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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지노 쿠폰구슬 Apr 11. 2025

처절하게 아름다웠던 그 해 봄날

그때의 나는,

앞만 보고 걸었다.

아니, 앞쪽의 땅만 보고 걸었다.


곁눈질로 옆을 보면,

내 안에 무언가가 새어나가기라도 할 것처럼,

내겐 그럴 찰나의 시간조차 없다는 듯,

그렇게 잰걸음으로 종종 거리며 다녔다.


학교가 신촌이었는데,

지금도 신촌을 잘 모른다.


항상 가던 길로만 다녔고,

친구들과 밤새 논 적이 없으니

골목들에 즐비한 맛집, 술집들을 알 리 만무했다.


오죽하면

잘 노는 내 친구가,

"야, 학교가 신촌이 아닌 내가,

너보다 여길 더 많이 안다!!" 하고 면박을 줬으며,


교회 동생이 신촌에 왔다며

맛집 추천을 해달라는데,

아무것도 말해줄 수 없어서

멋쩍게 웃었겠는가.


그날도 그랬던 것 같다.

앞쪽 땅만 보고

빠른 걸음으로

수업을 들으러

백양로를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바람은 살짝 차가운 듯했지만,

등 뒤에 내리쬐는 햇살이 참 따스했던 날.


그래서 그랬나..

그날따라 백양로에 사람이 많았다.

늘 가던 길목에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살짝 피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순간

가슴이 찡.

머리가 멍.

눈앞이 흐려졌다.


언제 이렇게 벚꽃이 피었지.

목련은벌써 다 졌네.

우리 학교 본관에 담쟁이가 저렇게 많았었나.


나만 흑백이고,

내 주변은 팔레트 위 색색의 물감이다.


왜 나는 몰랐을까.

다들 저렇게 봄을 만끽하고 있는데...


그 시절

백양로 오른쪽 갈랫길 초입에

우두커니 서서

시린 가슴을 꾹꾹 누르던 내가

아직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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