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
"I just called to say how much I can"
[ music:steve wonder]
아침 알람 소리에 몸을 버쩍 일으켰다. 바로 핸드폰 화면을 켜고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 세진 누나랑 점심 식사
오늘의 일정이 화면에 함께 떴다. 그토록 기다리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의 식사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샤워를 하는 동안, 오늘 그녀에게 어떤 질문과 재밌는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녀를 떠올리기만 해도, 설렘과 긴장으로 내 심장은 가만히 있질 않았다.
착장도 평소에 입었던 옷들과는 다르도록, 겹치지 않게 상하의를 골랐다. 여태 바르지 않고 묵혀 두었던 선크림도 얼굴에 바르고, 향수도 뿌렸다. 이후 머리를 세팅하기 위해 거울을 뚫어지게 쳐다보다 우연히 시계를 보니 7시 30분.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할 시간까지 5분밖에 남지 않았다.
"오영훈!! 밥 먹어!!"
계속해서 커져가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 오늘은 저 그냥 빵 가져갈게요!!"
헐레벌떡 가방을 챙기고, 집을 나섰다.
"하.. 아직 머리 잘 안 됐는데.. "
버스 정류장으로 뛰는 순간에도 외모 걱정만 했다. 버스가 문을 닫고 정류장을 지나려는 순간, 나는 미친 듯이 뛰어 버스 밖에서 문을 두드렸다. 버스 기사 아저씨께 최대한 불쌍한 강아지 표정을 지으며 태워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아저씨는 한숨을 쉬며, 문을 열어주었다. 오늘도 내 승리이다.
"다음엔 정말 이렇게 안 태워요"
"너무 감사합니다!"
거칠게 숨을 내쉬며 좌석에 앉았다. 창문을 열어 땀범벅이 된 옷을 바람으로 시키는 동안,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유튜브를 보기 위해 폰을 다시 켰다. 검색창에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 특징'을 치고, 화면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업로드되어 있는 웬만한 영상을 다 본 결과, 대강 아래 내용들로 요약할 수 있다.
1. 잘생긴 남자
2. 매너 있는 남자
3. 유머감각 있는 남자
4. 말 예쁘게 하는 남자
5. 자신감과 책임감 있는 남자
위 자질들 중 난 얼마를 갖추었나 헤아려보았다. 그리고 부족하거나, 모르는 부분들이 있었다면 반드시 채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학습했다. 영상을 보다 문뜩, 내가 이런 의지로 공부를 했었더라면 서울대를 갔었을 텐데라는 잠깐의 자책을 했지만 어쩌겠나. 몇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게 어느 순간 버스는 학교에 도착해 있었다.
수업 중에도 온통 그녀 생각 외엔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교수님의 강의와 판서 소리에도 귀가 기울어지지 않았다. 교수님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앞에 앉은 친구를 방패 삼아 카카오톡에 있는 그녀의 프로필 사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드디어 수업이 마치고, 나는 곧장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의 만남 장소인 xx관으로 향했다. 아직 만남까진 30분이나 남았지만, 미친 듯이 xx관으로 뛰었다. 그녀보다 늦게 도착하는 시나리오를 겪을 바엔 차라리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편이 나을 듯하다고 생각했고, 또한 아침에 봤던 영상에서 누누이 강조했던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의 5번째 덕목인 '책임감' 있는 남자로 보이기 위한 아주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xx관에 도착하니 11시 40분.
다행히 그녀는 없었다.
"누나 혹시 수업 마치셨어요? 저는 지금 xx관에 와 있어요!ㅎㅎ"라는 문자를 보내려 했지만, 이 또한 그녀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것 같아 그냥 잠잠 코 기다렸다.
발만 동동 구르며, 메뉴판을 보고 어떤 음식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먹을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만나기로 한 12시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오질 않았다.
사정이 있겠다 싶어, 바로 연락을 주겠지라며 잠시 의자에 앉았다.
이후로 5분, 10분이 계속 흘렀다.
"5분, 10분 정도야.."
마음으로 이해해 주자라는 생각은 했지만, 아무래도 뭔가 잘못되었나싶어 문자를 다시 확인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로부터온 문자는 없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어젯밤,상기를 위한 목적으로 나눈대화가 다였다. 고심 끝에 문자를 보내보았다.
"누나 혹시 어디쯤이세요?"
10분이 지나도 답이 없었다.
"혹시 누나가 정말 잊은 거 아니야..? 아닌데.. 분명 어제 연락했는데.."
"나와 단 둘이 식사를 하는 게 부담스러웠나?"
"아니면 사고를 당했나?"
"하.. 아무래도.. 정말 괜한 약속을 한 것 같아.."
그렇게 자리를 뜨려는 순간이었다.
"영훈아!"
그녀가 내게로 뛰어오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또 눈물이 핑 돌았다.
"미안해.. 너무 늦었지.. 핸드폰 바테리가 다 나가서 연락을 못했어.. 오늘 교수님께서 수업 끝에 갑자기 보강을 한다고 하셔서.. 사전에 그런 이야기가 전혀 없었거든.. 또 중간에 나가면 오늘 출석을 무효로 한다고 하시는 거 있지.. 너무 미안해.."
"그런 일이 있었구나.. 괜찮아요 누나~ 난 누나가 문자를 보내도 연락이 없길래 잊어버린 줄 알았어요ㅎㅎ"
"미안해.. 많이 배고팠지? 오늘 밥은 내가 살게. 먹고 싶은 거 다 이야기해."
"에이 무슨 소리예요~ 제가 살게요!ㅎㅎ"
"아니야.. 내가 사실 오늘 처음부터 너 사주려고 왔단 말이야.."
그렇게 음식을 시키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나는 식당에 마주 보고 앉았다.
그녀를 바라보기만 해도 너무 행복했다. 전보다 오늘 더 예쁜 건 기분 탓일까.
머리는 긴 생 머리에 흰색 블라우스를 입었고, 위에 내가 좋아하는 하늘색 카디건을 걸치고 있었다.
청순함과 귀여움이 공존하는 그녀를 아직까지도 어떤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밥을 먹는 동안 그동안 그녀를 위해 준비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다행히 그녀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가짜 웃음이라기엔 그녀가 웃는 빈도가 너무나도 많았다.
식사 후엔 같이 커피를 마시면서 나란히 걸었다.
이상하게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그랬을까?
발과 속도를 맞추어 걷는 그 순간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누군가 그랬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그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한다고.
내가 딱 그랬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함께 있는 시간만큼은 흐르지 않았으면 했다.
캠퍼스 끝자락에 이르렀을 때, 그녀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다음에도... 또 같이 밥 먹자."
그 순간,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그녀의 목소리만 내 귀에 울렸다. 어쩌면 처음부터 세진 누나와 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가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햇살이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로 반짝였다. 그 모습을 담아두고 싶어 나는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네, 누나. 약속한 거예요!ㅎㅎ"
답은 간단했지만, 내 마음속에선 이미 다음 만남을 위한 계획들이 물밀듯이 쏟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