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초카지노 쿠폰이 생긴다면
"대리님은 초카지노 쿠폰이 생긴다면 어떤 초카지노 쿠폰을 갖고 싶어요?"
수요일 오후 나른함에 몰려드는 잠을 쫓아보려 앞자리 직원에게 물었다.
"저는 하루 앞의 일을 알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금요일마다 로또 사려고요! 과장님은요?"
참 현실적인 후배 직원을 두었구나 생각했다.
"저는 순간이동이요. 출근 시간 아껴서 아침에 30분 더 잘 거예요.”
모처럼 얻은 초카지노 쿠폰을 소박하게 쓴다며 나무란다. 아침잠에 취약한 사람에게 30분이 얼마나 소중한데 이 소중함을 모르고 또 이렇게 하극상(?)을 한다. 순간이동은 내가 거창하게 사용해 봐야 해외여행 정도일 것 같아 비범하게 사용할 만한 다른 초카지노 쿠폰이 있을까 고민해 봤다.
고민을 이어가던 중에 사람의 카지노 쿠폰으로는 어쩔 수 없던 경험에서 내가 초인적인 힘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은 일들을 생각해 보았다. 무력함으로 생긴 결핍은 결국 미련이 가득한 바람으로 남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어떠한 병이나 상처도 낫게 해주는 초카지노 쿠폰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우리에게 소중한 사람이 다치거나 아플 때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하는 생각을 한 번씩은 해보았을 것 같다. 물론 이 생각 하나 때문에 이러한 초카지노 쿠폰을 원한 것은 아니다. 이건 지금으로부터 한 5,6년 무력했던 일에서 비롯된 바람이다.
고등학교 동창 중 같이 반이 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친구의 친구로 만나 참 친하게 지냈던 녀석이 하나 있었다. 졸업 후에도 꾸준하게 만나며 평소 주위 사람들에게 연락을 잘 안 하는 나에게 매번 먼저 연락해 소주 한잔하자고 불러주는 고마운 친구였고, 바보 같을 정도로 순박하고 착해서 같이 있기만 해도 마음이 맑아지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해주는 친구였다.
그러나 삶이란 것이 참 아이러니한 게 선한 사람들에게는 좋은 일 보다 비극적인 일 더 많이 일어난다. 내 친구도 이 말도 안 되는 법칙을 피해 가지는 못했다. 친구는 어느 날 자고 일어나 보니 침대가 피로 흥건했다고 하며, 놀라서 병원에 가보니 흑색종이라는 악성 피부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무언가 도움이 될만한 일이 없을까 하여 다방면으로 알아보았으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흑색종이라는 암은 동양인에게 흔치 않은 희귀 암이고, 암은 젊은 사람일수록 전이가 빨라 치료가 어렵다는 절망적인 정보들뿐이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가끔 안부를 물어보거나 친구의 상태가 호전되었을 때 만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정도가 전부였다.
결국 폐로 암이 전이되어 병세가 악화되었던 친구는 서른을 보지 못하고 떠나갔다. 친구를 떠나보낼 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고, 어떤 심정으로 이 세상을 다녀갔을지 마음조차 짐작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소중한 무언가를 잃는다는 무력감은 마음에 얼룩처럼 남아 잊히지 않고 잊을만하면 눈에 밟힌다.
회고록은 이쯤에서 각설하고 본론으로 돌아와 초능력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아픈 사람을 치유하려면 왼손을 대고 나에게 진정으로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이 생기면 그때 그 사람의 카지노 쿠폰이 사라지는 능력이다. 꼭 왼손이어야 한다. 왼손이 심장과 가까운 느낌이라 마음의 전달이 빠를 것 같다. 그리고 대가 없는 능력은 꼭 탈이 나기 마련이기에 초능력에는 대가가 필요하다. 능력을 사용하는 대가로 내가 그 카지노 쿠폰을 3일간 느꼈으면 좋겠다. 첫날은 처음 겪는 카지노 쿠폰에 생겼을 당혹감을, 둘째 날은 이어지는 고통에 끝이 없을 것 같다는 좌절을, 셋째 날은 하루만 버티면 카지노 쿠폰이 사라질 것이라는 희망을 느낄 수 있게 3일이 딱이다. 그렇다면 소중한 사람이 겪었을 아픈 마음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지만 백분의 일이라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렇게 유능한 초능력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사용할 일이 아예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용할 일이 생긴다는 것은 누군가 또 카지노 쿠폰을 겪고 있다는 것이기에. 나이가 좀 들고 보니 좋은 일도 안 좋은 일도 없이 무탈한 게 최고라고 생각하며, 어른들이 버릇처럼 이야기하던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주위의 모두가 별일 없이 지내는 게 초능력 같은 일이기에 모두 앞으로의 인생이 별일 없기를 바라고, 모두의 오늘 하루도 별일 없기를 희망한다.
다만, 현실적으로 앞서 말한 거창한 초능력은 생기지 못하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몸의 카지노 쿠폰은 이해하지 못해도 마음의 카지노 쿠폰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자그마한 초능력이 생기길 원해본다.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