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게임 디자이너의 워라밸이란 환상일까?
“모든 경력직 디자이너들이 원하는 마지막 결말은, 결국 카지노 게임가 아닐까?”
“인맥만 있다면 회사 때려치고 그냥 카지노 게임 하고 싶어요.”
직장 다닐 때마다 동료들이 자주 던진 말이다. 그때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지노 게임 테스트에서 항상 P형(인식형)이 나오는 나에게, 카지노 게임라는 직업은 마치 운명처럼 보였다. 계획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일정을 조율하며, 영감이 올 때 일할 수 있는 환경. 카지노 게임가 되면 내 시간은 온전히 내 것이 될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막상 카지노 게임가 된 지금은 그 말에 쓴웃음이 난다. 자유는 얻었지만, 그 자유 속에서 또 다른 종류의 구속을 발견했으니까.
직장 다닐 때는 카지노 게임가 정말 자유로워 보였다.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 지옥을 경험할 필요도 없고, 임원들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회의를 위한 회의에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으니까. 하지만 현실은 풀일랜서에 가깝다. 일이 몰리면 그냥 24시간 일만 한다. 밥 먹으면서도, 화장실 가면서도, 잠들기 직전까지도 일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을 내가 정할 수 있는 건 맞다. 하지만 결국 일이 내 삶을 지배하는 구조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심지어 카지노 게임의 자유란 양날의 검이다. "이번 주는 좀 쉬어야지"라고 마음먹어도, "이 일만 마무리하면 이번 달 수입이 늘어날 텐데..."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결국 자유롭게 쉬기로 한 시간에도 일을 한다. 그것이 내 선택이라는 점이 더 아이러니하다.
그러니까 이건 자유가 아니라무한 자율 과부하 상태다. 퇴근도 없고, 주말도 없고, 클라이언트는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줄 안다. P형 카지노 게임의 시간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
직장인 시절의 워라밸은 비교적 단순했다. 퇴근과 연차라는 것이 있었으니까. 물론 일이 많을 때는 자주 야근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집까지 회사 일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적어도 물리적인 ‘퇴근’이라는 경계가 존재하기는 했다.
하지만 지금의 삶은 퇴근이 없다. 고객이 퇴근을 허락해주지 않는다.밤 10시에 온 메일, 주말에 온 카톡, 새벽에 도착한 피드백까지. 언제든 일과 관련된 연락이 올 수 있고, 그럴 때마다 거절하기도, 무시하기도 쉽지 않다. 어떤 클라이언트들은 본인 퇴근을 앞둔 시간에 내게 연락해서 다음날 오전까지 끝내줄 수 있냐고 묻는다. 마치‘이 사람은 카지노 게임니까 밤에 부탁해도 별로 민폐가 아닐 거야’ 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저도 잠은 자는 사람입니다만..)
결국 카지노 게임에게는 ‘워크 & 라이프 밸런스’라는 개념 자체가 모순이다. 일과 인생의 밸런스가 아니라, 워크 = 라이프다.그냥 일을 하고 있는 게 인생이다. 때로는 그것이 행복하기도 하고, 때로는 고통스럽기도 하다.
물론 카지노 게임로서 일정 조율이 가능하다는 건 맞다. 오전에 일이 하기 싫으면 오후에 할 수도 있고, 월요일이 싫으면 일요일에 미리 해둘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내가 조율할 뿐, 일은 줄어들지 않는다.
나는 카지노 게임로 따지면 전형적인 P형(인식형) 인간이다. 규칙에 얽매이기보다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스타일. 많은 카지노 게임들, 특히 J형(판단형)들은 철저한 일정 관리와 계획으로 자신의 시간을 지키겠지만, 나 같은 P형에게 계획이란, 늘 짜놓기는 하지만 일종의 '마지노선'에 가깝다. 정말 이 경계를 넘어가면 망한다 싶을 때, 망하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경계를 지어두는 것이다.
데드라인이 다음날 오전까지인 작업이 있다고 하자. “오늘 오후 2시까지는 이 프로젝트를 끝내고 쉬어야 해." 이런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실제로는 내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어서 계속 뜯어고치다가 결국 오후 6시가 되어서야 끝낼 때가 많다. 그래도 괜찮다. 내 계획은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고, 그게 나에게는 더 자연스럽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현실적인 해결책은 ‘균형’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이었다.
일이 몰릴 때는 그냥 일에 올인한다. 오히려 이게 더 효율적일 때도 있다. 연속해서 12시간 일하면서 흐름을 타는 게, 3일에 나눠서 4시간씩 일하는 것보다 결과물이 더 좋을 때가 있으니까.
대신 쉴 때는 아예 손을 놓고 쉰다. 이메일도 확인하지 않고, 업무용 메신저도 끄고, 완전히 일에서 벗어나는 시간을 갖는다. 비록 짧더라도 온전히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무리한 일정은 쳐내고, 긴급하지 않은 일은 미룰 줄 아는 것.‘아니오’라고 말하는 연습. 카지노 게임에게는 이것이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기술이다.
카지노 게임에게 워라밸이란 단순한 시간 분배가 아니다. 9시부터 6시까지는 일하고, 나머지는 쉰다는 식의 구분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일과 삶이 섞이는 걸 피하는 게 아니라, 그걸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
중요한 건 내가 일에 끌려다니지 않고, 내가 선택해서 일하는 감각을 유지하는 것.밤 10시에 일하더라도, 그것이 나의 선택이라면 스트레스는 훨씬 줄어든다. 반대로 아무리 정규 시간에 일하더라도, 그것이 강제된 것이라면 스트레스는 증가한다.
여전히 나는 워라밸 꽝이다. 계획은 늘 흐트러지고, 일이 많을 때면 풀일랜서가 되어 하루 종일 일하고, 일과 삶의 경계는 흐릿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삶을 선택했고,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왜일까? 아마도 직장 생활과는 다른 종류의 자유와 책임감이 주는 만족감 때문일 것이다. 내 시간이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내가 결정한다.그 결정에 따른 결과도 온전히 내 몫이다.
카지노 게임의 워라밸. 그것은 9시부터 6시까지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온전히 나의 것이라는 환상과는 다르다. 오히려 24시간이 모두 일이면서 동시에 모두 나의 삶이 되는 역설적인 상태에 가깝다.
그 속에서 어떻게 나만의 리듬을 찾고, 나만의 균형을 잡아나갈지. 그것이 카지노 게임인 내게 주어진 영원한 숙제다. 오늘도 나는 그 숙제를 풀어나가는 중이다.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실패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