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로 물들었던 나의 어린 시절(2)
나는 시험날이 너무 긴장되는 날이었다.
성적표를 받는 날은, 거의 사형 선고를 받는 날 같았다.
성적표를 받는 날엔 곧장 집으로 가야 했다.
카지노 게임는 일을 하시다가 어디선가 꺾어온 매를 들고 집으로 오셨다.
매서운 눈으로 성적표를 훑으셨고, 공부를 곧잘 하던 다른 형제들과 나를 공개적으로 비교하셨다.
그 시절 내 기억 속에서, 나는 의자에 앉아 계신 카지노 게임 발밑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터질 듯 두근거리는 심장, 식은땀, 그리고 입술이 시퍼래질 정도로 온몸이 벌벌 떨렸다.
내 성적은 카지노 게임의 기대만큼 오르지 않았다.
카지노 게임는 헛웃음을 치며 내 이름을 부르시더니,
“모르겠으면 그냥 커닝이라도 해라.”
라고 말씀하셨다.
어린 나이지만, 나는 수치심이 몰려왔다.
하지만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흘리며,
‘이제는 맞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는 안도감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중학교 졸업을 앞둔 나는 다른 친구들처럼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카지노 게임는 그 성적으로는 실업계 고등학교에 가서 기술이나 배우고 일을 하라고 하셨다.
그렇게 함께 어울리던 친구들과 모두 떨어지게 되었고 내 세상이 끝난 것처럼 절망스러웠다.
어쩔 수 없이 카지노 게임의 뜻대로 실업계에 진학하긴 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각인되어 온 공부에 대한 선입견으로 인해 실업계에 다니는 게 창피했던 나는, 나의 수치심을 감추기 위한 방법으로 대학 진학반에 들어갔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수시로 대학에 합격한 나는 학비를 직접 벌기 위해 공장에 취업했다.
그리고 카지노 게임께, 공장에서 일하며 야간대학을 다니겠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내 사업을 돕지 않으면 호적에서 파겠다. 가족에게도 생활비를 주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그 순간은 지금도 선명하다.
머릿속이 새하얘졌고, 눈앞도 캄캄해졌다.
나는 마치 인생이 끝나버린 것처럼, 깊은 절망에 빠졌다.
고등 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카지노 게임 사업을 도왔다. 매일이 지옥 같았고 내 자유를 찾고 싶었다. 그래서 ‘대학에서 배워 카지노 게임 일에 보탬이 되겠다’며 도망치듯, 집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지방 대학에 입학했다.
입학 후 1년 반쯤 지난 후, 방학을 앞두고 있었다. 수업 도중 카지노 게임께 전화가 왔다. 직원이 결혼을 한다고 그만두게 되었으니, 당장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도우라고 하셨다. 반 학기 남은 대학 졸업만 하게 해 달라는 나에게 카지노 게임는 자신의 사정을 불쌍하게 호소하듯 말씀하셨다. 대학 동기들과 송별회를 하고, 나는 눈물을 쏟으며 짐을 쌌다. 그렇게 한동안 카지노 게임 사업을 도와드렸다. 대학교는 방학이 끝나고 곧 개강을 앞두고 있었다. 나는 카지노 게임께 진심을 담아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 "제가 잘 배워서 카지노 게임 사업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내 말을 다 들으시곤, 나에게 하시는 말씀… "넌 이제부터 내 딸이 아니다. 그리고 학비, 용돈은 너 알아서 해라." 그리고 그날 저녁, 술이 취해 전화가 오셨다. 그리고 우시는 듯한 목소리로 말씀하시곤, 한강에서 떨어져 죽겠다며 "으악…!" 하고 전화를 뚝 끊으셨다. 걱정이 되어 어머니께 전화했다. 카지노 게임는 주무시고 계신다고 하셨다. 정말 내 영혼이 탈탈 털려버린 것 같았다.
지치고, 불안하고, 절망적이고, 증오와 분노까지—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와 정말 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기숙사 생활을 하며 가끔 집에 올라오곤 했다.
집에 도착해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짐을 옮겨준 남자친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 뒤 집 안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현관을 막 들어선 순간,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카지노 게임는 압력솥 뚜껑을 현관 앞으로 내던지셨고,
나를 향해, "창녀 같은 년"이라며 욕을 퍼부으셨다.본인도 당황하셨는지 남자는 다 믿지 말라며, 카지노 게임도 믿지 말라는 급하게 수습하시는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무슨 말도, 어떤 감정도 표현할 수 없었다.
그저, 모든 게 멈춰버린 것 같았다.
아직도, 그때의 카지노 게임가 왜 그러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에게 있어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선명히 남아있다.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무슨 말도, 어떤 감정도 표현할 수 없었다.
그저, 모든 게 멈춰버린 것 같았다.
아직도, 그때의 카지노 게임가 왜 그러셧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에게 있어 그 날의 기억은 여전히 선명히 남아있다.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며, 우여곡절 끝에 대학을 졸업했다.
교수님의 추천으로 한 중소기업에 취업했고, 처음으로 내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카지노 게임께 전화가 걸려왔다.
직원이 그만두었으니, 당장 일을 그만두고 사업을 도우라는 말씀이었다.
나는… 카지노 게임를 거절할 수 없었다.
그렇게 또다시, 끌려가듯 카지노 게임의 회사로 돌아가게 되었다.
퇴근이나 주말 상관없이, 필요할 때마다, 생각날 때마다 걸려오는 카지노 게임의 전화.
전화를 받지 않으면 받을때까지 전화를 하시고, 받지 않으면 음성 메시지까지 남겨졌다.
불안해서 휴대폰을 두고 다니지도 못했다.
나는 매일 죽지 못해 사는 기분이었다.
하루하루 술로 버텼고, 숙취에 시달린 채 출근하던 어느 날,
카지노 게임는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네가 여기 아니면, 누가 너를 써주겠느냐.”
그 말에…
분노와 증오가 뒤섞인 소리 없는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카지노 게임는 사업 상황에 따라 여러 번 다른 곳에 이력서를 쓰라고 하셨고, 취업하여 일하던 나에게 다시 퇴사를 요구하시는 것을 반복했다.
나는 왜 그렇게 카지노 게임에게 끌려다녔을까.
어릴 적부터 무서운 표정을 하시며 폭력을 쓰시던 카지노 게임가 두려워
20대까지는 카지노 게임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카지노 게임가 가정을 위해 애쓰시는 것을 알았고,
내가 내 인생만 생각한다는 게 이기적으로 느껴졌다.
자신의 힘든 이야기를 털어놓으시며
죽겠다, 힘들다며 우시는 카지노 게임가 밉기도 하고,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내 인생을 살아가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가족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에 나만 생각할 수 없었고,
불쌍하게 말씀하시는 카지노 게임에게 매정할 수 없었다.
내가 어릴 적, 카지노 게임는 나를 사랑하지 않으셔서 그런 게 아니었을 것이다.
자식들을 사랑하셨기에, 빚을 내서라도 공부를 시키고 싶으셨고,
그 기대에 잘 따라오지 못하는 딸이 걱정되고, 막막하고, 답답하지 않으셨을까.
카지노 게임는 힘든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가족을 책임지려 하셨고,
혼자서 감당하기엔 너무 버거우셨기에 가족들의 도움이 필요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그 걱정과 불안함과 답답함을 자신의 ‘통제’ 안에서,
언어적 폭력과 신체적 폭력으로 표현하셨다.
그런 카지노 게임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다스리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셨던 것이다.
누군가 카지노 게임의 감정을 진심으로 들어주고 수용해주는 경험이 있었다면,
그 감정이 폭력으로 표출되지는 않지 않았을까?
카지노 게임 탓만은 아니라는 걸 안다.
카지노 게임 또한 감정을 수용받지 못한 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자란 나도 감정을 건강하게 다루는 방법을 몰랐다.
그저 ‘짜증 나’, ‘화나’, ‘슬퍼’— 이 정도의 감정만이 전부인 줄 알았다.
감정이 앞서는 나에게 누군가 대화를 시도한다는 건
불 위에 기름을 붓는 행위 같았다.
대화를 하다가 서로의 감정이 격해지면,
나는 심장이 터질 것처럼 괴로웠고,
손이 떨릴 정도로 주먹으로 어딘가를 치거나
물건을 던지고 싶은 욕구가 치밀었다.
결국엔 욕을 하고, 상대에게는 꺼지라고 하며 대화를 끝내려 했다.
도대체 이 사람은 나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그 관계를 끊어버리고 싶었다.
그렇게 건강하게 풀지 못한 내 감정은 쌓이고 또 쌓여서,
결국 나 스스로 상처를 만들었다.
내 안에 갇힌 감정들은 술을 마시면 더 증폭됐다.
욕을 하고, 부수고, 때론 분노를 이기지 못해 칼을 들기도 했다.
어떻게 할 생각은 없었지만, 화라는 감정을 그렇게 표현했다.
술을 마시고 다리 아래로 떨어지려 했고,
지하철 화장실에서 스스로 목을 조르기도 했다.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렸던 날도 있다.
죽고 싶은 충동, 자살 시도도 많았다.
내가 술에서 깨고 나면 사람들은 ‘정말 다른 사람 같다’고 말했다.
나조차도 내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심한 구토와 위경련으로 응급실에 가는 날도 다반사였다.
그렇게, 나의 20대는 지나갔다.
카지노 게임에 대한 기억, 그리고 나의 20대의 글을 하나씩 펼쳐내면서 느낀 것이 있다.
나는 때론 두렵고 측은한 카지노 게임에게 순종적이었지만, 나의 삶은 그런 카지노 게임를 많이 닮았다는 것을...
그리고 나의 인생을 돌이켜보며, 카지노 게임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카지노 게임도, 카지노 게임의 방식으로 힘듦과 아픔을 표현하셨을 것이다.
당신의 아픔이 얼마나 깊었으면, 그렇게까지 표현하셨을까.
누군가에게 수용받지 못했을 카지노 게임의 감정,
그렇기에 건강하게 배우지 못했던 표현 방식,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 고통스러우셨을 것이다.
그렇다고 카지노 게임가 나에게 했던 모든 행동들이 정당하다고 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지노 게임도 완벽한 신이 아니라 부족한 한 사람이기에, 사람 대 사람으로서 이해하는 마음과 연민의 마음으로 내 상처를 씻고 싶다.
나를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나는 카지노 게임와 엮여 있던 무거운 마음들을 내려놓은 지 오래되었다.
카지노 게임를 원망했을 때는 매일같이 꾸던 악몽도 그 이후로는 꾸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었다.
이 기억들 또한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기억들이기에,
지우고 싶은 기억이 아니라,
영광의 상처 같은 기억이다.
우리 카지노 게임,
그 무거운 마음의 짐들, 이젠 내려놓으시고
카지노 게임를 더 사랑해주시며
아무 걱정 없이, 마음 편히 사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