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원 기록 17.
브라질에 온 지 이제 만 7개월이 넘었다.
파견 나올 때 이 나라 말 (포르투갈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상태로 왔는데, 비자부터 정착에 필요한 모든 프로세스와 법인 업무를 브라질에 오자마자 시작해 정신없이 살다 보니 첫 4개월은 언어 공부를 떠올릴 겨를도 없이 지나갔다. 이후에는 영업 디렉터부터 시작해 생각에도 없었던 여러 타 부서 리드까지 맡게 되면서 언어 공부는 더욱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래도 올해 1월부터는 1:1 대면 수업이 가능한 강사를 구하면서 일주일에 2-3번 수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공부도 좀 더 규칙적으로 하게 되었지만, 딱히 괄목할 만한 발전은 없는 상태이다. 아무래도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 듯하다.
내가 외국어 공부를 시작한 것은 첫 번째 대학원을 졸업할 즈음이었다.
당시 이학석사 학위로 할 수 있는 연구직은 꽤 많았지만 연봉이 너무 짰고, 무엇보다 커머셜 분야로의 직무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회사에 취직하려면 공인무료 카지노 게임점수와 무료 카지노 게임 회화 능력이 필수였는데 나는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내가 졸업한 대학, 대학원 둘 다 졸업 논문을 쓰면 공인무료 카지노 게임성적 제출은 선택사항이었기 때문이다. 그걸 구직 서류 접수 2달 전에야 깨닫고는 부랴부랴 공부해서 한 달 만에 목표 점수 만들고, 매일 전화무료 카지노 게임를 하면서 억지로 들리지 않는 귀와 막힌 입을 뚫느라 무지하게 고생했었다.
몇 달 바짝 벼락치기로 공부한 사람 치고는 정말 운이 좋게도 외국계 기업에 입사하게 되었지만 일하는 내내 영어는 큰 장벽이었다. 영어권 유학이나 교환학생, 하다못해 워홀 경험이라도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곳에서 나는 영어 공부를 시작한 지 몇 달 되지도 않았고, 하필 맡은 직무와 소속 부서가 APEC 지사 직할이라서 한국인은 나 포함 2명밖에 없었다. 게다가 일의 난도 자체도 높은데 모든 팀 미팅, 이메일 업무, 심지어 전화 업무까지 100% 영어로 진행하면서 처음 1년은 정말 자괴감에 숨 막힐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영어가 뭐라고, 아니, 영어가 안되면서 왜 영어가 필수인 곳에 제 발로 들어와 스스로와 팀 모두에게 짐이 되고 있는지..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에 들어가 매일 눈물 바람이었다.
일을 그만두는 것과 무료 카지노 게임를 빠르게 익히는 것, 당시 나의 선택은 후자였다. 쉬운 선택보다 내게 필요한 선택을 하고 싶었다.영알못인 내 눈에도 무료 카지노 게임만 마스터하면 할 수 있는 직무, 갈 수 있는 회사, 시도할 수 있는 산업의 영역이 더 넓어질 것이 분명했고, 특히 내 가치가 더 올라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1년 넘게 거의 월급의 절반 이상을 1:1 영어회화 수업과 작문 수업에 털어 넣었고, 퇴근하면 눈에 불을 켜고 영어 공부를 했다. 내 외국어 실력이 수직 상승한 첫 번째 시기였다.
그 무료 카지노 게임 실력으로 쭉 일하다 이직을 하고, 두 번의 직무 전환을 더 하면서 또 한 번 언어 장벽에 부딪힌 순간이 있었는데 MBA 학위 과정을 시작한 때였다.
내가 다닌 대학원의 MBA는 100% 무료 카지노 게임로 수업이 진행되는데 대학에서 약식으로 진행되는 무료 카지노 게임 강의와는 차원이 달랐다. 교수진 중 열에 여덟은 외국인이었고, MBA 대학원 치고는 아카데믹 포션이 커서 읽어야 할 아티클의 양과 수업 중간중간 하는 퀴즈도 상당했으며, 무엇보다 모든 시험을 무료 카지노 게임로 치다 보니 영작 논술은 필수였다.
그 모든 걸 직장 생활과 병행하면서 하다 보니 그때도 정말 울면서 공부했었다. 난생처음 공부해 보는 문과 계열 학문이라 하루 4-5시간도 못 자고 공부해도 겨우 따라갈 수 있을까 말까 한데, 무료 카지노 게임가 아무리 편해졌다고 해도 생전 처음 접하는 경영학 저널을 단숨에 읽고 내용을 요약하고 내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컸다.그렇지만 학위 중단과 어떻게든 무료 카지노 게임에 익숙해져서 무사히 수료하는 것 중 나의 선택은 그때도 후자였다.
결국 외국어 공부는 어떤 현실 장벽이 있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기로 마음먹었는가, 강력한 동기부여가 있는가에 성패가 달려있는 것 같은데 포어 공부는 내게 무료 카지노 게임만큼 강력한 동기가 없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 언어의 활용도가 낮은 반면 난도는 높다.
언어 하나를 더 할 줄 안다는 건 내 가치와 선택지를 넓힐 기회가 되겠지만 파견 기간 종료 후 내가 생각하고 있는 옵션에 브라질, 포르투갈은 없다.
스페인어만 하더라도 미국부터 어지간한 유럽, 중남미 국가까지 써먹을 나라가 엄청 많은데, 포어는 두 개 나라에 한정되어 있는 반면 비기너 입장에서 언어의 난도가 스페인어보다 높다는 것도 장벽이다.스페인어보다 더 심한 불규칙, 미국식 영어보다 더 심한 연음.. 외국어를 공부할 때 내가 제일 취약한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게 나를 미치게 한다.
두 번째, 말 한마디 유창하게 못해도 일상생활에크게 어려움 없고, 말을 배운다고 해서 일에 써먹을 수 없다.
브라질에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말 한마디 못해서 어떻게 살지 걱정이 많았는데, 오랜 이민 생활을 하면서도 그 나라 말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이제는 이해될 정도로 일상생활에크게 지장이 없다. 요즘 번역 앱이 너무 잘 되고, 기본적인 일상 회화 몇 가지만 할 줄 알면 혼자 출장 다니고 장 보러 다니고 택시 타고 하는데 특별히 어려움을 못 느낀다. 물론 말을 유창하게 하는 사람들 보다 생활 반경이 좁을 수는 있겠지만 나는 워낙 집순이라 그 조차 한국에 살 때와 큰 차이가 없다.
사실 포어가 정말 절실히 필요한 순간은 일할 때인데, 현지인들과 이메일 소통할 때도 한 번에 읽지 못하고 구글 번역을 두어 번 돌려야 할 때, 미팅할 때 통번역 친구의 도움을 받아야 해서 미팅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을 때 가장 불편하다. 업무 효율이 한국어나 무료 카지노 게임로 할 때보다 30% 정도 떨어지는데, 내가 포어를 일 년 넘게 공부하고 익힌다고 해서 이게 얼마나 나아질까 생각하면 솔직히 긍정적이지 않다.
비즈니스에는 비언어적인 부분이 너무 큰 영역을 차지하기 때문에, 되지도 않는 언어로 더듬더듬 말하는 것보다 중간 번역을 거치더라도 무료 카지노 게임로 논점을 정확하게 딜리버리 하는 게 더 낫다. 특히 힘의 밸런스가 기울어진 테이블에서는 더 그렇다. 사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엄마의 눈과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포어 공부를 놓지 않고 이어가는 이유는 딱 하나다. 구성원들과 업무 외적으로 아이스 브레이킹 대화를 더 하고 싶어서다.
법인에는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직원이 한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다 보니 업무적 소통은 통번역 친구를 통하거나 텍스트(메일/메시지)로 대체할 수 있지만, 일상 대화는 하기가 어렵다. 브라질은 특히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문화인데 일 얘기만 하려니 이 친구들도 얼마나 내가 어렵고 불편할까? 내가 가끔 어설프게나마 배운 포어로 한 마디씩 할 때마다 거리감이 확 좁혀지는 리액션을 하는 걸 보면 포어 공부가 아무리 어렵고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아도 포기할 수가 없다.
지난주에도 일에 치여서 포어 공부도 제대로 못하는데 수업 난이도는 점점 올라가서 확 다 때려치울까 했지만, 구성원들 보면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내가 포어 공부 하나 그만둔다고 무슨 대단한 부귀영화를 누리겠어.
일단 계속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