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Collage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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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 Mar 06. 2025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와 알고리즘 그리고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렸을 때 매일 저녁부터 새벽까지 혼자 있노라면,

고요한 방에서 혼자 있다는 사실이 외롭고 무서웠다.

그럴 때면 항상 카지노 게임를 붙잡고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서

그곳에서 매일 쏟아지는 새로운 정보들을 알아가는 걸 제일 좋아했다.


사소하게는 '호두를 반으로 갈랐더니 안이 하트 모양이라 참 예뻤다' 같은 글이나,

다른 나라에서 문화라는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는 심각하고 잔인한 범죄들,

세상에서 가장 소소하지만 커다란 사랑들과 세상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분노들까지.


그런 이야기들을 보고 다양한 방식으로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보면,

다른 장소와 시간에서 사람들이 살아있는 게 느껴져서 세상에 혼자 남겨진 무서운 기분을 덜어낼 수 있었다.

현대에 이르러선 카지노 게임보다 더 작은 화면으로 편리하게 모든 세상을 알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지금 시대의 나라면 정말 무섭지 않을 수 있었을까? 생각하곤 한다.


일례로 나는 한 아이돌의 이벤트에 참가하기 위해 카지노 게임를 켜 트위터를 가입했다.

그리고 검색 몇 번과 몇 번의 팔로잉 후, 나의 모든 타임라인은 아이돌과 관련된 글만 가득해져

그와 관련되지 않은 다른 글들은 전혀 보이지 않게 되어 내심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 그 아이돌의 멤버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어 팬들끼리 나뉘어 논쟁이 있었는데,

다시 모든 타임라인은 그 해당 멤버에 대한 글과 여러 사람들의 주장과 해명,

종극에는 그 모든 것에 대한 (내 기준에서는 과하다고 생각되는) 잔인하고 날카로운 비난과

그 모든 것에 지치고 피곤해져 더 이상 생각하기 싫어 질려버려 우울해진 나만 남아있었다.


나는 여전히 카지노 게임로 새로운 무언가를 알아보고 검색하는 것을 즐긴다.

모르는 어떤 것을 방구석에서 편하게 알 수 있게 되는 건 참 감사하고 놀라운 일이다.

예전에는 카지노 게임와 스마트폰의 역할이 조금 달라 스마트폰의 거짓 정보도 카지노 게임로 검색해 보면 쉽게 간파할 수 있었지만,

요즘에 이르러선 그 둘이 연동되어서 상품을 추천하는 글도, 책의 서평도, 고민에 대한 해결책도 <알고리즘 광고에 묶여 진실과 거짓을 판단하는 것이 정말 어려워졌다.

하다못해 지금 관심 있어하는 여러 주제가 정말로 좋아해서 찾아보는 것인지,

어떤 모르는 거대한 흐름에 의해 내가 좋아하게 만들어진 것인지 고민하다 보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현대 사회에는 어린 시절 외로움과 무서움 속에 카지노 게임를 켜야 했던 내가 많아졌다.

그리고 슬프게도 그들은 자신이 즐겁게 대화하고 있는 상대도, 논쟁을 벌이며 뜨겁게 싸우고 있는 상대도 사람인지 기계인지부터 먼저 의심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알고 보면 나의 인정도, 반성도, 깨달음도 전부 나의 검색 기록에 기반한 알고리즘에 갇혀 내가 보고 싶은 세상만 보고 있는 건 아닐까 가끔 마음이 서늘해질 때가 있다.

카지노 게임로 사람의 온기를 느끼기 참 어려운 시대가 와버린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싶어 하고,

현대에 이르러선 그 과정이 더더욱 나올 수 없는 깊은 늪이 되어버린 기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이 무언가를 찾아보고 다각도로 생각하려는 사람을 피곤한 사람, 예민한 사람으로 치부하고,

서로를 감시하며 불편하게 만들고 당연한 불신을 기반으로 돌아가는 사회가 무섭다.


수많은 정보는 여전히 카지노 게임 안에 존재하며 움직이며 그것들은 우리에게 원하는 것을 쥐여준다.

많은 지식인들이 카지노 게임, 알고리즘, AI, 스마트폰에 대한 경고를 하지만 우리에겐 그것에 대해 생각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가끔은 현대 사회는 발전을 강요하며 사람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음으로써, 그들을 멍청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면 섬뜩하다.

그리고 그 흐름을 거스르기 위해선 스스로 생각하며 남들이 말하는 '불편하고 예민한 사람이 될 수 있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카지노 게임에 어떤 자극적인 주제에 대한 글을 본다면 먼저 눈을 감고 내가 드는 생각부터 정리하고 판단해 보자.

누군가 적은 유머 글을 보고 불편할 수도 있고, 사건을 보고 분노할 수도, 그냥 넘겨버리고 싶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제 자체에 매몰되지 않고,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하며, 다각도로 생각하며 '댓글 상단이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을 세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은 항상 두려움을 갖고 스스로 새로운 것을 찾아가며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카지노 게임의 부속품이 아닌, 그것을 만든 인류로서 비판적 사고를 통해 더 올바른 정보를 선택하고 활용하여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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