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서 소풍을 가면 어김없이 보물찾기를 했다. 친구의 손을 잡고 너른 숲속을 돌아다니다 보면 메뚜기와 예쁜 꽃에 정신이 팔려 어느새 본래의 목적은 잊곤 했다. 조금 더 자라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는 뚜렷한 목적의식이라도 있었는지 제법 열정적으로 찾아다녔고, 나뭇가지 사이에 끼워져 있는 종이쪽지를 발견하면 세상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기뻤다. 고작 연필 세트나 공책 같은 학용품을 받아온 게 전부였지만 그럼에도 무언가를 찾아내기 위해 움직이던 어린 현주의 눈빛은 빛났고 생기가 넘쳤다.
며칠을 굶었는지도 모를 만큼 굶주린 하이에나의 눈동자는 텅 비어있다. 초점도 맞지 않는 눈으로 사방을 둘러본다. 장소를 옮긴다 한들 체력만 떨어질 뿐 도통 먹잇감을 찾지 못했다. 다른 동물들도 먹을 게 없는 건 마찬가지였는지 사슴의 살점 하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대로 있었다가는 제 새끼마저 잡아먹을 것 같아 힘겹게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살아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현주의 눈빛 또한 텅 비어 있는 것이 간절한 하이에나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마치 최후의 발악이라도 하듯 집안 여기저기를 뒤지고 있었다. 그런 현주를 좇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불안한 눈빛 따위 안중에도 없다. 눈에 들어오는 적당한 게 없자 냉장고를 열어 반찬을 꺼내고 즉석밥을 데웠다. 따뜻한 것보다 조금 더 뜨거웠을 밥을 후후 불지도 않은 채 허겁지겁 입에 쑤셔 넣었다. 텅 비어버린 공간을 온기로 채우기라도 하는 것처럼.
“엄마 배고팠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말에 끊어진 줄 알았던 이성이 돌아왔다. 입안 가득 채워져 있는 음식물은 마치 똥 기저귀처럼 더럽게 느껴졌고, 바닥을 드러낸 채 뒹굴고 있는 반찬통은 원효대사가 물을 마신 해골바가지 같았다. 혀에 닿은 모든 것들로부터 불편한 기분이 들어 속이 울렁거렸다. 안방 문을 잠그고 화장실 변기 뚜껑을 열어 미처 위장까지 내려가지 못한 것들을 전부 게워 냈다. 떨어져 나오지 않으려 버둥대는 것들은 손가락을 쑤셔 넣어 전부 꺼냈다.
한바탕 전쟁이 끝나자, 온몸에 힘이 빠졌다. 깜깜한 식도를 타고 내려가던 것은 음식물이 아니라 현주 자신 같았다. 눈물이 찔끔 났고 앞니가 시큰거렸다. 결국 또 이성이 지배당하고 말았다.
치과에서는 치아우식이 심하다고 하며 모양을 살피더니 조심스레 온라인 카지노 게임증에 관해 이야기했다. 의사의 말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 언젠가부터 스트레스를 받으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음식을 먹었다. 음식의 맛이나 포만감 따위 느껴지지 않았고, 당시 그녀의 모습은 음식을 먹는다는 것 보다 쑤셔 넣는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었다. 적당했던 현주의 몸은 거대한 수박처럼 부풀었다.
그녀의 건강에 대해 걱정하는 이들의 잔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또 음식을 먹었다. 스트레스로부터 보상받는 방법은 오로지 음식에서만 있는 것처럼. 엄청나게 불어버린 살은 그것 또한 스트레스였기에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먹고 토해내는 것이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으로 허전함을 채울 수 있었고 거식으로 더 이상 살도 찌지 않았으니 그 정도면 꽤 만족스러웠다. 언젠가 문제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제법 오래된 습관이었지만 결혼과 출산 육아를 겪는 동안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다. 아니, 나아졌다고 믿었다. 어쩌면 허전함은 다른 곳에서 채우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 대상은 현주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였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제법 똑똑한 편이었다. 한번 가르쳐 준 건 잘 기억했고 호기심도 많아 궁금한 게 생기면 한참을 파고들었다. ‘혹시 천재?’ 누구나 한 번쯤 하는 생각이겠지만 자기 생각에 확신마저 있었다. 분명 보통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과는 다르다.
욕심이 생겼다. 삼 남매 중 막내로 자란 현주가 성장하며 채울 수 없었던 결핍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동생을 낳아달라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말도 여러 명에게 분산되지 않고 오로지 너에게 집중하겠다며 거절했다. 다둥이 집에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 교육비에 치이고, 형제들 간의 경쟁에 치여 낙오되는 모습을 볼 때면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이 보여 지금의 선택이 분명 옳다고 믿었다. 형제가 많을수록 좋다는 건 옛날얘기일 뿐이지. 남보다 못한 형제가 되거나 서로의 존재로 인하여 스트레스받을 바에는 차라리 혼자가 낫다.
외동이라 외로울 거라고? 외로움조차 채워줄 준비가 되어있다. 외국어에 관심을 보이면 원어민 선생님을 구해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함께 배웠고, 과학에 호기심을 가졌을 때는 전국에 있는 과학관은 전부 돌아다녔다.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보여주고 싶었다. 올림픽 경기에서 스케이트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며 환호했을 때는 제법 거리가 있는 빙상장까지 데리고 가 스케이트를 가르쳤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궁금해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위해 레시피를 찾아 함께 요리도 하며 원하는 것은 모두 다 해주려고 노력했다.
엄마니까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만 바라봤고 함께였다. 다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만 바라봤지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시선이 어딜 향해 있는지는 몰랐다.
홈스쿨, 아이 공부, 집 공부, 엄마표 공부. 현주가 즐겨 찾는 키워드지만 동시에 스트레스였다. 마치 그녀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과 거식처럼 공존하지만 괴로웠다.
‘집에서 아이 공부 봐주시는 분들 어떠세요?’ 마치 현주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은 누군가의 질문에 많은 댓글이 달려있었다. 집에서 아이 공부를 봐주는 건 매일 친자 검사를 하는 것과 같다며 학원을 권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들의 댓글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우리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달라.’
손가락을 움직여 짧은 글을 적었다.
‘무엇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원하는 게 뭔지를 잘 캐치하셔야 해요.‘
엄마표 공부뿐만이 아니다. 모든 것의 기본은 상대의 생각에 공감하고 이해하는 게 최우선이라 생각했다. 물론 현주 본인은 그 부분에 상당히 자신 있다고 생각했다.
나뭇가지 한 개를 부러뜨리는 건 쉽지만 여러 개를 한꺼번에 부러뜨리는 건 어렵다던데. 그에 비해 여러 장의 종이는 생각보다 쉽게 찢어졌다. 종이가 워낙 가녀렸던 건지 분노로 폭주하던 현주가 괴력을 발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들은 성난 현주의 손끝에서 갈기갈기 찢어졌다.
힘없이 찢겨 나간 종잇조각을 보고 후련해졌다면 좋았을 텐데. 그녀의 모든 걸 부정당한 기분에 방향을 잃는 분노는 결국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등을 있는 힘껏 내려치고 말았다. 놀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두 개의 눈에 눈물이 고이자 자신도 모르고 있던 폭력성에 놀란 마음을 숨기기라도 하고 싶었는지 더욱 미쳐 날뛰었다. 차라리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펑펑 울었다면 멈출 수 있었을까.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 던지고 소리를 질렀다. 분노는 그 마음을 잡아먹으며 성장하는 건지 화를 낼수록 폭발력은 커졌다. 폭주하는 기관차는 괴성을 지르고 닥치는 대로 망가뜨렸다. 놀란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고개를 푹 숙인 채 흐느꼈다. 입 밖으로 울음소리가 새어 나오지 않게 하려는지 잔뜩 웅크리고 입도 벌리지 않았다. 그제야 제동이 걸린 현주의 폭주도 멈출 수 있었다.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