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은 그 누구와도 연애할 수 없었다. 내게 돈을 빌린 그녀는 계속해서 연락을 해왔지만 돈은 갚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미련보다 받지 못한 돈이 더 아쉬웠다. 그렇지만 그녀에게서 돈을 받아낼 재간은 없었다. 법적 조치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도대체 부정형이 몇 번이나 들어간 걸까. 마치 내 연애가 다 부정 당하는 느낌이었다. 연애란 것은 상대에 따라 다른 것이 아니었던 걸까. 성별에 따라 다른 것이 아니었던 걸까. 성공적인 연애란 대체 무엇인 걸까. 나는 오래도록 생각했다.
그러던 중 건강 상의 이유로 입원했던 적이 있었다. 그녀가 면회를 왔었다. 언젠가 내가 좋아한다고 말했던 초밥을 잔뜩 사들고서. 나는 그것을 남김없이 모조리 다 먹었다. 받지 못했던 사랑과 돈을 초밥으로 대신하는 것처럼 말이다. 오랜만에 병원 밥이 아닌 초밥을 먹으면서 생각했다. 사랑이란 대체 무엇일까. 상대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해주고 싶고, 해줄 수 있는 것을 퍼붓는 것이 연애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생각하는 연애란 조금 더 이타적인 것이었다. 이런 것이면 안 됐었다.
가끔은 무언가를 써야겠다는 카지노 게임이 스치듯 들었다. 내가 겪은 사랑들을 단 한 줄로라도 묶어둘 수만 있다면, 그것들에 대한 감정의 명칭쯤은 붙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손끝은 움직이지 않았다. 쓴다는 행위가 다시 누군가를 호출하는 일이 될까 봐 두려웠다. 말로 쓰인 것은 언젠가 다시 내 삶으로 돌아오는 법이니까.
어느 날, 카페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 여자가 내 카지노 게임을 조금 흔들어 놓았다. 대화도 없이, 주문을 받는 동안 웃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이상하게 그 무표정이 마음에 걸렸다. 감정을 감추는 게 아니라, 감정이 없는 듯한 얼굴. 하지만 그날 그녀가 마지막에 건넨 한 마디는 이상하게도 나를 오래 붙잡아뒀다.
“커피 진하게 내렸어요. 오늘 같은 날엔 그게 좀 위로가 되니까요.”
그 문장 속엔 나를 아는 듯한 뉘앙스가 섞여 있었다. 카지노 게임 한참을 멍하니 컵을 들고 앉아 있었다. 커피는 쓴맛보다 뜨거움이 먼저 느껴졌다.그날 밤, 오래 잠들지 못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노트북을 열었다. 깜빡 잠든 새벽녘, 모니터 속에는 고등학생 때 쓰던 동성애 소설의 첫 장면이 떠 있었다. 지워지지 않은 채 남아 있던 그 문장을 따라 읽다 보니, 나는 어느새 그 소설의 마지막 장면을 새로 쓰고 있었다.
그 소설은 생각보다 유치했고, 문장 곳곳에 감정이 넘쳐흘렀다. 하지만 그런 투박한 감정이 지금의 나보단 훨씬 살아 있는 것 같아 부러웠다. 열일곱의 내가 쓴, 서툴고 정직한 사랑. 나는 그 아이를 흉보지 못했다. 어쩌면 그때 나는, 사랑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사랑을 하고 있었던지도 모른다.
며칠 뒤, 다시 그 카페를 찾았다. 이번엔 무언가를 쓰겠다는 카지노 게임이 있었다. 오랜만에 다이어리를 꺼내 들고, 펜을 챙겼다. 노트북은 아직 자신이 없어서 두고 나왔다. 손으로 글을 쓰면 덜 진지해질 수 있으리라 카지노 게임했다. 의도적인 무심함 같은 걸 연기하듯이.그녀는 또 그 자리에 있었다.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지만, 커피를 받는 순간 살짝 웃었다. 표정이 변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카지노 게임 괜히 진동벨을 두 손으로 꼭 쥐며 물었다.
“여기서 오래 일하셨어요?”
그녀는 조금 놀란 듯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꽤요. 그쪽은 자주 오세요?”
“아뇨. 오늘 두 번째예요.”
“그럼 이제 단골 예약하셔야겠네요.”
그녀가 건넨 말은 아무 특별함도 없었지만, 카지노 게임 그 말을 돌아오는 길까지 곱씹었다. 사람에게 오래 닿지 않았던 몸이 조금은 간지러운 듯 반응했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모른다. 이름을 알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상하게, 그 무해한 인상 속에서 카지노 게임 무언가를 기대하고 싶지 않았다. 실망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날 밤, 다이어리에 몇 줄을 썼다.
사랑은 한 번도 날 구한 적이 없다. 그저 카지노 게임지게 했고, 더 카지노 게임지게 했을 뿐. 그런데도 나는 또다시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다. 이름도 모르는 사람을, 이유 없이.
그 문장을 쓰고 나서, 카지노 게임 잠시 손을 멈췄다. 뭔가를 쓰고 싶어서가 아니라, 뭔가가 쓰이게 될 것 같아서. 이번엔 좀 다르게 쓰고 싶었다. 누구를 미워하거나 탓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 마음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있는 그대로 적어보는 이야기.
어쩌면, 처음부터 내가 쓰는 글들은사랑에 대해 쓰는 게 아니라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대해 쓰는 이야기였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