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으로 누워
말없이 숫자를 셈한다
하얀 공, 빨간 공
손끝 하나에 내 몸이 옮겨간다
너의 열기와 긴장을
한 알씩, 정직하게
이 기록 위에 새긴다
득점은 작지만
그 무게는 묵직하다
한 알의 공이 옮겨질 때마다
숨죽인 감정도 따라 움직인다
누군가는 잊지만
나는 잊지 않는다
그 실수, 그 환호, 그 고요한 성공을
한 칸씩 옮기며 기억한다
나는 응원도, 판단도 하지 않는다
다만 두 사람의 이야기를
빨강과 흰 공 사이에 남긴다
경기가 끝나고 나면
나는 다시무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 여운은,
한 칸 건너 흔들림 속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