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 서재 창작 지원 프로젝트 당선작
야밤에 베란다에서 물 흐르는 카지노 게임,
물 떨어지는 카지노 게임 좀 안 나게 조용히 해 주세요.
당신들 때문에 밤에 잠을 못 잡니다.
방문과 호출, 경찰을 넘어 이번에는 쪽지가 왔다. 매운맛에서 순한 맛으로 강등한 건가. 아님, 지나가는 입가심용 디저트인가.꾸깃꾸깃 구겨진 종이를 한참 동안 들여다봤다. 한글로 적혀있는 게 분명한데 해석이 안 됐다. 미간을 찡그리고 한 문장씩 번역에 들어갔다.
요즘 아파트가 대부분 그렇듯 확장형 거실은 베란다가 없었다. 대신 우리 집은 주방 옆과 안방 안에 작은 다용도실이 딸려 있었다. 주방 옆에는 세탁기를 설치해서 세탁실이라 불렀다. 빨래하는 공간이므로 당연히 물소리가 발생했다. 오수가 흘러가는 소리는 긴 배관을 통해 아래로 내려갔다. 수도관은 같은 라인 집들이 함께 공유하므로 물소리만 듣고 누구 집인지 찾아내는 건 불가능했다.혹시 아주머니는 심야의 세탁기 카지노 게임를 문제 삼는 걸까. 하지만 우리는 늦은 밤에 빨래를 돌린 적이 없었다. 혹시 몰라 세탁실 구석구석을 살폈다. 물이 새는 곳은 없었다.
안방 쪽 베란다에는 하향식 피난구가 설치되어 있었다. 위급상황에서 뚜껑을 열면 사다리가 펼쳐져 아래층으로 내려갈 수 있다. 사용하면 경고음이 울리고 관리실로 연락이 간다. 아이와 안전 체험관에 가서 놀이기구처럼 체험했던 기억이 났다. 아직 실제로 사용해 본 적은 없고 그럴 일도 없었으면 했다. 분쟁이 시작된 후로는 "불이 나도 저기로는 안 도망가고 싶다."며 중얼거린 적은 카지노 게임.
피난구 덮개 옆에는 청소용 샤워기가 설치되어 카지노 게임. 사용해 본 적은 없었다. 뚜껑 틈새로 물이 새어 아래층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청소 금지라고 입주할 때부터 단단히 주의를 받았다. 잊을 만하면 아파트 방송으로 안내가 나오고 엘리베이터에 경고장이 붙었다. 제법 흔한 실수인가 보다. 어쨌든 우리 집은 마른걸레로 먼지를 훔칠 뿐 물을 뿌린 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서 들리는 카지노 게임란 말인가.
이렇게 열심히 소리의 출처를 찾은 이유는 당연히도 아주머카지노 게임 예뻐서는 아니었다. 낮에 있었던 언짢은 일을 잊고 싶었기 때문이다. 불편한 일을 불편한 일로 잊으려 하다니, 독을 독으로 다스리는 격이다. 차라리 소음의 원인이 우리 집이었으면, 하는 바람까지 있었다. '당신들'이라는 말로 삿대질을 당하고 나니 잊고 있던 욕지거리가 혓바닥에 떠올랐다. 낮의 일로 이불킥은 확정이거늘, 그 시간에 아줌마가 우리 집 바닥에 귀를 대고 엿듣고 있다고 생각하면 등골마저 서늘했다.
고심하며 베란다를 한 바퀴 휙 둘러보았다. 쌓아둔 여행 캐리어 사이로 은색 손잡이가 눈에 띄었다. 맞다, 저곳에 실외기실이 있었지. 에어컨을 사용할 때 빼고는 쓰지 않는 방치된 기억이었다. 튼튼한 선반이 놓인 여분의 공간이었지만 굳이 사용하지 않았다. 실외기의 열기 때문에 물건이 망가질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에어컨을 사용할 때만 들어가 블라인드만 살짝 열고 나왔다.
그런데 여름이 지나고 블라인드를 닫았던가, 말았던가. 기억이 안 난다는 건 안 닫았다는 사실에 한없이 가까워진다. 설마 그곳에서 물카지노 게임가 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문을 열기 전에 최악의 경우를 추측해 봤다. 장마 때 들어온 빗물이 바닥에 찰랑찰랑 고여있다. 배수구가 막혀서 물이 못 내려간 거다. 흐르는 시간은 쌓인 먼지에 구멍을 내어 물을 흘려보낸다. 졸. 졸. 졸. 조금씩 새는 물카지노 게임가 밤의 적막을 뚫고 아랫집 아주머니의 고막을 매일 밤 괴롭힌다. 생각할수록 그럴듯했다.최악이 아니라 최고의 시나리오였다. 나 몰래 그런 복수가 이뤄졌다면 낮 동안의 불쾌한 기억은 잊고 오늘 밤 숙면에 들 수 있으리라.
위로 솟은 어깨를 떨어뜨리며 입 안에 모은 공기를 뱉었다. 긴장으로 굳은 몸을 가볍게 풀었다. 일단 열어보자. 열어봐야 알지. 앞으로 뻗은 오른손이 문손잡이를 강하게 쥐었다. 어떻게 됐을지 몰라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푸드덕, 푸드덕!
문을 염과 동시에 무언가가 블라인드 틈으로 빠져나갔다. 새다. 아마도 비둘기겠지. 황당한 마음으로 실외기실 불을 켰다. 다행히 물은 고여있지 않았다. 대신 새똥투성이였다. 남을 골탕 먹이겠다는 상상을 한 벌을, 생각보다 빨리 받았다. 실외기 구석에는 지푸라기로 엉성하게 엮인 둥지까지 카지노 게임. 덥고 시끄러웠을 텐데, 용케도 여기서 살았구나.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보금자리에는 세 개의 뽀얀 알이 가지런히 놓여카지노 게임.
나는 똥 범벅이 된 방을 마주하고도 블라인드를 계속 열어둘 만큼의 호인은 못 됐다. 카지노 게임다 비둘기는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좀처럼 떠나지 않는다고 한다.'영원히 함께 할 마음이 없다면, 지금 헤어지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것 같아.'애인에게 할 법한 이별의 대사를 속으로 남기고 창을 닫았다.
순식간에 집도 잃고 자식도 잃은 비둘기가 가여웠다."미안하다. 마음껏 원망해라."고 중얼거렸다. 비바람을 피해서 쉴 곳을 찾았을 뿐인데, 야박한 집주인은 마음이 좁구나. 알을 품을 때마다 갑자기 돌아가는 실외기 카지노 게임에 얼마나 놀랐을까. 인터폰 카지노 게임에 화들짝 놀라는 내 모습이 떠올라 서글퍼졌다. 나 역시 조그만 둥지에서 마음 편히 살고 싶었을 뿐이다. 싸우면 이길 수도 있겠지만, 과연 그게 최선의 방법일까.
결국 물카지노 게임의 원인은 찾지 못했다. 예전 같았으면"저 미친 아줌마가 다시 발작을 일으켰군."하고 쪽지를 박박 찢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인을 잃은 둥지를 바라보며, 성찰의 기회를 얻었다. 이제는 알 수 카지노 게임. 부딪치기만 한다고 상대가 변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보금자리를 잃은 비둘기에게 사과하지 못하는 대신, 그 미안한 마음을 담아 아주머니에게 쪽지를 쓰기로 했다. 곱게 그리고 상냥하게.
세탁실을 말씀하시는 거면, 저희는 심야에 빨래를 하지 않습니다.
안방 베란다를 말씀하시는 거면,물청소가 금지되어 있어 물소리가 날 일이 없네요.
혹시 어디선가 물이 새는 거라면 조치를 취할테니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틀리거나 불쾌한 표현은 없는지 몇 번이고 확인했다. 예쁜 포스트잇을 골라 한 자, 한 자 정성껏 옮겨 적었다. 내일 아침 일찍 아랫집에 붙이고 와야지.부드러운 쪽지 한 장이면, 아주머니도 예민한 마음을 조금쯤 내려놓을지도 모른다. 이에는 이로 답하는 날카로운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둥근 마음을 갖자고 생각했다. 상대방의 뾰족함에 긁힐지라도 서로를 찔러 터지는 일은 없게. 시간이 지나 모난 부분이 뭉툭해지면, 조심스레 다가가 서로를 안아볼 수 있지 않을까. 그날은 눈을 감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 우려했던 이불킥은 없었다. 숙면에 들게 한 건 복수가 아니라 관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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