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 Mar 11. 2025

<방구석카지노 쿠폰 결국, 사랑이다.

조원재, <방구석카지노 쿠폰(2018)

때는 바야흐로 2024년 1월. 그해의 새해목표도 역시나, 어김없이 '독서'였다.

서점 앞에서는 왠지 겸손해진다. 가로세로로 넓고 높게 쌓인 책의 장벽 앞에서 나의 도서취향은 갈 곳을 잃는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고민이 되는 것은 인간 사 진리인듯하다. 결국 옅은 종이 냄새에 살짝 취해서 향하는 곳은 베스트셀러 매대이다.

그해의 나도 앞에 있었다.


그렇게 고르고 1년이 더 지나 비로소 완독한책. 조원재 작가의 <방구석 카지노 쿠폰이다.


카지노 쿠폰

이 책은'미술은 고상하고 우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에 도전하는 책이다.


그렇다, 그런 편견은 우선 나에게도 있었다. 나는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어릴 때 한 달이 지나가는 것이 설레었던 이유는 지나간 달의 찢어진 달력 뒤에 그림을 마음껏 그릴 수 있기 때문이었을 만큼.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지노 쿠폰에 걸리는 서양거장들의 작품은 어려웠다. 미술교과서는 교양과목이라기보다는 암기과목이었다.미술을 다룬 예술서적들은 너무 무겁고, 이것을 다 읽어야 교양 있고 품위 있는사람이 될 것 같은 심적 부담감이 있었다.

<방구석 카지노 쿠폰은 유명한 명화들을 남긴 카지노 쿠폰계 거장들의 삶과 작품에 대해 소개한다. 물론 그런 책은 예전에도 많았다. 다만, 책은 작품의 화풍이나 기법 같은 이론적인 소재보다는 화가 개개인의 삶과 인생, 그리고 작품에 담고자 했던 것들에 대해 친근하게 이야기해 준다.


기존의 예술서적이 작가의 생애나 작품의 제작연도, 작업방식을 설명하는 전시회의 도록이었다면, <방구석카지노 쿠폰은 나를 이끌면서 작가와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소개해주는 도슨트 같달까.


이 책은 '절규'로 유명한 뭉크부터 시작해서 소변기에 '샘'이라는 이름을 붙여 카지노 쿠폰계의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마르셀 뒤샹까지 총 14인의 화가를 소개한다. 애니메이션 '코코'에도 등장하는 내 기준 멕시코의 신사임당 '프리다 칼로',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마르크 샤갈', 살아생전 팔린 그림은 고작 1점인데, 죽어서야 거장이 된 '빈센트 반 고흐', 얼마 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94일의 전시기간 동안 약 25만 명의 관람객을 돌파한 2024년 겨울 최고의 흥행전시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의 주인공 '구스타프 클림프'와 '에곤실레' 등. 누구라도 한 번씩 들어봤을 유명한 거장들의 소개를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재미있는 요소가 몇 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대부분은 첫 직업이 은행원, 법조인, 선원, 증권인 같은 미술과 관련 없는 직업이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살아생전에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다가 죽어서야 비로소 이름을 날린 사람이 꽤 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은 그들의 작품과 삶의 원천은 결국 돈도 명예도 아니고 '사랑'이라는 것이다.

그림에 대한 사랑은 물론이고, '사랑과 전쟁'이나 '이혼숙려캠프'의 소재로 써도 픽션 아니냐고 할 만큼 다사다난한 연애사(비록 합법이든, 불법이든, 또는 가해자든, 피해자든 말이다) 그리고 또는 그것도 아닌 자연이라던지, 술이라던지, 빛이라던지 하는 것에 대한 엄청난 사랑.


결국 이 책은 모순적이게도 사랑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나는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하고 나서 1년이 넘도록 다 읽지 못했었다.


기껏해야 400페이지도 안 되는 책, 그거완독 하는데 1년이나 걸릴 일이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작년의 나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한 줄을 읽으면 그 앞의 한 줄이 날아갔다. 그래서 한참을 읽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가 다시 읽고.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시기였다.독서가 그랬고, 나아가서는 하루가 그랬다. 좋아하는 일을 챙겨할 힘이 달리는 시기였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었고, 그만두니 도리어 불안보다 여유가 마음을 채우기 시작했다. 놓고 나니 비로소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잘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그것들을 하고 싶어졌다.


6개월을 그래서 좋아하는 일들로 가득 채웠다. 그중 하나가 문인화였다. 되든 안되든 묵묵히 버텨보는 것은 내 특기인지라 열심히 6개월을 매일 같이 그림을 그리다 보니 좋은 기회가 생겨 제주도에서 하는 작은 전시에 출품을 하게 되었다.


카지노 쿠폰ⓒ오늘, 2025. <발화(發火)), 나의 첫 출품작.

6개월 전에는 꿈도 못 꾸었던 일이다. (떼어낸 철 지난 달력 뒷장에 그림을 그리던 어린 시절이라면 또 모를까) 나는 지난 반년을 나를 사랑하는 힘을 충전하는 일에 시간을 썼다. 그리고 작은 성취를 이루었다. 그래, 스스로의 삶을 채우고 이끄는 것도 결국엔 사랑이었다.


그 사랑의 힘으로 내 첫 출품작을 보기 위해 날아가는 2025년 3월의 비행기 안에서야 나는 이 책의 마지막장까지 다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미술작품을 좀 더 친근하게 느끼고 싶은 사람, 그리고 전시를 좀 더 몰입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비행기에서 이 책을 다 읽고 아르떼 뮤지엄에서 거대한 스크린으로 구스타프 클림프의 <키스와 폴 고갱의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에드가 드가가 사랑했던 발레리나들이 영상으로 나에게 쏟아질 때 느꼈던 내적 친밀감과 벅찬 감정을 딱히 표현할 문구가 없어 아쉽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이고,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미술을 좀 더 가까이 느끼고 싶다면 꼭 한번 읽어 볼 만한 책이다.


카지노 쿠폰
ⓒ오늘, 2025. 아르떼뮤지엄


ⓒ오늘, 2025. 본 콘텐츠의 동의 없는 사용 및 재가공을 통한 창작은 불가합니다.

본 콘텐츠는 해당 브런치북의 작가 본인의 블로그에 게재한글을 재구성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