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뵤뵤리나 작가
황금 같은 토요일이지만 꼼짝없이 안방에만 콕 틀어박혀 있다. 오늘 우리 집 거실과 주방은 본래의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키즈 카페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흔쾌히 반나절씩이나 공용 공간을 내어준 대관료는 아이의 힘찬 포옹과 뽀뽀 세례면 충분하다고 위안 삼으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음미해 본다.
며칠 전부터 아이는 파자마 파티 노래를 불렀더랬다. 딸 가진 집이라면 특별한 이벤트로 해주곤 한다는 파자마 파티. 선뜻해주마라고 입이 떨어지지 않았던 건, 주 5일 근무의 노곤함을 내려놓고 조용히 쉬고 싶은 주말에도 키즈 카페 관리인인 양 수고로울 나의 모습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줄곧 하교와 동시에 학원과 돌봄 기관으로 직행하는 일과를 반복해 왔던 아이. 일하는 카지노 쿠폰를 둔 이유로 놀이터에서 한량없이 뛰어놀 시간이 부족했던 게 내심 안쓰럽고 짠하던 차다. 카지노 쿠폰가 되고 보니 자식을 위해 채워준 것보다 비워둔 것에 더 신경이 쓰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결핍이 성장의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는데, 머리로는 알면서도 아이 인생에 한 점의 모자람도 허용하고 싶지 않은 모순된 욕심이 가슴속에 일렁인다. 딸의 간절한 눈망울과 애원을 차마 모른 척할 수 없어서 결국 백기를 들었다. 잊지 못할 파자마 파티를 위해 성실한 무수리가 되기로.
달디 단 늦잠을 포기한 토요일 아침, 평일 내내 차곡차곡 쌓아 올린 설거지거리와 먼지들, 집 안 구석구석 널브러진 잡동사니들을 제거하느라 분주하다. 어머머, 벌써 12시야. 급한 대로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청소를 마치고는 공주에게 신신당부해 본다. 네 방 말고는 다른 방에 들어가지도, 서랍 문을 열지도 말거라. 여는 순간 마법이 풀릴 거야. 미처 제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던 흉한 짐 더미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올 테니까. 더불어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치워놓은 식탁 위에 전날 미리 사둔 디저트와 음료를 꽃무늬 만개한 그릇 위에 인스타 감성으로 플레이팅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후, 이제 숨 좀 돌려도 되겠지.
-띵동-
시계의 짧은바늘이 정확하게 1시를 가리키자, 초대받은 공주님들이 잔뜩 부푼 기대감으로 눈을 반짝이며 하나둘씩 입장하기 시작한다. 그중 한 공주가 집 안을 둘러보며 감탄했다.
와, 너희 집은 정말 깨끗하다. 우리 집은 항상 개판인데.
개판이라는 단어가 평소 우리 집 상태와 다를 바 없이 친숙해서 푸풉 웃음이 삐져 나왔다.
'응, 우리 집도 조금 전까지 개판이었어. 너희 온 데서 깨끗이 치운 거야.'
엄한 곳을 열어 보지만 않는다면 이대로 안 들키기 미션 성공일 텐데.
이번 파티의 호스트인 우리 집 공주는 각자 준비해 온 파자마를 갈아입을 수 있도록 제 방으로 그녀들을 안내했다. 샤랄라 파자마로 변신한 공주들이 거실로 한데 모이자 기숙사 사감 선생님처럼 주의사항을 알려줬다. 간식이 모자라면 꺼내 먹을 곳간과 층간 소음을 우려한 발망치 경계령, 놀잇감을 못 찾거나 위급한 일 발생 시 안방에 있는 카지노 쿠폰에게 SOS를 청할 것. 그렇지만 되도록 니들이 독립적으로 해결하고 날 찾지 않길 바라는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순둥이 공주들은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얼른 지네들끼리 놀고픈 마음인지 배배 몸을 꼰다. 어이쿠, 이럴 땐 눈치 빠르게 들어가 주는 게 상책이다. 그래, 어디 마음껏 신나게 놀아봐라.
탁-
안방 문이 닫히자마자, 침대로 다이빙한다. '끼얏호' 무음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침대 옆 협탁에는 읽겠다고 결연히 쌓아 올린 책들과, 비좁은 자리를 헤치고 어정쩡히 올려둔 노트북이 있다. 이제부터 파티장의 무수리가 아니라 고즈넉한 공간과 시간이라는 호사에 둘러싸인 여왕이다. 다만 귀는 반쯤 열어둔 채로. 본분을 잊을 수 없는 키즈카페 관리인은 그저 중간중간 공주님들의 소음 데시벨을 측정하고, 사뿐사뿐 발소리가 산적 떼의 발망치로 변모하기 전에 워워- 흥분된 열기를 가라앉히면 임무 끝이다.
딸은 요즘 말로 인싸(인사이더)다. 외향형 중에서도 극강의 친화력을 자랑한다는 ENFP 답게 언니, 동생, 동갑내기 나이 상관없이 두루 친하게 지낸다. 동네 행사나 박람회장에서 반갑게 인사하는 친구들에 대해 물으면 얘는 태권도장 친구, 쟤는 옆반 친구, 걔는 같은 반 친구의 친구. 당최 같은 반도 아닌데 어쩜 이리 다 알고 지낼 수 있는지, 낯가리는 부끄럼쟁이 카지노 쿠폰는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놀이터에서 처음 만난 또래에게 같이 놀자고 먼저 손을 내미는 녀석은 나에게도 친구 사귀기 비법을 전수해 주겠다는 당돌한 꼬마다.
이렇듯 외향적인 아이에게도, 낯선 사람 앞에서 잔뜩 얼어붙어서는 품 안에 찰떡처럼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르던 때가 있었다. 카지노 쿠폰가 곧 애착 인형이자 애착 이불이었다. 멱살이든 뒷덜미든 내 옷자락 한 줌이라도 손에 꼭 쥐어줘야 잠이 들었으니, 티셔츠들이 죄다 후줄근하게 늘어난 건 말해 뭐 하리. 카지노 쿠폰 껌딱지였으니까 친구 사귀는 법도 당연히 도움이 필요한 줄로만 알았지. 물론 예상은 우스운 듯이 빗나갔지만 말이다. 열 달 동안 내 뱃속에 있다 나온 아가 맞나. 식성과 감수성은 분명 판박이인데, 사교성은 아무리 봐도 나보다 한수 위인 거 같다. 아빠와 카지노 쿠폰의 가장 밝은 구석만 그러모아 옹골차게 응집해 놓은 결정체라고 볼 수 있겠다.
VS
혼자 있는 시간을 세상에서 제일 달콤하게 여기는 나는 내향형이자, 자발적인 아싸(아웃사이더) 카지노 쿠폰다. 대학 시절, 과 부대표로 사람들 앞에 서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인싸들을 동경하며 발끝이라도 쫓아가려고 무던히 발버둥 쳤을 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뭐니 뭐니 해도 나는 나와 잘 지내는 게 제일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토록 중요한 걸 카지노 쿠폰가 돼서 한참 뒤에야 깨달았으니 그 버둥거림의 시간은 유구하다 하겠다.
한때는 아이 친구 카지노 쿠폰들과 키즈 펜션을 잡아 함께 놀고, 핫한 체험 프로그램을 주도해서 같이 다니기도 했었다. 외동인 아이가 혹여나 외로워하지 않을까, 사회성이 부족할까 염려하며 애써서 만남을 늘렸더니 부작용이 있더라. 사람들을 만나고 집에 돌아오면 조용히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했지만, 육아는 그런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내향인의 본성을 거스르며 발 벗고 나서서 맺은 인연 덕에 즐거운 추억들은 남았지만, 그 대가로 나는 본연의 모습을 잃어갔다.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자기 탐색의 시간이 부족한 채로 카지노 쿠폰가 되었으니, 자식한테 좋은 게 나에게도 정답일 거라는 그릇된 믿음이 생겼던 거다.
종일 단톡방을 들여다보느라 제때 아이와 눈을 맞추지 못했다.
소통에 쏟는 감정 소모가 커서 아이와 놀아줄 힘이 달렸다.
타인의 시선과 비교의 함정에 갇혀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를 타기 일쑤였다.
관계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나와 아이에게만 집중하자.
더 이상 수면 위로 떠오르기 위해 버둥대지 않기로 했다.
가라앉아야 할 때는 조용히 몸을 맡기고, 나만의 속도로 흘러가기로 했다.
“꺄르르르- 이거 진짜 웃기다 그치?”
”우와, 네가 이걸 만들었다고? 대박!“
굳게 닫힌 문 틈으로 새어 나오는 아이들 얘기와 웃음소리가 생각보다 흥미진진하다. 에휴, 읽고 싶었던 책들이 이만큼인데, 목표 달성은 글렀다. 공주들 대화에 귀를 쫑긋 세운 덕에 집중력의 절반은 안방 너머 거실에 빼앗긴 지 오래니까. 여느 때와 같은 토요일의 휴식을 포기한 아쉬움보다는, 딸아이의 카지노 쿠폰력을 새삼 목격했다는 신기함이 더 크다.
“와, 솔이다. 안녕.”
“솔아. 만나서 반가워”
오늘도 인싸인 딸은 여기저기 반갑다고 인사하는 친구들에게 화답하기 바쁘다. 그 뒤로 물러선 채 아이들을 지켜보는 카지노 쿠폰들은 서로 데면데면하다. 예전 같았으면 먼저 휴대폰 번호를 물어보고, 주말에 놀이터에서 만나자며 냉큼 약속을 잡아 버렸을지도 모른다. 애써서 무리하지 않기로 다짐한 아싸 카지노 쿠폰는 이제 수줍은 눈인사와 가벼운 목례만으로도 충분하다 느낀다.
이야, 우리 딸 완전 카지노 쿠폰였네.
우웅? 카지노 쿠폰? 그게 뭐지? 인사를 많이 해서 카지노 쿠폰인가?
이런, 엉뚱한 발상에 웃음이 터져서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의 의미를 알려주려던 것도 까먹었다.
근데 요상하게 말이 되네.
인사 자주, 자알 해서 카지노 쿠폰.
말 된다.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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