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게임를 엑싯시키고 꽤 큰돈을 번다면, 그 돈으로 무얼 하겠는지?
사실돈이 한 번에 들어온 건 아니다. 엑싯하자마자 몇 %, 일 년 뒤에 몇 % 식으로 기간을 나눠서 들어오기로 되었던 모양이다. (정확한 기억은 저 멀리...) 게다가모두 돈으로 받는 것도 아니었다. 일부는 카지노 게임를 매수했던 미국 카지노 게임의 주식으로 받았는데, 이 카지노 게임는 상장된 상태가 아니었다. 즉, 앞으로 돈이 될지 종이 쪼가리로 남을지 모를 돈이었다.
하지만 세금은 처음에 다 떼어갔다. 아직 받지도 않은 돈도, 불투명한 주식도 모두 소득으로 잡혔다. 그게3억 얼마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기사에서 떠들어댄 것만큼 큰돈을 받은 건 아니었다. 나는 그 카지노 게임 무얼 해야 했을까? 다른 사람들은 뭘 할까?
도현과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양가 부모님께 용돈 드리기'였다. 양가에 1천만 원씩, 총 2천만 원을 현금으로 뽑았다. 아무래도 시각적인 효과를 주려면 이체보다는 현금 봉투가 나았으니까.'이제 자식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잘 되었고 이제 여유롭습니다. 앞으로 잘 살게요.'의 의미였다.
그리고 나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비싼 계란을 사는 것 이외에 내 생활은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옷 한 벌, 백 하나 사지 않았다.
5년 가까이 둘이 고생해서 번 돈이기에 함부로 쓸 수는 없었고, 내가물건에 큰 욕심이 없기도 했다. (지금도 명품이라 불리는 물건은 하나도 없고, 앞으로 더 큰돈을 벌어도 살 생각은 없다. 그런 좋은 물건을 '잘' 관리하기에는 내가 좀 게으르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 남자랑 살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었을 거다.
'도현은 결혼하고 한 달 후에 카지노 게임를 그만두었다.모아둔 5천만 원은 첫 카지노 게임를 만드는 데 들어갔고, 그 돈은 그대로 사라졌다. 첫 카지노 게임를 하는 동안 집에 가져온 월급은 없었다. 내가 버는 돈으로 생활해야 했다.'
도현은 이대로 카지노 게임를 다닐 사람이 아니었다. 2년. 묶여있는 기간만 풀리면 당장이라도 다시 카지노 게임를 시작할 사람이었다. 그러니 우리가 번 돈은 이 사람이 새로운 카지노 게임를 시작할 투자금이 될 터였다. 아이도 있으니 '월급' 정도는 가져오겠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 나는 불안했다. 저 돈을 허투루 쓸 수가 없었다. 돈은 벌었지만, 내가 쓸 돈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니, 2년간 묶여있는 동안 돈을 더 모아야 했다. 편하게 카지노 게임를 다니며, 카지노 게임가 주는 돈을 받는 동안 우리는 월급의 반 정도를 저축했다. 내가 할 일은 그거였다. 불안한미래에 대한 대비. (게다가 이제 셋째까지 생겼잖아?!)
막내가 태어나고 9개월 정도가 되었을 무렵, 우리는 미국에서 첫 집을 장만했다.
그간 참 많은 집들을 보고 다녔다. 지역을 정하지도 못해서 샌프란 동쪽으로는 버클리(Berkeley)부터 월넛 크릭(Walnut Creek), 캐스트로 밸리(Castro Valley),오린다(Orinda), 산라몬(San Ramon)등을 주말마다 뒤졌고, 나중엔 샌프란 남쪽으로 확장했다. 그리고 결국 처음에 자리 잡았던 샌프란시스코 동쪽의 플레즌튼(Pleasanton)이라는 도시로 결정했다. 렌트로 살던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였다.
(사실 나는 이 동네가 마음에 들어서 계속 살고 싶었다. 하지만 출퇴근을 카지노 게임 하는 도현은 샌프란 도심에서 더 가까운 곳을 원했다. 일 년 넘는 기간 동안 집을 참 많아 봤고, 오퍼도 7곳은 넘게 넣었지만 모두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내가 이긴 셈이다.)
그때 터전을 실리콘밸리(샌프란시스코 남쪽에서 산호세 북쪽의산타클라라 카운티 지역)로 정했다면, 지금은 또 다르게 살고 있을까? 사업만 생각했다면 실리콘밸리 중심부에서 먼 곳에 자리 잡는 건 무리였을까? 사람 일은 모르는 거지만, 아마도 조금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그게 좋은 쪽인지, 나쁜 쪽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이사를 마친 후한국에서놀러 오신친정 엄마를 모시고 옐로스톤으로 여행을 다녀온 직후, 도현은 카지노 게임를그만두었다. 영주권 문제가해결되었고, 그는 다시 사업을시작했다.
그는 다시 CEO가 되었고, 나는 다시 사모님이 되었다.
다음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