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재, <방구석카지노 쿠폰(2018)
때는 바야흐로 2024년 1월. 그해의 새해목표도 역시나, 어김없이 '독서'였다.
서점 앞에서는 왠지 겸손해진다. 가로세로로 넓고 높게 쌓인 책의 장벽 앞에서 나의 도서취향은 갈 곳을 잃는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고민이 되는 것은 인간 사 진리인듯하다. 결국 옅은 종이 냄새에 살짝 취해서 향하는 곳은 베스트셀러 매대이다.
그해의 나도 그 앞에 있었다.
그렇게 고르고 1년이 더 지나 비로소 완독한책. 조원재 작가의 <방구석 카지노 쿠폰이다.
이 책은'미술은 고상하고 우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에 도전하는 책이다.
그렇다, 그런 편견은 우선 나에게도 있었다. 나는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어릴 때 한 달이 지나가는 것이 설레었던 이유는 지나간 달의 찢어진 달력 뒤에 그림을 마음껏 그릴 수 있기 때문이었을 만큼.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지노 쿠폰에 걸리는 서양거장들의 작품은 어려웠다. 미술교과서는 교양과목이라기보다는 암기과목이었다.미술을 다룬 예술서적들은 너무 무겁고, 이것을 다 읽어야 교양 있고 품위 있는사람이 될 것 같은 심적 부담감이 있었다.
<방구석 카지노 쿠폰은 유명한 명화들을 남긴 카지노 쿠폰계 거장들의 삶과 작품에 대해 소개한다. 물론 그런 책은 예전에도 많았다. 다만, 이 책은 작품의 화풍이나 기법 같은 이론적인 소재보다는 화가 개개인의 삶과 인생, 그리고 작품에 담고자 했던 것들에 대해 좀 더 친근하게 이야기해 준다.
기존의 예술서적이 작가의 생애나 작품의 제작연도, 작업방식을 설명하는 전시회의 도록이었다면, <방구석카지노 쿠폰은 나를 이끌면서 작가와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소개해주는 도슨트 같달까.
이 책은 '절규'로 유명한 뭉크부터 시작해서 소변기에 '샘'이라는 이름을 붙여 카지노 쿠폰계의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마르셀 뒤샹까지 총 14인의 화가를 소개한다. 애니메이션 '코코'에도 등장하는 내 기준 멕시코의 신사임당 '프리다 칼로',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마르크 샤갈', 살아생전 팔린 그림은 고작 1점인데, 죽어서야 거장이 된 '빈센트 반 고흐', 얼마 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94일의 전시기간 동안 약 25만 명의 관람객을 돌파한 2024년 겨울 최고의 흥행전시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의 주인공 '구스타프 클림프'와 '에곤실레' 등. 누구라도 한 번씩 들어봤을 유명한 거장들의 소개를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재미있는 요소가 몇 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대부분은 첫 직업이 은행원, 법조인, 선원, 증권인 같은 미술과 관련 없는 직업이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살아생전에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다가 죽어서야 비로소 이름을 날린 사람이 꽤 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은 그들의 작품과 삶의 원천은 결국 돈도 명예도 아니고 '사랑'이라는 것이다.
그림에 대한 사랑은 물론이고, '사랑과 전쟁'이나 '이혼숙려캠프'의 소재로 써도 픽션 아니냐고 할 만큼 다사다난한 연애사(비록 합법이든, 불법이든, 또는 가해자든, 피해자든 말이다) 그리고 또는 그것도 아닌 자연이라던지, 술이라던지, 빛이라던지 하는 것에 대한 엄청난 사랑.
결국 이 책은 모순적이게도 사랑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나는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하고 나서 1년이 넘도록 다 읽지 못했었다.
기껏해야 400페이지도 안 되는 책, 그거완독 하는데 1년이나 걸릴 일이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작년의 나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한 줄을 읽으면 그 앞의 한 줄이 날아갔다. 그래서 한참을 읽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가 다시 읽고.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시기였다.독서가 그랬고, 더 나아가서는 하루가 그랬다. 좋아하는 일을 챙겨할 힘이 달리는 시기였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었고, 그만두니 도리어 불안보다 여유가 마음을 채우기 시작했다. 놓고 나니 비로소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잘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그것들을 하고 싶어졌다.
6개월을 그래서 좋아하는 일들로 가득 채웠다. 그중 하나가 문인화였다. 되든 안되든 묵묵히 버텨보는 것은 내 특기인지라 열심히 6개월을 매일 같이 그림을 그리다 보니 좋은 기회가 생겨 제주도에서 하는 작은 전시에 출품을 하게 되었다.
6개월 전에는 꿈도 못 꾸었던 일이다. (떼어낸 철 지난 달력 뒷장에 그림을 그리던 어린 시절이라면 또 모를까) 나는 지난 반년을 나를 사랑하는 힘을 충전하는 일에 시간을 썼다. 그리고 작은 성취를 이루었다. 그래, 스스로의 삶을 채우고 이끄는 것도 결국엔 사랑이었다.
그 사랑의 힘으로 내 첫 출품작을 보기 위해 날아가는 2025년 3월의 비행기 안에서야 나는 이 책의 마지막장까지 다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미술작품을 좀 더 친근하게 느끼고 싶은 사람, 그리고 전시를 좀 더 몰입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비행기에서 이 책을 다 읽고 아르떼 뮤지엄에서 거대한 스크린으로 구스타프 클림프의 <키스와 폴 고갱의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에드가 드가가 사랑했던 발레리나들이 영상으로 나에게 쏟아질 때 느꼈던 내적 친밀감과 벅찬 감정을 딱히 표현할 문구가 없어 아쉽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이고,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미술을 좀 더 가까이 느끼고 싶다면 꼭 한번 읽어 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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