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급식실
5화 2024년 7월 1일 드디어 d-day
조리실무사들에게도 아이들처럼 방학이 있다. 7월 방학식은 아이들만 기다리는 게 아니다. 압축 노동을 견딜 수 있는 이유는 아이들과 집에서 보낼 수 있는 방학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따지고 보면 1년에 석 달은 무급 휴가다. 방학기간의 휴직 상태를 위로하기 위한 약간의 보너스가 있기는 하지만 유급 휴가가 아니다 보니 조리 실무사들에게는 방학이 보릿고개나 다름없다. 이 시간에 일을 찾아 현금 돈벌이를 하는 누군가도 있다고 하지만 육체적 회복 기간에 경제적으로 아주 힘든 상황이 아니고서야 그렇게까지 하는 이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건 개인의 선택이기에 나는 그저 쉬는 편을 택하겠다는 것뿐 왜 그렇게 일을 많이 하느냐고 사정 모르고 핀잔을 줄 의도는 전혀 없다. 그만큼 방학이라는 휴식 시간은 조리 실무사들에게 무척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 시간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려 왔던가. 실무사 언니들은 방학에 쉴 수 있음을 바라보고 참아보자 곧 지나가리라 하며 거친 숨을 쉬며 찜통 속 3주의 7월을감내한다.
"우와! 이제 7월이야. 조금만 참으면 방학이야. 세라야! 언제 떠난다고?"
8시 30분.조리 전 휴게 시간, 어제 남은 뮤즐리 한 봉지를 우유에 말아 시리얼 대용으로 아침 삼아 우적우적 먹던 혜진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세라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물어보았다.
"방학식 바로 다음 날. 27일."
"좋겠다. 이번에 얼마나 가는 거야?"
"8박 9일. 이렇게라도 여행 한 번 갔다 오면 그 힘으로 또 일 하면서 버티더라고. 난 그래. 하하하"
"부럽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방학 때 뭐 해?"
"나? 필라테스 다녀야지."
"어디가 좀 싼가? 그거 비싸잖아."
"나 싸게 끊었어. 얼마전부터 시작했지.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땀 한 방울도안 나던데나만 창피해 죽겠어. 웬 땀이 얼굴에서 그렇게 흘러내리는지....."
"그건 어딜 가도 나도 그래. 급식 일 하고 땀구멍이 다 열렸나 봐. 하하하"
세라 언니는 방학 식 바로 다음 날 가족들과 태국으로 8박 9일 여행을 떠난다.누군가는 방학식과 동시에 해외로 여행을 가고 누군가는 또 아이들과 쉬기도 하며, 누군가는 급식실을 떠나기도 한다. 혜진언니는 늘 말하기를 학교 급식실 일의 장점은 업무가 다른 일보다 일찍 끝나서 아이들을 하교시간에 바로 만날 수 있다는 것과 방학 때 함께 있을 수 있다는 딱 두 가지뿐이라고 했다. 그 외에는 장점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4대 보험이 제하여진 월급을 받고 있노라면 화가 목구멍을 치민다.일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 식당이나 회사들의 대형 급식 주방의 급여는 250만 원을 한참 웃돈다. 가족 수당이나 교육 수당을 받아야 200만 원을 겨우 넘는 월급의 급여 명세서는 사람을 허탈하게 만든다. 한 달을 채우지 못한 7월의 월급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무기계약직이라 일당으로 측정되는 월급은200만 원이 안 되는 것이 당연하다. 흘린 땀이 얼마고. 1600명이 매일 오는 식당이 어디 있겠냐 마는 있다 해도KBS 생생정보나 생활의 달인 아니면 서민갑부에나 나오는 줄 서는 맛집일 텐데 주방 일 급여가 200만 원이 안된다면 아마 그 집은 노동착취라며 신고당했을 것이다. 조리 실무사를 직업으로 선택하는 이유는경제적 이유이기도 하고 나이가 많아 취직이 안 되기 때문에 또는 다른 일보다 근무 시간이마음에 들어서 내지는 아이들과 함께 있을 수 있어서 , 아이들 뒷바라지를 위해서 등등 다양하다. 그러나 주방 일 하는 사람이라고 모두가 허름한 주머니의 형편은 아니다. 누구는 건물주라 하고 누구는 현금 부자라 하고 어느 누구는 명문대 졸업생이고 누구는 용돈 벌이나 하러 나오는 등 그 배경도 참 다양하다. 어찌 됐든 똑똑한 어느 넉넉한 형편이라 하여도 7월의 지옥의 급식실은 참아 내기 쉽지 않다. 누구든 이 직업에 대한 선택을 후회하는 푸르른7월이 시작되었다.
"야아, 얼마나 더우려고 이런담? 오늘 1일인데.... "
"에잇! 솥단지 앞에서 사계절이 무슨 의미냐?"
겨우 1일일 뿐인데 휴게실을 나서기 시작하자마자 전처리실 전체를 압도하는 습한 공기에 냉장고 바지는 또 다리에 휘감기기 시작했다. 혜진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냉장고 바지가 휘감기는 것이 불편하다고 간절기 회색 운동복 바지를 입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바지는 전처리가 끝나는 30분이 지나면 빨래 통에서 갓 건져낸 듯 땀에 젖어 짙은 회색으로 변했다.
땀이 나기 시작했다. 아직 검수도 시작하기 전인데.검수 시작을 위해 전처리실 문을 열면 에어커튼에서 바람이 나온다. 햇살이 밀려들어오고, 식재료 차가 차례로 늘어서 대기하고 있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검수가 수월하겠다 싶어 기분이 좋았다. 야채 식재료 차, 고기나 해산물의 냉동탑차, 쌀이랑 양념류의 공산품 차가 한 번에 오면 전처리가 그만큼 빨라지니 기사님들이 반갑고, 살랑대는 바람과 함께 순차적으로 시간의 지체 없이 도착해 주는 재료가 그저 반갑기만 했다. 그런데 오늘은 더운 바람에 쪄 죽다 못해 습한 공기에 숨도 가빠왔다. 당장에 마스크를 벗어버리고 싶었다. 지난주는 이 더운 바람마저도 귀한 대접을 받았다. 학교 뒷 산 자락 어디서부턴가 기어 온 새끼 뱀이 때문에 모든 문을 닫아야 했으니 바람 한 점 없는 전처리실은 찜통 그 자체였지만 7월의 첫날보다는 시원했던 것 같다.불과 일주일 전, 더운 바람이라도 좋은 6월이었다.
오늘 부찬 담당이다. 경력 7년 차 선미 카지노 게임 사이트랑 짝이라 순항이 예상되었다. 디저트인 요구르트를 받고 나자 담당 찬거리인 애호박과 새송이가 들어왔는데 아뿔싸. 역시나 급식실에 아무런 사건 사고 없이 그냥 넘어가는 날은 없다. 평범한 반찬이라 수월할 줄 알았더랬다. 새송이 버섯이 마트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세 개 또는 네 개의 똥똥하고 쭉 뻗은 큼지막한 썰기 좋은 자태가 아니었다.제멋대로 엄지 손가락만 한 작은 크기였다.요만한 미끌거리는 버섯을 써는 데 꽤 애를 먹었다.
선미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괜히 경력 7년 차 조리 경력이 아니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세상 법 없이 살 것처럼착해 보여도 일을 하는데 매서운 눈초리에 깐깐한 기준을 가진 사람이었다. 스테인리스 국자에 껴 있는 떼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고, 바트가 찌그러져서 세척기나 취반기에 껴서 빼느라 고생을 하고 있노라면 망치를 가져와서는 바트의 찌그러진 모서리 부분을 다 펴 놓았고, 솥단지에 있는 기름떼도 오븐 안에 있는 기름 떼도 지나치지 못했다. 급식실 위생 규칙도 철저히 지켜서 마스크를 벗는 법도 없고, 웬만해서 앞치마를 제때 교체하지 않는 부주의로 인한 실수도 하지 않았다. 주찬이나 부찬 담당 때 세척실에서 마무리하면 정말 고단한 데도 마지막까지 남아서 뒷정리까지 하느라 제일 늦게 휴게실에 들어온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정말 프로다. 그런 선미 카지노 게임 사이트한테 들쑥날쑥 크기가 엉망진창인 새송이 버섯은 기준미달이었기에 이 상태로는조리를 시작할 수 없었다.
"대에-충 썰어."
서글서글 웃으면서 말은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역시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프로였다.
"혜성아! 그렇게 말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눈치를 보면서 한 참을 못생긴 버섯들과 씨름하자니 귀찮아지기 시작하여 썰지 않고 소쿠리에 휙 던져 버리려다가 걸려 버렸다. 버섯 전처리는 휴게시간 후에도 한참이 이어졌다.도우미 담당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이 전처리실 청소를 미루고 선미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지시대로 버섯 써는 것을 도와주어서 꽤 정갈하게 썰린 버섯 녀석들은 9시 반이 돼서야 간신히 조리실로 갈 수 있었다.
애호박 새송이 볶음은 대략 조리 순서가 이러하다. 버섯을 데치고 숨이 죽어 물을 뺀 버섯에 약간의 밑간을 해 놓고, 호박은 살짝 소금에 절여 놓은 다음 양파와 마늘을 볶다가 재료를 전부 섞어서 새우젓으로 간을 하고 마무리하는 것이다. 펄펄 끓는 물에 데쳐진 버섯은 야들야들 숨이 푹 죽었다. 대형 스테인리스 대야에 물을 받아 데쳐진 버섯을 눌러 주어 물을 빼는 과정에 돌입했다. 그다음양파가 투명해질 때까지 마늘과 함께 볶다 보니 양파의 매운 냄새가 확 올라와 눈물이 났다. 땀과 눈물이 국물이 되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우리끼리의 이런 모습은 절대 창피하지 않다. 매일 샤워 때 서로 등도 밀어주지 않던가.가끔 군대에 입대한 듯싶을 때도 있다. 볶은 양파를 채에 건져 식혀주고, 소금에 약간 절여 놓은 호박에 파를 넣고 볶았다. 기름을 듬뿍 넣고 노릇노릇하게 호박을 볶고 나서 잠깐의 짬이 났다. 이때가 바로 세척실 타임. 주재료들을 담았던 집기들을 미리 닦아 세척실에 설거지가 범람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새우젓 냄새가 나는 집기류는 기구 소독용 락스로 소독하여 세척해야 한다. 어느 정도 세척을 마치고 나자 선미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애호박에 모든 재료를 넣고 버무려 짭조름한 새우젓 애호박 새송이 볶음을 완성해서 바트에 담고 있었다. 바트 뚜껑을 닫고 마무리하고 나서 배식대에 배치해 주고 나자남은 일은 솥단지를 닦는 일뿐. 솥단지 안과 밖, 뚜껑까지 쇠 수세미로 기름자국 없이 박박 닦았다.
선미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대상포진 초기증세로 지난주 목요일과 금요일 병가를 냈었다. 이사까지 겹쳐서 몸이 많이 힘든 모양이었다. 쉬고 나와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힘들어 보였다. 8년 차 경력에 여기저기 안 다니는 병원이 없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키가 170센티미터 가까이 되는데 꽤 마른 체형이다. 솥을 닦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뒷모습이 버거워 보였다.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자 세척실에서 집기들을 끌고 제자리에 갖다 놓자마자 달려가서 미끄러운 바닥도 닦고 솥도 닦았다. 밖에서 밥 먹고 하자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벌써 11시가 다 되어 간다.
"오늘 조리실이 어째 평온하지 않아?"
평소 조리장님께 잔소리를 많이 듣던 은숙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국 솥이며 오븐 곁이며 기웃대며 이기죽거렸다.오늘 조리장님께서 편찮으셔서 출근하지 못하셨다. 한 사람이 없을 뿐인데도 조리실은 조용했다. 단지, 큰 목소리 때문만은 아니었다. 조회 시간에 회의를 주도하시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졸음이 달아나 정신을 차리게 되었고, 검수 시간에 재료 유통기한과 온도 체크를 외쳐주시는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재료의 수량 체크나 신선도 체크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었다. 상사의 존재란 그런 것이다. 일에 긴장감이란 것을 주어 실수를 줄여 업무의 발전에 기여하는 존재.
"아니,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래도 조리장님이 계시는 게 좋지.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잔소리를 하셔도 어른은 어른이신데."
명자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바른말 타박에 입을 비쭉이며 은숙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멋쩍다는 듯이 세척실로 사라졌다.
명자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은숙 카지노 게임 사이트와 같은 동네 오래 살았다. 인사만 하고 지낸 터라 명자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은숙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친하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이 학교에서만 근무 경력이 4년으로 제일 오래된 선임이지만 누구 하나 살가운 이가 없어 혼자였던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같은 동네서 자기 사람을 데려 왔다고 은근히 자랑하였고 명자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서로 잘 아는 친한 동생이라고 말했다. 은숙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일을 잘하고 착하다. 급식실 궂은일은 다 맡아하는데 인정을 못 받는 것이 못내 안타까웠다. 그 이유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착했기때문이다. 꾸밈이 없었고 때로 조금 모자랐고 잘난체를 했어도 뭔가 볼품이 없었다. 사람들은 자신보다 모자라다 생각이 들면 언제든 헐뜯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가. 어쩌면 은숙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살벌한 급식실의 힘든일에 대한 원망과 분풀이 대상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조리장님이 선장이신데 선장 없는 배가 순항을 하지는 못할 터, 고우나 미우나 짜게 하지 말라 달게 하지 말라 눈치를 주며 앞치마 갈아입으라고 소리를 치셔도 급식실의 최고참이시고 책임자이신데 안 계시니 허전함을 나만 느끼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와중에 은숙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말은 한심하기 짝이 없었지만 한참 어린 동생인 명자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말한마디에 군소리없이 돌아서는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조리장님은 실무사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이 감칠맛을 위해 자주 애용하는 설탕을 싫어하셨다. 조리장님의 건강한 입맛에 맞추느라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은 설탕이나 소금 봉투를숨겨 뛰기도 했다. 조리장님의 핀잔에서 자유롭다 보니 긴장감이 없어 마음이 평온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일이 편했던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오늘 음식들은 본인들의 입 맛에 적당히 의지한 덕분에 짭조름하기도 달달하기도 하여간에 빈틈이 없어 어른 입맛에 딱 좋았다.뭐, 이런 날도 있으면 어떠하리.
급식실의 일이 여인네들이 하기에 무척 거칠고 힘든 노동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그 거친 일을 하는 여인네들도 거칠어짐은 어쩜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의 언니들도 있으나 본인이 선택적으로 일을 하기로 한 만큼 일에 성격을 맞춰야 나처럼 모난 돌이 되지 않는다. 조리실도 세척실도 조리실무사들끼리의 합이 무척 중요하다. 거칠면 거친대로 조용하면 조용한 대로 그날만큼은 담당자들끼리 손발이 맞아야 한다. 내부의 소음도 상당하기 때문에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지만 정확한 의사 표현은 담당자들끼리 갈등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므로 될 수 있는 대로 크게 소통하는 것이 좋다. 또한 여러 사람이 함께 지내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어떤일이든지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증인이 있는 편이 좋다. 반드시 모르는 것은 주저함 없이 물어봐야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 책임을 면하거나 질책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또 여러 명이 다른 임무를 하지만 어쨌든 휴게실이라는 공동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불편함을 참아내야 하고 그와 동시에 안전 문제 상 기강이 세서 상명하복의 문화가 내재되어 있으므로 예의란 것도 중요시된다. 이 모든 급식실 내적 규율과 질서들은 가끔 파벌에 의해서 변질되기도 하는 것 같다.파벌이라 하여 거창하게 학벌이나 출신지역으로 나눠지는 게 아니라 새로 발령받은 이들과 몇 해 일 하면서 합을 맞춘 이들 사이에 미묘한 힘 겨루기를 말하는 것이다. 아주 가끔이라지만 이 일을 하면서 사포 같아진 성격이 그간 눌러왔던 분노로서슴없이 분출되기도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누군가를 집단 적으로 따돌리기도 하고, 머리채를 붙잡고 싸우기도 하기도 한단다. 물론, 전자는 어느 집단에나 다 있는 일이라 이곳도 예외는 없었지만 후자는 직접 그 광경을 본 선미 언니의 증언이기도 하다.
"혜성아, 어디 갈 데는 알아봤어? 다른 데 가도 똑같아. 여기 사람들은 착한 거야. 막 뺨을 후려치면서 머리채 뜯고 싸우기도 해. "
2차 배식 후 3차 배식을 준비하면서 선미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인자한 웃음으로 내게 몇 마디 건넸다.
"진짜요? 진짜 그렇게 싸워요?"
"장난 아니야. 얼마나 무서운 아줌마들이 많은데. 여기 있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은 그런 사람들에비하면 천사야. 욕도 막 하고 말도 마라."
"맞아요.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 다 좋아요. 그런데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몸은 괜찮아요?"
"죽겄어. 너 그만두고 어디 좋은 데 있으면 나도 제발 데려가 주라."
내 사직서에 대한 논란은 급식실, 아니 학교 행정실까지 개입하는논쟁의 필두가 되었다. 이사 온 이곳이 공단에서 가까운 곳이기는 해서 이곳의 상당수의 주부들은 공단 일당 일용직을 해 본 경험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나의 일하는 솜씨를 보더니 막일판에서 많이 굴러 먹다 왔나 보다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 사직서에 대해 혜진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이렇게 말했다.
“일하는 솜씨를 보니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닌 것 같고, 일이 힘든 것 같지는 않은데 다른 데 가봐야 일이 똑같다. 대체 왜 사직서를 낸 거야?”
난 별 말을 하지 않았다. 나를 막노동판의 누군가로 보든지 말든지 개의치 않았다. 난 이 일을 내 의지로 꽤 열심히 하고 있었고 즐거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멀쩡하게 일 잘하던 애가 낸사직서는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가 일의 고된 노동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일 거라고 학교 측과 급식실 내부의 촉이 발동됐다. 실무사들 사이에서 별로 평이 좋지 않은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따돌림을 당하고 있던 은숙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거의 한 달 가까이 나의 짝이 되어 일을 가르쳐 주었으므로 다른 실무사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과 조리사님의 심기가 불편해졌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일을 가르쳐 주는 은숙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뒤로 따가운 눈초리들이 따라다녔다. 뭔가 실수라도 하면 조리장님은 달음질쳐 오셔서는 혼쭐을 내셨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은숙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몇 번씩 실수를 했고,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분위기 때문에 나도 덩달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사직서의 이유에는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의 우려가 작용하기는 했다. 한 달 내내 은숙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푸념과 원망을 내게 털어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이해하고 싶기도 했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해달라는 짝꿍이 되어 볼까도 생각했지만 그 때문에 정신적으로 피로해진 것이 사실이었다. 거칠고 위험한 일에 적응하느라 신경이 곤두서있는 근무 시간 내내 곁에 있는 선배라고 한다는 소리가 웬 종일 조리장님에 대한 불평과 투덜거림이라니 하루 이틀 그러려니 했지만 매일 도를 넘어서기 마련이었다. 동조해 주지 않은 날이면 성질을 부리는 것처럼 일부러 바트들을 소리 내어 던지며 설거지를 했고, 내가 모르는 일에 대해서 물어보면 귀찮다는 듯이 자기가 한다면서 무시했다. 오죽하면 저럴까 불쌍한 연민도 생겼지만 그건 거기까지인 게 좋았다. 날이 갈수록 그 사람이 왜 미움을 받는지 알게 되었지만 그 조차도 하찮은 감정소비라 모든 게 싫어졌다. 사람 모이는 곳에 늘 판단과 시기가 있다지만 그 악한 감정들의 결집이 집중되는 곳에 내가 서 있다는 것이 싫었다. 난 집중받고 싶지 않았다. 누구의 편에 서고 싶지도 않았다. 나로 인해 곤경에 늘 처하게 되는 은숙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많은 감정들을 받아 내고 싶지 않았다. 난 그냥 일을 하고 싶었다. 내 사직서의 이유는 단순히 그 감정소비의 무의미함이 싫어서였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단지 그것 때문 만은 아니었기에 사직의 이유를 종용하는 조리장님과 다른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에게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은숙 카지노 게임 사이트 때문이라는 말을하고 싶지 않았다. 은숙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과거 어떠한 사람이라 해도내 적응을 가장 많이 도와주느라 홀로 고군분투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직서 제출 후, 6월 한 달은 결원이 채워지기 위해 또는 인수인계를 위해 필요한 시간이었다. 그 시간이 가길 얼마나 바랐던가. 그런데 왜 7월 1일에 애호박새송이 볶음을 열심히 아이들에게 먹이겠다고 맛있다고 홍보를 하면서 땀을 흘리고 있냐는 말이다. 사실, 6월이 얼마 남지 않았던 어느 날, 나의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 곧 올 거라고 참아 내던 날, 영양사 선생님께서 급하게 나를 부르셨다. 배식 중인 조리사를 부를 이유가 급한 비상 상황 빼고 없는데 영양사 선생님은 무척 당황한 듯 얼굴이 벌게져 있었다.
“선생님, 선생님 사직서를 학교에 제출 못 했어요. 선생님을 붙잡고 싶었던 제 마음 때문인가 봐요. 사직서가 제 책상 속에 계속 있었어요. 죄송해요.”
이게 무슨 날벼락같은 소린가. 해방의 그날이 바로 코 앞인데...
“네?”
“선생님, 죄송해요. 제발 7월까지 일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여러모로 내가 7월까지 일하는 것이 급식실에는 이득이었다. 왜냐하면 더운 여름 결원이 생겨 한 명의 몫이 중요한 급식실에서 그만큼의 몫은 남은 이들한테 돌아가기 때문이었다. 난 그걸 알았다. 언니들이 6월 한 달 내내 내 마음을 바꾸겠다고 8월 방학 보너스랑 9월 추석 상여금을 받고 9월에 떠나라고 누누이 얘기하던 차였다. 일에 적응을 좀 한 인력이 지옥 같은 7월에 빠진다면 남은 이들이 정말 힘든 7월의 급식실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게 무슨 거짓말 같은 일인가? 누군가 내 사직서를 갖고 의도적인 이 따위 계획을 짠 것인가?’
“선생님, 일단 일 끝나고 생각해 본 다음 말씀드릴게요.”
“선생님, 부탁드릴게요. 생각해 보시고 6월에 그냥 그만두신다고 해도 제가 할 말이 없어요. 그래도 부탁드릴게요.”
학교 측에서는 신이 난 일이었다. 급식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순간, 열이 받았다. 학교 측에서는 내가 사직의사는 밝혔으나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은 꼴이 되었고, 급식실에서는 영양사 선생님의 기똥 찬 실수로 어떻게든 7월의 결원을 막으려는 의도가 성취되는 순간이었다. 물론, 나의 결정이 남았기는 했다. 영양사 선생님은 발령을 처음 받은 새내기 선생님이셨다. 내가 안 된다고 하면 교육청에서 7월은 결원에 대한 발령이 없는 상태가 되고 대체 인력을 구해야 하는데 날씨가 더워 제대로 인력이 구해지지도 않을 수 있는 상태라 급식실이 힘들어지게 되기 때문에 선생님은 어쨌거나 이 후폭풍에 대해 책임을 져야 했다. 초임이시라 타박을 받으시거나 꾸짖음을 듣기도 하고 심하면 경위서라 하나 그것은 학교 내부 사정이니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지금 내 결정으로 상당히 곤란해질 수 있다는 것.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뵐게요.”
무거운 마음을 안고 인사를 하고 퇴근을 하려는 순간,
“혜성아, 잠깐!”
“잠깐만 우리랑 같이 가자.”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이 팔짱을 끼고 근처 커피숍으로 데려갔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저 가야 하는데 우리 얘 오늘 레슨이 바로 있어서 학원 데려다줘야 해요.”
“잠깐이면 돼.”
나를 둘러싼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의 눈은 간절했다.
“뭐 마실래? 다 사줄게.”
“아니요. 괜찮아요.”
“아니야, 골라.”
동네 커피숍 메뉴판은 극강의 사치였다. 무려 5500원짜리 레몬 에이드를 시켰다.
영양사 선생님의 부탁을 들은 직 후부터 골똘히 생각해 보았다. 매몰찬 거절인가 한 달의 또 한 번의 인내인가. 사직서를 내고 두 달을 일 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견뎌야 한다.
“혜성아! 나는 네가 참 좋다. 7월까지 아니, 연말까지 일하자.”
급식실 최연장자이신 현주 선생님이 부탁을 하셨다.
‘거절하면 나는 호래자식인가’
“혜성아, 7월까지 일하자. 아니, 8월 방학 보너스 받고 9월까지 해. 아깝잖아.”
눈 둘 곳이 없었다. 갈 곳 잃은 내 눈동자는 애꿎은 시계만 바라보았다.
“그럼, 7월까지만 하자.”
“네. 7월은 할게요. 근데 저 이제 가도 되죠?”
누가 잡아끄는 것도 아닌데 부리나케 일어나 차를 향해 달렸다.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은 6월 내내 했던 부탁에 이렇게도 빠르게 결정을 해줘서 고맙다고 했지만, 사실 그 대답은 이미 내 마음속에 결정되었던 것이었다. 초임으로 발령받은 영양사님께서 얼굴이 벌게져서 죄송하다면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비시며 부탁을 하시는데 무 자르듯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 물론, 뭐 이런 경우가 있냐면서 화를 낼 수 있는 주도권은 나에게 있었다는 것을 나는 잘 안다. 그러면 나한테 뭘 해줄 거냐면서 조건을 내밀고 거래를 할 수도 있는 중대한 상황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것을 나도 잘 안다. 그런데 나라는 사람은 그 따위 무례함의 1%도 내 성격과 인격에 허용시킬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게 큰 문제라는 것도 잘 알기에 결정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영양사님의 실수가 드러나는 것이 싫었다. 영양사님은 생각보다 진솔하고 괜찮은 성품이셨고, 가뜩이나 말이 많은 급식실에 화두로 오르내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이 글로 인해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드러나기는 했으나 그래도 아마 한참이 지난 후일 것이다. 그리고 내 글을 읽는 독자들뿐이니 그 수가 얼마나 되랴.
아무튼 7월에 일을 하기로 한 나의 결정으로 급식실에 불던 다소의 긴장감이 일부 해소되었다. 아마도 더운 7월 새로운 인력의 발령으로 손발이 안 맞아 고생하거나, 결원이 생겨 고생할 뻔한 예상이 참으로 좋은 결말로 마무리되어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의 걱정거리를 덜어준 것도 있고, 조리장님의 나의 사직서로 인한 불편한 심기가 해소된 것도 있어서 급식실은 다시 활력을 찾은 것 같았다. 물론, 영양사 선생님은 그날 이후로 미안함에 내 눈을 잘 바라보시지 못했음을 느꼈지만 그 후로, 급식실엔 다시 잠깐의 평화가 찾아왔다. 그러나 그때 급식실의 삐걱 거림은 내가 아는 상황이 전부가 아니었었다. 내 사직서로 인해 불똥은 엄한 데로 튀었다. 조리장님의 업무량에 대해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이 불만을 가지면서 조리장님의 위치랑 체면이 여간 흔들린 게 아니었다. 그들의 과거 갈등은 알 수 없지만 분위기는 매일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했다.그때 조리사님의 업무량이 늘어났다. 조리사님은 늘어난 업무량을 기꺼이 수용했다. 지난주에 조리사님은 젊은 사람들의 몰아침에능히 늘어난 업무량을 감당하시는 것 같았고, 그러다 몸에 무리가 오신 것 같았다. 오늘 편찮으신 이유가 허리 디스크가 심해져서 신경주사를 맞고 걷지를 못하셔서라고 하니 한숨이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7월의 근무를 하게 된 첫날, 새우젓 애호박새송이 볶음은 성공적이었다. 야채에서 나오는 물도 많이 안 생겼고 간도 아주 잘 베었다. 국은 명자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끓인 소고기 미역국이었다. 주찬은 현정카지노 게임 사이트와 진선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오븐과 씨름하여 잘 구워낸 함박스테이크였다. 고기가 두툼하여 오븐에 세팅된 시간과 온도에 잘 익지 않아 여러 차례 구워내는 수고를 했다. 참! 밥은 밥의 여신 미현이의 작품이다. 이 녀석이 한 밥은 바트에 묻어나지도 않고 윤기가 흐르며 맛이 꿀맛이다. 오늘의 식판도 아름다운 땀의 수고로 가득 찼다. 이게 무척 맛있어야 하는데 긴장감에 조리를 하고 나면 1차로 지쳐서 맛이 있는지 없는지 즐길 여유도 없었다. 모든 음식을 천천히 먹으면서 음미하기를 좋아하는 내 식습관 탓에 배식 전에 10분에서 15분 사이에 허겁지겁 먹는 음식은 도통 여유롭거나 즐겁지는 않지만, 그래도 먹지 않으면 세척실에서 버텨내지를 못하니 생존을 위해 넣어 두어야 한다. 사실, 이 시간은 조리한 담당 음식을 평가받는 자리이기도 하다. 잠깐 사이에 맛이 있다 없다 싱겁다 짜다 볶음류에 국물이 많니 적니 많은 말들이 오고 가서 살짝 감정이 상하거나 긴장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아마 머리채를 뜯고 뺨따귀를 때리셨던 그분들도 이 자리에서 감정이 어그러져 그랬던 게 아닐까 싶다. 조리장님이 계시지 않은오늘의 식판에 평가는 대체로 평균 90점은 되는 듯 서로에게 듣기 좋은 칭찬이 오고 가며 담당자들에게 만족스러운 식사자리였다.
내일도 조리장님은 못 오신다고 하셨다. 아니, 이번 주 내내 못 오실 거라 하셨다. 연세도 있으시고 이 일을 14년째 하시는데 몸이 많이 안 좋으신 것 같다. 그간 감정적으로 힘드셔서 더욱 그럴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폐 결절에 어깨도 안 좋으신데 디스크까지. 선미 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4년 일했던 학교의 후드가 제대로 작동이 되질 않았던 터라 폐결절이 생겼다고 했다. 혜진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땀 샘이 폭발하는 것도 은숙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마음에 있는 상처도 그리고 은숙 카지노 게임 사이트로 인해 마음고생을 했다던 다른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의 마음에도 훈장 없는 이 일에 몸과 마음에 남은 자욱들이 깊어지지 않았으면 하고 간절히 바랐다.
아까 식사자리에서 연세가 제일 많으신 현주 선생님께서 이제 이것저것 많이 해보았으니 더 잘할 수 있겠네 하시며 응원해 주셨다. 걸스카우트 때 주렁주렁 배지가 왼쪽 가슴에 달려 있었는데 해 본 메뉴가 하나 둘 생기면서 자신감이 붙는 것이 배지가 많아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오늘 애호박새송이볶음 배지를 달았고 조리사님은 디스크라는 훈장을 추가하셨다. 그들에게 추가하고 싶지 않았던 훈장들이 계속 생기겠지만 상처가 아니길 바라며그 훈장들이 필요 없는 나의 d-day는 시작되었다. 내일은 주꾸미 돼지불고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