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비즈니스 이야기 II
나는 20여 년을 한국을 대표하는 회사의 법인장으로 근무했었다.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겪은 사건사고만도 수만 건. 이 중에는 생명이 위태롭고 찰나에 행과 불행의 갈림길에 놓이기도 했던 경험은 너무나 많다. 물론 직접 경험한 일도 있지만, 바로 옆에서 동료들에게 일어난 일들을 함께 목격하며 간접적으로 체험한 순간도 있었다. 그런데 만약 그 일이 생명과 직결된 것이었다면, 그 긴장감과 두려움을 상상할 수 있을까? 인생은 예고 없이 사건을 던져놓고, 우리는 그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기도, 감사함을 느끼기도, 혹은 충격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당시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였던 순간을 돌아보며 "그래도 카지노 게임이었다"라고 말하고, 또 다른 이는 "값진 인생의 교훈을 준 기회였다"며 감사함을 표한다. 그러나 어떤 이에게는 그것이 너무나도 큰 상처가 되어 "인생의 트라우마"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감정을 가졌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몇 가지 경험을 돌아보고자 한다.
오스트리아빈공항에서의생사의기로 (2008년 7월)
2008년 7월, 오스트리아 빈 공항. 나는 팀의 보스였던 김 전무와 함께 유럽 법인 관계자들과 중요한 회의를 마친 뒤, 한국으로 귀국하기 위해 공항 라운지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김 전무가 앞으로 고꾸라지듯 쓰러졌다. 그 순간, 놀랄 겨를도 없이 본능적으로 ‘뇌졸중’이라는 생각이 스쳤고,일단 쓰러진 그를 똑바로 눕히고, 주변의 도움을 요청하며, 오스트리아 법인장에게 상황을 전해 신속히 지원을 받도록 조치했다.
한 의사가 다가와 상태를 살펴본 결과 역시 뇌졸중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곧 공항 의료진이 도착해 그를 응급차에 실었고, 빈 시내의 한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긴급 수술이 진행되었고, 다행히도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이후 그는 치료를 마친 뒤 업무에 복귀했고, 정년퇴임을 맞이했다.
이 일을 겪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계 곳곳을 출장 다니던 그가 쓰러질 운명이었다면, 어쩌면 그곳이 빈 공항 라운지였다는 사실 자체가 큰 카지노 게임이었을지 모른다. 만약 비행기 안에서, 혹은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제3세계 공항에서, 혹은 한적한 지방 도로에서 쓰러졌다면 과연 결과가 같았을까? 유럽에서도 의료 기술이 뛰어난 오스트리아, 그중에서도 긴급 대응이 가능한 공항 라운지에서 쓰러졌기에, 신속한 응급조치와 수술이 가능했던 것이다.
신속했던응급처리와 이 모든 환경이 그를 살린 것에 나는 '카지노 게임이란 이렇게 오는구나'를 느꼈다.
터키이스탄불, 5분차이로피한폭탄테러 (2016년 8월)
2016년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연이어 8차례의 대형 테러가 발생했다. 그해 1월, 블루 모스크 광장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독일인 관광객 10여 명이 사망했고, 이후 아타튀르크 공항에서도 대규모 테러가 일어나 100여 명이 희생되었다.
이런 상황 때문인지 본사의 최고경영자는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직접 터키법인을 방문했다. 그와 함께 거래처미팅을 위해 향하던 중, 우리의 차가 지나가고 1분 후, 그러니까 거리로는 10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폭탄이 터졌다. 6번째의 폭탄테러였다.
그 순간은 말로는 표현이 안된다. 만약 카지노 게임가 5분만 늦게 출발했더라면, 촉박한 일정 탓에 행사장으로 가기 전 들렀던 전통시장에서 조금 지체했었더라면 아마 우리는 테러의 참혹한 희생자가 되었을 것이었다.
돌이켜 보면, 2016년과 같은 해에 굳이 이곳을 방문한 경영자에게 감사해야 할까, 아니면 무모한 결정이었다고 해야 할까? 분명한 것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 우리를 안전한 방향으로 이끌어주었다는 사실이다. 이 때도 "카지노 게임은 이렇게 작용하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이루트대폭발,기적처럼피해간가족 (2020년 8월)
2020년 8월, 레바논 베이루트 항만에서 대형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그곳에는 우리 법인의 지점장이 가족과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 그의 집은 사고 지역에서 불과 5~10km 떨어져 있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건물이 무너지고 부상자가 속출했으며, 지점장의 집 역시 유리창이 모두 산산조각 났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와 그의 가족은 단 한 명도 다치지 않았다. 바로 그 시기에 유럽으로 여름휴가를 떠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때 집에 머물고 있었다면, 혹은 항만 근처 쇼핑몰에 있었다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마치 보이지 않는 힘이 그들을 그 순간 유럽으로 떠나게 한 것만 같았다. 역시 "카지노 게임은 이렇게 작용하는 것이구나"..
그렇다면카지노 게임카지노 게임,카지노 게임가선택할수있을까?
우리의 삶에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분명 존재한다. 어떤 이는 불행을 피해 카지노 게임을 거머쥐고, 또 어떤 이는 예고 없이 닥친 불행에 삶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그리고 그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분명 인과관계는 존재할 것이다.
브런치 작가 지담의 글을 인용해 본다. (주 1)
가야 할 곳을 먼저 가고, 가고 싶은 곳은 나카지노 게임
먹어야 할 것을 먼저 먹고, 먹고 싶은 것은 나카지노 게임
봐야 할 곳을 먼저 보고, 보고 싶은 곳은 나카지노 게임
해야 할 말을 먼저 하고, 하고 싶은 말은 나카지노 게임
들어야 할 말을 먼저 듣고, 듣고 싶은 말은 나카지노 게임
읽어야 할 책을 먼저 읽고, 읽고 싶은 책은 나카지노 게임
잡아야 할 것을 먼저 잡고, 잡고 싶은 것은 나카지노 게임
배워야 할 것을 먼저 배우고, 배우고 싶은 것은 나카지노 게임
해야 할 것을 먼저 하고, 하고 싶은 것은 나카지노 게임
…
전자는 의무, 후자는 권리
전자는 대가, 후자는 보상
전자는 구속, 후자는 자유
전자는 필수, 후자는 선택
나는 간단히
전자는 계산서, 후자는 영수증이라 칭한다.
계산서가 쌓이면 부채가,
영수증이 쌓이면 여유가,
계산서가 쌓이면 악순환,
영수증이 쌓이면 선순환.
계산서가 밀리면 쫓기는 삶.
영수증이 쌓이면 여유 있는 삶.
계산서가 쌓이면 예측불가한 삶.
영수증이 쌓이면 대안 있는 삶.
이러한 원리는 결코 거꾸로 가서는 안된다.
아니, 갈 수 없다.
순행하면 영수증이,
역행하면 계산서만 가득하다.
이치는, 원리는 순리에 따라 정해진 길로 흐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반드시 해야 할 '계산서'를 먼저 치르고, 그 대가로 '영수증'이라는 보상을 받는다. 즉, 카지노 게임가 해야 할 일을 성실하게 수행할수록, 예상치 못한 순간에 카지노 게임이 다가올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불행을 피한 이들은 결코 우연히 카지노 게임을 얻은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이 치러야 할 계산서를 미루지 않았고, 묵묵히 감당해야 할 몫을 해냈다. 그리고 그 결과, 인생의 결정적 순간에서 카지노 게임을 맞이한 것이다.
3 가지 사례에서 불행을 비켜간 이들은 분명 자신들의 계산서를 치렀고 영수증을 쌓은 것이다. 그리고 이 영수증으로 불행이 비켜가는 카지노 게임을 얻은 것이다. 실지로 나를 비롯한 이들은 당시의 카지노 게임을 그저 우연으로 치부하지 않고 자신의 비껴간 불행에 대한 감사를 실천하며 보다 바람직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고,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카지노 게임을 맞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지 모른다.
한번 더 지담 작가의 글을 인용한다(주 2). 내가 치른 만큼의 카지노 게임이라는 보상이 주어진다고...
그래서, 지금 내가 해야 할 선택은!
의무, 대가, 구속이 먼저다!
이런 계산에 의해 내가 치른 대가만큼 받은 보상이
바로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
주 1,2) 브런치북, 지담, 새벽독서로 배운 계산서와 영수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