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 우리 집은 지금은 명당빌라 건물이 들어서 사라진 집이지만, 율세동 459번지 권참판댁이라고 불리는 집이었다. 그곳에 살던 후손들이 세 집이나 서울대에 갔으니 건물 주인이 빌라 이름을 잘 지은 것 같다. 길게 쌓은 나지막한 돌담 아래 큰 대문을 지나면 넓은 마당을 중앙에 두고 사방으로 여섯 집이 오순도순 살았다.
젊은 어머니들은 나이가 비슷했고 아이들의 나이도 서로 비슷하여 한 두 살 위거나 아래 터울로 있었다. 어머니는 오빠 밑에 딸 셋을 내리 낳고 막내 남동생을 낳았다. 아버지께서는 큰언니는 첫딸이라고 공주라고 부르며 6살에 초등학교에 입학시켰고, 두 살 아래인 작은 언니도 7살에 학교에 보냈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기를 나는 어릴 때부터 겁이 많아서 놀이터 미끄럼틀에 올려놓으면 무서워서 못 내려오고, 그네도 형제들 중에서 제일 늦게 탔다고 한다. 지금도 그네에 올라가서 굴릴 수는 있지만, 내려올 때의 가슴 서늘해지는 기억은 싫다. 아마 어머니도 바쁜데 몇 번 그네 태우는 것 시도해 보시고 잘 못하니, 식구들 뒷바라지하랴 어린 남동생 키우랴 나를 방안에 자유롭게 두신 것 같다.
또래의 어머니들은 매일 동네에서 모여 놀거나 함께 시장을 다니셨는데, 어머니는 아이 둘 씩 데리고 다니기에는 내가 늦되고 남동생은 막내이니 항상 업고 다니셨다. 자연히 카지노 쿠폰 장난감이 별로 없으니, 오빠 언니들 잡지나 책을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림을 따라 그리거나 읽게 되었다. 책 읽기와 종이를 오려서 인형 만들기를 좋아하고 만화 그림 그 리기를 좋아하니 집에 늘 혼자 있게 되었다.
그날도 어머니는 한 담장 안에 사는 아주머니들과 놀러 가셨다.
바로 위 언니들, 오빠들 모두 학교에 가고 남동생은 네 살 무렵이니 어머니는
“나가지 말고 집 잘 보거래이!”
하면서 동생을 업고 외출을 하셨다.
따뜻한 봄날 오후 서너 시경 문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났다.
카지노 쿠폰 문구멍으로 보니 넝마주이(고물장수) 아저씨 두 분이 망태와 집게를 들고 서 있었다.
우리 집은 사랑방 안방 부엌이 있었는데, 문을 열면 바로 바깥이었다. 카지노 쿠폰 사랑방에서 만화를 그리다가 깜짝 놀라 잠겨져 있는 문고리를 안으로 내 힘껏 댕기며 발발 떨고 있었다. 한 사람이 방 문고리를 밖에서 잡고 흔들며
“아무도 없나? 사람이 없는 모양이네.”
하면서 문고리를 몇 번 흔들다가 아저씨들은 뒤 안을 지나 뒤뜰로 가는데, 카지노 쿠폰 쌀뒤주 위에 올라가 북쪽 창 문구멍으로 눈으로 아저씨들을 뒤쫓아 갔다.사과 궤짝에 사이다 병을 모아 놓은 것을 넝마에 툭 툭 던져 놓으며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쓸만한 것이 없나 고물이 없는지 살피며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문둥이(한센병 환자)들이 어린아이를 잡아서 간을 빼먹으면 완치되는데, 영남산에 장독을 묻고 간장을 넣고 그 안에 어린아이를 오래도록 넣어놓고 조금씩 먹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어처구니없는 괴담이었지만 언니들은 실화라며 더 과장해서 이야기하니 어린 카지노 쿠폰 밤에도 생각날 정도로 무섭고 진짜라고 믿었다.
고물장수 아저씨들은 잠깐 십분 정도 왔다가 갔겠지만 그 당시 나는 한 시간도 더 벌벌 떨며 이 문구멍 저 문구멍을 왔다 갔다 하며 마음 졸인 기억이 있다. 저녁에 오늘 있었던 일을 심각하게 이야기하니 언니들은 깔깔 울고, 나는 어머니한테 왜 혼자 두고 갔냐며 울면서 징징거린 기억이 있다.
명륜동 부설초에서 율세동 우리 집으로 오려면 지금은 복개천이 되었지만 북문시장 실개천 옆 좁은 길을 지나야 한다.
봄에 집으로 오는데 좁은 길 딱 중앙에 머리카락이 허옇고 얼굴이 붉은 할아버지가 커다란 리어카를 들고 있었다. 그 할아버지는 남루한 옷에 똥 수레(리어카)를 끌고서 큰 분뇨통과 작대기를 들고서 내가 걸어가니
하면서 막대기로 수레를 탁탁 치면서 입을 커다랗게 벌렸다.
카지노 쿠폰 울면서 혼비백산하여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뒤로 도망쳤다.
시청 옆을 지나 구 시장 쪽으로 자꾸 울면서 내려가는데 그 당시 교대에 다니시던 막내 삼촌이 나를 발견하고 달래면서 집으로 데려다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초등 1학년 작은 아이가 분홍색 치마를 입고 쫄랑쫄랑 걸어오니 장난으로 “어흥 잡아먹자!” 했겠지만, 나는 진짜인 줄 알고 붉은 얼굴의 하얀 수염 많은 할아버지가 너무 카지노 쿠폰워서 도망쳤다.
한동안 등하교 할 때, 집으로 가는 지름길을 두고 안동 의료원 앞으로 돌아서 집으로 오고 가곤 했다.
그 일이 있은 후 언니와 오빠들이 놀리거나 약 올릴 때 “ 저기 저기 망태 할아버지 온다.” 하면 먹던 것도 그만두고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