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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현 Mar 20. 2025

D-45

내가 장군도 아니고

후회되는 것이 많다. 한두 개가 아니라 아주아주 많이. 내가 행했던 어리석은 행동부터 무식하게 몸으로 부딪히려 한 많은 일들이 그렇다. 완벽한 사람은 없고 보기에만 그럴듯한 업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 안에서 나는 왜 이리 무지했으며 개성마저 없었을까. 편안하지 않은 생활들이었다. 분명 꿀을 빨 수 있다고 해서, 일단 임용되기만 하면 팔자는 어느 정도 편다고 해서 가볍게 꿈을 접고 들어선 이 길이 생각보다 고되었다. 원래 남의 돈 먹는 일은 쉬운 게 없다. 거기에 사회가 부여한 사명감까지 더해지면 어깨는 무릎까지 내려간다. 내가 이렇게 사명감에 고취되어 있는 사람인가, 으쓱거리다가도 또 하루는 이런 쓰레기 같은 내가 카지노 게임라니, 명치까지 치솟는 자괴감에 속이 쓰렸다.

돌아보니 잘한 것 하나 없는 16년 6개월이었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만 든다. 당시엔 다 이유가 있었겠지만 혼냈던 아이들은 혼내서 송구스럽고 칭찬했던 아이들은 더 아껴주지 못해 괴롭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와버렸다. 생각 많은 사람이 진취력을 가지면 이렇게 된다. 머릿속 이곳저곳을 툭툭 건드리는 생각들을 모조리 실현해 버린다. 그런 사람에게 남는 건 결국 후회뿐이다. 기억 속에 남는 카지노 게임가 되고 싶어 한 행동들이 내 발목을 잡는 것 같다. 나를 거쳐 간 아이들이 남김없이 나를 잊었으면 좋겠다. 그들의 유년 시절에 점조차 찍히지 않기를, 스쳐가는 바람보다 더욱 가벼운 무언가로 날아가 버리기를.

게다가 안 되는 일 되게 만들려 무모하게 했던 행동들도 후회된다. 가령 실험에 쓰일 지렁이를 학교에서 구해주지 못한다면 없는 대로 이론 수업을 하면 될걸 굳이 지나친 시간을 들여 지렁이를 채집했다. 요구르트 병 90개를 칼로 잘랐다. 얼마 되지도 않는 월급을 쪼개고 쪼개어 일정 부분은 수업 재료를 구입하는 데 투자했다. 조금 더 돈을 들여 각종 도구를 구비하면 양질의 수업이 될 줄로만 알던 시기였다. 남들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 도움 하나 요청하지 않고 혼자서 온갖 짐들을 날랐다. 여카지노 게임라는 이름 뒤에 숨고 싶지 않았다. 혼자 다 해내려 내 시간, 내 돈, 내 체력이 화수분인 줄 알고 마구 가져다가 썼다. 그래서 나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후회가 많은 카지노 게임가 되었다.

그중 가장 후회되는 것을 꼽아보라 한다면 ‘지나치게 비장하게’ 이 직업에 임한 것. 그것이 가장 아쉽고 미련하고 안타까우며 우습다.

종교는 없지만 신을 믿는다. 학교 일로 너무나 힘이 들 때 신의 옷자락을 붙잡고 매달린 기억이 있다. 가장 먼저 학교에 도착해 교실 앞문의 자물쇠를 여는 순간, 자물쇠를 손에 움켜쥐고 ‘신이시여, 부디 오늘 하루 제가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주세요. 오늘 하루를 버틸 힘을 주세요. 제발요.’하고 소리 내어 서럽게도 울던 날이 있다. 그만큼 지치고 힘들었던 시기였지만 분명히 기억한다. 마음 한 구석에 둥둥 떠다니던 커다랗게 과잉된 자의식을. 문 앞에서 눈물을 또옥 똑 흘리면서도 나는 생각했다.


봐! 가련한 나의 모습을!

힘들어서 신에게 기도하며 지혜를 간구하는 이 참된 여카지노 게임의 모습을 보라고!

이 얼마나 통탄스러우며 아름답고 한없이 슬픔에 잠긴 모습인가!

아이들 때문에 그토록 힘들어하면서도 아이들을 사랑할 힘을 달라고 신께 애원카지노 게임 나의 모습은

진정 참 카지노 게임이며 아름다운 교육공무원의 모습이야!


……이건 무슨 신박한 또라이인가. 물론 그 당시엔 알아채지 못했고 수년이 지나서야 발견해 내었다. 분명 나는 힘들었다. 매일 조막 만한 아이들과 기싸움을 벌였고 그것은 이겨도 내게 자괴감만 안겨주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사랑할 힘을 달라’는 기도는 순 거짓말이었다. 그렇게 나는 자신도 속였다. 나는 나를 사랑할 기운도 없었다. 차라리 ‘저를 돌보고 일으킬 힘을 주세요’라고 기도를 했어야 했다. 기울어져 가는 자신을 알아채지도 못했으면서 좋은 카지노 게임인 것처럼 보이고 싶어 아이들을 사랑하게 해 달라니, 지금 생각해도 오만하고 좀 괘씸하다. 다른 사람도 모자라 자신까지 속이려 들다니. 적어도 나에게만은 솔직해도 되잖아. 나는 부족해. 부족하지만 나니까 괜찮아. 부족한 대로 하는 거야. 그런데 스스로 ‘참사랑을 추구하는 완벽한 카지노 게임’인 척 속이려 들었다. 생각할수록 심통이 난다. 그렇게까지 비장하게 직업전선에 뛰어들 필요는 없어. 그저 돈벌이야. 그리고 돈벌이는 아주 숭고해. 교직의 마지막을 앞둔 지금의 기도 내용은 좀 달라졌다.

신이시여,

좋은 일에 맘껏 기뻐하고 감동할 수 있는 카지노 게임

안 좋은 일에서 배울 점을 찾을 수 있는 카지노 게임

그리고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카지노 게임 주세요.


사랑할 수 있는 힘을 달라는 건 내 상태에서 너무나 결연하며 큰 욕심임을 알았다. 무리한 일을 내게 바랐다. 그저 타인을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는 힘, 그것만으로도 차고 넘친다 생각한다. 나의 기준을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아집을 내려놓고 ‘그럴 수 있구나’, ‘넌 그렇게 생각카지노 게임구나’부터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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