이 있었다. 지금까지 두 계절을 보냈는데, 가장 기다려지는 것은 겨울이다. 눈이 내린 겨울 산의 풍경은 얼마나 멋질지.
타일 벽을 앞에 두고 음식을 만들던 때가 엊그제인데, 이제는 답답해서 그렇게는 못 할 듯싶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창밖으로 남편과 아들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서종중학교 운동장에서 놀다 오는 모양이다.
저녁에 위층에 사는 주인댁 부부를 초대했다. 진즉에 해야 했는데, 시골에 사니 주말이 더 바빴다. 마당에 만들어 놓은 플랜트박스에 모종도 심어야 했고, 동네를 여기저기 탐험하느라 주말이 어떻게 가는지 몰랐다. 캠핑 좋아하던 남편도 이곳에 온 이후로는 장비를 꺼내지도 않았다.
윗집 부부는 집 안은 부담스러웠는지 마당 평상에서 먹자고 했다. 곧 있으면 해가 질 텐데도 아직 낮의 열기가 남아 있어 불을 피우니 더웠다. 소나기가 내렸으면 더 운치가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남편이 불을 피우는 동안 나는 플랜트박스에 심어 놓은 상추와 고추를 뜯었다. 윗집에서는 술을 잔뜩 들고 왔다. 고기를 굽고 술을 마시고 밤늦도록 이야기가 이어졌다.
윗집 아주머니가 이 집에 대한 사연을 들려주었다. 원래는 당신 어머니를 이곳에 모시고 함께 살려고 했단다. 그래서 이렇게 마당을 만들고 평상도 둔 것인데, 오시지 않겠다고 고집부려 결국은 세를 줄 수밖에 없었단다. 그래도 이렇게 마당을 잘 써주는 사람이 와서 다행이라고 말해주니 고마웠다.
나도 윗집 아주머니에게 고백처럼 이야기카지노 게임.
“전 도시를 떠나 산다는 것이 솔직히 두려웠어요. 한번 떠나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서요. 몇 개월 살아보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여기 이 집에서 사는 게 즐거워졌어요.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생기고요. 그래서 다시 도시로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이 집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윗집 부부는 빙그레 웃으며, “같이 오래오래 살아요”라고 말해주었다.
가끔 서종으로 아들 친구 엄마들과 밥을 먹으러 오는 윤기 엄마는 얼마 전에 스치듯 지나치며 눈에 들어왔던 건물에 가보기로 했다. 하얀 외관의 건물이었는데, 집인지 미술관인지 카지노 게임인지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1층에 파스타 집이 있는 것은 확인했는데, 서종에 파스타 집이 없어 마침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오늘 같이 가는 두 엄마에게 파스타 어떠냐고 물어보니 좋다고 카지노 게임.
서종으로 밥을 먹으러 가는 이유는 살고 있는 남양주와 가깝고 가는 길이 정말 예뻐서였다. 한강을 따라 길 변에는 나지막한 산과 숲이 이어져 잠깐이지만 어디 한적한 시골에 가는 기분이 들어 설렜다.
양수리를 지나 서종에 들어서니 붉은색 덩어리의 미술관이 보였다. 엄마들과 꼭 한번 가보자고 했던 곳인데, 오늘 밥 먹고 오는 길에 들리자고 수다를 떤다.
서종면사무소를 지나니 저 앞에 하얀색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특이하게 생긴 건물이었다. 3~4층은 사무실인지 집인지 알 수 없었고 2층에는 길쭉한 콘크리트 벽이 뱀처럼 건물을 휘감고 카지노 게임다. 주차장부터 건물의 안쪽까지 파란 잔디가 깔려 카지노 게임다. 숲과 강을 보며 오다가 문호리 시내에 들어와서는 온통 회색빛이었는데 이곳만 하얗고 푸르렀다.
잔디를 따라 걸어 들어가니 안쪽에 파스타 집이 보였다. 파스타 집 앞마당에는 기다란 콘크리트 벤치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줄지어 앉아 있었다. 아뿔싸, 대기 줄인 듯싶었다. 이왕 왔으니 기다렸다 먹기로 하고 콘크리트 벤치에 앉았다. 다행히 벤치 뒤의 콘크리트 담장이 높아서 해를 가려준다. 담장에 구멍이 뚫려 있어서 바람이 시원했다.
몇몇 꼬마들은 마당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고양이가 귀여운지 주위를 둘러싸고 있고, 연인으로 보이는 커플은 벤치에 앉아 연신 셀카를 찍고 있었다.
새들이 연신 마당을 가로지르며 낮게 날아다니고 있었는데, 빠르고 날렵했다. 궁금해서 날아간 곳으로 가보니 둥지가 있었다. 제비였다. 처마 밑에 조그맣게 달라붙어 있는 둥지에는 더 조그만 아기 새들이 어미 새에게 먹이를 받아먹고 있었다. 정말 오랜 시간 동안 볼 수 없었던 제비였다. 어린 시절에는 참 흔하던 제비가 왜 사라진 걸까? 반가운 마음에 엄마들과 제비를 주제로 폭풍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그녀들의 차례가 되었다.
기다렸다기보다는 즐겼다고 해야 할까? 유쾌한 기분으로 밥을 먹고 있는데, 서빙을 하던 종업원이 식사는 어떠시냐고 묻는다.
“아, 여기 밥도 맛있고 공간도 참 좋네요.”
“식사하시고 시간 괜찮으시면 2층에도 가보세요.”
이유를 물으니, 2층에 은 공방이 있는데, 오늘 플리마켓을 하고 있으니 구경삼아 가보라는 것이었다.
2층은 건물 안이 아닌 잔디마당에서 계단으로 오르게 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1, 2층의 모든 상가는 잔디마당을 이용해 진입했다. 잔디마당에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야외의 로비인 셈이었다.
2층 공방에 들어서니 내부가 복층이었다. 2개 층 높이의 창이 시원했고 덕분에 내부는 밝았다. 여기도 전면에 꽤 넓은 잔디마당이 있었다. 마당에 돗자리를 깔아 놓고 은세공 액세서리를 팔고 있었는데, 은근 장터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났다.
엄마들과 한참 있었나 보다. 벌써 애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 다 되었다. 미술관은 아쉽지만 다음에 가기로 카지노 게임.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참 기분 좋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왔노라고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다음에는 애들도 데려오자고 약속카지노 게임. 아이들에게 제비를 꼭 보여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