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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소금 반스푼 Apr 19. 2025

일 년 내내 환절기

『그 남자, 기억하다』 - 3-1. 심해진 일교차에 괴로워하다.

8살, 드디어 삶의 큰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입학이라니, 두 번 다녀 익숙했던 유치원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아침부터 시간에 쫓기는 듯 긴장감이 가득이었다. 아직 잠도 덜 깬 눈으로, 세수하고 간단한 아침식사 후, 양치질을 마저 하고 나면, 옷이 입혀졌다. 신발을 신고 나서 등을 내밀면, 전날 챙겨 놓으신 납작한 책가방을 메어 주시고, 실내화 주머니를 들고 나면 출동이었다.


눈부신 아침 햇살을 가르며 도착한 곳, 동화책에서 보던 성문은 없었다. 낮은 철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항상 모자를 쓴 선생님 한 분이 막대기를 들고 서서 교문을 지나치는 몇몇 꼬마들을 잡아서 방향을 바꿔 주시곤 했다. 밤사이 내린 이슬들이 등나무 잎사귀 끝마다 맺히고, 사루비아 꽃과 분꽃, 노란색 팬지가 여기저기 피어 있는 화단 앞의 보도를 걸어, 1-5라고 적힌 창문이 있는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


실내화로 갈아 신고 나서 신발을 주머니에 넣는다. 1-5 팻말이 붙은 문으로 들어가면, 형광등이 네 개 달려있는 어두운 교실, 전원을 켜도 밝지 않았다. 커다란 칠판 왼편에 걸려 있는 태극기, 그 바로 옆 벽보 자리에는 국기에 대한 경례가 적혀 있었다. 그 반대편 벽에는 시간표가 붙어있었으며, 앉은자리 뒤 편 벽에는 잘 그린 그림이라고 뽑힌 친구들과 내 그림이 압정에 박혀 벽에 붙어 있었다.


반장이라는 친구의 구령에 따라 선생님께 인사하고, 책을 소리 내어 읽거나, 스케치북에 크레파스나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거나, 더하기와 빼기만 있는 문제를 풀거나 등등의 수업을 마치고 나면 이제 슬슬 집에 갈 시간이 다가온다.


그날의 숙제를 수첩에 적고 나면, 드디어 상표를 받을 시간이다. 전날 제출한 숙제와 백 점 맞은 시험지 등등과 함께 돌려주는 종이조각, 색종이 위에 꽃 안에 '상'이 새겨진 도장을 찍고 오려낸 작은 조각들, 우리는 그것을 ‘상표’라고 불렀다. 호명된 몇 명이 앞으로 나가 그 상표를 받고 나면, 우리는 그제야 집으로 갈 수 온라인 카지노 게임. 어머니는 상표를 몇 개라도 받아오면, 그렇게 기뻐하셨다.



어머니는 초등학교에서도 나를 그 반에서 가장 빛나게 만들어 주셨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에 입학을 앞둔 겨울 동안, 헌책방에서 허름한 교과서를 구해 오셔서, 공부상을 펼쳐놓고 하루에 몇 시간이고 나를 가르치셨다. 기름진 손으로 만져진 책장마다 글자 아래 누가 다녀간 듯한 연필로 눌리고 지우개로 지워진 자국들. 방학 때마다 한 학기 진도를 미리 가르쳐 주셨고, 집에 오면 매일 숙제도 함께 해 주셨다. 책장을 뒤로 넘겨 다음 단원을 함께 읽어 주셨다. 그 덕분인지 선생님의 질문에 머뭇거리지 않고 손들어 대답하거나, 쪽지 시험을 보면 모든 문제를 다 맞혔다. 그리고 그렇게 매일 상표를 모아 왔다.


학기가 끝나갈 때쯤 상표를 모은 종이를 제출하는 날이었다. 학기 초에 받았었던 회색의 8절지, 갱지라 부르는 회색종이에 꽃마차가 그려진 종이를 선생님께 돌려주는 날이다. 꽃마차 안에는 비어 있는 동그라미가 포도송이처럼 빽빽하게 그려져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 꽃마차 안을 상표로 채우면 선생님이 선물을 주신다고 했었다. 어머니는 상표가 하나라도 떨어질까 봐, 풀로 모서리를 다시 붙여 주시곤 했다.


내 회색의 꽃마차는 여름이 되자, 색종이의 10가지 색상처럼 화려했다. 그러고도 모자라 마차의 외곽을 상표가 한 바퀴 더 감싸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다른 아이들보다 커진 꽃마차 종이를 제출했다. 선생님은 기특한 듯 바라보시며 선물을 주셨다. 꽃마차를 가득 채워야만 받을 수 있었던 공책을 연필과 함께 주셨다. 부러운 듯 질투하는 듯 쳐다보는 아이들을 지나치며 자랑스럽게 방학을 맞이하곤 했다.


낮에는 환한 백열전구처럼, 눈이 부셨다. 그러나, 밤이 오면 울음에 젖어 꺼져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천둥번개가 몰아치는 밤, 결국 깨져버렸다.



그 해, 서른 중반에 접어든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가장으로서 미래를 준비한다고 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우리를 앉혀 놓고 점잖고 근엄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셨다. 이제 자기도 사업을 할 거라고, 사장이 되어서 모두 호강하게 만들어 준다고, 차도 사고 집도 사고 주말마다 놀러 다니자고 했다.


모기향이 퍼지고,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던 넓은 우리 집 거실에서 아버지의 친구들이 모여 있었다. 밤늦게까지 양철 판을 가위로 오려 틀을 만들고 그 안에 석고를 부어가며 자신들이 사용할 도구들을 직접 만들었다. 늘 인정받던 자신의 실력이면 큰 수익을 얻을 거라며 그렇게 웃으신 걸 아직도 기억한다. 술냄새를 풍기며, 나와 동생을 양쪽에 안아 들고 우리 볼에 입을 맞추기까지 했다.


그저 행복했던 기억, 집에서 좀 멀리 떨어진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산동네의 작은 건물에 공장을 마련하고 개업식을 했다. 시장의 정육점에서나 보던 돼지 머리가 놓여있었다. 석양이 질 때까지 어른들은 즐거워 보였고, 나와 내 동생은 아버지의 친구들의 아이들과 함께 그 주변을 맴돌며 뛰어놀았다.


어머니는 그렇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 사업이 잘 될 거라 믿었다고 한다. 자신도 집에서 부업을 해서라도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시겠다며 새벽까지 일을 하셨다. 옆에 엎드려 숙제를 하는 나와 놀아달라는 동생을 다독이며, 행복해하셨던 것 같다.


어머니는 아파트가 지어지면 그곳으로 이사하자고 했다. 그곳에 들어갈 돈을 마련한다며, 바늘과 실, 가위와 거울 같은 것들이 들어있던 어머니의 보물상자 안에서, 부업으로 모은 숫자가 적혀 있던 통장들. 우리 셋의 이름 뒤에 숫자들이 가득했던 통장 세 개를 보여주면서, 아파트 그림이 컬러로 그려진 종이를 펼쳐 함께 보면서 우리에게 ‘앞으로 이런 곳에서 살자’ 약속했다.



인생사, 분위기를 바꾸기에 이보다 편하고 좋은 말, 다른 단어는 찾을 수도 없다. 사업으로 활기차던 아버지는 다시, 밤마다 어머니와 싸우던 그 시절의 그림자로 조금씩 되돌아가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사업의 꿈은 시기와 질투로, 불협화음과 수익 분배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쌓여, 단단하게 얼기 전의 살얼음인 상태에서 작은 충격에 부서졌다. 영업을 담당하던친구가 사업이 기대했던 것만큼 잘되지 않았는지, 자신만의 공장을 차리면서 나가버렸다. 자신이 담당했던 모든 거래처를 구슬려 주문을 가로챘다고 했다.

기술공들만 남은 공장에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함께했던 동료들은 그렇게 일할 시간에 술을 마시며 기다리다, 결국 한 명씩 각자의 자리를 찾아 떠나갔다. 일거리가 줄어들어 거의 공장을 운영할 수조차 없던 시점에 결국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남아있던 지분이라 말하기도 민망한 기계의 고철 값만큼, 겨우 그 정도만 받으며 자신이 일구고자 했던 작은 공장을 후배에게 넘기고 말았다.


당시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형과 누나에게 도움을 달라고 수차례나 이야기했다고 한다.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 즈음 할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유산도 일부 되찾았고, 형제들이 나눌 때에 자기 몫을 분명히 달라고도 했다. 사업비로 쓰기 위해 받아야 했던 그 유산도, 형이 약속해 준 돈도 받지 못했다. 이때부터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빠르게 변했다. 그리고 어머니가 우리에게 보여줬던 아파트 홍보 전단도 그토록 펼쳐보며 기뻐하던 통장들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그렇게 자신이 가족보다 아끼고 충실했던 친구들, 의지하고 따랐던 형제들에게 처음으로 버려졌다.


2학년이 되었다. 9살의 어느 날, 학교 수업이 끝나고, 어머니가 데리러 오셨다. 평소와는 다른 길로 걸어갔다. 할머니와 함께 했던 거실에서 뛰어다닐 정도로 넓었던 집은 반 지하, 방 두 개로 바뀌어 있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4년을 살게 되었다.


그래도 나와 동생의 공부를 위한 방은 마련해 두셨다. 더 작고 어두웠지만, 벽 한편에는 철제 책장이 앞으로 쏠릴 듯 서온라인 카지노 게임. 가장 높은 칸의 책을 꺼내려고 발을 디뎌버려 가장 아래칸 한가운데는 움푹 꺼지고 녹까지 슬어버린 철제 앵글로 만든 책장에는 허름한 책, 새 책 가릴 것 없이 채워지곤 했다. 다른 벽에는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바뀐 책상과 동생과 내가 받아온 여러 상장들이 액자에 담겨 줄지어 벽에 걸려온라인 카지노 게임.


또 다른 방은 크고 따뜻했지만, 들어가기 무서운 곳이었다. TV를 보러 갈 때만, 식사를 해야 할 때만 들어갔던 방,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한탄과 분노가, 어머니의 눈물과 인내가 머무는 방이었다. 연탄마저 아끼느라, 네 번의 겨울을 그 방에서 나란히 누워 나야만 했다.



집에만 있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내게 늘 긴장과 두려움이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퇴근하기 전까지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던 오후조차 사라졌다. 집에 와서 조용히 숙제를 하고 있을 때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소주를 사 오라고 심부름을 시키시곤 했다. 돈이 없을 땐 대신 그 옆에서 아무 말없이 부업을 하고 계셨던 어머니가 부른다. 마지못해 대답하여 가면 어김없이 술 심부름이다.


집에서 술을 마시는 아버지는 공포와 분노였다. 소주잔을 내려놓는다. 탁 소리와 함께, 그리고 그 무서운 눈과 마주친다. 서로의 눈이 마주치면 안 된다는 걸, 이미 심부름할 때부터 알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지만, 혼자서 마시다 가도 나를 부르면 달려가 술상 옆에 앉아야 했다. 혀가 꼬여 뭐라고 말씀하시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으니 대답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계속 노려본다.


한편에서 벽에 등을 기대고 일을 하고 계시는 어머니가 피하라고 눈으로 신호를 주셨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그렇게 또 맞았다. 어른이 말하는데 대답도 안 한다고 맞았다. 어머니의 무릎에는 실밥을 잡아 뽑아야 하는 일거리들이 얹어져 있어서 바로 말려 주지도 않으셨다. 오른손에는 여러 가닥의 실을 한 번에 말아 잡을 손가락이 보이게 나온 장갑이 끼워져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일감 아저씨가 내일 와서 가져갈 텐데, 아버지를 말리는 시간조차도 아까웠을 거다.


이번에는 평소와 다르게 한 대에서 그치지 않고, 또 맞았다. 머리카락을 움켜쥐어 위로 당겨진 채, 이미 맞아 따뜻한 뺨을 또다시 맞아 벽으로 넘어졌다. 몸이 알아서 움츠러들고 참았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처음부터 우는 소리를 하거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싫어하는 것을 하지도 않았는데, 그리고 그 어느 때처럼 무릎을 꿇고 빌었다. 그저 억울했고 당장이라도 일어나 방으로 가고 싶은 기분, 함부로 움직였다간 발로 차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가만히 눈물이 코를 타고, 콧물은 입술 위까지 내려와도 얼굴을 들어 눈을 마주치면 안 된다.


보다 못한 어머니가 이제야 나섰다. 실밥을 뽑던 장갑 낀 손으로, 나를 안아 감싸서 떼어놓고 뒤로 숨기셨다. 내 몸을 돌려 방으로 보냈다. 책상에 앉으라는 말도 없었지만 나는 약속처럼 책상에 앉았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커지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현관을 열고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도 방문을 닫으면 안 된다. 돌아온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버릇없이 문을 닫았다며 들어오면 그땐 의자에서 끌어내려져, 바닥으로 넘어질 테니까.


울음은 어느새 멈췄다. 화가 사라지지 않았다. 얼굴이 빨개지도록 소리 없이 화를 냈다. 목에 핏대가 솟아오르고 귀 끝까지 뜨거워질 때까지 화를 냈다.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


손에 잡히는 연필을 두 손으로 잡고 부러뜨렸다. 하나도 남김없이. 동생은 그런 나를 아무 말없이 바라보고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


다음날 학교에서 필통을 열었다. 그 안에는 어제 부러뜨린 연필들이 놓여 있었다. 뾰족하게 부러진 부분이 모두 추슬러지고, 결국 몽당이 되어버린 연필들이, 오래된 색연필 플라스틱 펜대 안에 꽂혀 있었다. 헐거운 펜대에서 빠지지 않게 휴지로 감싼 연필들이,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필통의 다른 한쪽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신문지 귀퉁이에 볼펜으로 적힌 쪽지와 함께 들어있던 백 원짜리 동전 두 개. ‘올 때 맛있는 거 사 먹으시오.’ 그저 신났을 것 같겠지만, 그 돈은 그대로 토요일까지 필통에 그렇게 들어있었다.


그 뒤로도 몇 번이나 새로 사준 연필들은 부러져 몽당연필이 되곤 했다. 결국, 어머니는 공부방의 가구를 옮겨가며 내가 누울 자리를 만들어 주셨다. 그 뒤로 나는 그곳에서 어머니가 사둔 책을 읽으며, 아버지보다 먼저 잠에 들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는 아침 인사 그리고 술상머리 예절 때 해야만 하는 대답 외에는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밤이 지나고 또 다른 아침, 학교에 도착하면, 각자의 교실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웃고 떠들었다. 나와 내 동생이 각자의 친구를 우리 집으로 데려와 놀기까지는 한 번의 방학을 더 보내야 했다.


그 정도 실패가 뭐라고 비웃듯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바라보지도 않던 어머니였다. 완전히 무너져 버린, 저 철부지기술자를 위로하지도 못할 정도로 어머니는 바빠 보였다. 손과 팔뚝이 저리고 퉁퉁 부어, 장갑조차 빼지 못하고 잠들었다. 실밥을 잡아 빼는 그 손이 멈추면 우리 모두 굶었을 거다.


어느 날 아침, 창문을 열면 차가운 공기가 뺨을 식혀주던 가을 즈음에, 누워서 이불 안에서 TV를 켜거나, 코를 골며 잠을 자고 있어야 할 아버지가 집에서 보이지 않았다. 학교 가기 전에 아버지는 이미 집을 나선 뒤였다. 사업을 한다고 뛰쳐나왔던 직장에 다시 돌아가게 되면서, 소주 심부름도 끝이 났다.


고요한 밤이 되면 두 방의 형광등이 모두 꺼진 뒤에, 차가운 부엌 바닥에 등을 기대앉아, 어두운 백열등 아래에서 조용히 어머니가 일하던 소리를 들으며 잠에 들었다. “쑤욱, 쑥” 힘에 부쳐 두 번에 나눠 당기어 뽑히는 여러 가닥의 소리, 툭, 가위에 잘린 실밥 소리를 들으며 잠에 들었다.


낮의 온기가 사라지기 전에, 잠들어야만 했던 시간도 끝나갔다.




-『그 남자, 기억하다』는 기억을 기록하고자 시작한 장편 원고입니다.

이 글은 그 일부를 발췌하여 연재하고 있으며, 언젠가 책이라는 형태로 누군가에게 전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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