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6
카지노 게임 사이트와 정신질환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건가, 한참을 기사의 첫 줄로 돌아가 다시 읽고, 또 읽었다. 그러니까 8살 아이가 시청각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었고 그 옆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로 보이는 사람도 피를 흘리며 누워있었단다. 칼에 찔린 것 같은데 도대체 누가 찔렀으며, 장소는 학교라는 거지? 인터넷 기사와 SNS 정보들을 교차하며 읽어나갔다. 결국 옆에 있던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용의자로 지목된 채 중환자실로 실려 갔고 아이는 죽음을 맞이했다. 사람들의 의문은 모락모락 부풀어 나갔다. 그래서? 누가 죽인 거야? 뭘로? 왜? 어째서? 담임이야? 뭐야? 인터넷엔 수많은 물음표가 가득했고 용의자인 그녀는 무언가를 내뱉은 채 수술실에 들어갔다.
대강의 사건 개요가 파악되자 여기저기에서 속보를 띄웠다.
‘정신과 질환을 가진 40대 여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주방용 칼로 아이를 살해했다’
이 많은 기사들을 ‘정신과 질환을 가진 40대 여카지노 게임 사이트인 나’는 숨도 안 쉬고 순식간에 읽었다. 충격이 지나치면 일종의 아찔함을 느낄 수 있구나. 온통 모순적인 단어들이다. 8살, 칼, 살해, 카지노 게임 사이트, 피, 학교. 이 여섯 단어로 판타지 소설을 써보라 해도 희망적인 글은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밥 차리는 것도 잊은 채 핸드폰만 붙들고 기사들을 읽었다. 읽을수록 내가 죄책감이 들었다. 그저 같은 직종에 있다는 이유만으로(그것마저 곧 그만둘 참인데도) 갑자기 수치심이 일었다. 댓글들은 온통 카지노 게임 사이트 집단을 싸잡아 욕하고 있다. 글로만 읽은 ‘누워있는 아이’의 모습이 상상되어 힘들었다. 댓글들이 손가락으로 형상화되어 다가와 호흡이 곤란했다. 내가 그만두는 이유 중 20%는 여기에 기인한 것이리라.
이제 막 2학년 올라가는 여자카지노 게임 사이트였다. 사진 속에서 긴 머리에 무늬가 있는 머리띠를 차고 해사하게 웃고 있었다. 교실과 복도에서 수없이 만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 중 하나의 모습이다. 교직에 있으면서 언젠가 한 번은 본 것 같은 얼굴. 일반적인 맑고 밝은 초등학생. 하필 앞니가 빠지는 바람에 급식으로 옥수수가 나오면 도무지 알맹이를 깔끔히 빼먹을 수가 없는, 양치질을 여전히 ‘치카’라고 말하기도 하는, 쉬는 시간이 되면 담임 선생님에게 와서 “우리 엄마가요~”하며 엄마는 알리고 싶지 않았을 집안의 소소한 이야기를 속속들이 전하는, 그림 그릴 때 색연필 꺼내라고 하면 사물함에서 무려 64색 색연필을 가져와 빈틈없이 색칠하는 그런 여자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마도 쉬는 시간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과 카지노 게임 사이트브 노래를 부르고 춤을 따라 추며 포토 카드를 주고받는 귀엽고 조그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였을 것이다. 눈물이 났다. 웃는 얼굴만 눈에 담고 싶어졌다. 더 이상의 깊은 상상은 나에게도 위험했다. 나는 지금도 약을 먹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1학년 담임을 맡던 해였다. 굉장한 1년이다. 20명도 안 되는 정원에 풀배터리 검사(정신분석 종합검사)를 권한 아이만 다섯이었다. 수업이 시작되고 칠판에 무언가 쓰려 분필을 잡았다. 그러자 A가 줄넘기를 가지고 뒤로 나가 창문 밖으로 던지며 낚시 놀이를 하겠다 한다. 그걸 제지하려 가던 참에 B를 보았다. B는 물병의 물을 필통으로 조르륵 쏟아붓고는 그걸 칵테일 섞듯이 흔들어댔다. 왜 초등학생의 필통이 방수필통인지 알 수 있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살짝 벌어진 지퍼 사이로 물은 하염없이 새어 나왔다. 물을 닦으려던 차에 C가 갑자기 교실 밖으로 뛰쳐나간다. 어쩔 수 없이 만화 ‘검정고무신’ 한 편을 틀어주고 쌩하니 잡으러 뛰쳐나간다. 어린애가 빠르기는 오지게 빠르다. 헉헉대며 달려가는데 벌써 운동장 끝까지 가버렸다. 간신히 아이를 잡았다. 신고 있던 실내화가 끊어졌다. 벌써 3개 째다. 이후로는 실내용으로 신을 운동화를 구입했다. 어차피 운동장까지 뛰어나갈 거지만. 그렇게 A, B, C를 간신히 자리에 앉혀놓고 수업을 진행하려고 보니 10분 남았다. 교실에 남은 아이들은 검정고무신을 재미나게 보곤 한 편 더 보여달라 조른다. 내 손엔 눅눅해진 분필이 여전히 쥐어져 있다.
수업이 끝나면 전쟁 같은 급식 시간이다. 나는 한 달간 밥을 먹지 못했다. 진심으로 숟가락 들 기운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전 11시가 되면 핸드폰 만보기 어플에 이미 만보가 채워져 있었다. 그저 먹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 옆에 턱을 괴고 앉았다.
“성생님, 성생님은 왜 안먹어여?”
“응. 너희 먹는 것만 봐도 배불러서 그래.”(어금니 꽉)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이 하교하고 30분이 지나자 학부모에게 전화가 온다. D가 지역아동센터로 와야 할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상이다. 교감 선생님과 생활부장 선생님이 교내를 뒤진다. 나는 CCTV를 돌려보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나간 방향으로 또! 뛰어나간다. 미친 여자처럼 달리고 또 달렸다. 근처 놀이터란 놀이터는 싹 다 뒤진다. 동네 어르신들을 붙잡고 키 요만한, 감청색 바지 입은 남자애 못 봤냐 헐떡이며 묻는다. 그러다 겨우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발견하곤 붙잡아 센터에 인계한다. 터덜터덜 교실로 돌아와 의자에 앉아 한숨 돌리자 E의 학부모에게 전화가 왔다.
“밴드에 올린 우리 애 사진이 이게 뭐예요. 에? 얼굴이 이상하게 나왔잖아요? 얼른 수정해서 올려요!”
1학년이라고 어린이집 키즈 노트처럼 매일 사진을 올려온 내 잘못이다. 학부모들이 수업 활동을 궁금해하실 것 같아 활기찬 모습을 위주로 찍었더니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얼굴이 뭉개져 나왔나 보다. 그걸 난 또 눈치 없이 올렸네? 삭제!
그렇게 하루하루가 가고 학교에서는 우리 반을 위한 비상 대책 위원회도 열렸다. 나는 매일의 학급 일상을 ‘혹시 모를 일을 위해’ 기록해 두었다. 그리고 아주 좋지 못한 생각을 한다.
‘이 학급에서 나만 없어지면 되는 것 아닐까?’
‘나 하나만 없어지면 모든 것이 잘 굴러가는 것 아닐까?’
문제 해결에 아주 적극적인 나는 이런 위기의식을 놓치지 않고 바로 신경정신과로 달려갔다. 상담을 받고 약도 즉시 처방받았다. 약을 먹는다고 내 모든 상황이 해결될 리 없었다. 다만, 상황을 받아들이는 내 마음이 조금은 나아질 수 있겠지. 항우울제를 처방받지 않았다.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와 도파민. 내 경우 항우울제를 먹었다간 더욱더 깊은 동굴로 들어가 버릴 수 있다고 했다. 부디 약이 잘 맞기를 기원하며 두툼한 약뭉치를 받아 들었다.
그렇게 나는 ‘정신과 질환을 가진 40대 여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되었는데 지금 ‘정신과 질환을 가진 40대 여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무려 학교에서 아이를 칼로 살해한 것이다. 들어본 적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며 상상해 본 적 없는 일이 일어난 뒤, 대단한 혐오가 여기저기서 일어났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대한 혐오, 40대에 대한 혐오, 여자에 대한 혐오, 그리고 가장 커다란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대한 혐오. 이 모든 게 짬뽕으로 어우러진 ‘나’라는 존재는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도 죄책감과 수치심을 동시에 느꼈다. 내 손에 칼이 쥐어진 것 같았고 내가 조사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교직에 나를 의탁해 버렸기 때문이다. 교직이 나였고 내가 교직인 상태에선 모든 교원의 범죄는 곧 나의 범죄나 마찬가지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대한 사람들의 손가락질은 해묵은 것이었다. 본인들이 어렸을 적 품어온 분노와 앙심이 교직이라는 직종에 쏟아져 나온다. 나는 그 손가락들을 곧장 내 가슴 쪽으로 방향을 틀어 겨누게 만든다.
그런데 사건이 일어난 지 이틀이 채 지나기도 전에 관련된 법안이 추진된다고 한다. 정신질환 등 교직 수행이 곤란하면 직권휴직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좋게 말해 또라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을 걸러낼 수 있는 법안이지만 이것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거대한 칼 한 자루가 된다. 이제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은 신경정신과를 방문할 수 없게 되고 안으로 안으로 곪게 될 것이다. 정신과 질환으로 휴직을 했다가 복직하지 못할 수도 있다. 복직을 심의하는 위원회가 완치 진단서를 받아봄에도 ‘자네, 아직 회복이 덜 된 것 같으이’라고 판단하면 교단에 설 수 없다. 이것이 2년 반복되면 직권‘면직’이 되어 영원한 안녕이다. 칼자루를 누가 쥐게 되느냐, 어떻게 쥐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관리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처단할 수도 있고 학부모가 아동 학대법과 콜라보하여 내칠 수도 있다. 말도 안 될 것 같지만 현장은 지금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또라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정신과에 가지 않는다. 오히려 정신과에 안 가도 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이 가서 문제다. 다들 저마다 마음의 아픔을 고쳐보려, 개선해 보려 방문하는데 그마저도 끊으려 하다니.
법안이 발의된다는 후속 기사를 보곤 나는 이제 의원면직을 하니 신경정신과를 마음 놓고 다닐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뒤이어 내가 지금 무엇 때문에 다니게 됐는데! 억울한 마음도 동시에 생겨났다. 이러나저러나 대 혐오의 시대를 맞이했다. 누군가는 이 분노의 화살을 맞아야 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꼬리를 자르려 탁상행정 하는 모습을 보니 입이 쓰다. 그렇지. 우리나라는 이렇게 돌아갔지. 아이의 맑은 영정사진과 교육부 장관의 굳은 입매, 그리고 우울증 있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다 잘라라는 댓글들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한다. 알람이 울린다. 약 먹을 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