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세진이라고 합니다. 저도 잘 부탁드려요.”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온몸에 열기가 순간적으로 돌면서, 다리가 떨리고 얼굴이 붉어졌다. 나는 인사를 하자마자 다른 곳을 쳐다보았다. 마침 멀리서 현구가 보였다.
“현구야!”
곧장 현구에게 뛰어가 어깨에 팔을 걸치며 인사를 나누는 척했다. 멀리 있는 카지노 게임를 다시 바라보면서 난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그토록 바라고 바라 왔던 카지노 게임와의 '첫 만남'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매주 월요일과 일요일.
유일하게 카지노 게임를 볼 수 있는 날들이었다. 비록 매일 보진 못했지만, 카지노 게임를 짧게 볼 수 있는 그 시간이 오히려 내겐 더 소중하게 다가왔다.
카지노 게임와 첫 만남을 가진 후,나는 독서 모임 시작 전 다 같이 할 수 있는 게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 코너는 원래 없던 프로그램이었는데, 내가 모임장님께 건의하여 만들게 되었다. 개설 이유는 간단하다.
카지노 게임를 즐겁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아이디어를 모임장님께 처음 건의했을 때, 모임장님은 몹시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영훈아, 네가 웬일이냐? 맨날 시키는 것도 하기 싫어하던 애가.."
내게 항상 수동적인 모습만 보셨던 모임장님은 갑작스레 적극적인 태도로 바뀐 네 모습에 놀람과 감탄을 자아냈다. 사랑은 그렇다. 정말 '능동적'이다.
게임을 만드는 과정도 오로지 내 포커스는 '카지노 게임'에만 가 있었다. "어떻게 하면 카지노 게임를 웃게 할 수 있을까?" "카지노 게임를 재미있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고민들을 미친 듯이 하면서 게임들을 제작했다. 밤을 새우며 제작해도 이상하게 피곤하다거나, 전혀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카지노 게임가 기뻐할 걸 상상하면 힘이 더 솟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게임 진행 첫날. 게임이 시작한 뒤로나는 오로지 카지노 게임의 반응만을 살폈다. 카지노 게임의 모습을 힐끗힐끗 쳐다보며, 카지노 게임와 눈이 마주치지 않길 부단히 노력했다.
근데 이상하게도생각보다 카지노 게임는 얼굴에 미소를 자아내지 않았다. 그저 무뚝뚝한 표정만 지은 채 계속해서 게임에 참가했다. 다른 부원들은 재밌다고 배꼽을 잡을 때도, 카지노 게임는 전혀 웃질 않았다.
"어디 아픈가?"
"내 게임이 그렇게 재미없나?"
"내가 처음부터 너무 오버를 한 건가?"
"하..."
티는 내지 않았지만,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듯했다. 그동안 들였던 시간과 모든 수고가 전부 수포로 돌아가는 것만 같았다.
모임이 마치고, 모임장님은 내게 함박웃음을 지으시며 다가왔다.
"영훈아! 오늘 게임 너무 재미있었어. 네가 그렇게 웃긴 앤지 난 이번에 처음 알았다.ㅎㅎ"
"감사합니다."
얼굴은 웃으며 답했지만, 속으론 전혀 웃을 수 없었다. 카지노 게임가 계속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답답한 마음을 이기지 못한 채 결국 난 무심코 카지노 게임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녕하세요. 세진 누나,,"
그러자 카지노 게임가 반갑게 웃으며입을 열었다.
"어 영훈아, 안녕^^ 오늘 게임 진행 재미있게 잘하더라. 수고했어~"
미친 듯이 비바람만 치던 내 마음이 카지노 게임의 말 한마디에잠잠해지고,
왠지 모르게눈물이핑 돌았다.
"누나 혹시 오늘 무슨 안 좋은 일 있으셨어요? 사실, 누나가 게임 진행하는 동안 표정이 안 좋으시길래 저는 게임 잘 못 만든 줄 알았어요.."
그러자 카지노 게임는 당황한 듯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 표정이 그렇게 나빴나?ㅎㅎ 신경 쓰게 해서 미안해.. 사실은아까 어머니께 아버지가 갑자기 아프시다고 연락을 받아서 잠시 걱정을 했었거든.. 그게 잠시 얼굴에 티가 났나 보다. 근데 너 오늘 발표 정말 잘했어~ 게임도 너무 재밌었고ㅎㅎ"
그 순간 미안함에 난 얼굴이 붉어졌다.
"오영훈 이 xx 눈치 없게 그걸 물어보냐,,"
질문한 나를 속으로 사정없이 채찍질했다.
그 시간부로 카지노 게임는 매주 모임을 할 때, 특히 내가 게임을 진행할 때마다 웃으며 참여해 주었다. 내 맘 한 편으론 카지노 게임에게 억지웃음을 강요한 것 같아 너무 미안했지만, 이런 나의 무례한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들어주는 모습을 보며 난 더더욱 카지노 게임에게 빠져들었다.
카지노 게임를 향한 나의 마음은 더욱 커져만 갔고, 카지노 게임를 보지 못하는 나머지 요일에도 카지노 게임와 만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끝내 카지노 게임에게 문자를 보내게 되었다.
"누나,, 오늘 혹시 실례 안 되시면 학교에서 같이 점심때 식사하실래요?ㅎㅎ"
이 문자를 보내야 할지 말지. 지웠다 다시 썼다를 얼마나 반복했는지도 모르겠다. 눈을 감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답장이 오기 전까지의 1초가 1시간처럼 느껴진다. 마음은 조급해져만 가고, 무언가 실수를 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누나가 거절하면 어떡하지?.."
"그냥 다시 문자 지울까? 하..어떡하지...."
그리고 5분 뒤 문자가 왔다.
"영훈아~ 이렇게 먼저 연락해 줘서 고마워. 좋지ㅎㅎ xx관 식당에서 볼까? 우리 단대가 거기랑 가깝잖아."
"네!ㅎㅎ 좋아요☺️ 누나 너무 감사합니다~~~"
순간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만 같았다.
그런 기쁨도 잠시, 갑자기물 밀듯불안한생각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만약에.. 교회에서 누나랑 밥 먹은 사실이 알려지면 어떡하지?"
"난 그럼 진짜 큰 일 나는데..."
"사람은 못 보아도, 하늘에 계신 하나님이 우리의 만남을 불편하게 여기고 이 일을밖으로 드러내면, 난.."
"아니야.. 한 번쯤은 괜찮을 거야. 그럴 거야."
난 그렇게 믿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