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감벤의 논의를 빌려
요즘 매일 아침마다 1시간 30분~2시간가량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회화 실력을 높이고 싶어서 영어 회화 앱으로 AI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는데, 할 때마다 새로운 화젯거리를 던져 주신다.
한국어로도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주제를 영어로 답해보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다.
그렇지만, 짧은 영어로 나름대로 떠듬떠듬말하다 보니 조금씩 나만의 생각들이 다듬어지고 있는 것만 같다.
오늘의 회화 주제는 역사가 문화에 미친 영향이었다. 영어로는 "How has your country's history influenced its current culture?".
잠깐 생각하다 최근에 일어났던 계엄 사건을 들어 우리나라 역사와 민족성에 대해 답해봤다. 물론 난 영어를 잘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문법은 엉망진창이고 고급 어휘를 사용하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답해보려 했고, AI 선생님이 문장 구조와 어휘를 수정해 주셨다.
한국에서 우리의 역사는 수많은 우여곡절로 특징지어집니다. 우리는 독재와 같은 중대한 도전을 극복하고 약 40년에 걸친 민주주의 운동을 통해 독재정권을 성공적으로 전복시켰습니다. 일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한 투쟁은 전 세계에 독립에 대한 열망을 선포한 우리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이러한 눈물과 땀은 여전히 우리 민족의식에 뿌리내리고 있으며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한 강한 강조로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지난해 윤 대통령이 예기치 않게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우리는 계엄을 경험했습니다. 국민들은 이러한 일이 반복되는 것에 충격과 깊은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다행히도 윤 대통령은 지난주 사법적 결정으로 탄핵되었는데, 이는 21세기에는 상상할 수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영어를 파파고로 번역)
물론 위의 답변처럼 한국인의 정체성을 '저항'에 국한하는 것은 다소 낡은 발상일 수도 있다. 각자도생의 2025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1970~1980년대의 학생운동처럼 그렇게나 뜨겁고 정의로운 행동들을 쉽게 하긴 힘들 테니 말이다. 그러나 내가 직접 겪지 않았던 역사였음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도 부모님을 통해 꽤 오래전부터 민주화 운동 당시의 상황과 현실을 듣고 자라왔던 바 그다지 멀리 느껴지지 않는 역사인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역사는 무언가로 기록될 때 의미가 있는 법이다. 기억되지 않는 역사가 의미 없다는 뜻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록물 또는 카지노 쿠폰으로 '어떤 이'의 역사가 회자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역사는 다시 흐른다고 믿는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한강 작가가 노벨 카지노 쿠폰상을 수상했을 당시많은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도 내게 "한강의 수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주변 사람들이 많았다. 단지 철학을 공부한다는 이유로 약간의 통찰을 내게 기대하는 듯했지만 아직 그럴 능력은 없었던 지라 당시엔 좋은 답변을 하지는 못했던 같다.
한강의 수상. 내가 생각할 때 그의 수상은 이런 의미를 지닌다. 먼저 노벨상수상그 자체의 의미만 놓고 보면 이렇다. 우선 '동양인 여성'의 수상이라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물론 과거에 비해 예술을 향유하는 데서의 여성과 남성의 성별 구분은 점점 사라지곤 있지만, 그럼에도 2024년 기준 노벨카지노 쿠폰상 수상자 121명 중 18명만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난 것을 볼 때 '여성', 그리고 '동양인'이라는 정체성은 나름의 의의를 지닌다고 평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는 단지 표면적인 그리고 수상이라는 측면만을 고려해 본 분석에 불과하다.
나는 이보다는 한강 소설의 의미를 '증언 카지노 쿠폰'이라는 점에서 찾고자 한다. 증언 카지노 쿠폰이라 함은 또 내가 사랑하는 철학자인 아감벤의 논의를 빌려오지 않을 수가 없다. 조르조 아감벤은 자신의 생명 정치 시리즈에서 '아우슈비츠의 역사성'을 중심으로 증언의 의미에 대해 고찰한다.
그는 "진정한 증인은 죽은 자들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수용소의 극한을 경험한 이들은 결코 생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증언은 본질적으로는 불완전한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살아 있는 자들이 죽은 자들에 대한 증언을 시도할 때 비로소 윤리적이고 정치적인 실천이 가능해진다고 주장하였다. 불가능한 증언에 대한 시도. 이것이 생존자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감벤에게 증언은 단지 개인적인 내러티브(서사)를 전달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말해지지 않는 것(무언無言의 상태)과 기억의 공백에 분열을 일으키는 장치이면서도 국가폭력에 대한 저항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비가시적인 것을 드러내는 것, 이것이 바로 증언의 의미이며 죽은 이들에 대한 정중하고도 깊은 애도의 표현이라고 본 것이다.
아감벤의 이런 입장을 견지해 볼 때, 한강의 카지노 쿠폰 역시 '증언 카지노 쿠폰'이라는 점에서 그 서사성을 높게 평가해 볼 수 있을 듯싶다. <소년이 온다를 비롯하여 <작별하지 않는다, <흰, <채식주의자까지 그의 내러티브는 한강 개인을 넘어 사회 그리고 한국이라는 서사를 담아내고 있다. 특히 참혹한 국가 폭력의 희생자들의 삶을 그려낸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는 한강 소설가 개인으로서의 윤리적 실천이면서도 독자인 우리에게 기억을 각인하고 복원하는 행위라는 점에서,카지노 쿠폰으로서연결되는생존자와 희생자의'미완의 카지노 쿠폰'에 가까울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이런 믿음이 있었다. 예술, 그러니까 모든 예술 작품들 이를 테면 영화나 카지노 쿠폰, 음악은 어쩌면 그 무엇보다 변화를 일으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말이다. 다른 분야에 비해 예술은 특히 즉각적으로 사회를 드러내고 반영하고 또 저항의식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한강의 카지노 쿠폰은 단지 '글'로만 그치는 매개물이 아닐 것이다.
'생존자로서의 무언의 증언'
'죽은 자의 침묵에 대한 애도'
이 두 가지가 우리가 예술을 향유하는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