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연 Apr 16. 2025

카지노 게임 세렝게티 자영업 vs 젠틀한 스파링 경기장 회사

카지노 게임로 일한 지 7년 차. 1년은 영재교육원 과학 강사로, 2년은 가죽공예 강사로 카지노 게임 생활을 할 때에는 센터 원장님의 그늘 아래 있었다. 그때에는 그 그늘이 얼마나 큰 그늘인지 몰랐다. 힘들게 하는 수강생이 있을 때 원장님에게 구조요청을 할 수 있었고 해결도 해주셨다. 수강생을 자연스럽게 원장님께 넘기는 것조차도 어려워서 버거웠던 시기였다.


임신과 출산, 육아에 묶여 3년 동안 엄마로서만 지내다가 새롭게 열게 된 나의 공방. 그 공방에선 사장이 나였기에 그늘이 없었다. 처음에는 재밌고 드디어 내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가면서 한 번씩 힘든 순간들이 찾아왔다. 그 순간을 온전히 내가 견뎌야 했다.



그러다 온라인 스토어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시작과 동시에 나는 카지노 게임 세렝게티에 내던져졌다. 키보드 하나로 맹수 같은 사자와 하이에나들이 달려들었고 수화기 너머로 맹렬한 독수리들이 내 귀를 쪼아댔다. 그들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일하고 있는 낮 시간에 찾아오는 건 물론이고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주말에도, 하루 일과를 마치고 휴식 중이었던 밤 12시에도 찾아왔다.


대문자 F인 나는 직격타를 맞았다. 다른 사람들보다 유난히 날 선 말들에 더 상처를 받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초반에는 이 직격타를 제대로 치유할 줄 몰라서 울기만 했다. 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대문자 T인 남편에게 말하면 기계가 되라고 하는데. 나는 뼛 속부터 사람이기 때문에 기계가 될 수 없었다.



반면 남편은 12년 차 직장인이다. 직장인도 고충이 많았다. 말도 안 되는 업무량과 야근은 물론이고, 일은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았다. 그리고 많은 사람과 일을 하기 때문에 의견이 너무 많거나 서로 다투는 일도 있었다. 남편이 해결한 업무를 상사가 가로채가는 경우도 있었고 승진 대상자였던 남편이 몇 살 어리다는 이유로 다른 나이 많은 동기에게 승진의 기회를 뺏기기도 했다.


남편과 나는 자기 전 그날 일하면서 있었던 일을 많이 얘기하는 편인데 어느 날 서로 있었던 일을 얘기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하는 일인 카지노 게임은 거친 세렝게티여서 예고 없이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어디선가 튀어나온다. 사자와 치타, 하이에나 같은 맹수들이 약한 얼룩말, 가젤 같은 초식동물을 거침없이 공격하는 것 같았다. 반면남편의 카지노 게임는 아주 젠틀한 스파링 경기장 같았다. 서로 다투고 맞서지만 심판이 있고 주어진 시간에 한정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안전장치도 충분히 했기 때문에 큰 부상은 없는 듯했다. 물론 스파링 경기장에도 규칙을 어기고 거친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때론 심판이 불공정한 판결을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아프리카초원 한복판에 서있는 나에겐 그 스파링 경기장이 너무 부러웠다.


카지노 게임자로 일한 지 어느덧 4년이 되었다. 익숙해질 듯 익숙해지지 않는 맹렬한 맹수의 공격이 언제 찾아올지 몰라 긴장되는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그 잠깐의 공격으로 나의 마음을, 나의 하루를 흘려보내지 않게 단단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카지노 게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