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맞이할 수 없다.
내게 중년은 숫자 '온라인 카지노 게임'으로 왔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라니!
젊은 나이에 '오십'이 된 선배들을 보면 얼마나 어르신처럼 보였는데. 그 '오십'에 다다랐단 말인가?
실감 나지 않아 만으로 세고, 한국 나이로 세고, 생일 나이로 꽉 차게 세어서 끝끝내 도달하고야 말았던 찐 오십. 그 나이가 되어서야 이제 완전한 오십이구나! 실감 났다.
그 무렵, 친구들은 만나면 나이 얘기를 했다.
‘오십이 되면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나 ‘이제 그럴 나이가 되었지’ 라든가,깜빡깜빡 가물가물 하는 것도 모두 나이 탓으로 퉁 치면 넘어가주곤 했다.
감사하게도 깜빡 잊는 정도 외는 크게 신체적 변화를 느끼지 못했기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강을 건너기에는 왠지 모를 억울함이 남았다.
대학 졸업 후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지 못하고 비교적 이른 결혼을 한 나와 내 친구는 30을 잘라내고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가기로 결의하는 좀 유치한 만남을 가졌다. 정신없이 아이들만 키우고 돌아서니 50인데 이대로 나이들 수 없다! 둘이서 오차 없이 마음이 딱 맞았다.
스무 살로 돌아간다면, 그때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많은 것을 지금 할 수 있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해보지 못했던 일들, 연이어 연애와 결혼을 하는 바람에 갖지 못했던 혼자만의 시간...
경제적인 안정과 시간적 여유가 생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되어가질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우리는 가슴이 뛰었다.
먼저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둘만의 밴드를 만들었다.우리들의 역사는 이곳에 새기리라. 멤버 2라고 적힌 밴드에 한 명이 글을 남기면 남은 한 명이 댓글로 응원하는 유치한 도원결의, 아니 ‘밴드결의’가 시작되었다.
머리를 자르거나 펌을 하고도 교환일기를 쓰듯 사소한 일상을 공유했다. 좋아하는 음악이나 가수의 콘서트를 보러 다니며 경험을 공유하는 것에 행복해하기도 하고. 관심 있는 공통 주제의 연수를 신청해서 같이 듣기도 하고, 책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다가 감동한 부분은 밴드에 남겨 서로의 느낌을 공유하기도 했다.
오십을 맞이하는 중년에 7080 사춘기 소녀 시절에나 할만한 일을 벌였다.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을 오래오래 간직하자고 서로 격려하면서 둘이 행복해하기도 하면서.
낯설어서 피하고 싶었던 중년 맞이 버티기도 중력에 못 이겨 힘을 잃었다. 나도 내 친구도 더는 유치하지 않다. 감정 범벅으로 주고받던 밴드가 오랫동안 조용한 걸 보면.
이젠 우리도 나잇값 하고 살아야 함을 아는 진짜 중년이 되었다. 오십은 아직도 풋풋하고 해 볼거리가 많은 나이다. 주춤할 필요 없이 빛나는 일들을 해도 좋은 날들이 아닐까.
꽃다운 청춘에 꽃같이 보내지 못한 우리에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출발은 꽃처럼 아름다운 날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