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친정아빠의 뇌경색 진단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결정하는 것이다.”
- 벤 스타인 -
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언제나 참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친정아빠가 현이 4살 어린이집 졸업하기 전에 뇌경색으로 쓰러져 대학병원에 입원하면서 엄마와 나는 오전 오후 병행하며 아빠를 돌봤다. 그리고 현이를 어린이집에 늦게 데리러 가곤 했었다. 그래도 울지 않고 선생님들과 함께 있으면서 나를 기다려준 현이가 얼마나 이쁘던지 몸은 지치고 힘들었지만 현이를 데리러 가서 내 딸 얼굴 보는 것이 참 좋았다. 매일 그렇게 2주 동안 엄마와 번갈아가며 친정아빠 병간호를 했다. 2주 뒤부터는 재활병원으로 옮겨 재활치료에 힘쓰라는 말에 재활병원으로 모셔두었다.
하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는 친정아빠한테 어릴 때부터 많이 맞았고, 21살 성인이 될 때까지 맞고 자랐기에 아플 때도 좋은 말을 듣지 못했기에 내가 보호자로 간병해야 한다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어 올라 스트레스를 자주 받았다.
뇌경색은 뇌혈관에 찌꺼기가 막혀서 생기는 병이다. 의사 선생님이 알려주면서 뇌경색과 뇌출혈에 대해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친정아빠가 뇌경색 오기 1년 전 현이 3살 때, 셋째 이모가 뇌출혈로 먼저 쓰러져 대학병원에 입원해서 치료하고 있었다. 뇌출혈은 뇌혈관 벽이 터져 출혈이 생겨 발생하는 것이다.
친정아빠는 오른쪽 목 주변 뇌혈관이 막혀서 왼쪽 팔과 다리만 감각이 있었고, 오른쪽은 감각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재활치료가 시급하다고 해서 현이 5살이 되면서 아빠를 재활병원에 입원시켰다. 재활치료에 열심히 하여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를 바람이었지만, 세 번 넘어지시고는 무섭다며 그 뒤로 침대에 누워만 계셨다.
“아빠 집에 가기 위해서는 좀 걸어야 해.”
“알았어. 그런데 자꾸 넘어져서 무서워.”
“아빠 무섭다고 걷지 않으면 계속 병원에 있어야 하고 누워 있어야 해. 현이 보고 싶지 않아?”
“보고 싶으니 데리고 와.”
“병원에 자주 데리고 올 수 없으니 재활에 힘쓰도록 해.”
“어...”
부모이기에 그러면 안 되는 거 알지만 좋은 기억이 나질 않으니 간병이라는 것에 무개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거기다 시댁 일까지 부르면 들어가야 했기에 내 정신이 온전하지 못해 아이 아빠와도 자주 싸웠다.
현이가 쉬는 날에 현이 데리고 병원에 가서 아빠 병간호를 해야 했기에 현이한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가 없었다. 잠시 쉬는 시간이 있어 병원 뒤뜰에 나와 현이와 함께 있는데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뛰어 놀다가 나를 불렀다.
“엄마 하늘을 봐. 별이 반짝이고 있어.”
“현아 별이 예쁘게 반짝이고 있네. 엄마한테 와 볼래?”
“엄마 왜~”
하며 놀다가 달려왔다. 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왈가닥 껴 앉았다. 병원에 함께 와야 했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고맙고 미안해 하며 아이를 안고 울었다. 그때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엄마, 울지마. 내가 있잖아. 엄마 옆에 내가 있으니까 평생 엄마랑 함께 있을 거야.”
그 말을 듣고 또 펑펑 울 수밖에 없었다. 신세 한탄을 그 어린 6살 딸에게 해버렸으니까. 사람은 평생을 가도 지워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자식에게 받은 작은 위로가 큰 힘이 될 거라는 생각에 평생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부모들은 알면서도 뛰어난 사람이 되길 욕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일찍 철들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 어린 나이에 함께 시련을 겪게 만들어서 또래 아이들보다 생각하는 부분이 어른스러웠다.
친정엄마는 아빠 병원비 마련하기 위해 일을 계속하고 있었고, 외동인 나는 보호자가 나밖에 없었기에 병원에서 부르면 현이를 데리고 재활병원에 가는 일이 빈번히 있었다. 아빠가 폐렴이 왔다고 하면 대학병원에 입원 시켜야 해서 어쩔 수 없이 내가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보호자가 나밖에 없다는 생각에 참 힘들고 현이한테 늘 미안해 하고 있었다. 그 상황을 함께 겪게 했으니깐. 그럴 때마다 책을 더 가까이 하게 되었고, 아이 서평과 책 서평에 더 몰두했다.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답답함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책이었기에 욕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4살과 5살 사이에 손바닥만 하게 생긴 책 데일카네기 인간관계론을 처음 읽으면서 데일카네기 명언을 찾아서 보고 읽기도 했다. 글귀 중에 마음에 드는 말은 메모해놓기도 했다. 지금도 데일카네기 명언 중에 이 말을 나는 굉장히 뜻 깊다.
“명심하라, 행복은 네가 누구인지 혹은 네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전적으로 네가 생각하는 것에 달려있다.”
말에 깊이가 있듯이 생각에도 깊이가 있다고 본다. 항상 좋을 수만 없고, 항상 나쁠 수만 없듯이 말 하나하나에 깊이가 다르다. 혼자 짊어져야 할 짊이라는 것이 참으로 힘들지만 끝은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