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지만 멋진 카지노 쿠폰
This is my life!
<월간 오글오글은 글쓰기 모임 오글오글 작가들이 매월 같은 주제로 발행하는 매거진입니다. 4월호 주제는 ‘몰입’입니다.
요즘 내 생활을 아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은 내가 글쓰기에 몰입 중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후후. 천만의 말씀. 난 그렇게 뻔한 카지노 쿠폰이 아니다.
나에게 읽고 쓰는 일은, 몰입이라는 이 ‘특별한 주제’에 부합할 만큼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이제 나의 생활이다. 아, 글쓰기가 생활이라니! 이런 말을 하는 나 자신이 너무 멋지다. 미친것 같은가? 뭐 어때. 인생은 기세로 사는 거다.
This is my life!
그렇다면 나는 무엇에 몰입하고 있을까.
처음 들어 본 카지노 쿠폰도 있겠고 직접 경험한 이도 있을 터이다. 어쩌면 4년 전 이것의 개발사인 크래프톤이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을 때 뉴스로 접했을 수도 있다. 여담이지만 그때 소량의 주식을 할당받아 치킨값을 벌었던 즐거운 기억이 떠오른다.
‘위너, 위너, 치킨 디너’(그것의 주제곡)
그렇다. 나는 게임에 몰입 중이다. 게임의 이름은 바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이 게임은 ‘딸과 소통하기’라는 명분으로 시작되었다. 지난 방학, 사춘기 딸과 어떤 주제로 즐겁게 소통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게임으로 접점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접점이 ‘소년이 온다’ 혹은 ‘데미안’과 같은 문학 작품이면 좋으련만, 책 얘기만 꺼내도 한 발짝 물러서는 아이를 보며 마음을 고쳐먹었다.
사실 내 게임의 역사는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작은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II’’라는 RPG 게임(Role Playing Game)이었다. ‘스타크래프트’처럼 명석한 두뇌를 바탕으로 적진을 향해 나아가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은 내 흥미를 끌지 못했다. 반면 캐릭터를 육성해 괴물을 때려잡는 RPG 게임이 나를 사로잡았다.
캐릭터는 언제나 ‘마법사’였다. 얼음 폭풍을 시전해 ‘몹’을 소탕하고, 염력으로 순간이동을 할 때면 진짜 마법사가 된 듯 신이 났다. 이후 여러 RPG 게임을 거치며 꽤 오랜 시간 다양한 ‘성장’을 거듭했지만, 아이의 탄생과 함께 내 게임 역사는 막을 내렸다. 그리고 1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서야 다시 화려하게 부활했다.
아이가 그 게임을 처음 입에 올렸을 때, 나는 직감했다. 나도 곧 빠져들게 될 거라는 걸. 언젠가 총을 한번 잡아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세월의 풍파로 쇠약해진 감각 탓에 PC 게임은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았지만 모바일로는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핸드폰에 게임을 설치하고 간단히 조작법을 익힌 다음, 실전으로 들어갔다. 한 판, 두 판, 세 판. 횟수를 거듭할수록 손끝은 빨라졌고, 승률은 올라갔다.나는 주로 작은 지형에서 홀로 하는 플레이를 선호하는데, 게임 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재빠르게 낙하산을 펼치고 폐건물에 들어간 다음, 각종 무기를 장착한다. 적의 발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쪼여 든다. 섣불리 움직였다간 적이 쏜 한 발에 골로 가기 십상이다. 인내한다. 적의 위치를 파악한다. 마침내 적을 발견하면 탕! 탕! 탕!
1등이다. 30명과 함께 게임을 했을 때, 평균 5명을 저세상으로 보내고 차지한 1등이니, 성적도 나쁘지 않다.
아이의 눈빛에 ‘존경’ 섞인 감정이 느껴졌다. 본인이 겨우 한 번 승리할 때, 엄마는 열 번을 이기니 그럴 수밖에. 본인의 초라한 의복에 비해 화려한 커스텀 의상을 여러 벌 가지고 있는 엄마가 대단해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게임이라는 접점 하나를 만들었다.
그런데 나의 몰입은 언제나 짧고 굵다. 집중해서 한 두 판 이기고 나면 개운하게 게임을 종료한다. 졌다고 집착하고 이겼다고 계속하면 더 이상 몰입의 기쁨을 느낄 수 없다. 게임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순간, 중독이라는 늪에 빠져버린다. 내가 이렇게 몰입과 절제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멋진 사람이다.
그래서 내가 요즘 무엇에 몰입하고 있다고?
진실을 말하자면, 나는 매우 뻔한 카지노 쿠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