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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혜성 Aug 23. 2024

안녕, 급식실

6화 2024년 7월 2일 울지마요 주꾸미 돼지 불고기

"카지노 쿠폰! 괜찮아?"

"응. 괜찮아. 흐흐흑"

"카지노 쿠폰! 울지 마. 아효, 힘내."


혜진 카지노 쿠폰는 급식실의 헐크다. 카지노 쿠폰는 급식실의 홍길동이다. 카지노 쿠폰는 급식실의 해결사다. 그러나 상남자 같던 카지노 쿠폰는 지금 울고 있다.


"카지노 쿠폰! 딸내미 전화 왔다."


눈물을 닦아내며 카지노 쿠폰는 핸드폰을 들고 휴게실 밖으로 나갔다.8시 반이면 어김없이 혜진카지노 쿠폰의 딸은 카지노 쿠폰한테 전화를 걸었다. 발레를 한다던 아이. 카지노 쿠폰는 딸아이의발레 뒷바라지를위해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레슨비며 콩쿠르 준비하는 비용 게다가 소모품인 토슈즈까지 카지노 쿠폰가 버는 한 달의 월급은 딸아이를위해 모두 쓴다고 했다. 카지노 쿠폰는 말했다.


"사실, 자신이 없어. 동네에서 발레 한다고 할 때는 잘하나 보다 했는데 콩쿠르 나가고 입시 준비를 하다 보니 내 아이만 잘하는 게 아니더라고. 전공을 한다고 해도 뒷바라지를 어떻게 해야 할까 걱정도 되고 너무 문이 좁다 보니 본인이 원하는 길을 가지 못하면 학원이라도 차려줄 돈이 있어야 하는데 내가 능력이 너무 없다."


씩씩하게 말하는 언니의 말에 쓴 눈물이 왈칵 올라올 뻔했다. 카지노 쿠폰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집에서 요리를 전혀 하지 않는 카지노 쿠폰는 급식실에서는 요리 왕 중의 요리 왕이다. 현주 선생님은 혜진 언니를 보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야! 쟤 솥단지 닦는 거 봤냐? 어깨를 쫙 펴고 궁둥이를 내밀고 두 손으로 수세미질하는데 남자 아닌가 했어."


그런 카지노 쿠폰는 외동딸 아이한테 천사 같았다. 매일8시 반 걸려오는 딸아이의 전화를 남자친구 전화를 받듯이 친절하고 상냥하게 받았다. 늘 딸아이와 알콩달콩한 천생 여자 혜진 언니. 언니들은 혜진카지노 쿠폰가 화장도 안 하고 멋 부릴 줄도 모르니까 남자 아니냐고 농담 삼아 얘기해도 딸을 대하는 걸 보니 카지노 쿠폰는 반전의 사람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 아닌가. 외동딸아이가 언니만 보고 자랐을 텐데 발레를 하는 걸 보니 카지노 쿠폰가 정말 여성스러울 것 같았다.


"이제 발레 그만한대. 다신 안 한대. 잘 됐지 뭐."


종이 울렸다. 1교시 시작종. 드디어 시작이다.먼저, 얼추 해동이 끝난 주꾸미를 깨끗이 헹구어 씻은 다음 소쿠리에 건져 놓았다. 돼지고기는 고추장, 청주, 고춧가루, 조청, 후추, 마늘, 생강으로 양념장을 만든 후 재어 놓았다. 솥단지의 물이 펄펄 끓어오르면 대형 스테인리스 소쿠리에 가득 담겨 있는 주꾸미를 소쿠리째로 솥에 담근 후, 몇 분 정도 지나탱글탱글 속살이 뽀얗게 하얀색을 띠자 재빨리 건졌다.이때, 청주 휘리릭 식초 휘리릭을 잊지 말아야 한다.불을 끄고 솥의 물을 버리고 뜨거운 물로 재빠르게 헹군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양념에 재어 놓은 돼지고기를 두 솥으로 나누어 볶았다. 고기를 볶을 때 솥에 누러 붙어 타지 않도록 국 솥에서 팔팔 끓고 있는 다시마 육수를 한 바가지 정도 떠서 부었고, 고기가 부글부글 끓어 어느 정도 익으면 양파, 당근, 양배추 순으로 재료를 넣었다. 돼지 불고기의 조리가 완료 단계에 돌입하면 주꾸미를 넣어 탱글탱글한 식감을 살려주고 살짝 볶다 마무리했다. 재료의 특성상 야채와 해산물에서 나오는 물로 인해 국물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국물을 적당히 따라 버리고 바트에 담았다. 바트에 담을 때는 솥을 기울이고, 양푼으로 퍼 담았다.대략 이 정도로 오늘 내가 맡은 메뉴를 요약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은 요약만큼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전처리부터 조리까지 약 두 시간 반 동안 머리에서 발끝까지 얼마나 땀이 났는지 모른다.물론, 그 덕분에 내 체온이 겨우 유지되고있었다. 몇 해 전, 읽었던 사라 에버츠의 땀의 과학이라는 책은 인간의 체온이 얼마나 과학적인 방법으로 유지되고 있는지 여타 털이 있는 동물과 비교하여 볼 때, 피부에서 땀이 흐르는 것은 인간만의 독특한 체온 유지 비밀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땀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던지. 내가 이 책을 읽었던 이유는 지금은 중학생이 된 큰 딸아이가초등학교 4학년 때 땀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었기 때문이었다. 몸이 허해진 탓인지 살이 쪄서 그런 탓인지 갑자기 주체할 수 없을 지경으로 땀이 났었더랬다. 뒷 목에서 줄줄 흐르는 땀은 금세 라운드 티의 목둘레를적셔 검은 목걸이를 한 듯했고,스트레스를 받아 검은색옷만 주야장천입었다. 매일 여분의 티셔츠를 챙겨서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었으니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땀이 많이 나는 것을 보니 내가 아무리 잘 먹여도 부족한 영양분을 채워주지 못했나 하는 미안한 마음도 들었고, 황기즙도 사다 먹였다. 지금 그 땀을 많이 흘리면서 왜 이렇게 자기를 낳았냐며 날 원망하던 딸은 긴 팔과 긴 다리의 제법 마른 체형으로 바뀌었다. 딱히 다이어트를 한 것도 아니었다.그때왜 그렇게땀이 솟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늘 나는 그때내 딸의 마음을 짐작케 할 만큼땀이 줄줄 흘렀다.


또얼마나 삽질을 했는지 팔과 손목이 얼얼했다. 바트 10개 가득 주꾸미돼지불고기를 퍼내고 나니 세척실에 산더미처럼 쌓인 집기 설거지가 기다리고 있었다.두 명이 한 조로 이루어 조리를 담당하지만 배식 때 부찬이든 주찬이든 담당자 중 한 사람씩은 세척실 일을 배식하는 동안 해야 한다. 어제 선미 카지노 쿠폰가 세척실에 남았으니 오늘 세척실 담당은 당연히 나다. 배식이든 세척실이든 더 나은 보직은 여기서는 없다. 급식실에서 배식조와 세척조로 나누면 좋을 듯 하지만 이러한 방식 교대 근무는 돈이 되질 않는다. 오늘따라 앞치마는 왜 이리도 방수에 방풍까지 잘 되는지 더워 죽을 뻔했다. 내 평생 이런 땀을 흘려 본 적이 있는가.


쉴 사이 없이 식판을 날랐다.아이들이 퇴식대에 쌓아 놓은 식판을 세척실로 가져와 애벌 세척기에 넣었다. 세척실 일을 일찍 끝내야만 일찍 쉴 수 있다. 더 많이 더 빠르게 식판을 닦아야 한다.


"혜성아! 우리 좀 쉬었다 할까?"


애벌 세척기에서 식판 세척 기계에 식판을 넣던 혜진 카지노 쿠폰가 기계를 껐다. 선미 언니와 나 그리고 혜진 카지노 쿠폰는 앉을 곳을 찾다가 문이 활짝 열린 식판 소독기의 아랫칸에 엉덩이를 살짝 걸쳐 앉았다. 셋 다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언니 딸은 발레 안 한다는 거예요? 딸이 발레 하는 거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공부랑 도저히 병행을 못 하겠대. 잘 됐지 뭐. 그런데 공부를 하라고도 못하겠어. 무슨 목적도 없이 입시가 시작되면 웬 종일 공부하잖아. 그렇다고 다 좋은 대학 가는 것도 아니지만 요즘은 다들 대학을 나와서 대학 졸업장 없이 뭘 하겠나 싶기도 하고. "

"음.... 요즘 아이들이 우리보다 더 해야 하는 것도 많고 살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뭘 하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 학교에 학원에 그렇게 교실에 학원에 갇혀서 공부하는 거 불쌍한 것 같아."

"우리 때는 좋은 대학 졸업장이 전부이던 입시였는데 요즘은 아닌 것 같아요. 대학 졸업장 없이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잖아요. "

"그렇다고 남들 다 있는 대학 졸업장 없으면 취직이나 되겠어? 난 대학을 안 나왔거든."

혜진 카지노 쿠폰는 고민이 많아 보였다. 아침에 이런저런 감정에 북받쳐 울던 카지노 쿠폰는 이제 실질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잠시 둬 봐요. 딸내미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잘할 거야. 믿어봐."


선미 언니 특유의 구수함으로 혜진 언니에게 안도의 미소를 보냈다. 우리는 어쩌면 오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아이와 내가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고. 그러나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내 아이와 결코 다르지 않았다. 무엇이 크게 다른 것이 없다. 성장하기 위해 애를 쓰는 10대의 간절한 고민은 독립을 준비하는 날갯짓이기에 부모의 우려나 도움이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스스로 부단히 그리고 열심히 간절히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남들이 보기에 화려한 날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날아야 한다. 덩치 커진 새는 둥지에 머무를 수 없는 것처럼 먹이를 찾아 하늘을 높이 날아야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다. 그 결과가 어떠하더라도 도전과 노력한 만큼의 대가는 반드시 있다. 그리고 그 결과에 승복하는 것도 온전히 본인의 몫이다. 누군들 40대에 급식실에 있고 싶었던 10대의 우리들은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오늘에 감사하며 또 이렇게 저렇게 삶을 꾸려나간다.선미 언니의 말대로 아이에게 시간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때의 나도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서 부모의 선택이 아니라 나 스스로의 선택을 더욱 확신하고 믿었던 것처럼. 그럴 수밖에 없는 오롯이 나만 존재하는 시간이 그때뿐이기에. 10대의 자녀를 둔 우리에게 아이를 믿는 것이 가장 큰 응원이 아닐까 싶다. 지금의 우리는 우리를 위해서가 아닌 아이를 위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엄마이고 아내임이 서글프더라도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 그들의 삶은 그들의 것이니까.


냉감 티셔츠라 했던가. 에어로 쿨이라고 쓰여 있던 이 티셔츠는 갖다 버리는 게 나을 것 같다. 오늘도 최정예 멤버 급식실은 자신의 역할의 1000프로로 버텼다. 습해진 장마철 날씨에 에어컨도 별로 소용이 없었다. 말도 줄고 웃음기 하나 없어진 세척실에서는 아까 은숙 카지노 쿠폰가 마시라고 준 박카스의 기운을 빌어 마무리에 박차를 가했다. 오늘도 식판 1600개가 채워지고 수십 개의 바트가 소독기에 제자리를 찾아가니 언니들의 손이 바빠졌다.


"와! 끝났다. 혜성아! 식판 다 넣었어?"

"네! 끝났어요."

"오오오케이!"


딸로 인해 아침에는 울고 점심에는 고민에 젖어있던 혜진 언니의 표정이 가벼워 보였다. 역시 땀 흘리다 보면 온갖 상념을 잊게 된다. 카지노 쿠폰가 말했던 이 일의 장점은 근무시간과 방학이 있어서 그리고 또 하나, 잡생각을 잊어버릴 수 있어서다. 우린 오늘도 간신히 엉덩이를 붙이고 쪼그려 앉아 나눈 대화에 인생을 배우고 서로를 향해 등을 토닥거리며 엄마로서의 고민을 나누었고 인간적인 삶의 짐을 조금씩 덜어내 보았다. 서로의 삶을 우리는 다 알 수는 없다. 그래도 하루에 내 아이보다도 더 오랜 시간을 징그럽게 비벼대며 땀을 나눈 전우이기에 진솔한 나를 솔직하게 가감 없이 나눌 수 있었다. 매일의 한 장면 씩 가슴에 찍어 놓는다. 언니들과 헤어짐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싱크대와 세척기를 닦고 더러워진 트레이에 낀 음식물을 시원하게 물을 뿌려가면서 바닥을 정리하니 끝이 보인다. 마지막으로 바람 한 점 들어올 틈이 없이 우리의 몸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던 하늘색 앞치마를 벗어 빨 시간.


"혜성아! 앞치마 벗자."

"네!"

현주 선생님께서 앞치마를 빨아 가지런히 걸어 두셨다. 이 시간이 돼서야 마침내 웃음이 나온다. 드디어 끝났다. 오늘도 끝났구나.


“혜성아! 내일 우리 우동이야!”


은숙 언니의 말에 아득해진 정신이 돌아왔다. 부찬 후 국 담당인데 국이 하필 우동이다. 급식실에서 면요리는 정말 피하고 싶은 메뉴다. 그게 또 하필이면 내가 걸렸다.


“카지노 쿠폰! 왜 여기는 하루도 쉬운 날이 없어요.”

"그러게 말이야."


온몸이 여기저기 쑤신다. 내일 비가 오려는 모양이다. d-28. 내일은 1600인분의 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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