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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필우입니다 Jan 11. 2025

자발적 유배지에서 생긴 일

윤회輪廻가 있다면

<a href="https://kr.freepik.com/free-photo/breathtaking-shot-sea-dark-purple-sky-filled-with-stars_11342925.htm#fromView=keyword&page=1&position=43&uuid=32a48067-9d3a-48b2-a6c7-5d61649dc8d9"작가 wirestock 출처 Freepik</a




막내 처제가 장인장모를 모시고 해외여행을 간단다. 내심 효심 어린 기특한 마음을 반겼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벌어졌다. 처가 모두의 시선이 빈둥빈둥 두벌잠을 즐기는 내게 꽂혔다. 두꺼운 입술에 소프라노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처제의 목소리와 《수호지》에서 다혈질의 정의파 이규의 모습을 상상케 하는 아내가 암묵적으로 보내는 살을 더 버티지 못했다.


결국 유배를 자처했다. 머리 식히며 책이나 실컷 읽으라는 아내의 말에 서러움도 잠시, 정말이지 억울함이 도를 넘자 화가 치밀었지만 겨우 참았다. 수소, 암소, 새끼 밴 소와 송아지 도합 40여 마리, 염소 10여 마리, 닭 30여 마리, 며칠 전 부화에 성공한 병아리 무리, 개와 고양이 각각 3마리 등등 처갓집이 아니라 동물나라다. 장모는 한술 더 떠 갓 태어난 염소가 뒷다리에 힘이 없어 어미젖을 먹지 못하니 죽으면 어디다 묻어버리라고 한다. 이런 무지막지한 임무라니…….


사닥다리 하나 오르면 하늘에 닿을 것 같은 첫 집,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과 한 마장 가량 떨어진 산속, 찾는 이 없는 외로운 외딴섬, 호랑나비 노랑나비 햇살 타며 짝을 찾고, 솜병아리 엄마 품에 부등깃 친다. 고양이 하품 소리 들릴까 마당 가운데 살평상에 엎드려 책을 펼쳤다. 귓불을 스치는 바람은 잠을 부채질하는 나른한 미약이었다. 애써 책에 집중했다. 순간 까만 글씨가 겹쳐지며 매직아이로 변하더니 까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 한 마리가 나타났다. 왕진가방 챙기듯 따뜻한 물에 분유를 타 온라인 카지노 게임우리로 향했다. 쥐약을 먹고 죽어가던 강아지, 두 살 터울 동생의 죽음까지 기력을 다해 꺼져가던 기억들이 살아났다.


가느다란 숨으로 버티는 한 줌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고맙다. 어미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어쩔 줄 몰라 새끼 주위를 맴돈다. 겁 많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지만 세상의 어머니처럼 어미는 용감했다. 병원에 따라온 보호자처럼 옆에서 빤히 지켜보고 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눈동자가 네모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도대체 표정을 알 수 없다. 투명사각 속에 쩔쩔매는 내가 담겨 있다. 아기온라인 카지노 게임 입을 벌려 숟가락으로 떠 넣었다. 밖으로 흐르는 것이 반이다. 내 마음도 따라서 흐른다. 발버둥 치며 목에 힘을 주지만, 울음소리가 속으로 말려든다. 어미가 코와 입을 가져다 짧은 접촉으로 응원했다.



밤하늘에 애면글면 떠 있는 초승달이 투영된 아기온라인 카지노 게임 같다. 어미와 함께 부엌으로 데려왔다. 어미는 나와 나란히 해 새끼와 눈을 맞추고 있었다. 바닥에 눌어붙은 아기온라인 카지노 게임 뒷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손바닥으로 전달되는 생소하지만 부드러운 감촉, 곧 부러질 것 같은 다리뼈에 대체 온기라곤 없다. 간절한 마음으로 손목에 힘 조절을 하지만, 도저히 일어설 것 같지가 않다. 어미가 응원하듯 나를 올려다본다. 조막 머리에 힘을 주는 것을 보니 가느다란 희망이 보였다. 잠이 쏟아졌다.


맑은 공기가 코끝으로 스며들었다.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렸다. -막내 보낸 지 얼마나 됐다고…… 만약 잘못되면 나도 따라……- 방바닥에 머리를 옆으로 뉜 채 올려다보았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앉아 있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들고 싶었으나 힘이 없었다. 손을 가지런히 뻗어 어머니 무르팍에 댔다. 그리고 손가락 끝으로 툭 건드렸다. 어머니는 그제야 내 움직임을 알아채고 놀라는 것 같았다. 가까이 들어앉아 젖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온전히 어머니 눈과 마주칠 수 있었다. 입술을 움직여 배가 고프다고 했다. 긴 홍역을 어머니와 함께 치르고서야 살아날 수 있었다.


나달이 지났다. 아침에 깨어보니 아기염소가 입을 살짝 벌린 채 뻣뻣이 굳어 있었다. 고이 안아 막 태어난 아기를 산모에게 보여주듯 아기염소 마지막 모습을 어미에게 내밀었다. 어미는 사각의 눈동자로 나를 빤히 올려다본다. 내게 책임을 묻고 있었다. 코가 멍멍해지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결국 눈물이 고여 방울로 떨어졌다. 동물 앞에서 처음 보인 눈물이다. 병원 엘리베이터에서 굳어가는 어머니를 안고 눈물 흘리던 때가 떠올랐다. 이제 집에 가자며 새 옷으로 갈아입혔는데……. 윤회輪廻가 있다면 다음 생에는 건강하게 태어나라고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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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제각각 사연을 품은 싸라기별이 은하수를 이루었다. 저 별 중에 죽어서 영혼이 머문다는 영혼별이 있다고 들었다. 쌍안경을 가져와 밤하늘을 유영하듯 평상에 누웠다. 거꾸로 된 역삼각형 온라인 카지노 게임자리가 선명하다. 맞다! 플라톤의 제자들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자리를 ‘신들의 문’이라 불렀다는 기억을 반갑게 떠올린다. 이 땅의 고통에서 벗어난 영혼들이 저 문을 통해 천국으로 들어갔다고 믿었다. 어머니와 아기염소 모습이 차례차례 나타났다.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매한가지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어미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애끓는 울음이 오밤중까지 적신다. 그때마다 가슴에 메아리가 되어 애절하게 파고든다. 텃밭에서 잠든 아기온라인 카지노 게임 모습이 떠나질 않는다. 하늘은 내게 어떤 메시지를 남기고 싶어 이처럼 짧은 인연을 맺게 했을까. 탄생과 죽음, 음과 양, 낮과 밤, 그리고 자연의 순환……. 애써 무심했던 화두가 이어졌다. 아기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텃밭을 뛰어다니며 놀다가 아침을 맞았다.


삶은 유한하기에 아름답다. 죽을 수 있기에 아름답다니? 아이러니가 아닌가. 숨탄것의 삶이란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한 과정뿐인 것을. 생명의 탄생이 경이로우면 죽음 역시 자연스러운 일, 그래서 시간이 인생을 만드는 도구라고 하는가 보다. 지난날 맹물에 조약돌 삶듯 설렁설렁한 삶을 후회했다. 늙어간다는 것은 황혼의 낙조를 보는 것처럼 황홀하다고들 하는데, 죽을 때가 되어 인생을 후회하는 것보다 불행한 일이 있을까?


유배에서 풀려 돌아서는 길, 등 뒤에서 새끼 잃은 어미 온라인 카지노 게임 울음소리가 밤하늘에 울렸다. 하늘에 별 하나가 유난히 반짝이며 따라오고 있었다.(2015)


벌써 10년 전에 글이군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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