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가볍게 즐길 수 있었던 카지노 게임
그날은 아마 주인공의 생에 최고의 저녁이었을 것이다.
정체 모를 본인을 '경찰'이라 주장하는 한 남자가 오기 전까지.
그리고 계속해서 10분 전으로 계속해서 돌아간다.
계속해서 반복해야 하는 대화, 풀리지 않는 의문, 계속 '실패'한다고 느꼈던 순간부터 다시 돌아오는 저녁.
'경찰'의 정체는 무엇인지, 남자는 왜 자꾸 같은 시간에 갇혀있는 건지, 아내의 과거는 대체 무엇인지.
하지만 반복되는 '대화'에서 힌트를 찾아 단서를 찾다 보면,점점 실마리가 풀려가는데
반복되는 10분과 정해진 비극을 막기 위해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어떤 남자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이해하면 무서운 이야기, 나폴리탄괴담, 레딧, 2ch괴담 등
어쩐지 읽을수록 자신의 상상력과 생각을 멈출 수 없어 괜히 더 무섭게 느껴지는 이야기들..
그런 괴담을 좋아했다면 이 카지노 게임을 추천한다.
왜냐하면, 이 카지노 게임도 곱씹어 볼수록,
플레이어가 상상력을 더 발휘할수록 스스로 섬뜩 소름이 돋는 카지노 게임이기 때문이다.
영화나 만화, 심지어 노래나 뮤직비디오에서도 타임 루프 소재를 심심치 않게 쓰는 것을 본다.
타임루프물, 분명 매력적인 소재지만 사실 그렇게 쓰기 쉬운 소재는 아니다.
특히나 시간선이 이리저리 흐트러진 이야기들을 하나로 모아 오면서 보는 사람에게 재미가 있어야 하지만,
얼기설기 짜인 각각의 재밌는 이야기들을 결국 하나의 큰 이야기로 모으는데 실패해서
큰 구멍을 대충 '시간 여행이니까' 아무렇게 메꿔버리는 경우를 종종 봐왔기 때문에
사실 나는 그렇게 선호하는 장르는 아니다.
평소 재밌는 카지노 게임을 많이 알고 있는 친구가 재밌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며
강력 추천을 해줘서 밤에 화면공유를 띄워놓으며 다 같이 플레이했다.
이 카지노 게임은, 카지노 게임 내의 10분과 플레이어의 10분이 리얼타임으로 같이 흘러간다.
스토리를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플레이 타임은 7시간 정도 소요되며
약... 65번의 타임 루프를 했던 것 같다.
계속해서 타임 루프를 쌓을 때마다 선택지의 대화가 조금씩 바뀌는 인터랙티브 무비적 요소가 카지노 게임에 있다.
도전과제는 트웰브 미닛이란 이름에 맞춘 듯 총 12개이며 엔딩은 총 4개다.
나머지 도전과제는 미묘하게 계속 바뀌는 방의 '그림'보기,특정 분기에서 특정 행동하기.. 등등이 있다.
개인적인 아쉬움은 엔딩이 12개가 있고, 특정 행동 12개로 24개의 도전과제로 이루어져 있었으면
카지노 게임의 이름과 이어지며재밌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지만
개발자가 혼자 만든 인디카지노 게임이라고 하니 아쉬움은 묻어둬야 할 것 같다.
카지노 게임 내 시점은 독특하게도 탑 뷰로 진행된다.
시점이 천장에 붙어있다고 표현하면 맞을 듯하다.
보통은 3인칭 FPS 시점, 혹은 숄더 뷰에 익숙해져 있던 터라,
처음엔 다소 답답함이 느껴졌는데 카지노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니
탑뷰로 카지노 게임의 시점을 맞춘 게 참 괜찮은 전략이라느껴졌다.
카지노 게임의 공포적인 분위기와반복되는 시간에서 느껴지는 주인공의 무력감을 위에서 바라보는 시점으로
녹여내어 플레이어가 오히려 더 몰입해서 느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늦은 밤에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같이 플레이하면 더 재밌게 플레이할 수 있다.
공포 카지노 게임 및 스토리 카지노 게임의 특성상 여러 '상징'들이 사용되는데
그 상징을 생각하고 추리하면서플레이하는 재미가 있다.
나는 퍼즐 맞추는 데는 영 소질이 없어친구들의 훈수 아닌 훈수를 들으며같이 플레이를 했다.
혼자 플레이를 하기엔초반 실마리를 잡아가고
플레이어가 직접 스토리라인을 쌓는 1~2시간이 루즈하게 느껴질 수 있다.
같이 플레이하던 친구들도 살짝 지루함을 느껴갈 때쯤..
정확히 그때부터 쌓아왔던 카지노 게임의 이야기흐름이 어느 정도 풀리면서
다 같이 집중해서 카지노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다.
심지어 스토리에 대한 토론까지 하고 미묘하게 달라지는카지노 게임 내 인테리어나 대사까지 서로 집어내며
이야기를 파헤치니 이때부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플레이를 했다.
엔딩을 볼 때마다 맞춰지는 시계의 겉무늬들 절대 1회 차 엔딩으로는 볼 수 없다
이 카지노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무언갈 '가르치고'싶어 하지 않는다.
또한 무언갈 '깨닫게'해주진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좋다.
수많은 인터랙티브 장르 카지노 게임은 항상 플레이어에게 무언갈 알려주려고 하고 감동을 주고 싶어 하는데
그 의도가 드러나는 순간 약간 김 빠지는 기분이 있었다.
결국 제작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거였고 그 이야기에 놀아난 기분을 가끔씩 받게 되는데,
이 카지노 게임에선 그냥 내가 생각하는 스토리대로 생각하면 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내가 상상하는 스토리라인, 내가 생각하는 '진실'이 이 카지노 게임의 스토리가 되고 진실이 된다.
세상이 점점 빨라지고 명확한 걸 요구하게 되고
사람들은 '사이다'같은 결말, 시원한 흐름, 명확하게 밝혀지는 '선' '악' '진실' '거짓'을 선호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나 혼자 과거로 갔는데 나는 다 알고 있어서 무적이라던가,
시원하게 이야기를 풀면서 이것이 반전이며 이 숨겨진 이야기는 사실 이것이었습니다!
하고 명확히 알려주는 매체가 쏟아진다. 그리고 그게 수요가 많다.
물론 이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답답할 때는 시원하게 터지는 소위 '사이다'스토리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많은 사람들이 답답함을 힘겨워하는 시대가 되어그런 매체가 유행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카지노 게임은 '사이다'같은 결말과 말끔하게 떨어지는 "결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호가 많을 것이다.
이 카지노 게임은 사람들이 말하는 '고구마'엔딩에 가깝다.
나도 이 카지노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아니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라고 이야기했는데,
결론이 중요할까?
학교 다녔을 때 밤늦게 몰래 친구들과 알음알음 공유하던 무서운 괴담처럼 계속해서 내가 생각할수록,
상상할수록, 의미를 부여할수록 계속해서 재밌다면 그게 제작자가 원하는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