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피하세요!
#03 그날의 새벽, 호식, D +0
아내, 지안, D +1~4
지안 엄마를 보면 마치 세상 그 무엇도 그녀의 결단을 막을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난 빚의 이유를 절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몇 년을 절대 말하지 않던 그녀였다. 오픈한 것도 개인회생뿐이지, 그 이상을 들어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절대 말하지 않을 사람으로 느껴졌다. 이런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았다.
신우, D +5
머리를 텅 비우고 나니, 항시 대기 중이었던 도박에 대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급속히 커져갔다. 난 신우에게 추천인 아이디를 물어보기 위해 당구장을 들렀다.
"신우야 호식이한테 들었는데 너도 한다며? 아이디 좀 알려줘"
이미 며칠전, 호식이와 술자리에서 신우도 도박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였다.
"여기. 형도 하려고요?"
신우는 종이에 아이디를 적어 주었다.
"아직 모르겠어"
"모르긴 뭘 몰라요. 이미 시작했는데. 추천인 아이디 물어보면 이미 시작이에요."
"아직 모르겠다고."
그때 종신, 원강, 호식 동갑내기 친구 3인방이들어왔다.종신이는 며칠 전 딴 1억 원을 다 날렸다고 한다. 그걸 내 탓으로 돌리고 있다. 원강이는 마치 자기 일인 것처럼 떠들어대고, 뒤늦게 합류한 미용실 사장까지 모두가 내 적처럼 느껴졌다. 이들과 한바탕 말싸움을 벌인 뒤, 나와서 차에 탔다.
어릴 때부터 인간관계에서, 특히 형 앞에서 난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카지노 게임 사이트. 계속 참고 삭혀왔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다. 오늘처럼 감정을 강하게 표현할 때면 내 옷이 아닌 것같이 어색카지노 게임 사이트. 심장이 터질 것만 같고, 배가 아파왔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래도 이렇게 하고 나면 뭔가 짜릿한 기분이 든다.
친구, D +6
'따르릉따르릉'
고등학교 친구의 전화였다.
"그때 시간돼?"
리조트예약했는데 함께 가자는 것이다.
"평일은 쉽지 않은데, 일정 조정해 보고 저녁에라도 넘어가 보도록 할게."
아내, D + 7
"요즘 좀 이상한 것 같아. 무슨 일 있어?"
"아니, 왜?"
"아니, 아무 일 없으면 다행인데, 요즘 말도 없고 웃지도 않아서."
웃을 일도 없었고, 대화할 일도 없었다. 별 할 말도 없었고, 우린 대화가 더 줄어들었다.
아내, 자훈 D +8
"내일, 며칠 전에 하자던 외식 하자. 엄마한테는 얘기해 놨어. 자기한테 할 말도 있고. 몇 시쯤 끝날 것 같아?"
갑자기 아내가 먼저 외식을 제안카지노 게임 사이트. 의아카지노 게임 사이트. 할 말은 빚에 대한 이야기 같았다. 그러나 난 이제 그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내일 약속 있어. 자훈이 만나기로 했어."
"아... 그래. 그러면 어쩔 수 없지."
지안 엄마의 제안을 거짓말을 하면서 거절했다. 그리고 나가서 자훈이에게 전화를 했다.
"자훈아, 내일 시간 돼? 한 잔 하자."
"그래. 9시에 거기서 보자"
지안 엄마가 통화내용을 들은 거 같다. 그런데 듣든 말든 상관없었다. 그리고 그녀도 이것에 대해 아무 말 없었다.
자훈, D +9
"캬~ 좋다. 도중아 한 잔 받아. 너 얼굴이 안 좋은데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나저나 잘 지냈어? 몸은 좀 좋아졌고?"
"아니, 죽겠어. 온몸에 염증 투성이래. 근데 의사가 자꾸 쉬어야 한다네. 그래서 쉴 수가 없다고 했더니 의사가 화내네. 못 쉬니까 좀 버틸 수 있게만 해달라고 했지. 자꾸 쉬어야 한다는 얘기 하지 말라고. 하하"
"그러다 몸 더 망가지면 어쩌려고? 좀 쉬는 방법을 생각해 봐"
"얘도 쉬라고 하네. 못 쉰다고요. 내 몸이 안 움직일 때까지 해야 돼. 괜찮아. 이 정도쯤은. 하하하"
몸이 망가져도 쉬지 않는 자훈이. 그도 쉬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쉬지 않고 오늘도 달린다. 그런 자훈이가 참 강해 보인다.
"도중이, 너야말로 얼굴이 진짜 안 좋은데, 너 뭔 일 있지?"
"없어. 그나저나 자훈아,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 들어봐. 내가 아는 한 부부가 있는데....(중략).... 그래서 남편이 도박을 하려고 해. 넌 어떻게 생각해? 누가 잘못이 더 많다고 생각해?"
자훈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궁금했지만 아내의 개인회생과 나의 가정사를 깊게 얘기하기가 싫어서 남의 얘기처럼 돌려서 말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녀, D +10
"피하세요!!"
'끼이이이익!'
난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도로에 서 있었다. 치일뻔했다. 운전사가 창문을 내리며 소리쳤다. 눈부신 헤드라이트 빛 속에서 자훈이의 목소리와 운전사의 고함이 겹쳐 들리는데 정신이 흐릿해져 갔다.
"야! 죽을라고 환장했어? 미쳤어?"
'약해 빠진 놈! 정신 못 차리는 놈! 미친놈!'
"그래 미쳤다. 뭐 어쩌라고!"
나는 소리쳤다.
"빛이 비친다고 뭐가 달라져? 어차피 난 이렇게 서 있을 뿐인데. 빛이든 어둠이든, 그게 뭐가 중요한데? 차라리 나를 쳐. 한 대 치라고!"
"아~ 이거 완전 또라이 새끼네"
운전사는 창문을 올리고 지나갔다. 차가 지나가고 나서야, 다시 어둠이 깔리고 나는 눈을 뜨며 생각했다.
'차가 오는데, 왜 피하지 않고 서있던 거지? 그 순간, 왜 두렵지 않았던 거지?'
뭐가 뭔지 모르겠다. 요즘 술만 들어가면, 마치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다. 방금 전 일어난 일들이 이제야 아찔하게 느껴졌다. 갑자기 온몸에 힘이 풀렸다. 난 잠시 앉을 곳을 찾아 길을 건넜다.
나에게 피하라고 소리치던 여자가 이 자리에 서있었던 것이 얼핏 카지노 게임 사이트났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다. 그리고 바닥에하얀 봉투가 하나 떨어져 있었다. 조의금 봉투가 길바닥에 떨어진 건 처음 보았다. 묘한느낌이날 끌어당겼고, 난집어서 뒤집어 보았다.거기엔두 글자가적혀있었다.
'뭐야?나한테 주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야, 뭐야? 뭘 사라는 거야? '살아'야 한다는 거야?'
괜한 생각에 찝찝한 기분만 남아서 있던 자리에 그대로 내려놓았다. 오늘 새벽, 나는 현실과 상상 속을이리저리 줄타기를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