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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움 Feb 13. 2025

#32. 냉이 카지노 게임, 우리의 해피엔딩을 향하여

카지노 게임



#1.

오늘의 아침 메뉴는 냉이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의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부엌을 가득 메우고 평소보다 일찍 나타난 봄내음으로 집 안이 향긋하다.


남편은 이제까지 먹었던 카지노 게임 중에 단연 1등이라며 "이야~!" "키야!" 감탄사를 연발한다. 머쓱한 마음에 코를 훔치다가도 나도 모르게 어깨가 올라간다.

다른 요리도 아니고, 카지노 게임로 이렇게 칭찬받다니. 카지노 게임야말로 집밥 음식의 끝판왕 아닌가! 이 정도면 부엌에서 하산해야 되는 거 아닐까, 카지노 게임로 대박이 나서 건물을 올린 식당이 있던데 나도 도전해 볼까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카지노 게임는 밥상에 자주 얼굴을 비추는 음식 중 하나이다. 어릴 적 엄마가 끓여주시던 카지노 게임는 늘 '툭툭'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니곤 했는데, 쉽게 만들면서도 맛은 늘 기가 막혔기 때문이다. 휘날리던 앞치마, 둔탁한 도마 소리, 손보다 빨리 움직이던 칼솜씨, 부엌에서 카지노 게임 재료를 손질하는 엄마의 모습은 늘 재야의 고수 같았다. 어린 나에게 그 모습은 세상 멋져 보였고, 카지노 게임 하나를 제대로 끓여야만 비로소 진정한 부엌의 요리사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 혼자서 칼을 자유롭게 잡을 수 있을 때 즈음, 제일 먼저 도전했던 것도 카지노 게임였다. 그러나 엄마의 맛을 따라 해 보려 호기롭게 도전한 것과는 다르게 결과는 번번이 허탕이었다. '진짜 진짜 맛있는 카지노 게임'를 끓인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어떤 날은 뭐가 하나 빠진 듯해서, 어떤 날은 생각지도 못하게 찌개가 짜서, 또 어떤 날은 찌개가 아니라 국이 되어버려서, 그리고 깊은 맛이 안 나서 기타 등등의 이유로 실패하였다. 소박하다 못해 투박한 음식이라 만드는 법도 쉽겠지라고 생각한다면 경기도 오산인 것이다.


카지노 게임의 킥은 역시나 된장. 풍미를 위해 차돌박이나 게, 바지락 등을 넣고 만들지만 역시나 맛있는 된장 하나만 있으면 게임은 끝이다. 된장 하나가 여러 재료들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가는 셈이다.


오늘은 특별히 치트기로 냉이를 사용했다. 냉이는 척박하고 거친 땅에서도 잘 자란다고 한다. 잎부터 뿌리까지 버릴 것이 없고, 약재로도 쓰인다고 하니 그것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 가히 놀랍다. 이 재능이 오늘의 아침 밥상에서도 잘 나타날 수 있길. 엄마의 카지노 게임까지는 아니더라도 반의 반의 반만이라도 드러나길. 기대 반 불안함 반을 안고 끓였는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냉이 카지노 게임
*재료 손질
- 양파, 무, 버섯, 애호박 : 씻은 후 작게 썰기.
- 청양고추 : 씻은 후 어슷썰기.
- 냉이 : 씻은 후 시들거나 썩은 잎은 제거, 뿌리 부분은 칼 등으로 긁어서 정리 후 먹기 좋게 썰기.

*냉이 카지노 게임 만들기
- 쌀뜨물이나 버섯 우린 물에 코인육수와 말린 새우가루를 넣고 끓여준다.
- 된장(1~1.5)과 토장(1)을 섞어 풀어준다.
- 손질한 채소들을 넣고 끓이다가 다진 마늘과 청양고추, 고춧가루를 넣는다.
- 냉이와 두부를 넣어 마지막으로 끓인다.

*냉이는 자르지 않고 그대로 넣어도 괜찮습니다.
**된장을 섞어서 넣어도 괜찮습니다.




#2.

그러고 보니 냉이는 요새 남편과 함께 빠져있는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노비였던 여주인공이 외지부가 되어 사건을 해결하고 억울함을 당한 사람들을 구제한다는 내용인데, 회가 거듭될수록 권선징악의 구조, 책임의 무게, 선의의 가치 등이 뚜렷하게 드러나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아직 완결까지는 조금 더 남았지만 시련과 고난이 닥칠수록 더 빛을 발하는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우리 부부는 침대에 눕혀놓은 아이가 생각나 밤마다 울고 웃는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아이와 떨어진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그새 또 보고 싶은 걸 보면.) 엄마, 아빠가 되니 눈물도 많아진 걸까.

아이가 세상의 풍파에 휩쓸려도 선함과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여주인공처럼 살아가길,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나 제 역할을 하는 냉이처럼 단단하게 땅 속에 뿌리를 박고 살아가길 바란다.


무엇보다 아이의 인생이, 우리의 삶이 해피엔딩의 조각들로 가득하길 바란다.

언젠가는 아이도 커서 내가 만들었던 냉이 카지노 게임를 추억하는 날이 올 것이다. 어린 날 내가 엄마를 보며 느꼈던 것처럼, 아이도 나를 재야의 고수라고 생각해 줄 날이 오겠지. 그 시간 속에서 겪을 수 있는 수많은 해피엔딩의 조각들은 젠가(jenga)의 탑처럼 높이 쌓아 올려져 힘든 날들을 버틸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열린 결말로 궁금증을 자아내기보다는 앞뒤 좌우 구분할 것 없이 꽉꽉 막혀 새어나갈 틈이 없는 해피엔딩이기를. 그런 의미에서 오늘 아침으로 먹은 냉이 카지노 게임의 따스한 온기도 해피엔딩의 한 조각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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