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힘이 되어주는 우리
작년에 이어 올해도 검정고시 고등 국어를 가르칩니다. 지인의 부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과거 학창 시절 국어와문학은 좋아하는 과목이었고 현재 중고등카지노 게임 추천 아이들과도 독서동아리를 9년째 운영해 온 경력이 있는지라 국어 수업을 만만하게 생각했습니다. 하... 그런데 현실은 언제나 예상을 비껴가고야 말지요.
교제로 사용하는 2024년 EBS 고졸 검정고시 핵심총정리 목차를 볼 때까지만 해도 좋았습니다.
01. 문학
02. 독서
03. 화법과 작문
04. 문법
문학과 독서, 화법과 작문이야 뭐, 나의 일상이기도 하고 항상 하는 수업의 일환이겠거니 생각했지요. 문법만 좀 공부하면 되겠지 하고 말입니다. 역시나 문학 단원을 펼치니 예상대로 첫 번째 나오는 현대시의 3요소나 운율, 심상, 비유법 등의 이론은 무난하였습니다. 그런데 첫 2장을 넘기자, 고전시가가 등장하는 겁니다. 고대가요, 향가, 한시, 고려가요, 경기체가, 시조, 가사, 민요... 고전을 아주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고등카지노 게임 추천를 졸업한 지 어언 30년이 되어가니 말이지요.
문법에서는 음운 체계라든지 단어의 형성과 짜임 같은 것들은 모국어로 자연스럽게 체득한 것인데 문법적 요소를 분석하여 정리한 이론이다 보니 알면서도 모르는 미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하여 가르치는 시간보다 더욱 오랜 시간을 공부해야만 했지요. 허나 최고의 난제는 항상 마지막에 나오듯이 문법의 최고봉은 중세 국어과 근대 국어였습니다. 모음 조화, 어두자음군, 동국정운 식 한자음 표기 등 생소한 말들. 내가 배운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생경한 문법 표현들에 압도된 나는 검스타트 전문강사의 동영상 강의를 듣고서야 감을 잡을 수 있었지요. 검정고시 수업은 2024년 조은영에게 가장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다행히 2025년 고졸 검정고시 교제는 이론의 틀은 그대로고 문제만 바뀌어서 비교적 쉽게 지도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내가 공들여 배운 검정고시 국어를 가르치는 학생들은 모두 학교밖 청소년들입니다. 부모님이 계서도 재정적인 지원을 해주지 않아 일을 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둔 아이, 공교육을 거부하는 공동체에 속해 있어서 학교를 다니지 못한 아이, 학교가 싫어서 학교 밖을 선택한 아이,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너무 힘들어 학교를 그만 다닌 아이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들은 아이들과 얘기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지 직접적으로 '왜 학교를 그만두었니?' 하고 물은 적은 없습니다. 그 말은 마치 '학교를 다니는 것이 당연한데 왜 너는 학교를 다니지 않니?'처럼 아이들이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와전될 것 같기 때문이지요. 그런 부당한 대우는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내가 만난 고졸 검정고시반 아이들은 다 착한 아이들이었으니까요. 그 아이들은 꿈이 있고 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작년 첫 수업 때 땡그란 눈에 호기심이 가득했던 지아는 엄마 대신 동생들을 살뜰히 챙기는 맏이입니다. 대학에 진학하는 목표가 있던 지아는 언제나 똘망지게 대답도 잘하고 가장 집중하는 학생이었습니다.긴 생머리를 땋고 다니는다혜는 웹소설을 좋아하고성우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혼자 서울에 가서 성우 공채 시험을 보러 갈 정도로 진심이지요.긴 커트에 펌을 해 제법 멋을 낸정우는 돼지갈빗집에서 일을 카지노 게임 추천 근로자입니다. 고정수입이 있으니 학업은 뒷전으로 밀렸지만 잊을만하면한 번씩 나타나 고졸은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지요. 올해 처음 나오는 한이는 수업시간에 종종 아재개그를 한다거나 말놀이 추임새를 넣곤 하여 졸음을 확 달아나게 하는 분위기 메이커입니다. 시 쓰기를 좋아해서 얼마 전에는 자작시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도로변에 쌓인 흰 눈이 점점 잿빛으로 탁해지는 것을 보고 마음에 든 생각을 담은 시였지요. 한이와 단짝이 된 별이는 항상 눈과 입이 함께 웃는 기분 좋은 미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가끔씩 참석했는데 올해는 단짝이 생겨 매주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역시 어디서든 친구가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요.머리를 파랗게 물들이고 기타를 메고 가끔씩 검정고시반에 나오는 소희는 여러 해 동안 기타와 노래를 배우고 있습니다. 소희는내 수업을 처음 들었던 날, 수줍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수업은 참 재미있어요.' 힘이 나는 말이었습니다.
힘이 난다는 것은 어떤 일을 하는 원동력입니다. 인간은 일을 하면 힘이 빠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공부하거나 놀거나 운동을 하거나 심지어 잠을 자더라도 칼로리를 그만큼 소비하게 되니까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힘을 소비하면서 궁극적으로는 힘이 나는 일을 하고 싶어 하지요. 힘이 빠지기만 하는 일을 하면 탈진되고야 마니까요. 소희뿐 아니라 별이, 한이, 정우, 다혜, 지아는 모두 나에게 힘이 돼주었습니다. 나도 그 아이들에게 힘이 되고 싶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누군가의 힘이 될 때 또 힘을 낼 수 있으니까요.