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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의 건축가 투닷 Feb 14. 2025

상가주택 '기연가' _ 건축주의 후일담

건축주의 후일담

늘 그렇듯 무료 카지노 게임(문호리)에서 회사(서울 문래동)로 출근하는 중이었다. 막히는 길 위에서 조병규 소장님의 전화를 받았다. 6개월 만에 초고를 끝냈다는 소식과 함께 간단한 후일담이나 에피소드를 책에 싣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집필 중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나의 궁금증이 그를 방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참고 있던 차였다.

무료 카지노 게임에 대한 사랑일까, 평소 블로그에서 읽던 그의 필심 때문일까, 초고를 순식간에 다 읽었다. 독서와 함께 한 술 때문인지 감정이 말랑말랑해졌다. 후일담에 대한 대책은 아무것도 없으면서 감정만 가득 차버렸다.

3월 이른 봄, 한국일보 〈집 공간 사람〉 코너에 나와 조 소장님의 유튜브 인터뷰와 함께 상가주택 무료 카지노 게임가 소개되었다. 그때 당시 출연을 망설이던 내게 조 소장님의 설득이 있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와 함께 둘이서 좋은 추억 만들어요.”

어떻게 쓰일지 모를 나의 미숙한 글은 또 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을까? 무료 카지노 게임와 함께한 지 6개월이 지나고 있는 지금, 기억의 사진을 한 장씩 꺼내어 일기처럼 써보려 한다.


만남 그리고 우문현답

날짜는 정확하지 않지만, 시간은 저녁 7시 30분으로 기억한다. 술 냄새가 났고 그의 눈은 초점을 잃어 보였다.

“올해는 모든 스케줄이 다 차 있어서 안타깝지만 설계를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궁금한 것이 많을 테니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술 냄새와 섞인 배려 있는 그의 말 한마디가 블로그에 올린 그의 포트폴리오보다 믿음을 주었다.

시간이 지나 우리는 다시 만났고, 미팅에서 나는 어리석은 질문을 던졌다.

“저는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라서 빛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무료 카지노 게임은 어떤 것에 집중해서 작업 하시나요?”

무료 카지노 게임은 이렇게 답했다.

“전 건축주와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도면으로 말을 건네고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그렇게 소통의 시간이 쌓이면 서로를 신뢰하게 되고 결과물은 보통 만족스럽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꺼낸 질문이 잘난 체였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윈도우 시트 옆으로 통 큰 ㄱ자 모서리 창과 복도를 따라 긴 13개의 창문을 가지고 있다. 모서리 창으로 겨울의 눈과 벚꽃을 즐겼고, 지금은 여름의 강렬함을 본다. 세로로 긴 창으로는 ‘빛’의 흐름에 따른 그림자의 기울어짐과 시간의 지남을 본다. 잘난 체의 참사로 시작된 나의 어리석은 질문에 소통과 믿음이 쌓이면 ‘빛’의 결과물로 만들어진다는 현명한 답을 현실에 보여준 것이다.

나는 윈도우 시트 끝 모서리 창 쪽에 앉는 걸 좋아한다. 사랑하는 나의 아내도 나와 같다.


애견인

9월의 무료 카지노 게임는 마무리 공사로 한창이다. 임대 공간 베란다에는 인조잔디가 깔리고 있고, 1층 주차장에는 진짜 잔디를 깔고 있다.

정원 가꾸기를 좋아하는 아내는 자기의 베란다에 함께할 식물 친구들을 고르느라 고심 중이고, 나는 나만의 공간인 다락에 놓을 영상 장비와 오디오 세트를 고민 중이다.

15살 노견 콩심이가 음식도 끊고 일어나지를 못한다. 20% 남은 시력으로 눈만 겨우 맞출 뿐이다. 배변을 못 가리니 콩심이의 공간은 전쟁터로 바뀌고 새집에서 함께할 콩심이와의 동거가 걱정이라는 아내의 말에 화를 내보는 척하지만 나도 마찬가지다.

엄마 아빠의 걱정거리를 덜어주려는 듯 효녀 콩심이는 9월 19일 저녁에 우리 곁을 떠났다. 다음 날은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콩심이를 작은 단지 속에 넣고 보자기에 싸서 집으로 왔다. 조금만 더 같이 있고 싶었다. 아내는 보내주자 했지만, 나는 아직 보낼 수 없었다.

그날 저녁, 무료 카지노 게임이 콩심이 이야기를 들었다며 술을 청했다. 콩심이를 생각하며 비 오는 저녁에 우리는 대취했다.

아침에 콩심이의 유품을 정리했다. 보이지 않으면 괜찮을 듯싶어서였다. 한 번도 사용하지 못한 목줄, 영양제 등을 챙겨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마룬이에게 필요할까요?”

아무리 새 물건이라도 무지개다리를 막 건넌 아이의 물건이라 부담될 수도 있었을 텐데 소장님은 흔쾌히 받았다. 소장님의 애견 ‘마룬이’도 노견이었다. 그래서 무료 카지노 게임에서 함께 보낼 콩심이와의 생활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소장님의 페북에서 콩심이 목줄을 하고 두물머리를 산책하는 마룬이를 보았다. 마룬이의 웃는 모습에 콩심이가 보였다. 콩심이는 우리를 떠났지만, 무료 카지노 게임를 설계한 조소장과 함께 살고 있었다.

“마룬아, 콩심이 몫까지 오래 살아라!”

무료 카지노 게임콩심이의 목줄과 하네스를 하고 있는 마룬이


삼인행

“저 만의 공간이 필요합니다.”

소장님에게 간곡히 부탁드렸고 그래서 탄생한 곳이 다락이다. 나는 이곳을 삼인행이라 부른다. 내 키와 다른 높이를 가지고 있어 불편하고 춥지만 나는 이곳을 사랑한다.

‘三人行 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

《논어》 〈숙이편〉에 나오는 말이다.

“세 사람이 길을 같이 걸어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 좋은 것은 본받고 나쁜 것은 살펴 스스로 고쳐야 한다. 좋은 것은 좇고 나쁜 것은 고치니 좋은 것도 스승이 될 수 있고, 나쁜 것도 나의 스승이 될 수 있다.”

무료 카지노 게임의 집 1층에는 단열도 되지 않고 겨우 합판으로 마감한 ‘살롱’이라는 공간이 있다. 덥고 춥고 좁아서 불편하지만 아늑하고 무엇이든 가능한 장소였다. 무료 카지노 게임은 그곳에서 유튜브를 찍고 사람과의 관계를 돈독히 했으며, 술을 마시고, 추억을 만들었다. 내게도 살롱은 즐거운 장소이자 깨닫는 장소였다. 나의 다락과 닮아 있었다.

소장님의 집에 ‘살롱’이 있다면, 기연가에는 ‘삼인행’이 있다.


국화꽃 두 송이

무료 카지노 게임의 사용승인은 지난했고 스트레스가 많았다. 그래서 사용승인이 끝났을 때, 무료 카지노 게임에 참전한 전우들의 기쁨은 누구보다 컸다. 전우들이 다 모여 사용승인을 마친 기쁨을 나누었고, 우리는 감사의 의미를 담아 눈높이 선물을 드렸다.

무료 카지노 게임의 타일 선택을 위해 업체를 방문했을 때, 소장님은 컬러풀한 반바지, 노란색 반팔티 차림에 베이지색 에코백을 메고 있었다. 그 모습을 기억했는지 아내는 소장님 선물로 에코백을 선택했고, 그녀의 선택은 옳았다. 사실 내 선택은 모자였다. 민머리에 모자라니. 구태의연한 생각이었다. 만족해하는 소장님을 보고 내 선택이 묻힌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기쁨의 파티는 동네의 허름한 노래주점으로 이어졌고, 순서를 기다리는 무료 카지노 게임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끄러운 상황 속에서 왜 그런 말을 꺼냈을까? 진지한 위로보다는 진심의 위로를 전하는 데 분위기는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의 이야기가 끝나고 무료 카지노 게임은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볼을 거치지 않고 바닥으로 직접 떨어지는 남자의 눈물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약간 덜 잠긴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크기와 양이었다. 그는 이내 전우들의 흥을 깰까 싶었는지 모습을 추슬렀다.

기연가 설계가 시작된 1월의 어느 날, 소장님의 어머니가 영면하셨다. 기연가 사용승인을 앞둔 추석 즈음에는 소장님의 아버지도 영면하셨다. 힘들었으리라. 그에게 기연가는 ‘전리품’이고 또한 부모님께 올리는 ‘전상서’가 아니었을까. 다락(삼인행) 꼬마책상에서 감사의 마음을 담아 국화꽃 두 송이를 올렸다.


호형호제

지금 기연가 2층에는 골프 레슨숍이, 3층에는 호주에서 온 신혼부부가 살고 있다. 두 가족 모두 착하고 각자의 삶에 충실해 보인다. 삼인행의 뜻과 의미를 생각하며, 그들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어렸을 때, 눈치를 주던 주인집 할아버지처럼 되지는 말자 다짐했다.

“감독님, 이제 감리비까지 모두 정산이 끝났으니 우리 계약관계는 종료되었어요. 이제는 형님이라 부를게요.”

무료 카지노 게임이 말했다. 형, 동생 만들기를 버릇처럼 좋아하는 그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으리라.

소장님은 건축학과 교수이자 시인이며 작가이자 전문 방송인이다. 그런 스펙과 능력 있는 사람이 형이라고 부른단다. 머리가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계급사회에 익숙한 내게 소장님은 CFO 정도의 체감으로 다가온다. 나는 지금 방송을 가장한 유통회사에 27년간 근무 중이다. 호형호제에 익숙하지 못한 까닭은 오랜 조직 생활의 위계에 물든 탓이 아닐까 싶다. 사회적 통념이나 법적, 도덕적으로 그는 동생이 맞다. 닫힌 내 마음이 문제다.

무료 카지노 게임가 완공되고 조 소장님은 지난날을 돌아보며 시를 선물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 시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다.


손잡고 함께 했던 여행의

끝이 보이네요

저기 당신이 꿈꾸던 집이 있어요

우리가 함께했던 까닭이

저 집이었는데

종착지에 다다르니 당신이 보이네요


자연스러움 속에서 노력해보려 한다.

후일담을 마치며 생각나는 마지막 어휘는 ‘병규야 고마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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