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위한 '글을 쓰는 무료 카지노 게임'_.
글을 쓰는 무료 카지노 게임은 나의 오랜 꿈이었다. 거창하게 베스트셀러, 잘 나가는 작가 말고 ‘나’를 쓰는 무료 카지노 게임이길 바랐다. 글쓰기의 시작을 마흔 중반이 다 되어서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살다 보니 내가 보고 싶은 책을 읽은 시간보다 아이들 학습지 읽어주고 함께 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수필이나 시집, 소설을 읽어본 적이 언제였는지,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실천해 본 적은 있었는지조차 까마득했다. 번아웃이 오고 난 뒤에도 아이들에게 온 정신을 쏟으며 1년의 시간이 지났다. 아이들에게 쏟은 정성과 시간이 아까운 건 아니었지만 텅 비어버린 ‘나’의 마음을 채우는 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는 책만 읽었다. 종류도 따지지 않고 내용이 이해가 안 가도 무작정 읽는 것에만 집중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까마득하더라. 오직 나를 위해 책을 읽어본 게 언제인지, 제대로 읽은 적은 있었는지 중고등학교 때를 빼고 나니 없었다. 책을 계속 읽다 보니 자연스레 볼펜으로 끄적거리는 습관이 올라왔다. 수필. 수기도 그랬지만 시집에는 더 심했다. 글쓰기를 하기 위해 시작한 책 읽기와 끄적임이 아니었다. 책을 읽다 보니 서점을 많이 가게 되고 나중에는 인터넷 쇼핑으로 읽고 싶은 책을 열심히 골랐다. 읽고 볼펜으로 쓰고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러다 마주한 것이 필사였다. 뭐라도 붙잡을 수 있으면 가리지 않고 쓰고 또 썼다. 손을 망가뜨리기 딱 좋을 정도의 강도로 시작한 필사는 나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산소와 같았다. 책을 읽으면서 책에서도 볼펜을 놓지 않았고 필사는 필사대로 쉬지 않고 썼다. 당연히 손이 괜찮을 리 없었다.
2024년 5월 17일, 필사하던 밴드들을 타고 타고 올라간 곳이 김민 작가님 개인 밴드였다. 밴드에서 본 책꽂이 사진 한 장이 계기가 되었다. 책꽂이의 한쪽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내 이름이 제목으로 적힌 책 <지은이에게가 눈에 띄었다. ‘지은이’는 이름으로 된 지은이도 있지만 글을 쓰는 무료 카지노 게임을 가리켜 ‘지은이’라고도 하니까. 책 제목에 ‘지은이’는 ‘글을 쓰는 무료 카지노 게임’을 가리키는 말이라 생각했다. 난 글을 쓰는 지은이가 되고 싶은 무료 카지노 게임이니까. 친구랑 이야기하는 와중에도 내심 책이 읽어보고 싶어서 바로 구입했다. 새하얀 바탕에 커다란 제목이 쓰여 있고 표지 한쪽 귀퉁이에 쓰인 문구가 마음에 쿵! 내려앉았다. [오늘을 껴안는 한 뼘 편지] 문구가 그냥 좋았다. 나를 위로해 주는 것 같더라. 그때부터 책에다 끄적거리며 매일 한두 장씩 나도 글을 썼다. 이때부터였지 않았나. ‘작가’라는 이름보다 글을 쓰는 무료 카지노 게임을 가리키는 ‘지은이’가 마음에 쏙 들었던 순간이다. 내 이름을 좋아하게 된 순간이고 ‘작가님’이라고 불리는 것보다 ‘지은이’라 이름이 불리는 게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이 되었다. 항상 스스로 작가라고 불리는 게 감사하고 고마우면서도 민망하고 어색했다. 그때도 지금도 작가라고 불리는 건 감사한데 쑥스럽고 어렵다. 왠지 ‘작가님’이라고 불리면 늘 생각했던 꿈을 이미 다 이룬 무료 카지노 게임처럼 들렸다고 하면 이상하려나.
2024년 11월 23일 처음 공집 에세이 계약이 성사되고 태어나서 머리털 나고 처음 가보는 계약서 쓰는 자리. 계약하러 오는 날은 ‘작가’로서 오라 했다. 팬질하기도 바쁜데 작가라는 이름으로 오라니 그게 될 리가 있나. 그래도 그럴 땐 말을 되게 잘 듣는 어린이라 얌전하게 갔다. 정작 자리에 가서는 무료 카지노 게임이 많아서 입이 얼어붙어 있었던 터라 ‘작가’는커녕 팬질도 제대로 못해봤다. 심지어 사인받고 싶었던 책도 못 가져가서 계약서에다 사인을 받았다. 어떤 누가 계약서에다 사인을 받을까 내심 속으로 웃었지만 기억에서 절대 잊히지 않을 테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 덕에 내 책상 앞에는 추억이 하나 더 꽂혔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점점 쌓여가는 추억들,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이 계속 늘어간다. 글을 더 열심히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와의 계약을 이루기 위한 글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로하는 글’이 쓰고 싶어졌다. 그 대상이 ‘나’ 일 수도 있고 마음이 아픈 다른 누군가가 될 수도 있을 테니까. 쓰고 있는 글이 책으로 나와도 너무 좋고 행복한 일이라는 것은 계약서 쓸 때 충분히 알았다. 내 글 하나만 올라간 책이어도 보관용으로 한 권은 꼭 살 만큼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일이라는 것도 알았다. 또 하나 알게 된 사실은 ‘꼭 책이 아니어도 괜찮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가 닿아서 책으로 만나면 더 기쁜 일이지만 꼭 책이 아니라도 ‘누군가 읽어주는 무료 카지노 게임이 있고 좋아해 준다면 그것도 좋겠구나’ 생각했다. 본래 마음이 정해지면 그때부터 돌아보지 않는다. 생각했으니 행동으로 옮겨야지. 해볼 생각이 없었던 브런치에서부터 시작했다. 난 그냥 ‘지은이’어도 감사한 일이다.
‘오늘을 껴안는 한 뼘 편지’ <지은이에게가 마지막 장까지 다 쓰고도 '꿈꾸는 무료 카지노 게임'가 된 이유라 하겠다.
난 계속 글을 쓰는 '지은이'를 꿈꿀 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