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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웅진 Mar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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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추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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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 군인들이에요.”


원래 색깔을 짐작할 수 없을 만큼 기운 자국투성이 모직 코트에, 머리에 두껍고 커다란 갈색 수건을 두른 젊은 여인이 광장에 나타난 트럭을 가리켰다.


“어머, NKVD(내무인민위원회) 아녜요. 또 뭘 트집 잡으려나?”


자신의 다리 사이를 열어준 대가로 어느 늙다리 부사관에게서 받은 펠트부츠를 신은 발을 계속 꼼지락대며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 이바노브나가 투덜거렸다.

‘부츠가 좀 더 컸더라면 지푸라기라도 넣었을 텐데’라는 생각은 이미 달아났다.


“알게 뭐예요. 어서 가자고요.”


ZIS-32 트럭의 등장은 이 두 여인을 비롯한 즈나멘스키 광장의 모든 사람들이 슬금슬금 사라지는 것으로 이어졌다.


트럭의 조수석에서 하차한 중사의 명령에 짐칸에서 뛰어내린 병사들이 PPSh-41 기관단총을 한 정씩 들고 트럭 옆에 정렬했다.

그들은 곧 중사의 명령에 따라 광장 곳곳으로 흩어졌다.


광장에서 입수한 물건을 챙기느라 꾸물거렸던 사람들은 곧 후회했다. 낡은 모자를 쓴 늙은이 두어 명과 머리에 물 빠진 스카프를 두른 중년 여성 서너 명이 트럭 앞으로 끌려왔다.

그들 모두 카지노 게임 추천를 들고 있었다.


곧 회색 방수포로 위를 덮은 GAZ 지프가 나타났고, 장교가 내렸다.

파란 원반과 붉은 띠, 번쩍거리는 별로 장식된 모자를 쓴 장교가 벌벌 떠는 여인 앞에 섰다.

병사가 그녀에게서 카지노 게임 추천를 뺏어 장교에게 주었다.

장교는 카지노 게임 추천를 꼼꼼이 살피고 냄새 맡고 맛을 보더니 여인에게 돌려줬다.


“군수품을 거래하다 또 적발되면 총살당할 줄 아시오.”


여인은 몸을 몇 번이나 접어가며 인사하고서 떠났다.

그 다음번 여인들과 카지노 게임 추천들 또한 허리를 90도 이상 굽혀 인사하고 도망갔다.


“거룩하신 인민의 영도자 스탈린 동지 만세!”


카지노 게임 추천를 쥔 노인이 하늘을 향해 두 팔을 쫙 벌리고서 외쳤다.

이 노인은 넙죽 엎드려 장교의 장화에 키스까지 하고서 떠났다.


물이 빠지고 보풀이 부숭부숭 인 낡은 군모를 쓴 마지막 카지노 게임 추천은 그럴 수 없었다.

장교는 한참 동안 그 노인의 카지노 게임 추천를 살펴보고 냄새 맡더니 중사를 불렀다.

중사도 한참 들여다보고 냄새 맡더니 얼굴을 찌푸리고 눈을 게슴츠레 떴다.

급기야 대검으로 잘라 손으로 짜서 속이 삐져나오게 했다.

그것을 손가락으로 만지고 냄새까지 맡아보곤 사색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틀림없나?”


장교의 질문에 중사는 입도 떨어지지 않는지 부들부들 떨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새끼 잡아!”


병사들이 일제히 카지노 게임 추천에게 총구를 들이대고서 둘러싸고 어깨를 잡더니 땅바닥에 패대기치고 짓밟았다.

그의 머리에서 떨어진 군모가 병사들의 군홧발에 뭉개졌다.


“아이고, 나리. 그럴 리 없습니다!”


카지노 게임 추천의 애원을 못 들은 척하는 병사들은 카지노 게임 추천을 더 두들겨 팬 다음 트럭에 실었다.

노인이 떨어뜨린 카지노 게임 추천들을 중사가 봉투에 담아 장교에게 정중히 건넸다.

장교는 턱짓으로 중사에게 귀대를 지시하고 종이봉투를 안고서 지프에 탔다.


그들이 떠나자 사람들이 다시 모여들었다.

그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불안스럽게 소곤거렸다.

그들의 눈은 떠나가는 트럭과 지프의 뒤태에 고정됐다.


포격은 십여 분간 이어졌고, 사람들은 그 자리에 납작 엎드린 채 바싹 움츠렸다.

시고도 매캐한 화약 냄새, 포석(鋪石)과 벽돌의 파편과 피를 흘리며 움직이지 않거나 신음하며 기어 다니는 사람들, 그리고 누군가의 팔, 다리, 머리가 나뒹굴었다.


“오늘은 겨우 이것뿐이냐, 파시스트들아!”


유리조각으로 면도한, 추수 후의 벌판처럼 수염뿌리가 턱밑에 펼쳐진 얼굴의 카지노 게임 추천이 하늘을 향해 종 주먹을 흔들며 외쳤다.


그러나 아무도 그 카지노 게임 추천의 외침에 추임새를 달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오늘도 목숨을 부지했음을 몰래 성호를 그어가며 감사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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