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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룰루복키 Apr 25. 2025

"카지노 쿠폰, 그 말... 나한테 한 거였지?"

“여기야.”

카지노 쿠폰의 막내동생, 삼촌이 주인 없는 집에 먼저 도착해 짐을 정리하고 계셨다.

나는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안도감에 말이 툭 튀어나왔다.


“어……? 다행이다.”


나의 말에 엄마와 동생도 말을 거들었다.

“그러네.”




우리는 장례를 마치고, 카지노 쿠폰가 홀로 지내시던 집을 정리하러 경남 김해로 향했다.

장례식장으로 가던 그 길만큼이나, 두렵고 겁이 났다.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었던 내 속내를, 카지노 쿠폰 집에 도착할 즈음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카지노 쿠폰의 공간이 좁고, 어둡고, 초라하면 어쩌지?”


카지노 쿠폰를 향한 걱정 같았지만, 실은 그간 제대로 챙기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그런 마음을 안고 살아갈 나를 향한 내 걱정이었던 거다.

살아생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카지노 쿠폰의 집.

그 길에서도 내내 내 생각만 했던 나는… 참, 못난 딸이 분명했다.


그런 내가 도착해 마주한 카지노 쿠폰의 공간은 생각보다 넓고 깔끔했다.

그래서, 고마웠다.

미식가였던 카지노 쿠폰의 부엌엔 각종 식재료들이 냉장고와 찬장에 가득 차 있었다.

60이 넘은 나이에도 얼리어답터였던 카지노 쿠폰답게, 내가 갖고 싶었던 노트북과 태블릿 PC도 있었다.

심지어, 포장도 뜯지 않은 대형 TV가 안방에 턱 하니 놓여 있었다.


20년 넘게 따로 살아온 남편의 비밀 공간을 처음 본 엄마.

김해로 향하는 그 시간은, 딸인 내 감정에 비할 바가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는 말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엄마도 동생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자-알 살았네! 원 없이 돈 쓰고 갔네, 그래도……”


남편에 대한 원망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그 억겁 같던 시간 속 말들을

엄마는 그렇게 한마디로 뱉어냈다.


형의 짐을 정리하면서도 형수 눈치를 슬쩍 보던 삼촌이 입을 열었다.


“혼자 잘 먹고 잘 살았는데, 뭐가 이쁘다고 그런 말을 해요, 형수!”


늘 “우리 형수님~ 형수님~” 하던 삼촌은, 처음으로 형을 향한 볼멘소리를 했다.


우리는 다 알고 있었다.

엄마의 그 말 한마디에 누구보다 삼촌은 고마웠고, 형을 대신해 미안함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장례를 치르는 내내 내 설움에 울어댔던 나는, 침대 머리맡 벽을 보고 다시 눈물을 쏟아냈다.





“어? 이 사진……”


예전에 내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올렸던, 남편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그 사진을 인화해 벽에 붙여두고, 카지노 쿠폰는 그렇게 사위와 딸을 매일 보고 계셨던 거다.

그 옆에는 남동생 사진이 걸려 있었고, 사진 귀퉁이엔 카지노 쿠폰의 그리움이 글로 쓰여있었다. "사랑하는 아들"

젊은 시절, 카지노 쿠폰 품에 안긴 엄마의 사진도 있었다. 그 시절의 나의 부모의 모습이 그저 아름답다.

각각 따로 찍힌 사진들이었지만, 카지노 쿠폰의 머리맡에는 우리 가족사진이 걸려 있었던 것이다.

말로 전하지 못한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카지노 쿠폰는 그렇게 사진으로 채워두셨나 보다.




짐 정리가 거의 끝날 무렵, 마지막으로 책상을 정리하다가 서랍을 열었다.

서랍 안에는 뜯겨진 택배 송장들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이게 뭐야……?”


처음엔 뭔가 싶었다. 새 택배 용지도 아닌, 너덜너덜한 종이들.

보낸 사람란을 보니, 거기에 내 이름이 있었다.


“뭐 이런 걸 다 모아놨어……”


그랬다.

카지노 쿠폰 생각이 날 때마다 이따금 보냈던 택배.

그 송장을 하나하나 뜯어, 보낸 사람·받는 사람란에 적힌 딸내미의 글씨를 그렇게 모아두신 것이다.


아, 정말……

그게 뭐라고.

카지노 쿠폰는……




카지노 쿠폰가 주는 사랑을 당연하게 여겼고, 때론 귀찮아했고, 미워한 적도 있었다.

사랑인 걸 알면서도 외면한 적도 있었고, 무시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함부로 굴면서도, 부모란 존재는 늘 곁에 있을 거라 믿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믿음도 결국 나를 위한 것이었다.


“내가 힘들지 않게 살아가려고.”

험한 세상 속에서, 무조건 내 편일 그 존재를 놓고 싶지 않았던 거다.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마흔이 넘은 딸은 아직도 엄마, 카지노 쿠폰가 필요하다.

그런 나의 비빌 언덕이었던 카지노 쿠폰는, 그렇게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렸다. ·




카지노 쿠폰가 돌아가시기 몇 해 전, 할아버지 기일에 엄마 몰래 대구에서 카지노 쿠폰를 만났다.

제사가 끝난 뒤, 소주 몇 잔에 취한 카지노 쿠폰가 넋두리를 하신다.


“할아버지 살아 계실 때 좀 오지… 살아 계실 때 얼굴 보여주는 게 좋은 거다.

죽고 나서 챙기는 건, 그건 할아버지가 몰라.”


그때 그 말이…

참 사무친다.


"카지노 쿠폰, 그 말... 지금 나한테 하는 말 맞지?

나한테 한 거였지? “


또 후회하지 않게,

또 등신짓하지 않게,

엄마한테 잘할게.

나 지켜봐 줘. 잘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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