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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Dec 30. 2024

시는 카지노 쿠폰의 눈물을 머금고 자란다

내 뒤엔 항상 네가 서 있었다-4

지금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 이 순간이어야가능한 마법이 시작된다. 겨울이 흐르면 12월 끝자락에 가만히 손발을 담근다. 꽁꽁 언 손이 붉게 트도록 감각조차 얼어버리도록. 차가운 통증이 명료해질수록 언어의 질감이 생생해진다.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빨래하던 어느어미의 질긴 삶과 질척이는 가난이 가난인 줄도 모르고 눈밭을 뒹굴던아이가 살고 있다. 기억은 시리지만 그 속엔 겨울을두려움 없이 누볐던 어린아이가 자라고 12월칼바람조차 아무렇지 않게 어미, 한때 가장 강인했던 젊은 여인이 살고 있다. 맹렬했던 길고 긴겨울을 품고 봄이 된 여인이 살고 있었다.






시는 카지노 쿠폰의 눈물을 머금고 자란다


몸을 관통해야 완성될 이야기처럼

심장 끝을 벤 통증이 시가 된다

붉은 심장을 뚫고 새겨진 활자

詩는 카지노 쿠폰의 눈물을 머금고 자란다


뜨거운 혈류를 지나

심장을 관통한언어

뱀처럼 미끄러져

미꾸라지처럼 도망가는

언어의 꼬리를 따라간다


피와 살, 뼈를 뚫고

감히 詩라 부르는,

밤사이 스쳐갈

노래를 부른다


어둠이 깊어수록

비로소

생생해지는 언어


어설픈 노래가

문장이 되고 글이 되기를

詩로 거듭 태어나기를

밤새 앓던 중에도

몽롱한 꿈 속에서조차

간절히 빌었다


앓고 깨어난 새벽

카지노 쿠폰의 핏속엔

계절이 피고 지고

갓 피어난 꽃같이

갓 태어난 피같이

詩가 살아 흐른다






밤새 끙끙 앓던날, 꿈과 현실 사이를 새벽까지 헤맸다.시간이 주춤거리던 찰나, 아름다움에 홀린 듯 따라나섰다. 한겨울밤 도착한 시의 초대장이. 카지노 쿠폰도 밤의 깊이도 알지도 못한 채 감각에 의존한 채 걸어다. 시계의 구두굽소리, 규칙적으로 오르락내리락거리는 심장소리에 맞춰 리드미컬하게 미끄러지는 펜의 움직임. 그리고 시계, 심장, 펜의 발자국뒤따르는 한 사람이 있을 뿐이. 세 개의움직임이 하나의 춤이 될 때까지 파티속된다. 한 번도 불리지 않았던 노래가 어진다.


어떤 용기라도 샘솟는 카지노 쿠폰, 누구라도 괜찮은 카지노 쿠폰, 마법 같은 순간이 반짝인다.이 카지노 쿠폰이 아니면 사라질 마법. 들리는 악보를 받아 적고 빠르게 지나가는 멜로디에 발을 끄덕인다. 마법 같은 순간이 사라지면보통의 하루가 찾아온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범한 시간이 기다린다.


벗어나고 싶지만 동시에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글쓰기감옥에 스스로 가두고 자유와 고립 속에서 평생 방황하는 일을 택했다. 적 고립은 고독조차 황홀한 일. 아름답고 매혹적인 감옥 속에 평생 갇혀 살기를. 선택적 고독을 자처한 그대에게 무기징역을 선포한다.






나의 고통에 대해서도 조금은 관대해지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완전해서가 아니라 내가 불완전하기 때문에, 나는 항상 기쁘지 않고 때때로 많이 슬프기 때문에, 내가 나를 위로해 주고 나 스스로 나를 격려해 줄 이유가 너무나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혼자 있는 순간은 위대한 순간입니다. 시는 이러한 순간을 매우 사랑합니다. 시는 혼자 있는 사람들이 손에 쥐고 있는 간절한 펜에서 흘러나오는 언어의 피이고, 여태 알 수 없었던 숭고한 존재를 만나는 시간입니다.

<원재훈 '시의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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