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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애 Apr 08. 2025

카지노 쿠폰 찾아서

김초엽의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고

김초엽의 소설은 미래 우주 시대를 배경으로 한 SF소설이다, 아니, SF소설이라 한다. 그리고 우주와 관련된 상상력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가슴 가득 스며드는 ‘따스함’이었다. 그리고 이 따스함은 ‘카지노 쿠폰’과 연관되어 있다. 첨단 과학시대를 사는 등장인물들은 여전히 고뇌하며, 여전히 무언가를 지향하고, 그리워하는 대상을 갖고 살아간다. 그것은 과거의 것이기도 하고, 현재의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카지노 쿠폰은 실현되지 못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은 그것을 향하여 살아간다. 외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작가도 했던 걸까? 그녀들 곁에는 그들의 카지노 쿠폰을 함께 하고 들어 주는, 그리고 어느 정도는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옆에 있다. 그래서 안심이 되고 그래서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과학과 우주, 이 말과 ‘따스함’은 상식적으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작가는 첫 작품집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놀라운 상상력과 깔끔하고 편안한 문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매료될 수밖에 없다. 우주와 관련된 용어들이 생경하여 굳이 이해할 필요는 없는 거라고 위안하며 배경으로 두고 이야기의 맥락을 따라 읽긴 했지만....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유토피아의 세계에 살면서 해마다 치러지는 순례의식을 보면서,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과 돌아와서 괴로워카지노 쿠폰 사람을 보며 균열을 겪은 ''는 ‘행복하지만 행복의 근원을 모른다는 것(19쪽)'을 자각하고 자신들의 세계를 만든 릴리의 행적을 추적한다. 그러면서 데이지가 본 세상은 릴리가 벗어나고자 했던, 그래서 유토피아를 건설하게 만든 차별이 있는 세계, 누군가가 배제되는 세계, 하지만 누군가와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세계였다. 카지노 쿠폰고 그곳에서 사람들은 그 사랑하는 존재가 맞서는 고통과 비탄으로 가득 찬, 억압받는 현실에 함께 맞서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음을(52쪽)을 안다. 그럼에도 그는 지구에서의 삶을 선택하고 떠날 것을 결심한다.


“나는 말했어. 당신의 마지막 연인을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겠냐고, 나는 그에게 지구로 다시 함께 가겠냐고 물었어. 떠나겠다고 대답할 때 그는 내가 보았던 그의 수많은 불행의 얼굴들 중 가장 나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 그때 나는 알았어.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54쪽)”


삶이 바쁘고 힘겨울 때마다 드는 생각은 아무 생각 없이 누군가가 이끄는 대로 편안하게 살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그것은 불가능한 것인가 보다. 인간이기에, 의미있는 삶을 원하는 인간이기에, 가슴 절절한 사랑을 하고 싶은 인간이기에.... 카지노 쿠폰고 그 속에서 행복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타고 난 인간이기에.... 그래서 나도 돌아오지 않는 순례자가 될 수밖에 없을 거 같다.


스펙트럼


외계인 탐사를 위해 떠났다가 우주에 표류하다 40년 만에 지구로 돌아온 희진, ‘우주인 최초의 조우자’로 주목을 받지만 행성의 위치도, 우주인의 정보도 알려 주지 않아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만다. 그녀가 지키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루이, 그들과의 삶이다. 루이는 수명이 짧아 빨리 죽는다. 그런데 장례를 치르면 또 다른 루이가 온다. ‘그들은 분명한 개체이다. / 그들은 다른 루이로 출발했다. / 그들은 기록된 루이로서의 자의식과 루이로서의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경험, 가치, 희진과의 관계까지도. / 그렇다면 희진도 그들을 같은 영혼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네 번째 루이가 가까이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마음을 다해 사랑하기에는 너무 빨리 죽어버리는, 인간의 감각으로는 온전히 느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완전한 타자. 하지만 희진은 이해카지노 쿠폰 싶었다.(91쪽)’/ 희진은 그곳에서 제한된 동작으로 그들과 교류한다. 그들 또한 색채 언어로 희진을 관찰하여 기록한다. ‘그는 놀랍고 아름다운 생물이다(96쪽).’


희진은 사람들이 도구를 가지고 가서 ‘무력하고 유약한’ 개채였던 자신과는 다른 관계가 형성될 것이라 생각하기(95쪽) 때문에 20년을 돌아 지구로 돌아오면서까지, 오랜 시간 사람들의 비난을 들으면서까지 그들의 세계를 지켜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녀는 루이의 색채들과 함께 우주로 흩어져 간다.


관계를 생각해 본다. 상대방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자 카지노 쿠폰 관계, 그를 보호하고 지켜주고자 카지노 쿠폰 마음은 어디에서 나올까? 루이는 희진을 보호하고 지켜주었다. 희진은 루이들의 행성과 그들의 삶을 지켜주었다. 그러나 발달한 도구가 있는 지구인들은 그들과 그러한 관계를 맺을 수 없다고 말한다. 왜?


공생가설


류드밀라는 어려서부터 이름 없는 행성의 풍경을 그린다. 그곳은 존재할 것 같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한 몽환적인 세계, 류드밀라의 행성이라 불리는 그 풍경화를 보며 사람들은 무언가 놓고 온 것, 아주 오래 되고 아득한 것, 떠나온 것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그 감정이 무언지 모르는 채...(104쪽). 카지노 쿠폰고 그 작가는 그 이유를 폭발된 행성을 빠져 나와 지구로 와서 아기들이 7살이 될 때까지 공생하는 행성인들과 연결한다. 그들은 아기와 공생하면서 아기에게 인간다움(도덕, 윤리, 이타성 등)을 가르치고, 아기가 자기표현을 하게 되는 7살 전후로 자신들의 기억과 함께 떠난다. 그러나 류드밀라에게서는 그런 이별이 일어나지 않는다.


-(142쪽) "그들에게 이야기한 거죠. 연작의 제목을 생각해 보세요. 카지노 쿠폰고 그 연작들이 일관적으로 그려내는 애틋함과 슬픔, 외로움의 정서도요. 혼자이고 고독했던 류드밀라는 그들의 존재가 간절했을 겁니다. 그들은 류드밀라의 유일한 친구였고, 부모였고, 동료였겠죠.”


류드밀라는 그들에게 말한 것이다. 떠나지 말라고, 그 아름다운 세계를 가져가지 말라고, 자란 다음에도 계속 곁에 머물러달라고“ 그때 그 장소에 있었던 모두는 같은 풍경을 생각했을 것이다. 류드밀라가 그렸던 행성, 푸르고 묘한 색채의 세계. 인간과 수만 년간 공생해온 어떤 존재들이 살았던 오래된 고향을, 수빈은 순간 이상한 감정에 휩싸였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고 느낀 적 없는 무언가가 아주 카지노 쿠폰워지는 감정이었다.


여기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카지노 쿠폰은 자신의 근원에 대한 카지노 쿠폰이 아닐까 싶다. 어렸을 때 자신을 키워준 것들에 대한 카지노 쿠폰, 살아가면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카지노 쿠폰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류드밀라는 간절한 노력으로 그러한 것들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자기가 간직하고 있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있다. 사람들이 잃어버린 마음의 근원을 상기시키며....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최첨단 과학을 하는 우주과학자 안나, 우주 행성으로 가기 위한 냉동 수면 기술 연구에 성공한 그녀이지만 먼저 슬렌포니아에 가 있는 가족과 헤어져 살며 늘 가족에게 닿고자 노력하고 있다. ‘기다리는 사람을 위한 우주정거장’에서 냉동수면기술을 이용해 수명을 연장하며 이미 폐쇄된 슬렌포니아행 우주선을 기다리고 있는 안나, 이 정거장을 정리하러 온 남자에게 안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예전에는 헤어진다는 것이 이런 의미가 아니었어. 적어도 그때는 같은 하늘 아래 있었지, 같은 행성 위에서, 같은 대기를 공유했단 말일세. 하지만 지금은 심지어 같은 우주조차 아니야. 내 사연을 아는 사람들은 내게 수십 년 동안 찾아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래도 당신들은 같은 우주 안에 있는 것이라고. 그 사실을 위안 삼으라고,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181쪽) 이렇듯 좌절하는 듯 보이지만 안나는 포기하지 않고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분명히 알고 있어.”란 말을 남기며 자신의 우주선을 타고 슬렌포니아로 향한다.


시대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의 삶의 스펙트럼이 넓어질수록 사람들 사이의 간격은 더 멀어진다. 그 속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외로움은 더 커지고. 그리고 그 외로움은 빛의 속도로 갈 수 있을 때에야 극복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글을 읽으며 안나는 다른 답을 알려주고 있는 듯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그들에게 향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빛의 속도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속도로 꾸준히 다가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나는 안나가 슬렌포니아에 도착하기를 간절히 응원한다. 가족을 그리워하는 안나의 마음이 진실이기에.


감정의 물성


사람들의 감정을 넣은 물건이 판매되고 있다. 그들은 말한다.


- “그냥 실재카지노 쿠폰 물건 자체가 중요한 거죠, 시선을 돌려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있는 거잖아요. 물성을 감각할 수 있다는 게 의외로 매력적인 셀링 포인트거든요."(206쪽)


그러나 이것에 대해 회의가 생긴다.


- “소비가 항상 기쁨에 대한 가치를 지불카지노 쿠폰 행위라는 생각은 이상합니다. 어떤 경우에 우리는 감정을 향유카지노 쿠폰 가치를 지불하기도 해요. 이를테면, 한 편의 영화가 당신에게 늘 즐거움만을 주던가요? 공포, 외로움, 슬픔, 고독, 괴로움……… 그런 것들을 위해서도 우리는 기꺼이 대가를 지불하죠. 그러니까 이건 어차피 우리가 늘 일상적으로 카지노 쿠폰 일이 아닙니까?”


잠시 말문이 막혔다. 언뜻 옳은 이야기 같기도 하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무언가 다르지 않은가. 우리가 소비를 통해 얻고자 카지노 쿠폰 것이 오직 감정 그 자체였던가? 인간은 의미를 추구카지노 쿠폰 존재가 아닌가? 의미가 배제된 감정만을 소비카지노 쿠폰 것은 인간을 단순히 물질에 속박된 동물로 전락시키는 일이 아닐까? 애초에 인간이 의미를 추구카지노 쿠폰 행위조차도 궁극적으로 보다 고차원적인 행복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지 않은가?“ (214쪽)


그러면서도 나는 이 구절에 끌린다.


- “의미는 맥락 속에서 부여된다. 하지만 때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담긴 눈물이 아니라 단지 눈물 그 자체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215쪽)


관내분실


엄마의 흔적을 찾고 있는 지민의 다음 대사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있지, 유민아.”

“엄마가 하나도 없어.”

유민은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어색하게 웃으며 유민이 말했다.

"그야 우린 별로 사이좋은 가족도 아니었잖아.”

“하지만 엄마랑 우리는 이십 년을 같이 살았는데, 어떻게 흔적이 없지.”(253쪽)


결국 지민은 엄마를 찾았다.

어떤 사람들은 마인드가 정말로 살아 있는 정신이라고 말한다. 어떤 이들은, 이건 단지 재현된 프로그램일 뿐이라고 말한다. 어느 쪽이 진실일까? 그건 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어느 쪽을 믿고 싶은 걸까?


“무슨 말을 하더라도, 그게 진짜로 엄마의 지난 삶을 위로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지민은 한 발짝 다가섰다. 시선을 비스듬히 피하던 은하가 마침내 지민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지민은 알 수 있었다.

"이제…….”

단 한마디를 전카지노 쿠폰 싶어서 그녀를 만나러 왔다.

“엄마를 이해해요.”

정적이 흘렀다. 은하의 눈가에 물기가 고였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지민의 손끝을 잡았다.(271쪽)


좋은 엄마건 좋지 않은 엄마건 엄마의 의미는 참 크다. 엄마의 길을 따라 자신도 엄마가 되는 딸에게는 그 의미가 더욱 크고.... ‘엄마도 그랬어?’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엄마에게 참 많이 했던 말이다. 카지노 쿠폰고 그런 대화 속에서 나는 엄마를 같은 여자로 느꼈던 것 같다.

이해할 수 있다는 건 그 사람의 상황과 마음을 온전히 인정카지노 쿠폰 받아들일 때 가능한 거 같다. 그런데 사람들은 같은 처지가 되기까지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래서 늘 결핍을 느끼는 거 아닐까?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영웅, 내가 존경카지노 쿠폰 사람, 내가 따라가고 싶은 사람, 나에게 살아갈 힘을 주는 사람.

그런 면에서 재경이모는 가윤에게 영웅이다. 비록 그들이 간 곳이 다르지만 가윤의 삶의 방향을 이끌어 주고 그런 길을 가도록 용기를 주었으니까. 그래서 가윤 또한 우주영웅이 되었으니까.


- 그날 밤 가윤은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생각했다. 재경 이모는 심해에서, 마침내 자신이 찾아 헤매던 목적지에 도달했을까. 심해를 유유자적 유영하는 재경 이모를 상상하는 것은 우주에 있는 이모를 상상하는 것보다 차라리 쉬웠다. 심해로 내려간 재경 이모, 그건 너무 아득하고 비현실적이어서 오히려 아무렇게나 그려도 될 것 같은 그림이었다. 이모는 새로 단 아가미로 숨을 쉬고 있을 것이다. 까마득한 어둠속에서 희미한 빛을 따라 헤엄치겠지. 그러면서 지상에서 일어나는 이 모든 한심한 일들을 마음껏 비웃고 있을 것이다. 가윤은 그곳의 깊은 어둠이 우주와도 닮아 있으리라고, 그래서 이모는 망설임 없이 바닷속으로 떠났으리라고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가윤은 아직 한 가지가 궁금했다.

이모는, 우주의 저편을 보지 못한 것을 그래도 조금은 아쉬워할까?(313쪽)


- 별들과 뿌옇게 흩어진 성운이 보였다. 더 많은 별이 보인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수도 없이 보았던 저쪽 우주와 별다를 바도 없었다.

재경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래, 굳이 거기까지 가서 볼 필요는 없다니까. 재경의 말이 맞았다. 솔직히 목숨을 걸고 올 만큼 대단한 광경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윤은 이 우주에 와야만 했다. 이 우주를 보고 싶었다. 가윤은 조망대에 서서 시간이 허락하는 한가지 천천히 우주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언젠가 자신의 우주 영웅을 다시 만난다면, 그에게 우주 저편의 풍경이 꽤 멋졌다고 말해줄 것이다.(318쪽)


재경은 심해에서 가윤은 우주에서 그들의 소망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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