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소산, 오토바이, 그녀 2-1
* 지난 이야기
: 영혼을 첨부파일 보내듯 인터넷으로 전송하고, 다른 사람의 몸이나 기계에 넣을 수도 있게 된 2040년, 주인공 J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오토바이를 성공적으로 타게 되었고, 이제 막 두 번째 목적지인 쿠사센리 휴게소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으려고 합니다.
디파크 사티(Dipak Sati) 박사와의 대담 3.
- 박사님, 이번 인터뷰에서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대해서 말씀을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뇌와 영혼 두 영역에 모두 저장된다고 하셨는데요. 왜 이렇게 중복해서 저장되는 건지, 그리고 둘 사이엔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 그 전에, 영혼에 대한 정의부터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영혼은, '시간이라는 종속 변수에 따라 능동적으로 변하는 동적 코드를 가진 자율적 데이터 구조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동적 코드는 시간에 따라 갱신되며, 사람이 외부 환경의 자극에 대응하는 근본적인 원칙과 기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므로 가치관, 신념, 세계관, 사상, 이념 등은 이 동적 코드의 일부를 나타내는 말이라고 할 수 있고, 만약 자아가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아마도 이 동적 코드가 그 대답이 될 겁니다. 그래서, 영혼은 ‘코드를 유지·업데이트하는 데 필수적인 사건’을 주로 저장합니다. 굳이 모든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담을 필요가 없고, 특정 사건의 ‘맥락’이나 ‘정서적 충격’이 코드에 반영되는 식이죠.
- 그렇군요. 그럼 뇌는 어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저장하고 있나요?
- 알려진 바대로 뇌는, 기본적으로는, 인생의 모든 시간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으로 저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소하든 중요하든 특별하든 일상적이든, 그 분류와 상관없이 무조건 일단 저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저장이 되어 있다 뿐이지, 살아있는, 그러니까 회상할 수 있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얼마나 되는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그래서 영혼이 뇌보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능력이 떨어진다고 폄훼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 뇌에 저장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로우데이터 (Raw data : 가공되지 않는 원시 데이터)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 맞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그 데이터를 정리하고 분류하는 기준’에 ‘영혼’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많은 분이 뇌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기도, 영혼의 가치를 과대평가하시기도 하는데 사실 둘은 완전히 독립적입니다. 각자가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선택하는 데 상대방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아무리 영혼에서 ‘이거 내일 시험을 쳐야 하니까 무조건 외워야 해’라고 뇌에 명령해도 외워지지 않는 것을 들 수 있겠네요.
- 그렇죠. 뭔가를 외우려면 무조건 반복하는 수밖에 없지요.
- 정확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우리가 어떤 활동을 자주 하면 할수록 뇌는 해당 신경회로를 더욱 강화하고 최적화하여, 그 활동을 더 쉽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 방식으로 우리는 에너지를 크게 절약하고, 생존에도 훨씬 유리해집니다. 숨 쉴 때마다 흉곽을 움직이는 데까지 일일이 신경 써야 한다면 10년도 못 살 것 같네요. (웃음) 그런데 영혼은 효율성을 기준으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하지 않습니다. 몸의 처지에서 봤을 때 가끔은 재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영혼의 동적 코드는 가끔 ‘신체를 죽이기도’ 하거든요.
- 그렇네요. 자살 충동을 느끼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지요. 그건 확실히 뇌의 의사는 아니겠어요.
- 맞습니다. 둘 사이는 완전히 독립적이며 상호보완적입니다.
- 뇌와 영혼이 서로 독립적으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저장한다는 예를 들어 주실 수 있을까요?
- 하루에 12시간씩 도계장에서 닭의 목을 자르는 일을 하는 젊은 남자를 상상해 보지요. 그는 그 일을 너무나 싫어합니다. 그런데 하루에 12시간씩 어떤 일을 하다 보면 싫거나 좋거나 그 일이 익숙해집니다. 기계처럼, 눈을 감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익숙해지는 겁니다. 이것은 전부 뇌가 주인이 자주 하는 행동을 기저핵이라는 곳에다가 따로 갈무리해서 단축키처럼 저장해 놓은 덕분입니다. 하지만 영혼은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도축하는가?'를 카지노 게임 사이트하지 않습니다. 도축이란 행위가 얼마나 불쾌하고 슬픈지, 그래서 자신의 동적 코드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는지가 저장되어 있습니다. 선혈이 낭자한 풍경, 비린 냄새, 시끄러운 기계 소리 등의 장면이 강렬하고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 그러니까 뇌는 반복된 행동을, 영혼은 '강렬한' 감정적 경험을 주로 저장한다는 말씀인가요?
- 앗, 오해가 생긴 것 같네요. 사실 영혼에 저장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우선순위에 '강렬함'은 없거든요. 생각해 보면 한 사람의 자아를 형성하는 '사건'은 보편적이지도 않고, 가끔은 거창하지도 않아서 내가 왜 이런 성격이 되었느냐고 할 때 무언가를 딱 집어서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더 많습니다. 무시무시한 연쇄 살인자의 동적 코드가 만들어진 시점을 복기해 보면, 집에서 쫓겨 나와 거리에 있을 때 자신을 경멸하듯 보며 지나간 행인의 시선이 그 시발점이 될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그냥 무의식의 기저, 즉 창고 깊숙한 어딘가에 숨겨져 있고 논리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러니까 누구도 “나는 과거의 어떠한 경험 때문에 세상을 이렇게 보게 되었어,” 라고 말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냥 난 세상을 이렇게 봐. 로 끝나는 문제입니다. 정리하자면, 사실 영혼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저장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동적 코드를 현재라고 하는 지금 이 시각에 대응하여 업데이트하는 게 가장 중요하거든요.
- 이해가 될 듯 말 듯하면서도 어렵습니다.
- 다중 인격 환자의 예가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한 신체에 다수의 영혼이 감응한 희귀한 상태가 해리성 장애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환자들을 연구한 결과, 영혼의 전자기적 구성이 단일하지 않았으며, 서로 혼합되지 않는 다른 스펙트럼이 관찰되었거든요. 그 말인즉슨 다수의 영혼이 신체와 결합해 있다는 것이지요.
이 환자들을 연구한 결과,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첫째로, 개별 동적 코드, 즉, 영혼의 크기가 1인 1 영혼일 경우와 비교하면 훨씬 용량이 적었다는 겁니다. 달라이 라마의 경우와는 정반대의 결과죠. 이건 영혼이라는 것이 '시간에 따라' 누적되는 데이터이다 보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다중 인격 환자와 대화해보면 그들의 성향이 확연히 구분되기는 하나, 온전한 인생을 살아온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중간중간 이도 빠져있고 무엇보다 단조롭습니다.
둘째로, 똑같은 시간을 다른 시각으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하는 방식으로 각각의 영혼이 독립적인 동적 코드를 이루기도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A라는 몸이 영화관을 갔던 사건에서 낙천적인 인격은 ‘편안한 시트’를 카지노 게임 사이트하고, 염세적인 인격은 ‘몰래 쓰레기를 버리고 간 관객’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하는 식입니다. 정신 과학자들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다중 해석이라고 부르는, 같은 사건을 두고 인격끼리 서로 다르게 각색하고 변형해서 해석하는 현상이 생기는 이유도 그런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영혼의 데이터는 그 크기가 작아도, 그러니까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없어도 한 사람의 자아로서 작동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는 말씀으로 이해해도 될까요?
- 네, 맞습니다. 그래서 영혼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저장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망한 뒤에 영혼 상태로 오래 지내다가 ‘잠금 증후군 환자에게 영혼이 이식된 사례’가 있었는데, 자신의 잊힌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들어간 뇌 어딘가에서 찾아내어 대충 끼워 맞춰서, 복구했거든요. 세세한 정보는 달라지긴 했지만 말이죠.
- 좋아요. 박사님, 영혼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할 수는 있으나 보통은 뇌가 그 역할을 하고, 영혼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안 날 때, 뇌에서 비슷한 내용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뽑아서 쓸 수 있다. 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러면 영혼은 보통 얼마만큼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할 수 있는 걸까요? 박사님의 설명을 들으니, 영혼만으로 트랜스퍼를 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은 것 같이 느껴져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러니까 제 설명이 뇌와 떨어진 영혼이 어쩌면 치매 환자처럼 되어 버릴 것 같이 느껴질 여지가 있겠어요. 하지만 그럴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얼마만큼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저장하느냐는 개인의 능력에 달린 문제라서, 뇌는 몇 년 치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저장할 수 있고 영혼은 몇 년 이상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저장 못 한다. 이런 식으로 말씀드릴 순 없지만,
- 네, 사실 박사님께 여쭙고 싶었던 것은 바로 그 부분이었습니다.
- 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웃음) 최근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러니까, 정확히 그 기간을 정확히 언급하는 것이 매우 부적절한 측면이 있습니다만, 10년 이내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영혼에도 대부분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 다행이군요. 그럼, 지금 사람의 몸을 빌릴 수 있도록 허용한 세계정부의 결정에 여러 가지 우려가 있는데,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어디까지 허용해 주어야 하나요? 영혼의 동적 코드를 유지하려면, 그러니까 유령이 되지 않게 만들려면, 뇌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페어링해 줘야 한다면 남의 몸을 빌렸을 때도 뇌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열어주어야 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 아, 그건 아닙니다. 영혼의 동적 코드를 유지하는 것은 적절한 전력의 공급이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아닙니다. 영혼에 저장된 카지노 게임 사이트, 동적 코드는 뇌와 같이 노후화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페어링할 때 동적 코드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세계정부의 정책이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방금 예를 들었던 ‘잠금 증후군 환자에게 이식된 사례’ 등을 보면, 완전한 페어링이 일어나고 나면 두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혼재되어 제3의 자아로 바뀌는 경우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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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이 휴머노이드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것과 달리 휴게소 내부는 한산하고 조용했다. 그리고 안에서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은 거의 다 현지인일 것 같았다. J는 왠지 이곳에 자기 몸이 아닌 채로 다니거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인이 아닌 사람은 자기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J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첫 번째 식사를 뭐로 할지 고민하며 둘러보다가 A의 몸에서 따뜻한 국물을 원하는 것 같다는 걸 눈치챘다. 냄비에 데워 나오는 수프 같은 음식을 보고 군침이 나왔기 때문이다. 어차피 그 음식을 먹고 에너지로 쓰는 것은 자기가 아니라 일본인의 몸이니 이왕이면 A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먹이기로 했다.
그때, 휴게소 문이 활짝 열리면서 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인 여성이 꽁꽁 언 양팔을 문지르며 부산스럽게 들어왔다. 그녀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인치고 키가 커서 175cm는 되어 보였다. 역시 추위를 예상하지 못한 듯, 보는 사람이 한기가 들게 반팔 티셔츠만 입고 있었다. 추위에 하얗다 못해 푸르스름해진 피부가 안 돼 보일 정도였다. 숱이 많은 새까만 머리는 목덜미 높이로 짧게 잘랐고, 광대뼈가 도드라지는 평범한 얼굴이었다. 나이는 30대 초반이나 중반 정도 될까. 목에 건 반다나만 빨간색이고, 온통 검은색 계열로 옷을 입어서 피부는 더 하얗게 보였다. 키가 껑충하게 크지만, 몸은 빼빼 말라서, 어수선하게 몸을 부르르 떠는 모습이 꼭 커다란 종이 인형이 떨리는 것처럼 보였다.
도서관 같던 휴게소에 키가 큰 여자가 부산스럽게 들어오니 앉아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순간 여자에게 쏠렸다. 여자는 사람들이 자기를 쳐다보는 눈빛을 느꼈는지 머쓱한 표정을 짓고, ‘혀를 날름’ 내밀더니 구석으로 도망치듯 자리를 옮겼다. 창가 쪽에 볕이 잘 드는 자리를 골라 햇볕을 쐬며 가만히 눈을 감고 있다가, 추위가 조금 가셨는지, 작게 한숨을 내쉬고, 조심스럽게 뒤에 맨 가방을 앞으로 풀러 내려놓았다.
J는 그녀가 휴게소 안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을 때까지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숨이 멎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와 자기 사이에 뭔가가 덜컥 연결되는 것 같았다. 그녀가 혀를 날름 내미는 장면이 마치 슬로 모션처럼 느리게 재생되는 듯 느껴졌다. 그녀가 낯익어서 J는 처음엔 A의 지인을 만났나 보다…. 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때, 그녀의 목에 걸린 목걸이에서 초록색 불빛이 반짝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J는 그녀가 A의 지인이 아니라는 것에 안심했다. 만약 A의 지인이었다면 말을 걸 수도 없었을 테고, 부리나케 자리를 피해야 했을 것이다. 그녀에게 한눈에 빠져버리기라도 한 것 같았다.
‘저분도 나처럼 카지노 게임 사이트인을 빌려서 여행 왔구나.’
J는 얼이 빠진 듯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고등학생도 아닌데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お一人で旅行にいらしたんですね。外はとても寒いですよね?」 (혼자 여행 오셨나 보네요. 밖이 너무 춥지요?)
그녀는 낯선 카지노 게임 사이트인 남자가 갑자기 다가와 말을 걸어오니 경계하는 눈치였다. 부랴부랴 자신의 태그 목걸이를 티셔츠 밖으로 꺼내 '저도 렌탈 중인 여행자예요.'라고 알려주자, 여자는 그제야 긴장을 풀었다.
여자는 밝게 웃으며,
"Non, les amis qui sont venus avec moi sont en train de prendre des photos dehors." (아니에요. 저와 함께 온 친구들은 지금 밖에서 사진 찍고 있어요.)
라며 창밖을 가리켰다. '불어네, 프랑스인이구나' J는 침을 꿀꺽 삼켰다. 새까맣고 짧은 머리 아래, 추위 때문에 하얗다 못해 새파래진 듯한 그녀의 가늘고 긴 목이 J의 시야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짧은 솜털이 햇살에 비치는 모습이 무척 관능적으로 느껴졌다. ‘여태껏 동양인에게 끌린 적은 없었는데’ J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들키지 않으려 노력하며 그녀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3명의 휴머노이드 관광객이 저 멀리 공중에 뜬 카메라 드론을 향해 자세를 취하며 단체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아, 맞아요. 사람으로 밖에 있기엔 너무 추운 날씨예요.”
"네, 너무 추워서 못 버티겠더라고요. 화장실도 가야 하고…. 아! 왜 남들처럼 휴머노이드를 빌려 오지 않았을까.”
J는 호텔에서 배낭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을 다시 후회했다.
“맞아요, 저도 이렇게까지 추울지는 몰랐어요. 오토바이를 빌려서 운전하고 있는데, 다시 탈 생각을 하니 아찔하네요.”
“와, 오토바이요? 정말 좋으셨겠다. 길에 오토바이 모는 분들이 엄청 많더라고요. 이 길은 오토바이나 자전거로 다니면 훨씬 더 멋지겠다고 생각했어요.”
“네 좋긴 좋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추울지는 몰랐어요. 호텔에서 배낭을 안 가지고 온 게 후회돼요. 그 안엔 두꺼운 외투도 있는데."
“그래요? 호텔에서 짐은 보내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한번 연락해 보세요!”
프랑스인이 눈을 반짝이며 J에게 얼른 호텔로 연락해 보라며 채근했다.
“아, 그런 방법이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그럼, 한번 전화해 보고, 다시 올게요.”
J는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어서 그녀와 헤어졌다.
J는 휴게소에 비치된 전화기를 찾아 나섰다. 마음이 급했다. 전화하는 도중에 그녀가 어디로 가버리면 아쉬울 것 같아서 조마조마했다. ‘뭐지, A의 취향이 이쪽이었나? 아닌데, 핸드폰에 있던 여자 친구 사진과는 전혀 다른 이미진데’ 사실 그녀가 특출난 미모를 지닌 것도 아니었다. ‘사실 인물은 호텔 직원이 더 있었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금 감정은 그리움에 더 가까운 것 같기도 했다. 누구와 닮았는지 생각해 봐도 바로 떠오르는 사람은 없었지만.
전화를 찾아 호텔로 연락해서 자신의 객실에서 가방을 쿠사센리 휴게소로 보내줄 수 있는지 문의했다. 호텔에서는 흔쾌히 배낭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J는 두리번거리며 여자를 찾았다. 다행히 그녀는 어디를 가지 않고, 창가 쪽 자리에 앉아 환한 얼굴로 친구들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있었다. J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감사합니다. 호텔에서 바로 보내준다고 하네요. 덕택에 분화구도 가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고맙다며 인사하는 J를 보고 여자는 밝은 표정으로
"잘됐네요. 부러워요! 나카타게 화구를 구경하는 기회가 자주 오는 게 아니니 꼭 다녀오세요. 저도 올라가 보고 싶었는데, 날씨가 이렇게 추워서야 어려울 것 같네요. 부럽습니다!”
“아이고···. 아쉬우시겠어요.”
"아니에요. 어차피 친구들은 화구에 별 관심이 없더라고요. 관광지도 아닌데 뭣 하러 가냐고. 그리고 화구 근처에 가면 전파장애가 있는지 휴머노이드 작동에 오류가 좀 생기기도 하나 봐요."
J는 주저하다가 여자가 앉은자리에서 한 칸을 띄우고 어색하게 걸터앉았다. 아까 전까지 꼬르륵 소리를 내던 배가 이젠 하나도 고프지 않다.
“그런데 다른 친구들은 다 휴머노이드로 여행을 왔는데 왜 혼자만 사람으로 빌리셨어요?”
“아, 저는 다른 분과 제 몸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 왔거든요.”
“어, 그런 방법도 있나 보네요.”
“네, 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인 S 씨는 제 몸을 빌려 우리나라를 여행하고요, 저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구경을 하고”
“오, 괜찮네요, 그냥 빌리는 건 돈이 꽤 들더라고요.”
J는 우물쭈물하는 것 없이 술술 말이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A는 오토바이를 타는 그것만큼이나 대화하는 것에도 거침이 없었다.
“나중에 한 번 가입해 보세요.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어요.”
“그러면 비용은요? 앗··· 제가 초면에 너무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는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하하. 아녜요. 궁금하실 수 있죠. 저는 이 S 씨보다는 조금 나이가 많아서 제가 S 씨에게 조금 더 드려야 맞는데··· 음···“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대답하기 곤란해하는 눈치다.
“제가 실례했어요. 주책이지요, 핑계를 대려는 건 아닌데, 젊은 몸에 들어오니 저도 모르게 자꾸 들뜨는 것 같아요.”
“하하하, 하여간 그 커뮤니티에서 잘 활동하시면 휴머노이드 빌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해요.”
그때 여자의 일행 세 명이 시끌벅적한 웃음소리를 내며 휴게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셋은 여자와 달리 카지노 게임 사이트산 휴머노이드를 타고 있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산 휴머노이드는 반투명한 폴리우레탄 재질 위에 부드러운 실리콘을 코팅했는데 내부에서 은은하게 파스텔 색조로 빛이 나오게 되어 있었다. 불빛의 색상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지, 분홍색, 노란색, 초록색으로 세 명이 모두 달라서 구분하기에도 좋았다. 가슴 부위엔 모니터가 달려있었고 거기엔 빌린 사람의 얼굴이 나오고 있었다. 일행은 45세 정도의 백인 두 명, 흑인 한 명이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인의 몸을 빌린 그녀가 손을 번쩍 들고, 손짓해서 그들을 불렀다. 가슴에 달린 모니터에 본인의 얼굴을 띄워놓은 3명의 휴머노이드도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두 명의 백인 중 한 명, 분홍색으로 설정한 휴머노이드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추위에 지친 친구의 어깨를 감싸안고 정수리에 가볍게 키스하며 말한다.
“폴리나(Pauline), 추웠지? 어쩜 바람이 이렇게나 분다니?”
‘여자의 이름은 P구나.’ J는 속으로 생각했다.
“응, 그래도 실내는 훨씬 나아. 여기 진짜 좋다. 우리 다음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 연락 안 되면 여기서 만나자.”
"얘, 또 이러네!"
"그러게 말이야. 너 지금 카지노 게임 사이트 와서 그렇게 말한 장소가 한두 군데가 아닌 거 알아? 어디서 대체 만나자는 거야?"
P와 휴머노이드 3명이 깔깔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그런데 J는 그들의 대화를 듣다 보니 이유 없이 가슴이 울렁거렸다.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일행들이 P에게 '저 남자는 대체 누구야?'라는 투로 눈치를 주자 그제야 P가 친구에게 J를 소개해 주었다.
“아, 여기는 나처럼 카지노 게임 사이트인 렌탈을 하셨데. 아소산에서 오토바이를 타는 여행 중이시라네. 그러고 보니 성함이….”
"아, J라고 합니다. 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인의 이름은 A이고요."
“반갑습니다.”
“반가워요. 오토바이 여행이라니 멋져요. 올라오는 길을 보니 저도 언젠가 드라이브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저도 반갑습니다. 네 분이 우정 여행이라니 부럽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J는 '이제는 친구들도 왔으니 헤어져야지 ‘하고 쭈뼛쭈뼛 일어나려고 마음먹었다. 아쉽지만 더 있기가 애매했다. 그런데, 그녀와 헤어지려고 마음먹으니, 아주 잠시, 불길하게도 울컥하고 목이 죄는 느낌이 스쳐 지나갔다. 허전했다. 가슴이 뻥 뚫리는 듯 아쉬움이 남았다. 지금 이곳을 떠나도 아마 계속해서 저 여성의 얼굴과 말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 속에서 반복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아내지 않고 떠나면 후회할 것이 분명했다.
이때, 휴게소로 들어올 때부터 J와 P를 유심히 보고 있던 흑인 친구(노란색 불빛) 가 불쑥 말을 꺼냈다.
“그런데 J 씨 우리랑 같이 식사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얘가 아까 올라올 적부터 배가 고프다고 계속 그랬거든요. 저희는 음식 버리기가 썩 귀찮아서…. 배가 고프지도 않고···”
“그러게, 왜 유별나게 사람으로 빌렸다니.”
“어휴. 말도 마라. 저 짠순이를 누가 말린다니”
"근데 얘 배고프다면서 여기 들어온 거 아냐? 밥도 안 먹고 여태껏 뭐 하고 있었던 거야?"
친구들이 순식간에 자기네들끼리 재잘대기 시작하고 P가 당황하며 세 사람을 말린다.
“야! 너희 왜 그래,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J 씨, 더 추워지면 운전하시기 어려울 텐데 신경 쓰지 마세요. 얼른 가보셔요.”
J는 호텔 직원의 얼굴을 떠올리며, 병원 직원의 표정을 떠올리며 A의 몸에게 명령했다. 최대한 매력적으로 대답하기를. A는 마치 알아서 커브 길을 주파하는 그때처럼, 자신의 무게를 내던지듯 걷는 보폭처럼, 상대방이 당연히 자신의 제안을 받아줄 거라는 확신이 있는 듯, 주저하는 것 없이, 그리고 역시나 예의 자신만만한 '눈웃음'까지 한껏 지으며, 말했다.
「実は私も一人で食べるのがちょっとあれだったので、こうしてご一緒できて嬉しいです。もしご迷惑でなければ、一緒に座ってもいいですか?」 (사실 저도 혼자 먹기에 좀 그랬는데 너무 좋지요. 그러면 실례지만 같이 합석해도 될까요?”)
A의 멋진 미소를 보고 분홍, 노랑, 초록색 휴머노이드 친구들이 손뼉까지 치며 잘 됐다며 몹시 좋아한다. 그런데 J는 후회했다. A의 방식대로 일이 잘 풀리는 것이 이번엔 성취감을 주지 않고 위협적인 일로 느껴졌다. 당연했다. 이것은 오토바이 운전 따위가 아니니까. 알게 모르게 J의 영혼 속엔, 'A의 뇌와 공유되는 것조차' 싫은 거북한 질투심과 시샘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해리성정체장애: 살기 위해서 2500명이 된 여성 - BBC News 코리아
기사 중,
제니는 복수의 인격으로 바뀌기 직전 BBC에 "다발성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생긴 그날 당시만큼 선명하다"라고말했다.
"우리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동결되어 있어요.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이 필요하면, 가서 꺼내오면 됩니다."
24년. 12월 16일. 다시 읽어보니 너무 부끄러워 어쩔 수 없이 수정을 좀 하였습니다. 혹시 몰라 원래의 부분도 남겨놓았으니 읽으시느라 불편하시더라도 양해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