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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별난 Feb 25. 2025

36화 줄타기

결과에 대한 과정을 보다

줄타기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며 방금 전 일을 떠올렸다. 깊은 생각에 빠져 있다가 문득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차 앞에서 소리쳤던 내 모습은 내가 아닌 것 같았다. 술이 확 깨면서 숙취가 몰려왔다. 머리가 깨질 듯 지끈거렸다. 마치 어둠이 무겁게 내려앉아 나를 짓누르고 있는 것만 같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 채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니, 어느새 당구장 근처에 와 있었다. 신우의 차가 주차돼 있는데, 당구장 불은 꺼져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단을 올라갔다. 철문은 닫혀 있었다. 손잡이를 돌려 보았지만, 조금도 돌아가지 않았다. 신우에게 전화를 하려는 그때, 전화가 울렸다.


‘따르릉.’

"언제 와?"

"갈 때 되면 갈게."

‘딸깍.’


지안 엄마의 목소리가 자다 깬 듯했다. 당구장도 닫혔고, 그래, 집이나 가자며 발걸음을 돌렸다.


‘삐리리~ 철컹.’


"도중이 형? 맞네. 형 목소리 들려서 나와봤는데. 전화하시지. 이 시간에 웬일이세요?"


"어, 친구랑 술 한잔하고 들렀어. 혼자 있어? 원강이는?"


"손님도 빨리 끊겨서 오늘 먼저 들어가라고 했어요."


"넌 문까지 잠가놓고 안에서 뭐 하고 있어? 판 벌어졌어?"


쪽방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을 보고 나는 하우스 도박판이 벌어진 건 아닌가 했다. 이 쪽방은 도박꾼들이 종종 모여 카드를 치는 공간이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 당구장을 계약할 때부터 이런쪽방이 있는 곳을 구했다고 한다. 도박판 장소를 제공하고, 시간당 방 대여비를 받는 방식으로 운영하려는 계획이었던 것이다. 이른바 ‘똥을 뗀다’는 말처럼, 커피나 담배 심부름도 하고, 소위 '재떨이' 역할도 하는 것이었다. 당구장 영업이익보다 이 쪽방이 주 수입원이었다. 영화에서 봤던 장면이 동네 소규모 당구장 쪽방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뇨. 혼자 있어요. 저 상황 걸렸잖아요."


"뭔 상황?"


"형님, 커피 한 잔 드실래요?"


카지노 가입 쿠폰 커피 한 잔을 뽑아주고 쪽방으로 들어갔다. 따라 들어가니 컴퓨터 화면이 보였다. 그제야 신우가 인터넷 도박으로 많은 돈을 잃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상황’이라고 표현한 걸 보니, 꽤나 큰돈을 잃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얼마 잃었는데?"


"현재 2천만 원 빠뜨리고, 충전한 상태예요. 입금 처리 기다리고 있어요."


"......"


금액에 놀랐지만,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얜 2천만 원을 잃은 사람 같지 않게 왜 이리 차분해 보이는 걸까?’


잠시 후, 사이트 화면에 1천만 원이 입금되었다.


"후우..."


신우는 짧게 숨을 가다듬고 마우스를 쥐었다. 사이트에 진행되고 있는 여러 게임방의 출목표를 훑어보며 기록을 살펴봤다. 그 예전 카지노의 바카라 테이블에서 사람들이 기록하던 것이었다. 신우는 이제 베팅할 방을 고르고, 마치 결정을 내린 듯 빠르게 선택을 끝내고 베팅을 시작했다.


기본 베팅이 100만 원이었다. 1~2분이면 끝나는 이 게임에서 백 단위의 금액을 거는 모습에 나는 숨이 막힐 정도였다. 한 번, 한 번의 베팅이 내게는 너무 커서 심장이 조여 오는 느낌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점점 더 숨을 죽이며 긴박한 순간을 지켜봤다. 한 시간 정도 지나고, 신우는 80만 원만 남았다. 2,920만 원을 잃은 상태인데, 그는 여전히 흔들림이 없었다. 난 그의 차분한 태도 이해되지 않았다.


‘왜 괜찮은 거지? 숨이 막히고 답답해야 하는 거 아닌가? 왜 이렇게 차분한 거지?’


"도중이 형, 올인할 건데 어디에 깔까?"


"어...?"


나는 뭐라 대답할지 몰랐다. 잠시 후 깨달았다. 그의 질문은 내 의견을 묻는 것이 아니라, 마치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잠깐 숨을 고르는 시간 같았다. 그의 눈빛은 이미 결정을 내린 듯했다. 신우는 다시 출목표를 살펴보았다. 아무 말 없이 20분 정도를 집중했다. 그는 마지막 한 방을 신중히 고르고 있었다. 그리고 올인할 방을 선택해 80만 원을 올인했다.


그의 간절함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졌고, 나는 그의 기도를 대신하는 기분이 들었다. 구경일 뿐이었지만, 이 긴장감은 마치 내가 경기를 치르는 듯했다.


‘제발, 제발…’


1승 기도가 절로 나왔다. 한 끗 차이로 이겼다.

2승 긴장감은 첫 번째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렬했다. 기쁨을 누릴 틈도 없이 카지노 가입 쿠폰 바로 160만 원을 올인했다.

3승 흥분이 가시지 않은 채, 카지노 가입 쿠폰 다시 320만 원을 올인했다.


카지노 가입 쿠폰 딴 돈을 모조리 얹어서 올인의 연속을 이어갔다.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더 놀라운 건 올인이 맞았으니 기뻐할 만도 하건만 신우의 얼굴에서 웃음기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의 눈빛에서 결정적인 순간마다 나타나는 무언의 집착과 광기가 엿보였다.


동전을 던지는데 계속 앞면만 나오는 것처럼, 뱅커는 안 나오고 플레이어만 계속 나오고 있었다. 일명 '줄을 탄다'는 같은 패턴으로 승이 계속 이어지는 경우인데, 지금 플레이어만 계속 이기는 줄타기가 된 것이었다. 신우는 이 줄을 첫 판부터 타고 있다. 그리고 거침없이 다음 판에 640만 원을 올인했다.


"미쳤다. 또 올인한다고?"


나도 모르게 말리고 싶었다. 하지만 카지노 가입 쿠폰의 대답은 내 예상을 깨버렸다.


"형, 본전은 3천만 원이에요. 이렇게 안 하면 복구는커녕 못 따요. 그리고 제 목표는 복구가 아니라 따는 거예요."


이 상황에서도 복구가 아닌 ‘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그 말은 내 생각을 벗어나는 말이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4승 갈등할 시간이 없다. 빠르게 진행되는 이 바카라 판에선 더욱더 그렇다. 신우는 640만 원을 올인했다. 내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난 할 수 있을까? 여기서 그만둬도 2천만 원을 잃는다. 만약 베팅을 안 했는데 맞으면? 올인했는데 틀리면? 이런 갈등을 깊게 하다가는 한 판이 끝난다.


4연승을 거두며 카지노 가입 쿠폰 계속해서 줄을 탔다. 80만 원이 4판 만에 1,280만 원이 되었다. 그리고 그다음 판부터는 1천만 원을 베팅하기 시작했다.


5승 간절함이 큰 만큼 쾌락의 강도가 이전보다 더 컸다. 이 판으로 카지노 가입 쿠폰 2,280만 원까지 복구했다.

6승 마음이 뭐에 쫓기듯 급한 마음에서 따는 입장의 여유로 바뀌었다. 결국, 이번 승으로 6판 만에 3,280만 원이 되었다. 그만둬도 280만 원을 땄다.


이제 기적처럼 본전을 찾고도 땄다. 난 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를 생각하면 무조건 스톱이었다. 그러나 카지노 가입 쿠폰가 말한 따는 목표라는 것은 280만 원이 아니었다. 는 멈추지 않았다.


7승 욕심은 멈추지 않았다. 카지노 가입 쿠폰 7번째 판에서 1천만 원을 또 올인했다. 만족은 어디까지 가야만 가능한 건가? 잃어서 피말리던 시간과 감정노동에 대한 보상은 어느 정도 따야만 만족할까?


“형! 제일 중요한 판이에요. 제발, 기도해 주세요.”


지금껏 감정을 크게 보인 적 없던 그였는데, 오늘 본모습 중, 신경이 제일 날카롭게 곤두서 있는 상태였다. 플레이어의 끝수는 1. 나는 졌다고 생각하고 이제 연승이 끊긴다고 생각하는데, 그는 미동조차 없이 화면을 바라본다. 뱅커가 0이 되는 순간, 카지노 가입 쿠폰 환호성을 질렀다.


"으아아!"


그 많은 올인 판에서도 차분했었는데, 이제와 저렇게 소리 지르고 있다.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신우의 목표는 따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판이 그 목표가 이루어지는 판이었다. 이제 1,280만 원을 딴 거니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했다.


“휴… 스톱 안 해? 목표도 이루었는데.”


이 피 말리는 시간을 그만하는 쪽으로 카지노 가입 쿠폰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형, 이런 기회는 거의 안 와요. 이 줄이 끊길 때까지는 가야죠.”


금세 눈빛이 변하더니 말을 했다. 신우의 목표는 특정 금액이 아니라 최대한 많은 돈을, 만족할 만한 돈을 따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발톱을 숨기고 참고 인내하는 것 같았다면, 지금부터는 다 물어뜯을 기세로 보였다. 살짝 괴물 같아 보이기도 했다. 카지노 가입 쿠폰 이 순간 그 어떤 상황에서라도 이 줄을 놓지 않을 사람이었다. 그리고 계속 그 길을 따라가 듯 줄을 탔다.


8~13승 무아지경옆에서 본 신우의 모습은 낯선 사람 같았다. 어디인지 모를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느낌이었다. 아까 차에서 소리를 치던 내 모습이 이런 걸까? 신우는 13연승을 달성하며 9,280만 원을 만들었다.


14 패 내리막14번째 판에서 뱅커가 나오며 줄이 끊어지고 결국, 8,280만 원으로 줄타기를 마쳤다.


“휴, 형 응원 고마워요.”


이제야 내가 알던 카지노 가입 쿠폰의 모습 같았다.


"다행이다. 근데 너 미쳤다."


시간을 보니, 불과 30분도 안 된 시간 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 여전히 차분했다. 그 표정은 3천만 원을 잃었을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었다. 하지만 내 표정은 달라졌다. 충격이었다.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보니, 문득 조의금 봉투가 떠올랐다. 죽음. 사라.


외줄 타기는 바로 죽음을 부를 수도 있다. 그래 1패로 줄이 끊겼다. 그건 100승을 해도 1패로 줄에서 떨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단, 1패가 죽음을 불러올 수 있다. 살기 위해선 이 외줄을 타면 안 되는 것일까?


구경은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 들어가기로 했다.


"난 이제 갈게. 넌?"


"전 더 하고 갈게요. 형 응원 진짜 감사했어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내가 막연하게 가졌던 1억 원을 벌기 위해선 신우처럼 해야 하는 것인가? 오늘 1억 원이라는 결과로 가는 과정을 본 것 같다. 단지 용돈을 벌기 위한 도박이 아니다. 이건 하나의 줄을 따라가는 과정이며, 자칫 삐끗하면 떨어져 죽을 수도 있는 줄타기의 과정이었다. 이런 길을 가야 1억 원을 딸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간접 경험으로 내가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것이 지금 내가 못해서 그렇지 분명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기도 했다.


다음 날


일을 마치고 당구장에 들어가자, 카지노 가입 쿠폰의 표정이 먼저 눈에 띄었다. 다행히 그의 얼굴은 매우 좋아 보였다.


“어제 어떻게 됐어?”


“형 가시고 조금 더 끌어올리고 들어갔어요.”


카지노 가입 쿠폰 갑자기 쪽방으로 가서 통장을 하나 가져왔다. 낮에 통장 정리하고 나서 자신도 놀랐다며 보여주었다. 두 눈을 의심했다.


‘천만 원 넘게 입금되면 법망에 걸리나?’


이런 의문이 들 정도로, 구백만 원 대의 금액이 14번에 걸쳐 입금되었고, 그 입금 총액을 보고 나는 두 눈을 을 의심했다. 어제 딴 돈이 1억 원이 넘는 걸 보고 나는 이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얼마 전 종신이가 화장실에서 딴 1억 원이 거짓이 아니었음도 믿게 되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와 종신은 분명 미친놈들이었다.


난 추천인 아이디를 받기 전부터 바카라를 알기 위해 모바일 게임을 시작했었다. 연습하려고시작한 모바일 게임조차에서조차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순간이 있었다. 조금 따면 흥분하고, 조금잃으면 낙담하고. 실전처럼 연습을 한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연습일 뿐이다. 어젯밤 구경하는데도 손이 떨렸는데, 내 돈으로 하는 실전에서는 더 할 것이다.


난 저렇게 베팅을 할 수 없다. 결국 난 1억 원을 딸 수가 없다. 안 되는 놈이 연습만 백날 해봐야 뭐 하나. 결국 못 할 텐데. 신우의 13 줄타기를 봤다. 그리고 나 역시 도박의 선택에 있어서 줄타기를 계속하고 있는 것 같다.


갑자기 예전에 자훈이랑 신우랑 놀던 때가 떠올랐다. 그래, 어젯밤 신우의 모습을 그 예전에도 본 적이 있다.


어쩌면 그 어릴 적부터 나라는 존재가 무엇인지에 대한 줄타기를 아직도 하고 있는 듯하다. 떨어지면 죽을 것 같아서 못 떨어지고, 타고 있자니 불안 속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만 치는 것 같고. 이 지겨운 줄타기를 어떻게 하면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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