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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문R Feb 14. 2025

모험을 만끽카지노 쿠폰 즐거움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박완서

주말 밤, 담배 피우러 마당에 나갔던 남편이 온 가족을 불렀다. 빨리 옆집에 가보잖다. 웬 호들갑인가 싶어 아이들 모두를 데리고 옆집으로 갔더니 옆집 아저씨와 친구분이 남편과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잔뜩 흥분된 목소리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커다란 비닐 봉투 안에 그만큼 커다란 말벌집이 들어 있었다. 잔뜩 겁먹은 아이들에게 아저씨는 모두 자니 괜찮다고 했다.


옆집 아저씨는 농협 지점장이었다. 시골에서 살고 싶어서 이곳에 집을 짓고 시골 지점으로 자원해왔다. 사냥을 배워 산짐승이 나타났다는 신고를 받으면 출동하는 자격까지 획득한 특이한 분이다. 말벌집도 그렇게 산을 오가다 발견한 것이란다. 이 말벌집은 아주아주 몸에 좋다는 말벌주를 담는데 사용될 예정이었다. 술 때문에 목숨을 걸었냐고 타박하기엔 너무 신이 나 계셨다.

말벌을 기절시키는 법을 연구하고, 말벌에게 쏘이지 않는 옷과 망사가 달린 모자 등을 준비카지노 쿠폰 등 나름 치밀한 준비를 했단다. 계획은 이랬다. 에프킬라를 마구 뿌려 말벌을 기절시킨 후 벌집의 위 둥지를 잘라서 튼튼한 비닐 안에 떨어뜨린다. 그런데 현실은 언제나 그렇듯이 계획과 달랐다. 양손을 써야 할 것 같아서 헤드랜턴을 이마에 달고 갔는데 불을 켜자마자 말벌들이 달려든 거다. 허둥지둥 에프킬라를 마구 뿌렸는데 그렇게 쉽게 조용해질 애들이 아니었다. 살아남은 말벌들이 공격을 해서 결국은 몇 방 쏘이고 랜턴 불을 끄니 앞이 안 보이고, 이 와중에 비닐을 잘못 깔아서 자칫했으면 말벌집이 땅에 떨어질 뻔했단다.


흥미진진한 모험담이 오가는 가운데 술 담글 준비를 하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말벌집이 너무 커도 너무 컸다. 술을 담그려고 미리 준비해둔 유리병이 작아서 말벌집을 쪼개야 했다. 시골에 살면 매실액기스 등을 직접 담게 되는데, 그럴 때 사용하는 가장 큰 유리병이었음에도 말벌집을 담기에 작았다. 말벌집을 어떻게 쪼갤 것인가를 두고 옥신각신했다. 쪼개다가 말벌들이 깨어나면 어쩌지부터 비닐 안에 있는 말벌집을 어떻게 사이즈에 맞게 쪼갤 수 있는지 등등. 이제 남편까지 합세해서 난리가 났다. 일단 비닐 째로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래도 말벌집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몇 번 떨어뜨리니 짜개지긴 했는데,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말벌이 깨어날까 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말벌은 아직 마취 상태였다.

이제 쪼개진 카지노 쿠폰을 병에 담아야 했다. 혹시 모르니 아이들에게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하고, 어른들은 다시 망사 모자를 쓰고 두꺼운 장갑을 꼈다. 긴장된 상태에서 조심조심 비닐을 열었다. 그리고 빛보다 빠르게 후다닥 카지노 쿠폰을 병안으로 넣었다. 단 하나의 카지노 쿠폰 덩어리도 남기지 않고 모두 병안에 넣기 위해 비닐 바닥까지 훑었다. 이제 1리터짜리 술 제조 전용 소주를 들이붓는 순서다. 소주가 들어가니 말벌들이 슬슬 깨어나는 것이 보였다. 깨어나면 안 돼, 빨리빨리 하면서 마구 들이부었다. 유리병 뚜껑을 닫고 나니 드디어 성공이었다!!!

우리 가족과 옆집 아저씨, 아저씨의 친구분 모두 환호성을 지르고 박수를 쳤다. 이대로 집에 갈 수는 없지, 아이들은 마당에서 뛰어놀고 어른들은 맥주를 땄다.


카지노 쿠폰©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몇 달이 지난 후 말벌주를 딴다는 소식이 들렸다. 말벌주를 함께 담그던 멤버에 아저씨 친구분들이 몇 명 더 추가돼서 모임이 열렸다. 나는 소주를 마시지 못해 맛만 봤다. 또다시 그날의 무용담이 오갔고, 산짐승 사냥 이야기까지 이어졌다. 나이 든 어른들이 산을 뛰어다니며 만들어가는 온갖 모험 이야기 덕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술자리였다.


<모래알만 한 진실에서 박완서 선생님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 말벌이 집을 짓자 수공을 감행한다.


나는 마당에 물 줄 때 쓰는, 샤워 꼭지가 달린 긴 호스 끝으로 그곳을 겨냥하고 물을 틀었다. 샤워를 직수로 고쳐놓은 물줄기는 곧장 힘차게 솟으면서 말벌이 모여드는 곳을 공격했다. 이윽고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와 함께 수많은 어린 말벌들이 떠내려오기 시작했다. 세상에, 세상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애벌레가 그 안에서 자라고 있었을까. 그건 어쩌면 애벌레가 아닐 수도 있었다. 모기만 한 크기의 날개가 나 있는 듯도 싶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수공을 이기기엔 아직 무력했다.

-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박완서, P96


수공을 견디다 못한 카지노 쿠폰이 땅에 떨어지자 그것을 짓밟아 버린다. 그러곤 악몽을 꾸었다고 한다. 박완서 선생님과 다르게 옆집 아저씨는 주酒공을 했다. 그덕에 우리 가족은 코앞에서 카지노 쿠폰을 구경했고, 악몽을 꾸지도 않았다.


전원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 속에 얽혀서 살아가는 다양한 방법을 경험하게 된다. 그 쏠쏠한 재미를 누리지 못하면 지내기 영 쉽지 않다. 무성하게 자라는 풀들, 벌레들을 감당해야 하고, 손바닥보다 더 큰 낙엽을 쓸어야 하는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는 몸을 쓰는 노동과 약간의 모험이 필수다.


박완서 선생님도 같은 책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내가 여기 정착하려 한 것은 자연 친화적인 삶을 꿈꿨기 때문도 도처에 도사린 불안을 몰라서도 아니었다. 아파트가 너무 편해서, 온종일 몸 놀릴 일이 너무 없는 게 사육당하는 것처럼 답답해서 나에게 맞는 불편을 선택하고자 했을 뿐이다. 내가 거둬야 할 마당이 나에게 노동하는 불편을 제공해 준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박완서, P102~103


이제는 우리 가족이 다른 동네로 이사 와서 옆집 아저씨를 만날 일은 없지만, 가끔 그 동네를 지날 때마다 아저씨는 잘 계시나, 이제는 정년퇴직을 하셨을까 생각한다. 여전히 모험을 즐기며 전원에서의 노년을 만끽하셨으면 좋겠다. 말벌주는 오래전에 다 드셨겠지?



표지사진:UnsplashAnte Hamers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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