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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생육하기 위해서는 햇빛, 물, 흙이 필요하대요. 나는 미움받는 꽃으로 태어났어요. 꽃 이름도 모르고요, 내가 태어난 정확한 날짜와 시각도 모르니 나의 사주팔자를 알려하지 마세요. 조금 뭉쳐진 먼지에 간신히 싹 틔워 가느스름한 실뿌리를 내려보려 했지만 차가운 시멘트 바닥이었어요. 누군가 그러더군요. 어릴 적 받았던 사랑이 평생을 살아갈 양분이 되어준다고요. 그 양분이 비바람 속에서도 견딜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고요. 나는 양분이 없어서 겉모습은 어땠는지 몰라도 영혼이 파리한 낯빛에 걸음은 늘 쩔뚝거렸어요. 빛을 향해 고개를 뻗었지만 그 넓은 그늘진 공간을 어찌 벗어나요. 물, 갈증 났어요. 말라비틀어질 것 같았다고요. 나는 살려고 내 발등에 내 눈물이라도 떨궈야 했는지도 몰라요. 햇빛, 물, 흙 없이도 견디는 게 쉬운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야속해서 나는 사람을 싫어했어요. 그러면서도 늘 사람이 고팠어요. 그런 나를 누군가 조용히 떠서 화분에 옮겨 심어주기를 바랐는지도 몰라요. 목말라 내 고개가 처질 때마다 기운의 물을 솔솔솔 뿌려주는 이를 기다렸는지도 몰라요. 동쪽에서 뜬 태양이 서쪽으로 질 때까지 해 시계처럼 볕 따라 내 화분을 옮겨 줄... 말도 안 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상상을 펼치며 나는 견뎠는지도 몰라요. 나에게는 햇빛, 물, 흙 말고도 어쩔 수 없이 하나 더 필요한 게 있어요. 주눅 든 골격으로 자라 버려서 땅바닥에서 기어 다니는 나, 도저히 일으켜지지 않는 줄기를 잡아 일으켜 줄 지지대가 그것이에요. 그 지지대에 흔들리는 나를 붙들어서 묶어줄 끄나풀 그게 뭐겠어요. 또다시 바람에 넘어지지 않게 보살펴 줄 관심? 사랑? 아무튼 그런 따스함 아니겠어요? 고마워서 꽃 피우고 싶겠어요. 아니, 피우고 싶었을 거예요. 꽃이 꽃을 피우고 싶은 건 욕심이 아니라 본능 아니겠어요? 어쨌든 그렇게 해서 피어난 꽃이 있다면 그 꽃의 이름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아니고 또 뭐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