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 서재 창작 지원 프로젝트 당선작
올라오기만 해봐! 증거부터 남겨야지.
조언을 이행하기 위해 아주머니의 등장을 조바심 내며 기다렸다. 하지만 그날 이후, 방문은커녕 호출조차 잠잠했다. 경찰에게 스토킹에 대한 설교를 들은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공권력의 힘이 참 대단하구나." 감탄하는 동시에, 곱게 포장된 고소장을 선물할 기회가 멀어져 아쉬웠다. 하지만 이쪽이 받을 대미지를 생각하면 부전승이 나았다. 그간의 싸움으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깨닫게 됐으니까.
대처 방법을 알고 나서도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뱀처럼 걸었고, 실수로라도 물건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조심했다. 구슬이 든 문제의 장난감은 뚜껑을 닫아 봉해버렸다. 아이는 그렇게나 갖고 싶어 했으면서도 꺼내달란 소리를 한 번 안 했다. 어린이 완구가 재앙의 불씨가 되는 장면을 목격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비싸게 주고 샀는데... 청구서를 보내버릴까 보다."라고 중얼거리는 내 얼굴은 한결 여유로웠다. 완전히 안심할 순 없었지만, 아주머니가 조용해지니 조금은 숨통이 트였다.
부지런히 외출하는 생활도 여전했다.층간소음 문제를 겪으면서 집보다 밖이 편했다. 특히, 주말은 도서관 프로그램의 천국이라,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유익한 정보를 배우기에 적절했다. 수업이 끝난 뒤의 독서 시간은 공복의 물 한 잔처럼 귀중했다. 무엇보다 재료비만 내면 무료나 다름없어 신청을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우리는 부지런히 프로그램을 찾아 돌아다녔다.
나는 이른바'금손'으로 불리는 능력자로 듣고 싶은 수업은 웬만해선 놓치지 않았다. 인터넷 수강신청계의 미다스인 셈이다. 실력을 발휘해 유명 작가의 라이브 페인팅 공연 신청에 성공했다. 그날은 주말이라 차가 밀릴 것 같아 일찌감치 도서관에 도착했다. 무대 중앙에서는 이제부터 시작할 공연에 앞서 준비가 한창이었다. 작가님의 페인팅에 맞춰 아이들도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행사였다. 참여하는 어린이는 작은 돗자리와 오일 파스텔, 커다란 도화지를 하나씩 나눠 받았다. 먼저 온 사람부터 돗자리를 펴고 자리에 앉았다.
보호자님들은 다들 옆으로 나가주세요.
공지에 없던 안내에 몇몇 부모가 당황했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아이와 멀지 않은 소파에 빈자리가 있어 조용히 떨어져 앉았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아들은 울상이 됐다. 도서관이라 입만 뻐끔거리며 아이를 다독였더니, 아이도 입만 뻐끔거리며 징징댔다. 많이 떨어져 있는 거리도 아닌데. 마음속에 '참을 인' 자를 새기며 입꼬리를 치켜들었다. 난동을 목전에 둔 조커 같았다.
작가님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앞카지노 쿠폰에 앉은 아이가 카지노 쿠폰를 이탈했다. 여러 차례 설득해도 진정되지 않자, 보호자는 한숨을 쉬며 돗카지노 쿠폰와 함께 퇴장했다.'아이고. 저 엄마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신청했을 텐데.' 지켜보는 마음이 다 속상했다. 근데, 그건 그렇고, 내 앞카지노 쿠폰가 비었네.'미안하지만, 이 카지노 쿠폰는 제가 좀 쓸게요.' 약삭빠른 엄마는 아들을 호출했다. 일찍 와서 잡은 명당 카지노 쿠폰는 다른 아이 차지가 됐다. 엄마 속도 모르고 아이는 그제야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다시 한번 아이고다.
돗카지노 쿠폰도 도화지도 크기가 넓어서 다들 조금씩 겹쳐서 카지노 쿠폰를 깐 상태였다. 내 옆에 앉은 여자아이의 돗카지노 쿠폰도 소파 아래까지 펼쳐져 있어 발을 놓을 카지노 쿠폰가 애매했다.최대한 방해되지 않도록 발가락을 오므렸다.앞에서 자꾸 돌아보는 아들내미에게 눈빛으로 협박을 날렸다. 그때였다.
다리 좀..! 애 카지노 쿠폰를 자꾸 밟잖아요..!
뭐지, 이건. 모르는 남자의 손이 내 허벅지를 단단히 움켜쥐었다가 놓았다. 아니, 쥐었다기보다는 들었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이다. 얼어붙은 얼굴로 남자와 내 발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돗카지노 쿠폰 귀퉁이를 살포시 밟고 있는 내 발이 문제라는 거지, 지금. 상황을 파악하고 나니 참을 수 없는 불쾌함이 몰려왔다. 누군가 안방을 흙발로 밀고 들어와 엉망으로 만든 기분이었다. 서슴없는 터치와 노골적인 적대감. 이 사람이 지금 제정신인가.
지금 뭐 하신 거예요?
아니, 계속 애 카지노 쿠폰를 밟잖아요.
내가 애 손을 밟았어요, 하다못해 도화지를 밟았어요?
그럼, 뭐 발을 공중에 들고 있으란 말이에요?
아니, 그게 아니라...
공공장소에서 이렇게 행동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하세요?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서 있는 학부모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혼자서 뭐라 중얼거리더니 뒤로 사라졌다. 신종 미친놈인가. 순간, 아랫집 생각이 났다. 이상한 사람을 만나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아주머니와의 갈등 이후, 나를 지키기 위해 무의식중에 날을 세우고 있었다. 뭐라고 더 쏘아붙이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이었다. 전 같았으면 몇 마디 못 하고 버벅댔을지도 모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치심에 얼굴이 벌게졌다.
여자아이는 시종일관 움직였다. 무릎을 꿇었다가 폈다가, 겹친 도화지를 밀었다가, 접힌 돗카지노 쿠폰 자국을 없애려고 문질렀다가. 어디가 불편한지 계속 몸을 꿈틀거렸다. 떨어져 있는 아빠가 보기에 소중한 딸의 돗카지노 쿠폰에 냄새나는 발을 올려놓은 이 몸이 대역죄인이었나 보다. 아랫집 아주머니에 이어 이런 사람까지 만나다니.집에서도, 밖에서도 편할 곳이 없었다. 이거 진짜 굿이라도 해야 하나.
그 아이는 사라진 아빠를 찾아 두리번거리다 입을 열었다."아빠, 이거 안 하고 싶어. 집에 갈래."그리고는 짐을 챙겨 홀랑, 사라졌다. 그러니까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는 거다. 자신의 불편함을 남 탓으로 돌리는 이와 그렇지 않은 이. 오늘의 딸바보 아저씨는 전자였다. 혹시 아랫집에서 보낸 스파이인가. 이 사람들은 무슨 자격으로 이다지도 당당하게 남의 카지노 쿠폰를 침범하는가. 그동안 눈치보며 살아온 세월이 괜시리 억울해졌다.
공연은 무사히 끝나고 아이도 이쁘게 그림을 완성했지만 내 기분은 최악이었다. 한 편의 황당한 시트콤을 찍고 돌아온 것처럼 몸도 마음도 천근만근이었다. 허벅지에 닿았던 신경질적인 촉감이 생생했다. 당시의 기분 나쁜 상황이 시커먼 슬라임처럼 옷에 붙어 집까지 쫓아왔다. 칫솔질로도 지워질 것 같지 않았다.
무거운 걸음으로 엘리베이터를 내렸다. 얼른 들어가서 샤워해야지. 언짢은 기분을 한시라도 빨리 씻어내자며 불운의 모래를 털었다. 큰 걸음으로 현관문 앞에 섰을 때, 낯선 분홍색 포스트잇이 보였다. 카지노 쿠폰반듯한 종이에는 검은색 글자가 큼직하게 적혀있었다. 얼핏, '조용'이라는 글자가 눈에 스쳤다. 아이가 보기 전에 재빨리 떼어내 손으로 구겼다. 현관문을 열어 아들을 먼저 들여보냈다. 바스락바스락. 주머니 속 종이조각이 마른 소리를 냈다.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막장 시트콤의 새로운 시즌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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