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소산, 오토바이, 그녀 2-2
* 지난 이야기
: 영혼을 첨부파일 보내듯 인터넷으로 전송온라인 카지노 게임, 다른 사람의 몸이나 기계에 넣을 수도 있게 된 2040년, 주인공 J는 일본에서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게 느껴지는 한 여자를 만납니다.
2025년 7월 15일, 오전 11시. J는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공항 3번 터미널에 와 있었다. 터미널 안은 후텁지근온라인 카지노 게임. 공조기가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커다란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강한 햇빛을 이기기엔 턱없이 부족온라인 카지노 게임. J는 창밖으로 활주로를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전기를 낭비하는 것 보다 커튼을 내리는 게 훨씬 효과적일 텐데'라고 생각온라인 카지노 게임. J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기 위해 연신 손수건으로 이마를 훔쳐냈다.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국내 허브인 3번 터미널은 국내선과 국제선 모두 연결되어 있어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었다. 넓은 통로를 가득 채운 인파를 보며 J는 숨이 막히는 듯한 답답함과 이유 모를 초조함을 느꼈다. J는 한국으로 출장을 가는 길이었다. 다행히 국제선 비행기가 출발하는 G 게이트는 10분 정도만 걸어가면 되는 짧은 거리에 있었다.
한국에는, 모 기업에서 발주해서 만든 새 광고를 아시아 모델로 바꾸어 찍어줄 대행사를 정하러 가야 온라인 카지노 게임. 회사는 아직도 계약하기 전 꼭 직원을 보내어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었다. 다행히 한국의 대행사와는 이미 여러 번 일을 같이 해본 경험이 있어서, 책임자와 미팅하고 본사의 지침을 전달하는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다. 그리 오래 걸리거나 힘든 출장은 아닐 것이다. 다만, 비행기 안에서 반나절은 오롯이 갇혀 있어야 한다는 게 문제였다.
그동안 J는 엘리자베스의 상황 때문에 해외 출장을 피해 왔지만, 이번엔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회사에서도 J밖에 없다며 연신 미안해온라인 카지노 게임. 다행히 엘리자베스의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2차 항암제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았다. PET CT에서 보이던 얼룩은 크기도 작아지고 많이 옅어진 것 같았다. 병원에서는 젊은 나이와 그녀의 쾌활한 성격 덕분인 것 같다며, 잠시 항암을 쉬며 몸을 추스르고 다음 치료를 어떻게 할지 고민해 보자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엘리자베스는 머리카락이 없어진 것만 빼고는 혈색도 좋았고 식성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가끔 두 사람은 무시무시한 병이 자기들 곁을 떠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 오랜만에 찾아온 평화였다.
J가 풀이 죽어 출장을 다녀와야 한다고 이야기하니, 엘리자베스는 걱정하지 말라며 다녀오라고 말온라인 카지노 게임.
"괜찮아. 다녀와도 돼. 나 아무렇지도 않아. 회사에서 당신 말고는 갈 사람이 없다고 그랬다며."
"응, 다른 친구는 한국 쪽으론 출장을 나가기 어려운 개인적인 사정이 있데. 그 친구가 가는 브라질만 해도 좀 나을 것 같은데…."
"괜찮아, 나 아무렇지 않아. 대신에! 아픈 부인 두고 한국 가서 바람이나 피지 말라고. 킬킬킬"
엘리자베스는 한국 출장이 훨씬 나아 보인다고 J를 다독여 주었다. 사실 그건 그랬다. 브라질에선 광고 대행사 선정부터 해야 해서, 운이 나쁘면 최소한 열흘은 붙잡히게 될지도 몰랐다. 반면 한국은 길어야 2~3일이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J는 혹시라도 그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손을 쓸 수 없다는 게 신경 쓰였다. 최근에 엘리자베스가 별일 없이 멀쩡한 것이 더 불안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만큼 두 사람에게 평안을 주었으니 이제 차례가 바뀔 순서일 것 같았다.
그래서 J는 엘리자베스의 처형(캐서린)에게 연락해 자신이 한국으로 떠나 있는 기간 동안 동생과 함께 지내달라고 부탁온라인 카지노 게임. 캐서린은 흔쾌히 승낙했고 남편 앤드루와 조카들은 뉴욕에 남겨두고 워싱턴으로 혼자 오기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
국제선 비행기가 오고 내리는 G 게이트는 그나마 사람들이 적었고 해도 덜 들어와 한결 시원해졌다. J는 땀을 많이 흘린 탓에 목이 말랐고 배도 고팠다. 눈에 뜨이는 작은 카페테리아에 들러 샌드위치와 콜라를 주문온라인 카지노 게임. J는 20달러를 내고 짐을 챙겨 가게 앞에 마련된 서서 먹는 테이블로 향온라인 카지노 게임.
허겁지겁 콜라를 마시고 샌드위치 포장지를 막 벗기려 하던 그때였다. 카페테리아 스피커에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The Way We Were'가 흘러나왔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노래 구절이 귀에 또렷이 들려왔다. "If we had the chance to do it all 온라인 카지노 게임(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Tell me, would we? Could we? (우리는 그럴 수 있을까?)" 불현듯 그녀의 구슬픈 목소리가 꼭 자기에게 하는 경고같이 들렸다. J는 금세 불안하고 찝찝해졌다.
결국 J는 샌드위치를 한 입 먹으려다가 관두고 핸드폰을 꺼냈다. 이미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내리자마자 엘리자베스와 제법 긴 통화를 했지만, J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엘리자베스가 낄낄대며 '또, 또 징크스 찾기 시작했어? 그렇게 미신적이더라. 당신은.'온라인 카지노 게임 비웃어 줄 거라 기대하면서.
"응, 제임스. 나야 캐서린."
그런데, 예상치 못한 목소리가 나와 J는 잠깐 당황온라인 카지노 게임.
"아, 캐서린, 엘리자베스는요?"
"아, 지금 목욕온라인 카지노 게임 있어. 기분이 좋은가 봐. 안에서 흥얼거리고 있네. 방금 우리 맛있는 점심 먹었어. 제임스는 곧 비행기 타겠네?"
"네, 맞아요. 1시 비행기에요."
"응, 들었어. 엘리자베스는 별일 없어. 괜찮아. 바꿔줄까?"
J는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놔두기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 엘리자베스의 목욕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아마 엘리자베스는 뭐가 그리 걱정이냐며 놀릴 게 뻔하다. 엘리자베스의 표정을 떠올리자 절로 미소가 지어졌고, 긴장도 풀렸다.
"아니에요. 괜찮다니 다행이에요. 한국 도착해서 전화하죠. 뭐."
"응 그래, 여긴 걱정하지 마. 내가 옆에서 잘 지키고 있을게."
캐서린과의 전화를 끊고 J는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괜찮다는 걸 확인했지만, 여전히 불안이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느낀다. 클라이맥스를 향해 고조되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어쩔 수 없이 J는 스마트폰을 다시 꺼내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항공편을 검색온라인 카지노 게임. 유나이티드항공에서 오후 1시 30분에 68번 게이트에서 출발하는 UA230편이 있었다. 5시간 정도만 타고 가면 워싱턴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늦은 저녁이 되겠지만 괜찮았다. ‘캐서린을 본 것도 제법 오래되었으니까. 조카들 안부도 물어야지.‘ 한국에 부친 짐은 대행사의 한(Han)에게 부탁하면 될 것이다. 그와는 막역하다. 엘리자베스를 확인하고, 이 불안을 떨쳐낸 뒤, 내일 다시 출발하면 된다. 가벼운 마음으로.
그때 G 게이트에서 아시아나항공 탑승수속 시작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J는 핸드폰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짐을 챙겼다. '난 너무 예민한 게 맞아' J는 작게 중얼거렸다.
J는 P를 힐끔 보았다. 다행히, P는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친구들이 자기들 멋대로 낯선 남자를 식사에 초대한 것에 대해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J는 안도감을 느꼈다. 혹시나 그녀 또한 기대하는 표정이었으면 A에 대해 질투심에 어쩔 줄 몰라 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온라인 카지노 게임.
하지만, 곧 J는 부끄러워졌다. A의 몸이 의지를 가진 것도 아닐 텐데 이제 와서 일본인을 탓하는 건 비겁한 일이었다. 오토바이도 그렇고 이번 일도 그렇고 자기도 모르게 너무 A의 몸에 의지하게 되는 것 같다고 느낀 J는 일본어 패치를 끄고 영어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래도 일본어로 사고온라인 카지노 게임 일본어로 대화하다 보니 A의 성향이 더 쉽게 드러나는 것 같았다.
잘 됐다며 식당 메뉴를 들여다보며 즐거워하는 휴머노이드 친구들 사이에서 J와 P는 어색한 눈빛을 나눴다. J는 무언으로나마, 기다렸다는 듯이 덥석 합석하자고 대답한 것이, '뭘 어떻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오해하진 말아 달라는 뜻을 전했다.
두 명의 일본인과 세 명의 휴머노이드는 식사하기 위해 옆에 마련된 큰 테이블로 자리를 옮기기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 J는 A가 먹고 싶어 했던 따뜻한 국물이 있는 일인용 나베 세트를 주문했고 P는 카레덮밥을 시켰다. 3명의 휴머노이드 중의 한 명은 1층의 커피숍으로 내려가 화산재 라테를 사 오기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
P와 친구들은, 막상 자리를 옮기고 나자 같은 테이블에 J가 함께 있다는 걸 잊어버리기라도 한 듯 자기네끼리의 대화에 열중온라인 카지노 게임. 쿠사센리의 평야가 얼마나 넓은지, 바람이 얼마나 부는지, 드론 여행이 얼마나 재밌어 보이는지, P, 너만 휴머노이드를 빌린다면 4명이 타면 딱 맞을 텐데 같은 이야기였다. J는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온라인 카지노 게임.
영혼과 몸 사이에서 번역을 해주던 일본어 패치가 작동을 멈추자, 몸의 반응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온라인 카지노 게임. 병목을 일으키는 구간이 J의 영혼이 아니라, A의 뇌 안이 되면서 생각의 속도가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의미를 모른 채 발화만 할 수는 없으니 뇌는 어쩔 수 없이 전달되는 영어를 이해하고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익숙해져야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일본인의 뇌는 생전 처음 영어로 사고하기 시작온라인 카지노 게임. 너그러운 명령에 제 멋대로 움직이던 작은 난쟁이들을 드디어 귀를 기울이게 만들고 자신의 눈치를 보게 만든 것 같아서 J는 흡족온라인 카지노 게임.
'진작 이렇게 해 둘 걸'
시중드는 로봇들이 식사를 가져다주었고, 분홍색 휴머노이드 친구는 '화산재' 라테 3잔을 사 가지고 올라왔다. 정말로 커피 속에 화산재가 들어 있나 싶어 모두 잔 안을 들여다보았으나 그냥 이름만 붙인 거란걸 알고 실망온라인 카지노 게임.
J가 시킨 일인용 나베세트는 팔팔 끓는 냄비에 전골 요리가 담겨 오고 밥 한 공기, 두세 가지의 반찬이 올려져서 나왔다. 맛이 썩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추운 산길을 한참 올라온 몸을 따뜻하게 데워 주기에는 충분온라인 카지노 게임. P가 시킨 카레덮밥은 양이 꽤 많았는데 P는 금방 한 그릇을 비워냈다. J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정말 배가 고팠나 보네. 하고 생각온라인 카지노 게임.
식사를 다 마친 P가 입을 쓱 닦고 썩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휴머노이드 친구들에게 말온라인 카지노 게임.
“너희, 저 휴머노이드용 드론 타고 싶어 하는 거 같던데, 난 여기 있어도 되니까 너희끼리 다녀올래?”
그 말을 들은 친구 세 명은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는 얼굴이 모니터에 띄워지) 며 고개를 홱 돌려 모두 P를 쳐다보았다.
“어머? 그래도 되겠어?”
“그래, 너희가 하도 나만 사람으로 놀러 왔다고 뭐라 그러니까 좀 미안하기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 보니까 재밌을 것 같던데, 너네끼리 다녀와도 돼.”
J는 그렇게 '드론 관광' 타령을 하더니 그 뜻을 이뤘게 하고 생각온라인 카지노 게임. 휴머노이드로 와야만 타볼 수 있으니 그냥 가기엔 아쉬웠을 것이다. 그런데 P가 다녀오라고 하니 세 명의 친구는 그제야 고민하기 시작온라인 카지노 게임. 아무래도 P만 혼자 떨어뜨려 놓고 자기들끼리만 관광을 가려고 하니 미안해하는 눈치였다. 휴게소 안엔 식당 말고는 별다른 즐길 거리가 없어서, 기다리고 있기엔 사실 지루한 곳이었다.
그러다가 조금 전에 J에게 함께 식사하자고 제안했던 노란색의 휴머노이드 친구가 또다시 J를 보며 불쑥 이야기를 꺼냈다.
“J 씨, 그러면 저희가 다녀올 동안 얘랑 좀 같이 있어 주시면 안 돼요?”
갑작스러운 제안에 J는 힐끗 P를 바라보고 눈치를 봤다. P는 다 먹은 접시를 수저로 뒤적거리며 못 들은 체온라인 카지노 게임 있었다. P가 자기와 더 있고 싶어 하는 게 아니더라도, ’함께 있겠다‘라고 말해주면 친구들이 맘 편히 타러 나가는 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조금 전에 P와 이야기하다 만 '신체 교환 커뮤니티' 핑계를 대면 될 것 같았다.
J는 대답온라인 카지노 게임. 영어 발음이 아직은 고약했지만, 차라리 그게 나았다.
“네, P 씨만 괜찮다면, 저도 여쭙고 싶었던 게 있었어요.”
J는 P를 바라보며 다시 이야기온라인 카지노 게임.
"부담 갖지 마세요. 조금 전에 말씀하신 커뮤니티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어서 그래요. 그것만 묻고 저도 금방 갈게요."
P는 피식 웃고는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 친구들을 둘러보며 말온라인 카지노 게임.
"들었지? 난 걱정하지 말고 잘 다녀와 여기 있을게."
초록색 휴머노이드 친구와 P가 서로 눈을 마주치고 슬며시 웃는 것이 J의 눈에 띄었다. 휴머노이드 친구들은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시끌벅적하게 휴게소 밖으로 나갔다.
로봇들이 슬그머니 다가와 식기를 정리온라인 카지노 게임. J를 보고 P가 휴머노이드 친구들이 남긴 음료를 쓱 밀어주었다.
“이거, 어차피 손도 안 댄 거라서요. 한 번 드셔보세요.”
커피를 받아 마셨다. 화산재는 안 들어갔어도 의외로 라테는 꽤 맛이 괜찮았다. J는 P에게 감사하다고 말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녀가 바라보는 창밖을 따라 보았다. P의 친구들이 신이 나서 폴짝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J도 한동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P가 느릿느릿하게 오른손으로 턱을 괴며 J에게 묻는다.
“혹시 J 씨는 A 씨로 렌탈한 이유가 있으세요?”
“아, A 씨요? 렌탈 사이트에서 오토바이를 몰 줄 아는 분이 이분 외에는 없었어요.”
“아 그렇구나.”
P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한다.
“왜요?”
“아, 별건 아닌데 A 씨 외모가 '일본인들'에게 인기가 좀 있는 타입인가 봐요.”
“네?”
“아까부터 S 씨가 좀 흥분한 것 같아요. 몸의 반응을 보면요.”
“네? 하하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P의 뜬금없는 말에 A의 몸이 반응온라인 카지노 게임. P가 혹시라도 바지 앞섶을 보게 될까 봐 J는 급히 자세를 바꿔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러게 말이에요. 하지만 A 씨는 제 스타일은 아니에요."
P는 턱을 괴던 손을 내려놓고 자세를 바꿔 팔짱을 끼고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아, 그러시구나.”
“음, 실망하신 건 아니죠?”
“물론이에요. 제 얼굴도 아닌데요.”
“저도 잘 모르지만, 클럽 같은 곳을 가보시는 것도 좋겠어요.”
“하하하, A 씨 외모에 끌린 사람들이 저와 대화해보면 늙은이인 거 눈치채고 다들 도망칠걸요.”
P가 홀가분해졌다는 얼굴로 문득 생각이 난 듯
“아참, 그 커뮤니티 보여드릴게요.”
라며 핸드폰을 꺼내 J에게 보여주었다. 작은 화면을 함께 들여다보느라 자연스레 두 사람의 어깨가 맞닿았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숱 많은 머리카락이 얼굴로 흘러내려 그녀는 자주 귀 뒤로 머리를 넘겨야 했는데, 그때마다 옅은 샴푸 냄새가 났다.
A가 보여주는 커뮤니티 머리글엔 '우리의 영혼은 다 해낼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P의 말대로 꽤 많은 사람들이 몸을 바꾸기 위해 글을 올려두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게시글마다 자기 신체의 능력을 보여주려고 다양한 자료들을 같이 올려두었단 점이었다. '요리를 잘해요', '수영이 능숙해요', '피아노를 잘 쳐요', '그림을 잘 그려요' 등등. 나이와 비용 두 가지가 가장 큰 요소였던 렌탈 사이트에서와 달리 커뮤니티에서는 교환을 통해 어떤 것을 배울 수 있는가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커뮤니티 말이에요. 가입온라인 카지노 게임 바로 몸을 바꾸지는 못해요."
"아, 그래요?"
"네, 교환하려면 일정 기간도 지나야 온라인 카지노 게임, 보내야 하는 서류도 몇 가지 있어요. 좀 번거롭죠?"
"제법 까다롭긴 하네요."
“이게 몸을 서로 교환하는 거다 보니까 더욱 조심하려고 해서 그런 거 같아요.”
"맞아요.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제가 다른 사람 몸에 들어와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생각보다 몸이 미치는 영향이 크더라고요. 가끔은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저절로 뭘 하려고 할 때도 있는 것 같고."
“네, 맞아요. 처음엔 그렇더라고요. 그럴 때 괜히 몸이랑 싸우려고 하지 마시고 그런 어색한 감정을 말로 표현해서 내뱉어 버리면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아 조금 전에 S 씨 몸 상태에 관해 이야기하신 거처럼요?”
"네 맞아요”
두 사람은 키득거리며 마주 보고 웃는다. 그제야 A의 몸도 가라앉았다. J는 다리를 풀고 편하게 앉았다. 그녀와 대화하는 것은 이상하게 부담스럽지가 않다.
“사람을 빌리는 건 처음인데, 기계를 빌릴 때와는 무척 다른 것 같아요.”
“어떠셨어요?”
“제가 오토바이를 잘 탈 줄을 몰랐거든요. 이 일본인의 경험이 저한테 넘어와서 오토바이를 잘 타게 되는 게 무척이나 신기하더라고요. 그때 감각이, 잘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대단했어요.”
“순식간에 10년을 더 살아낸 기분이 들죠.”
P가 싱긋 웃으며 J에게 말온라인 카지노 게임. J는 무릎을 탁하고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아, 그러고 보니 P 씨는 이런 경험을 많이 해보셨겠어요.”
P는 대답을 제대로 하지 않고 미소를 짓고 있다. 그녀의 모습을 보고 다시 J는 가슴이 두근거린다. 쭈뼛하면서 이야기를 꺼낸다.
“기억도 잘 안 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이게 원래 뇌와 연결이 끊어지면 영혼에 저장된 기억들은 업데이트가 잘 안되는 것 같더라고요.”
”사실, 휴게소에 들어오실 때부터 P 씨가 너무 낯익게 느껴져서, 전 사실 A 씨와 아는 사이인 줄 알았어요.“
”오, 그러셨어요? 아닌데, 이 S 씨와 J 씨가 알 리는 없을 거예요. 그런데, 아마 원래 몸에 들어가면 왜 제가 J 씨에게 익숙하게 느껴졌는지 아시게 될 것 같기도 해요.“
”그러려나요?“
”네, 좋은 분의 기억과 연결되면 좋겠는데요. 하하“
P는 곁눈질로 J를 슬쩍 쳐다보고 덧붙였다.
”나중에 알게 되시면 저한테도 알려주세요.“
J는 P의 이야기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P가 헛기침을 하고 이야기를 계속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런데, 영혼 상태에서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은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기억하지 않는 거래요. 그러니까 그걸 떠올리지 못하더라도 큰일이 생기지는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아 그렇군요.“
J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P가 이쪽 분야에 전문 지식이 많은 것 같다고 느꼈다.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기억하지 않는다. J는 입속으로 그녀의 말을 따라 온라인 카지노 게임.
J의 목걸이에서 작은 알람 소리가 났다. 티셔츠 안에 들어 있던 목걸이를 빼내 보니 “배낭을 휴게소 안내소에 맡겨 두었습니다. 찾아가시면 됩니다. – 세이후소 호텔”라는 메시지가 홀로그램으로 떠서 보인다. J는 P에게 가방이 왔음을 이야기온라인 카지노 게임 일어나 안내소로 갔다. 드론을 통해 배달된 배낭은 차갑게 식긴 했어도 그 안에 패딩과 비옷은 그대로 잘 있었다.
J는 손목에 올려진 시계를 슬쩍 확인온라인 카지노 게임. 벌써 두 시가 한참 넘었다. J는 가만히 머릿속으로 계산해 보니 이제 슬슬 출발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J는 고개를 돌려 P를 본다. 여전히 그녀에게서 강한 끌림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헤어지는 게 낫다고 J는 생각온라인 카지노 게임. 자기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 15년 늙은 언어로 사고하느라 이젠 머리마저도 함께 늙어버렸는지 A의 몸에서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덕분에 가방이 벌써 왔어요. 감사합니다.”
인사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 돌아서자. 깔끔하게. J는 단단히 마음먹고 P에게 다가섰다.
“Happy Days Are Here 온라인 카지노 게임! 다행이네요. 이제 출발하셔야죠?”
P가 다행이라며, 마중을 나가주려 자리에서 일어나려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리고 그 순간 J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맙소사.' J는 자기도 모르게 털썩 자리에 주저앉아버릴 수밖에 없었다. P도 일어나려다 말고 다시 어색하게 자리에 앉는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네, 스타탄생의 Babs,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예요."
J는 어쩔 수 없이 미신적인 생각에 사로잡혔다. P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곡 제목을 이야기한 것이 암시처럼 느껴졌다. 다름 아닌 여행 오기 직전에 들었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아닌가. 뜬금없이 아소산에 와서 오토바이를 타기로 한 것이 마치 숙명처럼 느껴져 시작한 여행이 아니던가.
“조금만 더 있다가 갈게요. 아직 3시도 안 되었는데요. 뭐”
P는 그런 J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 J도 따라 웃었다.
“3월에 말이에요. 쿠사센리 이쪽을 다 불태워 버리는 거 아세요?”
“아 그런가요?”
“네 노야키라고 부르는데 겨울 동안 지저분하게 자란 억센 풀들을 다 태워서 말과 소가 먹기 좋은 순한 풀이 다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거래요.”
“아아··· 그러면 원래 이렇게 깔끔한 초원은 아니네요. 저는 어쩜 여기는 풀들도 다 얌전하게 잘 자라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 신기해했어요."
“오토바이 타고 오시면서 삼나무 숲 되게 신기하지 않으셨어요?"
“그러니까요. 그것도 꼭 일부러 심은 것처럼 너무 빽빽하더라고요.”
“네 맞아요. 그것도 산사태 때문에 일본에서 일부러 그렇게 줄을 딱딱 맞춰서 세운 거래요.”
“일본은 참 열심이네요. 신기하다."
J는 속으로 저 넓은 땅을 태우고 저 많은 나무를 심으려면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원돼야 할지를 생각온라인 카지노 게임.
"P 씨는 일본에 자주 오셨나 봐요.”
“아니요. 하하하 그 요즘에 일본 휴머노이드는요”
“네.”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으면 머릿속에 막 여행지 정보가 들어오게 되어 있데요.”
“아하!”
“제 친구들은 완전히 일본 전문가가 다 되었잖아요. 차 타고 오는데 무슨 여행사에서 나온 가이드랑 같이 있는 줄 알았다니까요. 재잘재잘”
“괜찮네요. 그건.“
“어휴 안 괜찮아요. 기계에 올라타니 눈치가 없어져선···. J 씨한테 민폐나 끼치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때 P의 목에 걸려 있던 태그에서 알람 소리가 났다. 내용을 확인한 P가 말한다.
“잠시만요. 얘네가 무슨 일이 있나 봐요. 전화 한번 온라인 카지노 게임 올게요.”
P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혀를 살짝 내밀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J는 전화기를 귀에다 대고 입구 쪽으로 걸어가는 P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어느새 쿠사센리 휴게소의 주차장은 자리가 꽉 차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우측의 능선 너머까지 꽉 채운 차들은 얼른 주차장에 자리가 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바람은 여전히 많이 불었지만, 건너편 평야에 관광을 즐기려는 휴머노이드들은 되려 더 늘어났다. 그에 반해 J와 친구들이 자리를 비운 휴게소는 다시 도서관처럼 조용해졌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라니, 거참‘
J는 남아 있던 화산재 라테를 입안에 털어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