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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치기를 꺼리어 피하거나 얼굴을 돌리다.
코로나로 인해 할 일이 무자비하게 투척되고
최전방에서 온몸으로 막아내던 조부장이
결국 뇌혈관이 터졌다는데,
장례를 치르기까지 악몽 같았던 2주가 지나고
싫다는 마음을 억지로 이끌며 장례식장에 왔다.
아들내미가 상주라고 인사하는데
작년에는 아버지, 올해는 어머니.
그 작은 어깨가 허물어질 것 같아
어깨 한번 토닥이지 못했다.
보험과 연금 관련 자료를 챙기며 한번,
조부장 이름으로 폴더를 저장하며 한번,
주차장에서 최부장을 만나 자료를 건네며 한번.
큰 숨을 내쉬고서야 겨우,
그래, 겨우 이거 하나 만들어냈다.
조부장이 그랬고, 우리도 그렇고, 세상도 그렇다.
다행히 작년에 이직한 최부장이 유가족 일을 돕는다고 한다.
usb를 건네받으며 말없이 만지작거리다
고맙다는 말만 남기고 돌아서는데,
무너진 어깨는 최부장의 등 위에도 걸쳐 있다.
혹시 내 등에도 올라탈까 싶어, 애써 온라인 카지노 게임한다.
다, 팔자겠거니.
괜한 팔자 탓을 하며 차에 올라탔다.
울컥, 슬픔이 밀려온다.
미안함도 죄책감도 아닌 허무함이 밀어 올린 슬픔.
돌이켜보니 이렇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하며 살아온 인생이 반백 년이다.
부끄러움도 잠시.
이렇게 사는 거지,
나도 누군가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되겠지.
간사한 생각에 간사한 마음도, 슬픔도, 그만큼 사그라든다.
일하는 내내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못 이긴 척 차를 몰고 납골당으로 향한다.
납골당은 왜 다 그렇게 외진 곳에 있는지.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의 경계를 긋는 듯 그렇게 동떨어져있다.
아무리 세련되게 꾸며도
납골당에는 묘한 우울이 깔려 있다.
지나는 발에 치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우울.
간혹 스치는 분노.
조부장의 가족들도 그 사이를 지나겠지.
나를 발견한 최부장의 눈엔 놀람이 가득했다.
말없이 믹스커피 한 잔을 마시며,
아들에게 하지 못한 격려를
최부장의 어깨에 대신 얹는다.
미안함도 그곳에 조용히 두고 온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으로 다시 돌아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