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재활의 세계
지난 이야기에 많은 사랑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의 이야기를 먼저 무엇으로 이어갈까 목차를 보면서 고민을 했어요. 수술 끝나고 아이의 마음을 더 어루만지다가 저도 회복이 조금 늦어지고 있어요. 다음 꼭지가 정원이의 교육에 관한 꼭지가 셋이거든요. 고민 끝에 "재활의 이야기"를 남겨보려고 합니다. 정원이에게 공교육은 <특수교육과 <통합교육이고 사교육은 <재활이라 말할 수 있어요. 학원을 다니는 게 아니라 살아감을 배우는 이야기도 하고 정원이의 처음이자 오늘의 삶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의 도전에 관한 이야기기도 합니다. 마침 전 이 재활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고 실습을 하고 있거든요.
저는 지금 23학번으로 편입하여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5학년 1학기에 재학 중이고 졸업을 앞두고 있어요. 2023년 봄에 3학년으로 편입했으니 꼬박 2년이 넘었지요. 사실 제가 공부를 시작한 것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입학을 앞두고 불안한 마음에 무언가 나만의 줄기를 찾고 싶은 돌파구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원래의 전공을 다시 하기에는 부담이 컸어요.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기엔 두려움이 컸어요. 그래서 저 역시 막연하게 남들처럼 "2년 정도 키우다가 어린이집은 두 돌 지나면 보내고 유치원도 보내야지. 그래, 어린이집 보낼 때 다시 구직하면 될 거야."라고 생각했어요. 이미 공부는 마무리해서 박사학위는 받았으니까 언제든지 복귀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지요. 그 당시에는요, 정말 그랬습니다.
운명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입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발달은 아주 오랫동안 돌에서 두 돌 사이 그 어딘가에 머물러 있었거든요. 앞서 말씀드렸듯 어느 누구도 이 흐름에 대해 미리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설마 따라잡겠지? 하면서 기다렸던 확률의 신은 끝내 제 편은 아니었지요. 이윽고 운명은 그저 차례차례 수용의 시간을 제 의지와 상관없이 고지했습니다. 제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아무도 묻지 않았어요. 심지어 저 스스로도요. 그렇게, 발달지연에서 발달장애, 그리고 자폐성 장애의 등록까지의 순간은 제게 왔고 그것이 경력단절 기간이 되었지요.
사이버대에서 시작한 공부는 두 가지입니다. <행동재활과 <심리운동. 물론 아직 전문적으로 가르치진 못합니다. 아직 무발화인 정원이에게 행동으로 마음으로 아이를 이해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공부라고 생각해서 시작했을 뿐입니다. 그전에도 책 속에서 길을 찾고 배움을 얻었지만 갈증은 계속되었거든요. 물론 공부를 시작하는 것은 굉장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24시간 아이와 한 몸처럼 지내면서 아이와 떨어지는 용기를 내는 것은 정말 어려웠어요. 죄책감은 그 동반자이기도 했지요.
더 이상 이 상태에 머물렀다가는 헌신이 제 자신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괴롭히게 될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어요. 왜냐면 헌신은 <나를 서서히 지워나가는 것이었거든요.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장애라는 것은 끊임없는 헌신과 노력으로 엄마의 죄책감을 지우게 하려고 만들었지요. 그런데 카지노 게임 사이트러니하게도 죄책감을 지우려다 자신의 존재를 지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위기감에 전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렇게 전 학사, 석사, 박사에 이은 네 번째 학번을 15년 만에 갖게 되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저는 자신을 다시 발견하고 새롭게 쌓아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은 때로는 가족에게 제가 맡았던 역할을 나누는 과정이기도 했어요. 그 과정은 다시 겪고 싶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럽고 힘들었지만, 정말 할 수 있을까 했던 실습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스스로도 참 대단하다 칭찬합니다. 대단한 것을 이루기 위해 공부를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그 시작은 지금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위한 시간과 노력이 정원이를 위한 시간과 노력이기도 하다는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를 그제야 알게 된 것이지요.
다시 정원이가 했던 재활수업을 차분히 정리해 봅니다. 정원이는 언어재활부터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 이어진 수업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래의 연령기준은 만 나이가 아닌 햇수나이 기준입니다.) 사실 전 이 내용을 전체의 표에 아이 최초 진료기록부터 치료가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합니다. 센터는 여러 군데에서 다니지만 그 치료사가 모두 모여 한마음으로 아이의 발달을 상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언어센터라 표기했음에도 한 센터, 한 치료사만 유지한 것이 아니라 아이의 사정, 거리, 치료사님의 사정 등으로 인하여 매번 헤어지고 만나고를 반복했습니다. 처음에는 그 헤어짐에 저도 아쉬워 울기도 했었지만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은 정원이를 성장하게 했어요. 다만 모든 재활 수업을 한 센터에서 하진 않았기에 목표 없이 중구난방으로 치료가 진행되면 아이는 오히려 혼란스러워했지요. 그래서 전 방향성을 잡고 목표를 재활선생님들께 공유하면서 타 치료에서 얼마큼 배우고 있고를 공유하고 치료 전 특이사항은 매일 말씀드렸어요. 이는 유치원, 초등학교에서도 담당 특수교사님께 꼭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활동지원사님께도 꼭 말씀드리고 있어요. 이는 때로는 의무적으로 때로는 잠시 내려놓기도 했지만 그래도 기꺼운 마음으로 성실하게 해냈지요. 매번 10명 가까운 사람들에게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은 쉽지 않긴 합니다.
1) 3~4세 (유치원 입학 전)
- 병원: 언어재활, 감각통합(작업치료 병행), 발달놀이
- 센터: 언어재활*, 감각통합재활*, 음악심리재활*(5세까지)
2) 5~6세 (유치원 특수교육대상자부터 장애등록까지) : 주 15~20회기
- 병원: 언어재활, 감각통합(작업치료 병행)
- 센터: 언어재활*, 감각통합재활*, 인지치료*(6세 시작), 플로어타임*(2달 만에 중지)
3) 7세~8세 (장애등록 이후 초등1학년까지) : 주 10회기
- 병원: 실비종료로 중지
- 센터: 언어재활, 감각통합재활*(8세까지), 인지행동재활*, 특수체육*(8세부터),
ABA(7세부터, 센터 세 번 바뀜)
4) 9세~현재(초등 2학년~ 현재) : 주 8~9회기
- 센터: 언어재활*, ABA, 인지행동재활*, 특수체육*, 미술*,수영(인원이 적어서 대기가 길어요)
*승마의 경우 단발성이고 경련이라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특수성 때문에 포기했습니다.
*의 표시는 바우처지원을 받는 수업입니다. 치료단가는 현재 한 회기 기준 5만 원(한 달에 4~8회기)이지만 지원금액은 월기준 10만 원 내외라 한 달에 1-2회기 정도 지원되고 있어요. 자부담이 크지만 그래도 재활을 유지함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됩니다.
치료사의 고유한 방향성은 존중하지만 전체 정원이가 가진 재활과 교육의 방향성과 반대라면 아이가 얼마나 혼란스러울까요? 그래서 저는 제 스스로 방향성을 잡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수업이라도 전체 흐름에서 반대인 수업은 어렵게 들어갔어도 포기했어요. 재활자체의 목표에 부합하지 못한 치료도 있었어요. 못 나가게 하거나 아이의 행동을 강제하거나 문을 잠그거나 혹은 자신의 수업을 위해 다른 수업을 포기하라고 엄마에게 강요하거나. 많은 것을 겪었지요. 그 안에서 아이의 현재를 고려하고 나아갈 길을 찾는 것은 오롯이 제 몫이 되었지요. 다소 힘들더라도 매일 꾸준히 재활 수업을 가는 대신, 아이의 성장을 지나치게 강요하지 않는 기다림을 가르쳐주는 곳, 그 신뢰를 바탕으로 정원이가 커갈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제 목표였어요. 정원이는 그래도 좋은 인연이 켜켜이 채워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운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아이의 느림이 장애라는 결과를 미리 예고하는 힌트였다는 것을 제가 "미리 알았더라면" "지금 하는 공부를 그때 했더라면" 더 의연하게 더 똑똑하게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가르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면 지금의 자신을 돌이켜보곤 합니다. 여전히 시행착오와 실수투성이 저 자신을 발견합니다. 사실 지나온 길에 후회는 없어요.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전 최선을 다했습니다. 부족한 오늘의 나를 인정하고 돌이켜보고 앞에 나갈 지도를 다시 수정하고 그려나갈 뿐이지요. 지금 당장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것이 더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몸을 일으켜 밀린 강의를 들어야겠지요)
그래서 실습을 시작하고 난 뒤에 또 다른 열다섯, 열여섯 정원이를 만나면서 아이의 마음을 좀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간의 노력이 제게 힘을 주는 순간이었어요. 그래서 아이들 안에서 미래의 정원이를 발견합니다. 집에 돌아와 정원이를 마주하면 또 아이를 대하는 마음이 새로워집니다. 무력하게 주저앉았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무엇인가 새롭게 해낼 수 있는 제 자신의 가치를 깨닫습니다. 아직은 서툴러도 또 다른 정원이에게 좋은 만남이 되었기를 소망합니다. 다행히도 지난 한 달 사이에 실습을 함께 해주었던 아동들이 제법 달라졌지요. 그 안에서 뿌듯함과 기쁨을 또한 느낍니다.
아, 우리는 둘만 있지 않아.
오롯이 우리 둘만 있을 줄 알았던 우주에서 새로운 소행성을 발견합니다. 고요하고 외롭고 추웠던 시절에서 비로소 온기의 순간을 맞이하지요. 그것은 살아 있다는 것, 내 삶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의 의지일 것입니다.
매거진의 에피소드들은 각각 하나의 완결된 형태의 에세이이면서, <정원이와 엄마의 여정이란 전체적인 흐름도 함께 합니다. 브런치북 <자폐를 가진 어린이의 세계는 그 여정을 함께할 작은 안내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